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71)구중궁궐 백설공주처럼…(완결)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26 02:00:00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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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청와대 궁궐 속의 대통령은 별다른 통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구중궁궐에 백설공주처럼 누워 백마 타고 올 어떤 초인을 꿈꾸는 걸까? 

국민들은 불평불만을 수군거렸다. 생활은 물론 아버지 박통 시절에 비해 물질적으로 상당히 좋아졌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의 끝없는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정신적으로 더욱 피폐해져 갔다.

영혼을 잃어버린 욕망 로봇처럼… 여대통령은 오불관언 자신만의 꿈속에 빠져 “통일 대박! 잡념을 버리고 정신통일하면 신비로운 우주의 에너지가 도와 만사혈통 성취된다!”라며 대국민 메시지를 뇌까리곤 했다. 

거짓말에 갇혀

어느 날, 나는 피에로씨와 함께 식당에서 수저를 집다가 텔레비전를 통해 그 뉴스를 들었다. 사실 처음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었다.


고등학생들을 태우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해 가라앉는 중이라고 얘기하는 듯싶었다. 

티브이 화면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 밥 먹으며 잡담하느라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짓푸른 바다에 커다란 배가 뜬 채 기울어진 모습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그닥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다가 해경 구조대와 하늘에 뜬 헬리콥터가 긴급 활동을 벌이는 성싶었으므로 모두들 큰 걱정은 제쳐둔 눈치였다. 

얼마 후엔 전원 구조됐다는 속보를 피에로 씨에게서 전해 들은 터라 안심하곤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건 가짜 뉴스였다. 약간 실없는 편인 피에로 씨의 거짓말이 아니라 국영 언론사의 오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속고 있는 사이 갇힌 아이들은 발버둥치며 하나 둘 죽어가고 있었다니…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마치 엽기적인 만화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현실이었다.

정녕 놀랍고 기이한 시간의 영원 같은 지속이었다.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도 아닌데, 갑판으로 뛰어나온 남녀 학생들이 구출해 달라며 하얀 손을 흔들어대는데, 무슨 무장 게릴라들이 총을 쏘아대는 것도 아니건만, 도대체 왜 그럴까?


왜 헬리콥터는 공중을 빙빙 떠돌다가 그냥 돌아가 버렸으며, 해경 구조대는 계속 허둥지둥거리기만 할 뿐 어린 생명들이 애타는 손을 붙잡아 주지 않는 것일까?

그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한국 현대사에 미스터리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애달피 절규했던가!

동서고금에 걸쳐 역사의 뒤안길엔 최고 권력층의 검은 마수들이 해괴한 사건을 조작한 경우가 많았다.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인신공양의 제물로 삼는 짓이 서슴없이 저질러졌던 것이다.

한국 역사,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현대사 속에서도 적잖게 일어나곤 했었다. 장막 뒤에 숨은 흑역사의 줄을 쭉 꿰어 보면 겉에 드러난 역사가 오히려 우스울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망한 소문이 떠돌았다. 모종의 목적을 위해 배를 일부러 침몰시켰다느니, 순수하고 뜨거운 피를 지닌 청소년 수백명의 목숨을 수장 공양해야 여대통령의 정치적 운세가 선덕여왕보다 더 찬란하게 꽃핀다는 무당말에 미혹된 결과라느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워낙 황당스하다 보니 유언비어라고 무시해 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수많은 청소년들이 계속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있는데도 한참 뒤늦게 나타난 여대통령의 모습은 어린아이들마저 이상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볼 만큼 가관이었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금방 일어나 마지못해 나온 기색이 드러나 보였다. 백설공주처럼 건강하지 않고 부석부석한 얼굴에 애매모호한 눈이었다.

혹시 무슨 미약이 든 사과라도 먹지 않았을까 의혹 섞인 소문이 또 떠돌았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하기엔 좀 어쭙잖은 말은 의심을 사고 남을 만했다.

여기서 그 미스터리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으련다. 아주 많이 알려졌기에 이만큼 서술한 것도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을지 염려스럽다.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걸물 마수
드러난 국정 농단…국민의 믿음 배신


아무튼 그 무렵부터 국정 최고 운영자로서 여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점점 가치를 상실해 갔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대선 운동 당시의 나름 풋풋한 패기도, 당선된 후 취임식 석상에서 활짝 웃으며 맹세하던 건강성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얀 손을 든 채 고운 입술로 읊은 선서는 잃어버린 보석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보석이 아닌 온 국민의 보석…. 

과연 누가 훔쳐 간 것일까? 문고리 3인방이니 그녀를 처녀 적부터 지도했다는 사이비 교주의 이름 따위가 거론되었지만, 결국 흑막 뒤에서 서서히 악의 마각을 드러낸 건 최순실(얼마 후 둔갑하듯 최서원으로 개명)이란 여자였다.

최 여사는 하늘 아래 가장 결백하노라 주창했으나, 흑막 뒤에서 여대통령을 조종해 국정농단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증거를 통해 속속 밝혀졌다.

일견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최 여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걸물 마수였던 셈이다. 여대통령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삼아 국민을 희롱했다고 말한다면 지나칠까?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아버지의 장점만 이어받아 나라를 아름답게 발전시키길 바라던 국민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녀에게 표를 주었던 국민은 실망했고, 자신의 한 표를 아꼈으나 그래도 한 가닥 기대감이나마 품었던 국민은 절망을 넘어 분노한 나머지 스스로 암흑 천지를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 들었다.

백 송이의 꽃불은 천 송이에서 만 송이로 늘다가 점점 백만송이 천만송이의 거대한 소망으로 타올랐다.

낡은 태극기와 이상한 성조기를 치켜든 지지자들이 광화문 앞에 모여 검은 입김을 불었으나 꽃불은 더욱 환하게 활활 타오르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심판이 내려졌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여대통령은 자신의 능력 부족과 측근들의 국정농단, 부정부패로 인해 결국 권좌에서 끌려 내려오고 말았다. 

오방색 주머니 속의 비현실적으로 화려하던 모조 다이아몬드 같던 ‘통일 대박론’도 당연히 사라져 버렸다. 언제 또 어느 누군가에 의해 더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을 희롱할지 모르는 미지의 보석 구슬…. 

물거품된 희망

어느 날, 피에로 씨와 내가 옥상에서 ‘사이비 교주 영감을 면회하려 교도소엘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토론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래쪽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통일은 대박, 통일은 쪽박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너와 나의 사랑이 행복일지 
슬픔의 씨앗을 잉태할지~ 

분단은 대박, 분단은 쪽박
그 누가 손금 보듯 알 수 있을까요? 
애증의 쌍곡선이 어디로 흘러갈지 
무정한 세월만 흐르는데… <끝>


그동안 <대통령의 뒷모습>을 애독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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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