계약금 반으로 낮추니 완판

계약조건을 기존 10%서 5%로 내건 아파트의 완판(완전판매)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계약조건을 낮추는 단지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매교역 팰루시드’ 일반분양 물량이 모두 팔렸다. 마지막 가구는 지난 3월31일 계약돼 일반분양 물량 1234가구를 모두 분양했다. 정당 계약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이다.

사실 초반 계약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초기 계약률은 30% 수준에 불과했다. 전용 84㎡ 기준 분양가가 9억원에 가까웠는데 주변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분양가에 예비 청약자들이 외면했다. 하지만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계약금 비중을 기존 10%서 5%로 낮추고, 4~6회차 중도금에 대해 무이자를 적용하는 등 계약조건을 변경하면서 판매 속도를 높였다.

분양 관계자는 “입지, 브랜드 선호도, 설계, 합리적 가격까지 여러 방면서 경쟁력이 높은 만큼 수원은 물론 용인, 화성 등 인근 지역까지 많은 문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합리적 가격
경쟁력 강화

현대건설이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에 선보인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지난 8일 모든 물량을 완판했다. 정당 계약을 실시한 뒤 3개월 만에 달성한 것이다. 앞서 주거용 오피스텔 계약이 먼저 완료됐고, 이번엔 아파트까지 완판된 것이다.


계약금을 분양가의 10%서 5% 수준으로 낮춰 계약자들의 초기 자금 부담을 덜었다. 발코니 확장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중도금 이자 지원과 계약 축하금 중 한 가지 혜택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힐스테이트 더 운정은 ‘역세권 단지’다. 경의중앙선 운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 디지털미디어시티, 용산, 서울역 등으로 이동이 용이하다. 여기에 서해선 파주연장선도 최종 확정됐다. 연내 개통 예정인 GTX-A도 인접해 있다.

차량 이용 시 자유로와 제2자유로, 서울~문산 고속도로 진입이 수월하다. 주변으로 지하철 3호선 연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여의도공원의 3.2배 규모를 자랑하는 운정호수공원과 접해 있다. 단지 바로 앞 소리천과는 산책로로 연결돼있어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도보로 통학 가능한 지산초는 물론 유정유치원, 파주와동초, 지산중, 한가람초, 한가람중, 가람도서관 등 교육시설이 가까이에 있다.

계약금이 5%로 낮아지면서 입주까지 추가 부담이 거의 없어 실수요는 물론 투자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가령 1년 새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8억원서 10억원으로 2억원 오르면 계약금도 8000만원서 1억원으로 2000만원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계약금을 5%로 깎으면 1억원이 아닌 5000만원만 내도 계약할 수 있게 된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아파트 분양가 상승 지속도 기존 분양 중인 단지를 염두한 수요자들의 움직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더불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분양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시멘트와 레미콘 등 원자재 값부터 인건비까지 모두 상승하고 있어 분양가는 앞으로 더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비교적 합리적인 분양가에 공급되는 단지에는 수요자들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계약금을 5%로 변경하는 단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 견본주택을 방문하면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서 분양 중인 계약금 5% 낮춘 단지들.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선보이는 ‘트리우스 광명’은 현재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올해 12월 입주를 앞둔 후분양 단지로 빠른 입주가 가능하다. 발코니 확장을 비롯해 다양한 옵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여기에 일반적인 타 단지 계약금 10~20%에 비해 트리우스 광명은 계약금 5%의 혜택을 제공해 수분양자의 초기자금 마련 부담을 덜었다. 또 인근 타 단지 중도금 대출금리(1월 기준)가 4.9~5.5%에 달하는 것과 달리 트리우스 광명은 4.1~4.2%대 대출금리로 중도금 대출금리 부담도 덜 수 있다.

기존 10%서 5%로 계약조건 변경
쌓였던 미분양 물량 모두 팔려

합리적인 분양가도 장점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광명시 일원에 위치한 ‘철산역 롯데캐슬&SK뷰 클래스티지(2022년 3월 입주)’ 전용면적 84㎡는 올해 9월 12억9700만원에 거래됐다. 이 단지와 비교했을 때 트리우스 광명 동일 면적의 분양가는 10억1840만~11억5380만원(임의공급 가구 기준)으로 최대 약 2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지하철 1호선 개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이 노선을 통해 서울역, 고속터미널, 강남구청 등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앞에 10여개의 버스 노선이 정차하는 버스 정류장이 위치해 대중교통 이용도 수월하다.

