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공매도 금지 부작용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16 09:05:23
  • 호수 1462호
  • 댓글 3개

아직 달라진 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이 기간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큰 변동이 없다. 정부가 당초 목표했던 시장 안정화에는 접근하지도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빚투’로 주식 투자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서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 전략이다.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데 사용되는 기법이다. 즉, 향후 주가가 내려가면 해당 주식을 싼값에 사 결제일 안에 주식대여자(보유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질서 교란
불공정 악용

공매도는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불공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문제도 있다. 공매도 문제가 드러난 것은 지난해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국내서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했던 것이 밝혀졌다.

이들 금융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주식을 미리 빌려놓지 않은 상태서 공매도 주문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이 국내서 악의적 무차입 공매도로 적발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금융 당국은 국내 공매도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런 내용의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를 지난해 10월15일에 발표했다. 금감원은 2022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 조직을 설치한 뒤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무차입 공매도는 결제 불이행 위험이 커져서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국가서 금지하고 있다.


이들 글로벌 투자은행은 미리 빌려둔 주식 수량이 부족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공매도 주문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에 있는 투자은행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400억원어치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렇게 거래한 종목은 모두 101개다. A사는 공매도를 위해 부서 간 주식을 빌려주는 체계였는데, 이런 대차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해두지 않아 보유한 주식이 중복적으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았다. A사는 이를 알면서도 사후 차입으로 대응했다.

홍콩 투자은행 B사도 비슷한 경우였다. B사는 2021년 8월부터 12월까지 9개 종목을 상대로 16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차입 가능 수량을 확인한 뒤, 실제 차입은 최종적으로 체결된 공매도 수량만큼만 사후에 진행했다.

이들 금융회사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저질렀다. A사와 B사는 고객과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당사자가 주식 등 기초자산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상호 교환하는 약정) 매도 계약의 위험을 분산하는 과정서 공매도를 했는데, 이때 주식을 미리 여유 있게 빌려놓지 않고 총수익스와프 계약이 체결된 수량만큼만 사후 차입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변치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
목표 ‘시장 안정화’ 접근 못해

다만 종목별 총거래량 중에서 무차입 공매도 수량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 시세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도 바로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코스피·코스닥 등 한국 주식시장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여 있다”는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 중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공매도 금지의 결정적 사유로 작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금융 당국은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투자자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오후 임시 금융위원회를 개최해 내년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증권시장 공매도 금지조치’안을 의결했다.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은 한국 주식시장 역사에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2011년 유럽재정 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이후 네 번째다.

지금까지는 코스피200, 코스닥150에 속한 대형주 350개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가 허용되고 있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공동 브리핑서 공매도 거래 조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과 무차입 공매도 방지 방안 등 제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와 HSBC의 560억원대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10여개 글로벌 투자은행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했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원인 중 하나인 외국인·기관의 공매도를 들어 금지를 요구해왔다.

5만여명 이상의 개인투자자들이 국회에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을 내기도 했다.

“심각한 병폐”
윤 대통령 인식

금융 당국 내에서는 윤석열정부 공약 중 하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 공매도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점, 공매도와 주식시장의 과열 현상을 진정시키는 장점이 있다는 점 등 때문에 금지에 신중한 분위기가 강했지만, 내년 상반기 총선을 앞둔 상황임을 고려해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실은 “자산시장 내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 교란 행위는 반드시 뿌리뽑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불법 공매도 관련)공약 이행에 있어 한 치의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불법 공매도 세력을 자산시장의 심각한 병폐로 인식하고 있고,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결정 역시 이런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비공개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주식시장 공매도 제한 여부 등을 논의했다.

이날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당은 정부에게 그간 공매도와 관련해 지적돼왔던 여러 제도적 문제점들을 개선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며 “시중서 나오는 모든 문제를 가감 없이 전달했고 정부가 당의 요구를 무겁게 받아줄 것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앞서 여당 의원들은 공매도 한시 금지 필요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우리 투자자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서 손실과 손해를 입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법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Short(공매도)의 문제를 Long하게 끌어서는 안 된다”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11월5일…
현 상황은?

