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쏙 들어간’ 피의사실 공표 논란

같은 식구라 하는 척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배우 이선균씨가 경찰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지 세 달이 다 돼간다. 그의 죽음으로 불거졌던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된 조사나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 경찰의 실적을 위해서인지 사문화된 법조문 때문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제2의 이씨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관련자 처벌과 관련 법 개정이 절실하다.

지난해 12월, 고 이선균 배우가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사 자료를 유출한 사람에 대한 징계와 피의사실이 유출된 사람에게 공표금지 청구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하고 지난해 10월부터 수사했다. 

시끌벅적
마약 사건

수사 과정서 이씨는 간이시약 검사를 비롯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2·3차 정밀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경찰은 지난해 12월23일 이씨를 3차로 불러 19시간에 걸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같은 달 26일엔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제출했다.

마약 투약 혐의 관련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 억울하다는 입장이 의견서에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백을 주장하던 이씨는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성북구 성북동의 한 주차장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구체적인 수사 상황과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자 이씨가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봤다.

실제로 이씨 사건 당시 수사 과정서만 확보할 수 있는 진술, 자료, 수사 계획 등이 지속적으로 보도됐다. 심지어는 통상 피검사자에게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 마약 검사 상황이나 결과 등까지도 실시간으로 보도됐다. 게다가 수사 상황과 상관없는 이씨의 사생활이나 확인되지 않은 의혹까지 우후죽순으로 쏟아지기도 했다.

경찰 내부서 수사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 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를 진행했다”며 “일부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 출석 요구나 수사 상황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자 경기남부청에선 인천경찰청으로부터 이씨 사건 수사 정보 유출 경위 관련 수사 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청은 지난 1월18일 정식 조사에 착수하고 같은 달 23일, 이씨 수사를 진행한 인천청 마약범죄수사계와 이씨 수사 정보를 자세히 보도한 언론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재빠르게 행동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보고서가 유출된 것은 맞다”는 수사 유출을 확인한 것 외에는 진척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 문건인 수사보고서를 유출한 사람이 누군지 유출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조차 파악되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수사를 상당히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기현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 자리서 “수사 유출 목록 확인 등 필요한 수사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압수수색 여부 등 자세한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도 지난 4일 정례 간담회서 “철저하게 필요한 수사는 모두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실적 수사를 지향하고 있어 징계 절차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해 4월 전국 시·도경찰청장 화상회의서 ‘마약범죄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마약범죄 수사 유공자를 특진 임용했다.

이선균 사건 모든 수사 상황 중계 보도
징계 없이…경찰 실적 위해 처벌 안 해?

윤 청장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범죄 근절을 위해 계속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며 “올해 마약 특진 규모를 작년의 6배인 50명 이상으로 늘리고, 공적이 뛰어나다면 수사팀 전체도 특진시키는 등 대대적으로 포상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윤 청장의 발언 이후 경찰의 모든 기능이 마약 수사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각 시도경찰청장(본청은 국가수사본부장)이 총괄하는 합동단속추진단 설치 구상을 내놨다. 

이런 상황서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범죄로 이목을 끌고 수사 결과까지 좋았다면 팀 단위 특진은 떼놓은 당상인 셈이다. 한 마약수사계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다른 사건보다 마약범죄 보도가 많이 된 것은 수사 실적을 널리 알리려는 내부적인 움직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경찰 출신 변호사는 “이씨 사건은 경찰이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서 수사가 진척됐다”며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또 강압적인 수사를 진행해 자백받아 사건을 마무리해 실적을 올리려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목을 끈 덕분인지 인천경찰청은 지난달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총경 승진 인사를 배출한 데 이어 전국 경찰청 성과 평가에서 ‘A’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1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에 제출한 18개 시·도청 성과 평가 등급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부산청 등 4곳은 가장 높은 S 등급(상위 20% 이상)을 받았다. 인천청을 비롯해 대구·광주청 등 7곳은 A 등급(상위 40% 이상)이었다.

등급은 최고인 S부터 최하인 C까지 4개로 나뉘는데, 소속 직원의 성과급과 승진 인원에 영향을 준다.

이를 두고 부실 수사 논란과 기밀 유출 의혹에 휩싸인 인천청이 상위 두 번째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과 등급은 치안 종합성과 등 각 지표를 종합 판단하는 만큼 하나의 사건이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다”고 항변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경찰 내부에선 인천청이 실적을 인정받았는데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경찰청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어 조사나 징계위원회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이미 사문화된 조문이라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1953년 형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민감한 피의사실이 공개되면 ‘여론재판’이 이뤄져 무죄추정의 원칙은 의미를 잃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상실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였다.

형법 제126조에 따르면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 공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에 관련한 형사 판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지난 10년간 검찰서 피의사실 공표로 기소한 사례조차도 없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피의사실 공표 사건 조사 및 심의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검찰에 피의사실 공표로 접수된 사건은 347건이지만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단지 검찰서도 그저 민사소송의 대법원 판례만 참고할 뿐이다.

