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같은 ‘명품 조경’ 아파트

신규 분양아파트 가운데 조경 설계가 어우러진 단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브랜드 아파트들은 대부분 입지와 인지도서 이미 상향 평준화를 이룬 상황이라 단지 정체성을 살려 조경을 설계해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는 모양새다.

아파트 조경이 단지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상적인 아파트 단지의 조경 면적 비중(20%)을 훌쩍 넘겨 면적의 절반을 녹지로 꾸미는 단지가 늘어 수요자의 관심이 모아진다.

45% 달해
시세 주도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조경 분야 공사 실적 1위는 제일건설로, 93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543억원), 금강주택(420억원), 대방건설(413억원), 대우건설(383억원), GS건설(300억원) 등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주요 브랜드 건설회사라는 게 공통점이다. 시장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일수록 조경 공사실적이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단지 내 조경 비중이 높은 아파트는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조경률은 전체 아파트 단지 대지서 녹지나 조경시설이 차지하는 면적 비중을 의미한다.

건축법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에 따르면 연면적 2000㎡ 이상 건축물은 대지면적 15% 이상을 조경 면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아파트는 20% 안팎의 대지를 조경에 사용하지만, 최근에는 조경률이 40~50%에 달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경기 파주시 동패동 ‘운정신도시 아이파크’는 조경 면적이 45%에 달하는 대표적인 단지다. ‘운정신도시 대장주’로 불리며 일대 시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7월 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달 주변 단지 같은 면적이 6억4000만~6억9000만원 선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몸값이 최대 1억원가량 높은 셈이다.

단지 내 녹지 비중 높을수록 가치 인정
조경률 15% 이상 기본…40~50% 확보도

분양시장서도 조경 비중이 높은 단지가 청약에 선방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 신동 동탄2신도시에 지난해 4월 공급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는 전체 부지의 절반을 조경 공간으로 채웠다.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던 상반기에 공급한 단지임에도 공동주택에 이어 상가까지 완판됐다.

지난해 5월 분양한 파주시 목동동 ‘운정자이 시그니처’도 1순위 청약에 4만1802명이 몰리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 단지의 조경률도 45%에 달한다.

장경철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집 앞에 멋지게 꾸며진 정원을 갖고 있다는 건 입주민만이 지닌 특권”이라며 “저층 세대서까지 프리미엄을 불러오는 요소 중 하나가 조경설계인 만큼 단지의 가치상승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이라면 조경설계가 돋보이는 단지 위주로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단지 내 조경 면적이 넓거나 특화 조경을 도입한 공원형 아파트.

▲신반포 메이플자이= GS건설은 신반포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한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하는 ‘메이플자이’를 분양한다. 서초구 잠원동 60-3 일대에 조성되며, 지하 4층~지상 최고 35층 29개동 총 3307가구 규모다. 이 중 전용면적 43~59㎡ 162가구를 일반분양한다. 면적별 분양 가구 수는 43㎡A 38가구, 43㎡B 11가구, 49㎡A 53가구, 49㎡B 27가구, 49㎡C 12가구, 49㎡D 15가구, 59㎡A 2가구, 59㎡B 4가구다.


단지는 세심하게 신경 쓴 조경과 식재가 돋보인다. 수목과 휴게 시설물이 어우러지는 정원, 테마형 놀이터, 운동 공간 등 다양한 조경 특화시설이 조성된다. 단지 내 입주민 편의를 위한 고품격 커뮤니티센터 ‘클럽 자이안’에는 스카이라운지인 클럽 클라우드와 연회장, 게스트하우스, 골프연습장, 피트니스클럽, 수영장, 사우나, 실내체육관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들어설 계획이다.

공원형 
아파트

우수한 교육환경, 풍부한 생활 기반시설과 편리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한강공원이 인접해 있어 쾌적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제공할 수 있다. 먼저 단지 인근으로 원촌초, 원촌중, 경원중, 신동중, 반포고, 세화여고 등 명문 초·중·고교가 있다. 또 사립초등학교인 계성초, 서초구립 반포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이 있고 반포 학원가도 가까이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지하철 3호선 잠원역이 단지와 직결된다. 7호선 반포역도 바로 인접해 있다. 3·7·9호선이 지나는 고속터미널역과도 인접해 있으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통한 시외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올림픽대로, 한남대교, 경부고속도로 반포IC를 통해 시내외 교통도 이용하기 편리하다.

