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건설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번에 촉발된 유동성 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을 계기로 건설업계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잔액은 4조41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이고, 태영건설이 보증한 부동산 PF 중 우발채무는 7200억원 정도로 분석됐다.
유동성 위기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힘썼지만, 사태 진화에 실패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앞서 TY홀딩스는 그룹 내 알짜 사업으로 손꼽힌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으며, 태영건설도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이던 화력발전소 포천파워의 지분 15.6%를 420억원에 매각 처분키로 결정한 바 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을 계기로 건설업계 전반으로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부도난 건설사는 무려 19곳에 이른다. 24곳이 부도났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대형 건설사도 PF 위기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6개 건설사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28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기업평가는 태영건설 신용등급 하향 조정과 함께 몇몇 대형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낮췄다. GS건설 신용등급은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변경됐고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거론된다.
빨간불 켜진 건설 공룡들
누구도 안심 못하는 분위기
시공능력평가 5위인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등의 이유로 5524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상태다. 대다수 공사가 미착공 상태인 데다, 분양에 난항이 예상된는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다수의 사업장이 존재한다는 게 불안요소로 꼽힌다. GS건설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도급사업 관련 PF 보증액은 1조6221억원이고, 미착공 비중은 91%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롯데건설은 2022년 부동산 PF의 영향으로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계열사로부터 유상증자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은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 지분 44.0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은 지난 4일 롯데건설에 대해 1분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우발채무를 고려하면 유동성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까지 도래하는 롯데건설 미착공 PF 규모는 3조2000억원”이라며 “지역별로 미착공 현황을 보면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약 2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시공능력평가 19위인 코오롱글로벌은 지난해 3분기 기준 PF 대출 규모가 9258억원으로, 전년(6972억원) 대비 32.8% 급증했다. 이 가운데 코오롱글로벌이 PF 상환의무를 대신 부담하는 직접 보증은 7850억원으로 전체 신용보강 규모의 84.8%에 달했다.
더욱이 코오롱글로벌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313%로, 적정 수준인 200%를 크게 상회한다.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는 지난해 8월 말 기준 6121억원으로 현금성 자산(2377억원)보다 2.5배가량 크다.
다음은?
시공능력평가 32위인 신세계건설 역시 현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신세계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조4115억원 규모다. 신세계건설은 최근 적자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양상이다. 2022년 4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만 900억원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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