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레트로 ④부여 규암마을

젊은 공예가들이 만드는 레트로 마을

 

백제 문화재가 가득한 부여읍에서 다리를 건너면 규암마을이 나온다. 과거 나루터와 오일장을 중심으로 번성한 규암마을은 1960년대에 백제교가 생기며 쇠퇴했다. 강 건너 부여읍으로 생활권이 자연스럽게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떠나고 빈 집, 빈 상가가 남은 마을에 공예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면서 레트로 여행지로 거듭났다.

규암마을에 들어서면 백마강(금강) 둑을 따라 도로가 길게 형성됐다. 이 도로 주변에 상가가 드문드문 자리 잡았는데, 한눈에도 쇠퇴한 모습이 드러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예스러우면서 뭔가 세련된 느낌이 든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우고 걸어가면서 구경한다. 먼저 규암마을의 대표 명소 책방세간을 찾았다. 80년 된 담배 가게를 허물지 않고 창조적으로 재해석한 책방이다. 드르륵~ 열리는 나무 미닫이문 소리가 경쾌하다. 안으로 들어서면 벽면이 연한 분홍빛으로 반짝이며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담뱃갑 은박 속지를 연상시키는 홀로그램 벽면이다. 여기서 반사된 빛이 책방 내부를 은은하게 비춘다.

123사비

책방을 둘러보면 본래 있던 것을 활용한 점이 신선하다. 담배 가게 주인 이름이 새겨진 문패와 금고 등을 그대로 전시했고, 담배 가게 진열장은 책 진열장으로 바꿨다. 책방 내 카페에서 주문한 음료를 마시며 여유롭게 책을 보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책방세간은 2018년 규암마을에서 가장 먼저 생겼다. 낙후한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세간의 박경아 대표다. 세간은 ‘집안 살림에 쓰는 온갖 물건’을 뜻하는 세간살이의 준말이다. 공예 디자이너 출신 박 대표는 인사동 쌈지길에서 시작해 북촌, 서촌,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등 대표적인 문화 거리에서 유명 아트 숍을 운영해 온 실력자다. 하지만 아트 숍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쫓겨나지 않을 마을(거리)이 필요했고, 규암마을에서 자신의 꿈을 펼쳤다.

박 대표는 책방에 이어 카페 수월옥, 음식점 자온양조장, 숙소 작은한옥 등도 만들었다. 모두 오래된 한옥과 양조장을 매입해 꾸몄다. 하나하나 공간을 마련할 때, 헐지 않고 복원을 선택했다. 오래된 공간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 공간을 연결해 ‘자온길’이라고 불렀다. 자온(自溫)은 ‘스스로 따뜻해지다’라는 뜻으로, 인근의 자온대에서 따온 이름이다.


책방세간 옆에 부여서고가 있다. 책방 이름 같지만, 염색 장인 송성원 대표가 만든 다양한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편집 숍이다. 부여서고의 이름은 ‘각 분야의 문화가 서고의 책처럼 많이 모인다’는 의미다. 베트남에서 제작한 수제 소쿠리와 가방이 눈에 띈다. 그 앞에 파란 앞치마는 당장 두르고 싶을 정도로 예쁘다. 고대 목조 건축에 쓰이던 장식 기와인 ‘치미’의 디자인을 문구류, 도자기, 패브릭 제품 등에 접목한 아이디어도 탁월하다.

빈 집과 상가에 공예가들이 모여 만든 곳
옛스러움과 세련됨을 동시에 지닌 마을

민간에서 책방세간과 부여서고 등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면, 부여군은 공예에 초점을 맞춰 123사비공예마을을 운영하고 규암마을에 흩어져 있는 12개 공방을 지원한다. ‘123사비’는 123년에 이르는 사비 백제 역사를 바탕으로 공예인의 손길을 따라 새롭게 태어나는 규암마을이 되고자 하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다. 123사비창작센터와 123사비레지던스를 통해 청년 공예인에게 작업실과 숙소도 제공한다.