윤상현 의원은 SNS에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공매도 맛집’이라는 오명을 쓰도록 좌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매도가 금지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현재 상황은 어떨까? 공매도 금지 두 달 만에 코스닥시장의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왔지만, 상위 종목의 리스트는 여전히 큰 변동이 없다. 1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가 많이 늘어난 반면, 에코프로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코스닥의 공매도 잔고는 4조9916억원으로, 5조원이 깨졌다. 코스닥 공매도 잔고가 5조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5월16일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11월6일 시행된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가 분기점이 됐다. 공매도 금지 직전 6조251억원이던 잔고는 시행 후 5조7827억원으로 내려오면서 6조원대가 깨졌고, 금지 39일 만에 4조원대로 후퇴했다. 지난해 11월2일과 비교하면 1조335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공매도 상위 5개 종목인 ▲에코프로비엠 ▲에모프로 ▲엘앤에프 ▲HLB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금지 조치가 이뤄졌던 2개월 전과 변함이 없다. 다만, 최상위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시장 전체와 상반된 흐름이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해 11월3일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1조1611억원으로 코스닥 시장서 1위였다. 이후 공매도 금지 조치에도 이달 3일에는 1조3842억원으로 오히려 잔고가 늘었다. 시장조성자·유동성 공급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공매도가 잔고를 2200억원 넘게 늘렸다.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초 1조8051억원까지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줄어든 수준이다.

6조251억→4조원대 후퇴
상위 5개 종목은 그대로

이와 달리, 이코프로의 공매도는 같은 기간 2000억원 넘게 줄었다. 지난해 11월3일 1조1443억원이던 공매도 잔고가 이달 3일에는 9392억원으로 2051억원 축소됐다. 지난해 12월21일에는 1조원 아래로 내려온 뒤 감소세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6%를 넘던 공매도 비중이 5%대 중반으로 내려왔다.

이 밖에 929억원까지 올라갔던 레인보우로보틱스의 공매도 잔고가 536억원으로 크게 꺾였고, 주성엔지니어링도 공매도 금지 전 681억원서 338억원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수치만 보면 공매도 전면 금지가 증시 상승에 유효했다고 불 수 있다. 다만 공매도 금지로 국내 증시 이탈이 우려됐던 외인과 기관은 이 기간 매수 우위였으며, 개인은 매도 우위였다. 지난 한 달 기준으로도 외인과 기관은 각각 2조원, 4조원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개인은 7조원을 순매도했다.

공매도가 금지되면 99%의 공매도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과 기관의 자본이 빠져나가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빚투(빚내서 투자)’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해 9월 약 20조원까지 치솟았다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11월 16조원대까지 떨어졌지만, 12월 들어 보름 만에 17조원을 넘었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한 배경 중 하나인 시장 안정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는 “공매도 금지로 증시가 상승했다”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공매도 때문에 손해를 본다는 개인투자자들과 시장 변동성 축소를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금융 당국 등의 온도 차가 여전하다.

공매도 제도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공매도를 금지할 때 증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유동성 공급자나 시장 조성자의 공매도는 허용했으며, 공매도 대차상환 기한과 빌린 주식 금액 대비 보유해야 할 대주담보비율(개인 120%, 외인·기관 105%)을 손보지 않은 점도 지적받고 있다.

금융 당국이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90일로 통일하는 등 개선방안을 내놨으나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6월까지만
한시적 금지

정의정 한국 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의 공매도 비중은 1% 내외에 불과하고 공매도 시장은 사실상 외인과 기관이 독점하는 체제인데 우대하고 혜택을 주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금융 당국이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던 제도개선에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현실서 악용될 여지가 많아 한시적 금지 후 모든 측면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