대법원은 지난 2002년 9월24일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공권력에 의한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국민들에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강한 신뢰를 부여함은 물론 그로 인해 피의자나 피해자 나아가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 치명적인 피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기관의 발표는 원칙적으로 일반 국민들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항에 관해 객관적이고 충분한 증거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사실 발표에 한정돼야 하고 이를 발표함에 있어서도 정당한 목적하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자에 의해 공식의 절차에 따라 행해져야 하며 무죄추정 원칙에 반해 유죄를 속단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을 피하는 등 그 내용이나 표현 방법에 대해서도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매우 엄격한 요건하에서만 허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표 목적의 공익성, 공표 내용의 공공성, 공표의 필요성, 피의사실의 객관성 및 정확성, 그 표현 방법,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및 내용 등을 두루 고려하지 않고 관행처럼 피의사실 공표를 묵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흐지부지?

이를 두고 대한변호사협회 사법인권침해조사단 소속 한 변호사는 “기소 판단의 주체가 수사기관이라는 특이점서 온 현상”이라며 “수사기관의 편의적이고 자의적인 수사 관행을 타파하고 관련 법령체계를 합리적으로 재정비하기 위해 실정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된 것에는 법무부와 수사기관의 공보 규칙서의 많은 예외 사항이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예외 사항으로는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가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 등 6개 사항이다.

특히 ‘중요 사건’의 범위가 넓은 것도 문제다.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내란, 외환, 대공, 선거, 노동, 집단행동, 테러, 대형참사, 연쇄살인 관련 사건’ ‘판사 또는 변호사의 범죄’ ‘국회의원 또는 지방의회 의원 등 공직자 범죄’ ‘공안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이 여럿 있다.

‘특히 사회적 이목을 끌만한 중대한 사건’도 포함되는데, 이 또한 자체 해석에 따라 고무줄처럼 적용될 여지가 있다.

실례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현 조국혁신당 대표)의 자녀 입시 비리 수사 당시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피의사실공표죄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당시 기존 수사공보준칙을 폐지하고 공표 금지의 강도를 더욱 높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재개정했다.

해당 규정에는 내사 사실을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고 나와 있다. 예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가 허용된 경우에도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 전문공보관의 공보와 국민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해 사건관계인의 인권보장과 국민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익을 위해’라는 명목으로 피의사실 공표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애매모호한 규정만 있어 죄를 입증하기도 처벌을 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한다. 발표할 수 있는 사실의 범위, 구체적인 언론 대응 기준이 수사기관마다 다른 점 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없다?
흘려도 71년 동안 기소 없어

미국의 경우는 검사의 업무 지침에 언론 브리핑 원칙이 적혀 있다. 그중 피의자의 범죄 전력, 유무죄에 대한 의견 등 편견을 낳을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 보도자료에도 “단순한 혐의에 불과하며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코멘트 역시 필수로 적도록 했다.

미국 미연방대법원서도 “언론의 자유는 모든 법적 절차 과정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나 그것이 재판의 원래 목적인 공정성을 혼란시킬 정도로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피의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표돼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언론사와 수사기록을 흘린 사람을 법정 모욕죄에 따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의사실공표죄의 사문화를 없애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재현 오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사실공표죄의 사문화는 공보와 피의사실 및 위법성 조각 사유 사이에 얽힌 법리와 명확하지 못한 기준들도 적지 않은 원인이 됐을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 제시를 통해 공표의 내용과 범위를 설정하는 게 규범력을 회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관계를 고려해 보다 조화롭게 개정해야 한다”며 “피의사실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대한 범죄로 인해 공익적 목적이 있거나 피의자가 공적 인물인 경우 우선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피의자의 기본권 보장과 관련한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 과정서의 일반적·절차적 사항은 공표가 가능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는 “중요한 건 진술과 증거 내용이다. 어떤 맥락이나 관점서 해당 진술을 보느냐에 따라 의미가 뒤바뀔 수 있다. 증거도 위법하게 수집됐거나 ‘전문 증거(타인에게 전해 들은 말)’일 수도 있다. 법원이 심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서 일방적 진술이나 증거가 진위 확인도 없이 공개되면 편견과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는 것”라며 “객관적 사실만을 공표할 수 있게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는 이른바 ‘이선균 금지법’ 이야기도 대책으로 꼽혔다. 지난 1월3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 소속 백민 변호사는 “수사기관 등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경우 피의자가 법원에 피의사실의 삭제와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청구할 수 있도록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변호사는 “재판부에 선입견을 심을 수 있는 피의사실을 검찰이나 경찰이 기소 전에 공개한 것으로 의심될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판사 출신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도 지난해 12월 피의사실공표금지청구권을 신설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피의사실이 공표·유포·누설됐을 경우, 피의자가 법원에 언론 보도 등을 삭제하거나 앞으로의 공개도 막게 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이선균 
금지법

한편 수사기관이 흘린 피의사실을 그대로 받아적는 언론기관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이야기도 나온다.

백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는 수사기관의 실적 홍보와 언론기관의 선정적 보도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서로 확대, 증폭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언론사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도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를 받아 위법하게 피의사실을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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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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