신세계백화점, 뉴코아아울렛 등 백화점과 대형마트, 고속터미널, 신사, 논현역 중심상업지구,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도 도보권에 있다. 한강공원을 걸어서 갈 수 있고, 단지 앞에는 신동근린공원 산책로가 위치한다. 서리풀, 몽마르뜨공원 산책로도 인접해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메이플자이는 좋은 입지에 3000가구 이상의 단지 규모, 우수한 상품성과 함께 자이 브랜드로 랜드마크가 갖춰야 할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며 “8000여가구의 자이 브랜드 타운을 완성할 단지인 만큼 상품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입주는 2025년 상반기 예정.

▲트리우스 광명=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경기도 광명시 광명1동에 공급하는 선시공 후분양 아파트 ‘트리우스 광명’이 미분양 잔여세대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1동 일원 광명2R구역 정비사업을 통해 탄생하는 아파트로, 1순위 청약서 전용 36~102㎡ 517가구 모집에 2444명이 몰려 평균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풍부한 식재
친환경 단지

지하 3층~지상 35층, 26개 동, 총 3344가구 전용면적 36~102㎡로 구성된다. 선착순 동호 지정이 가능하고,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발코니 확장 무료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남향 위주로 배치로 채광과 통풍이 우수하고, 안방 드레스룸을 비롯해 다양한 수납공간을 갖췄다. 입주민을 위한 커뮤니티시설로 실내골프클럽, 사우나, 피트니스클럽, 독서실, 북카페, 라운지, 작은도서관, 청소년문화의집 등이 들어선다.

특히 풍부한 조경의 친환경 단지로, 대지면적 약 38%의 쾌적한 조경 면적 및 약 1.2㎞의 산책 동선을 품은 힐링 라이프 생활이 가능하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광명초, 광명북중, 광명북고가 도보 거리에 있으며, 연서도서관도 가깝고 철산역 학원가도 1.3㎞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과 1호선 개봉역이 도보 10분 내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이케아 광명점, 광명 전통시장, 중앙시장, 롯데시네마, 광명시청, 광명시민회관, 철산로데오거리, 코스트코 고척점, 고척 아이파크몰, 스타필드 부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집 앞에 멋진 정원
입주민만 지닌 특권

분양 관계자는 “최근 서울,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 지역 아파트 전세, 월세, 매매 가격이 급락하면서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늘고 있으나, 광명은 서울과 가깝고 편리한 교통여건으로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입주는 올해 12월 예정.

▲더샵 금정위버시티= 부산광역시 금정구서 분양 예정인 ‘더샵 금정위버시티’가 분양한다. 금정구의 첫 번째 더샵 브랜드 단지로서 더샵만의 우수한 상품성과 높은 브랜드 가치로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동 일원에 지하 3층~지상 29층, 전용면적 5984㎡ 총 994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조합원이 686가구이며, 일반분양분으로 308가구를 분양할 계획이다.

단지는 금정구서 최초로 선보이는 더샵 아파트에 걸맞게 조경시설 외에도 4베이, 드레스룸, 알파룸 등 수요 선호도 높은 공간 구성의 혁신평면이 적용된다. 대단지인 만큼 다양한 커뮤니티시설까지 갖출 계획이다.

조경 디자인은 주출입구 옆 ‘벽천’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단지 진입 시부터 시각적 청각적으로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동과 동 사이에는 탁 트인 녹지공간과 수경시설이 조화를 이룬 쾌적한 중앙광장인 ‘캐스케이드’를 비롯해 ‘힐링가든’ ‘초화가든’ ‘페르마타 가든’ 등 다채로운 조경 공간으로 꾸며진다.

더불어 ‘펫가든’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 야외서 다양한 놀이와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테마형 물놀이 공간인 ‘어린이 물놀이장’도 조성돼 무더운 여름에는 단지 내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며 물놀이를 안전하게 즐길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건폐율
대폭 낮춰

특히 풍부한 조경시설을 위해 건폐율을 대폭 낮춘 점이 눈길을 끈다. 단지 건폐율을 약 14.38%까지 낮춰 동간 간격을 최대한 확보한 만큼 넉넉한 지상 공간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한다.

분양 관계자는 “단지 안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삶의 여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건폐율을 낮추고 지상 공간에 다채로운 조경을 기획했다”며 “가까이에는 윤산이 있어 단지 내외로 높은 쾌적성이 기대되는 단지로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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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