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71)구중궁궐 백설공주처럼…(완결)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4.02.26 02:00:00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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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청와대 궁궐 속의 대통령은 별다른 통치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구중궁궐에 백설공주처럼 누워 백마 타고 올 어떤 초인을 꿈꾸는 걸까? 

국민들은 불평불만을 수군거렸다. 생활은 물론 아버지 박통 시절에 비해 물질적으로 상당히 좋아졌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의 끝없는 게임에서 살아남아야 했으므로 정신적으로 더욱 피폐해져 갔다.

영혼을 잃어버린 욕망 로봇처럼… 여대통령은 오불관언 자신만의 꿈속에 빠져 “통일 대박! 잡념을 버리고 정신통일하면 신비로운 우주의 에너지가 도와 만사혈통 성취된다!”라며 대국민 메시지를 뇌까리곤 했다. 

거짓말에 갇혀

어느 날, 나는 피에로씨와 함께 식당에서 수저를 집다가 텔레비전를 통해 그 뉴스를 들었다. 사실 처음엔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었다.


고등학생들을 태우고 제주도로 수학여행 가던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해 가라앉는 중이라고 얘기하는 듯싶었다. 

티브이 화면을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으나 대부분 밥 먹으며 잡담하느라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짓푸른 바다에 커다란 배가 뜬 채 기울어진 모습이 사실이긴 했다.

하지만 그닥 위험해 보이지 않는데다가 해경 구조대와 하늘에 뜬 헬리콥터가 긴급 활동을 벌이는 성싶었으므로 모두들 큰 걱정은 제쳐둔 눈치였다. 

얼마 후엔 전원 구조됐다는 속보를 피에로 씨에게서 전해 들은 터라 안심하곤 잊어버렸다. 그런데 그건 가짜 뉴스였다. 약간 실없는 편인 피에로 씨의 거짓말이 아니라 국영 언론사의 오보였던 것이다. 

우리가 거짓말에 속고 있는 사이 갇힌 아이들은 발버둥치며 하나 둘 죽어가고 있었다니…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마치 엽기적인 만화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현실이었다.

정녕 놀랍고 기이한 시간의 영원 같은 지속이었다.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버린 것도 아닌데, 갑판으로 뛰어나온 남녀 학생들이 구출해 달라며 하얀 손을 흔들어대는데, 무슨 무장 게릴라들이 총을 쏘아대는 것도 아니건만, 도대체 왜 그럴까?


왜 헬리콥터는 공중을 빙빙 떠돌다가 그냥 돌아가 버렸으며, 해경 구조대는 계속 허둥지둥거리기만 할 뿐 어린 생명들이 애타는 손을 붙잡아 주지 않는 것일까?

그 누가 보더라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한국 현대사에 미스터리가 하나 더 추가되는 순간. 얼마나 많은 엄마 아빠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애달피 절규했던가!

동서고금에 걸쳐 역사의 뒤안길엔 최고 권력층의 검은 마수들이 해괴한 사건을 조작한 경우가 많았다.

자기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국민을 인신공양의 제물로 삼는 짓이 서슴없이 저질러졌던 것이다.

한국 역사,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현대사 속에서도 적잖게 일어나곤 했었다. 장막 뒤에 숨은 흑역사의 줄을 쭉 꿰어 보면 겉에 드러난 역사가 오히려 우스울 수도 있으리라.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망한 소문이 떠돌았다. 모종의 목적을 위해 배를 일부러 침몰시켰다느니, 순수하고 뜨거운 피를 지닌 청소년 수백명의 목숨을 수장 공양해야 여대통령의 정치적 운세가 선덕여왕보다 더 찬란하게 꽃핀다는 무당말에 미혹된 결과라느니…

제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믿기 어려운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 워낙 황당스하다 보니 유언비어라고 무시해 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더구나 수많은 청소년들이 계속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있는데도 한참 뒤늦게 나타난 여대통령의 모습은 어린아이들마저 이상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볼 만큼 가관이었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금방 일어나 마지못해 나온 기색이 드러나 보였다. 백설공주처럼 건강하지 않고 부석부석한 얼굴에 애매모호한 눈이었다.

혹시 무슨 미약이 든 사과라도 먹지 않았을까 의혹 섞인 소문이 또 떠돌았다. 그런 위급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하기엔 좀 어쭙잖은 말은 의심을 사고 남을 만했다.

여기서 그 미스터리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으련다. 아주 많이 알려졌기에 이만큼 서술한 것도 독자들을 지루하게 만들지 않았을지 염려스럽다.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걸물 마수
드러난 국정 농단…국민의 믿음 배신


아무튼 그 무렵부터 국정 최고 운영자로서 여대통령의 정치 생명은 점점 가치를 상실해 갔다.

그녀의 모습에서는 대선 운동 당시의 나름 풋풋한 패기도, 당선된 후 취임식 석상에서 활짝 웃으며 맹세하던 건강성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얀 손을 든 채 고운 입술로 읊은 선서는 잃어버린 보석이 되고 말았다. 그녀의 보석이 아닌 온 국민의 보석…. 

과연 누가 훔쳐 간 것일까? 문고리 3인방이니 그녀를 처녀 적부터 지도했다는 사이비 교주의 이름 따위가 거론되었지만, 결국 흑막 뒤에서 서서히 악의 마각을 드러낸 건 최순실(얼마 후 둔갑하듯 최서원으로 개명)이란 여자였다.

최 여사는 하늘 아래 가장 결백하노라 주창했으나, 흑막 뒤에서 여대통령을 조종해 국정농단을 자행했다는 사실이 증거를 통해 속속 밝혀졌다.

일견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최 여사는 대한민국 역사상 희대의 걸물 마수였던 셈이다. 여대통령을 꼭두각시 인형으로 삼아 국민을 희롱했다고 말한다면 지나칠까?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아버지의 장점만 이어받아 나라를 아름답게 발전시키길 바라던 국민들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녀에게 표를 주었던 국민은 실망했고, 자신의 한 표를 아꼈으나 그래도 한 가닥 기대감이나마 품었던 국민은 절망을 넘어 분노한 나머지 스스로 암흑 천지를 밝히기 위해 촛불을 켜 들었다.

백 송이의 꽃불은 천 송이에서 만 송이로 늘다가 점점 백만송이 천만송이의 거대한 소망으로 타올랐다.

낡은 태극기와 이상한 성조기를 치켜든 지지자들이 광화문 앞에 모여 검은 입김을 불었으나 꽃불은 더욱 환하게 활활 타오르기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심판이 내려졌다. 

“피청구인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 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여대통령은 자신의 능력 부족과 측근들의 국정농단, 부정부패로 인해 결국 권좌에서 끌려 내려오고 말았다. 

오방색 주머니 속의 비현실적으로 화려하던 모조 다이아몬드 같던 ‘통일 대박론’도 당연히 사라져 버렸다. 언제 또 어느 누군가에 의해 더 찬란한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을 희롱할지 모르는 미지의 보석 구슬…. 

물거품된 희망

어느 날, 피에로 씨와 내가 옥상에서 ‘사이비 교주 영감을 면회하려 교도소엘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토론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아래쪽에서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통일은 대박, 통일은 쪽박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너와 나의 사랑이 행복일지 
슬픔의 씨앗을 잉태할지~ 

분단은 대박, 분단은 쪽박
그 누가 손금 보듯 알 수 있을까요? 
애증의 쌍곡선이 어디로 흘러갈지 
무정한 세월만 흐르는데… <끝>


그동안 <대통령의 뒷모습>을 애독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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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