최근 제5차 국가철도망 계획 발표 이후 GTX-D 노선(광명시흥역) 신설 발표로 광명뉴타운은 수혜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노선 개통 시 광명뉴타운서 강남까지 20분 내외로 이동할 수 있을 전망이다. 광명북중, 광명북고를 도보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연서도서관과 광명사거리역 인근 학원 및 철산동 학원가 이용이 수월하고, 목동 학원가도 차량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분양가는
더 오른다”

광명 전통시장과 롯데시네마 등 쇼핑·문화시설이 가깝다.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등 행정기관 이용도 쉽다. 중앙시장, 철산로데오거리 등 철산역 생활권과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등 구로구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다.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 대우건설이 평택에 공급하는 ‘평택 푸르지오 센터파인’이 고객 친화적 조건 변경을 실시한다. 평택화양지구에 신축되는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총 851가구 규모다. 타입별 분양 가구는 74㎡ 199가구, 84㎡ 644가구, 122㎡A 8가구로 구성돼있다.

화양지구의 가장 앞자리로서 확 트인 조망권을 자랑한다. 초등학교를 비롯해 각종 생활 인프라가 도보권에 위치한 ‘슬세권’ 입지를 갖췄다는 평이다. 입주는 2026년 11월 예정.

이번 조건 변경을 통해 1차 계약금을 기존 1000만원서 500만원으로 낮췄다. 전체 계약금도 10%서 5%로 줄였다. 소비자들의 초기 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이다. 여기에 원래부터 실시해 온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도 그대로 유지되며 6개월 후 무제한 전매도 가능해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분양 관계자는 “1차 계약금 500만원 및 전체 계약금 5%의 조건은 지금까지 화양지구에 분양한 단지 중 최초로 적용되는 것으로서, 부동산 불황에 부담을 느낄 고객 분들을 위해 준비됐다”며 “낮은 계약금과 중도금 무이자 등으로 입주 때까지 약 2500만원이면 푸르지오 브랜드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도금 무이자 적용
발코니 확장 무상으로

화양지구는 다양한 개발 호재로 서평택 지역서도 가장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민간주도 도시개발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향후 개발 완료 시 2만여가구가 거주하는 거대 도시로 거듭나 동부에 집중돼온 평택의 무게 중심을 서부로 이동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올해 개통 예정인 서해선 복선전철 경부고속선과 직결 추진 중인 서해선 복선전철 안중역이 인근에 올해 개통 예정으로, 이곳과 평택역을 연결하는 평택선도 현재 공사 중이다. 또 올해 초 GOX-C 노선의 평택, 아산 방면 연장 계획까지 발표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단지는 평택항과 가까워 경기경제자유구역 평택포승(BIT)·현덕지구, 아산국가산업단지 원정·포승지구, 포승2일반산업단지 등의 대규모 산업단지의 직주근접단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클러스터, 수소복합지구 등도 추가로 계획돼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DK아시아가 인천 서구에 조성하는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 계약금을 기존 10%서 5% 낮춰 선착순 분양 중이다. 국내 최초로 도시(City) 브랜드 개념을 도입해 하이엔드 리조트도시 콘셉트의 사업을 추진하는 DK아시아는 특화된 기반시설과 도심 속 명품 조경, 조경시설 등을 고루 갖춘 총 2만1313세대 리조트특별시를 신흥부촌으로 조성해 나가고 있다.

왕길역 로열파크씨티 푸르지오는 인천 서구 왕길동 일원에 지하 2층~지상 29층, 15개동, 전용면적 59·74·84·99㎡, 총 1500세대 대단지로 공급된다. 실내 수영장, 복층형 인도어 골프연습장, 인천 최초의 프리미엄 유럽형 프라이빗 상영관까지 설계된다. 

초기 자금
2500만원

여기에 입주민들의 사생활 보호 및 안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경호와 보안서비스가 강화된 로열 가드 시스템도 구축한다. 시범단지 입주 혜택으로 각 실에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최신 LG시스템 에어컨과 냉장과 냉동, 그리고 김치냉장고로 구성된 컬럼 빌트인 냉장고(오토도어, 삼성/LG 택1)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인천 최초 풀옵션 아파트다.

느티나무와 롤 잔디 등으로 꾸며진 유럽식 중앙정원인 로열센트럴파크가 조성된다. 또 140m의 순환길 형태의 웰빙 황토 산책길, 800m 길이의 프라이빗 산책길, 테마 숲길도 만들어진다.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며, 전매제한 기간은 6개월이다.

금융 혜택으로 계약금(5%)을 납부하면,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혜택을 제공해 비용 부담도 크게 낮췄다.

인천지하철 2호선 왕길역 역세권 입지면서 공항고속도로, 공항철도 등을 통해 인천 전역은 물론 강남권과 서울 강서(마곡), 김포 등 인접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공항철도와 서울지하철 9호선 직결사업이 확정됨에 따라 향후 환승 없이 40분대(급행 기준)면 강남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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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