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는 백마강이 내려다보이는 공간으로, 공예 작품 전시와 판매, 플리 마켓 등을 진행한다(올해 3월부터 운영 재개 예정). 지난해 11월에 연 123사비공예페스타에서는 입주 공방 작가들의 원데이 클래스, 123사비공예마을 도슨트 투어 등을 펼쳐 작가와 주민, 관광객이 한바탕 어우러졌다.

규암마을의 이름이 유래한 자온대는 수북정(충남문화재자료) 아래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인 수북정은 백마강과 백제교가 한눈에 보이는 정자다. 조선 광해군 때 양주 목사 김흥국이 건립했고, 그의 호를 따 수북정이라 부른다. 수북정 아래 튀어나온 바위가 자온대다. 백제 의자왕이 왕흥사에 불공을 드리러 가면서 먼저 이 바위에 올라 예불을 올렸는데, 바위가 저절로 따뜻해졌다는 전설이 있다. 자온대는 바위 생김새가 누군가 엿보는 것처럼 머리만 내민 형태라서 규암(窺岩)이라고 부른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에 포함되며, 부소산성은 궁남지와 함께 ‘2023~2024 한국 관광 100선’에 들었다. 부여 관북리 유적(사적)은 마치 드넓은 공터처럼 느껴지는데, 사비 백제 시대 왕궁 터로 알려졌다. 관북리 유적에서 출토된 주춧돌 뒤쪽에 있는 한옥은 부여동헌(충남유형문화재)이다. 관북리 유적 뒤편이 부소산성이다. 부여 부소산성(사적)은 사비 백제 시대 왕궁을 지킨 방어 거점이자 후원이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낙화암에서 유장하게 흐르는 백마강을 굽어보기 좋다.

미암사


내산면 저동리에 자리한 미암사는 602년에 관륵 스님이 창건한 작은 사찰이다. 절 이름은 산신각 옆에 있는 쌀바위(충남기념물)에서 유래했다. 손자를 얻고자 불공을 드리는 노파에게 바위가 쌀을 내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쌀바위는 석영 덩어리로 쌀처럼 흰색을 띤다. 미암사 초입에는 금불상 196개가 세워져 있으며, 길이 30m에 높이 7m 거대한 와불이 볼만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수북정→규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부여 궁남지→규암마을
-둘째 날 수북정→미암사→무량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여문화관광 www.buyeo.go.kr/html/tour
-책방세간 www.insta gram.com/segan_books
-123사비공예마을 www.buyeo.go.kr/html/123sabi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www.buyeo.go.kr/html/heritage/index.html#skipnavigation
-미암사 www.miamsa.com

문의 전화
-충남종합관광안내소 041)830-2880
-책방세간 041)834-8205
-부여서고 041)833-9531
-123사비공예마을 041)830-6865
-미암사 041)832-1188

대중교통
버스 서울-부여,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회(08:50, 11:10, 17:3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성요셉병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50m 이동, 301번·328번 등 농어촌버스 이용, 규암시장 정류장 하차, 약 1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부여시외버스터미널 1666-3597

자가운전
서천공주고속도로 부여 IC→월구교차로→대백제로→규암교차로→123사비아트큐브&전망대 주차장

숙박 정보
-부여자온대펜션: 규암면 수북로, 010-2478-6504, https://jaondae.modoo.at
-롯데리조트 부여: 규암면 백제문로, 041)939-1000, www.lotteresort.com
-부여정: 부여읍 월함로71번길, 010-9343-0134, www.instagram.com/buyeojung
-만수산자연휴양림: 외산면 휴양로, 041)832-6561,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송도회관(황태찜·아귀찜): 규암면 수북로, 041)835-2345
-강변가든(포천이동갈비구이·제육백반): 규암면 수북로, 041)834-6889
-먹을래싸갈래(김치찌개·청국장): 규암면 자온로, 041) 836 -5002
-구드래보리밥(보리밥·콩나물밥): 부여읍 나루터로, 041) 835-0750

주변 볼거리
부여 정림사지, 백제문화단지, 부여 왕릉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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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