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보수와 보수가 갈라져 조만간 정면으로 충돌할 조짐이다. 승리하는 사람은 다음 대권주자로 발돋움할 기회가 생긴다. 더 많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고, 더 좌클릭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22대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뒷선으로 물러났다. 이들은 대부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주요 요직서 떠났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중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전 법무부 장관)을 천거했던 국민의힘은 그를 필두로 총선 승리를 간절히 원한다. 일단 여론은 나쁘지 않지만, 시작부터 인사 문제로 잡음이 발생했다.
보수층
갈라지나
과거 노인 비하 발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며 민경우 비대위원의 논란이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임명 하루 만에 ‘한동훈 비대위’ 인사가 사퇴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찾아 사과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당의 주요 지지층의 마음을 크게 요동치게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 대부분을 현역 정치인이 아닌 원외 인물들로 인선했다. 중도층, 청년층을 고려한 인사로 이들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저격해왔다는 특징을 보였다. 이는 총선 국면을 맞이하면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여 지지층을 결속시키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국립현충원 방문을 시작으로 대전, 대구, 광주,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 순회에 나섰다. 자신에게 급격하게 관심이 쏠리자, 전국을 다니며 컨벤션 효과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취임 이후 국민의힘 후원금도 급증하는 등 제대로 한동훈 효과를 누리고 있어 일단 호재다.
본격적인 정치 시작 이후 대구에 방문했던 한 비대위원장은 “대구는 정치적 출생지이자, 당의 기둥”이라며 지지층 결속을 시도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대구에 방문한 뒤 정치 참여의 계기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TK(대구·경북)는 대표적인 보수 텃밭 지역으로 통한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힘이 TK 지역의 25개 지역구 중 24석을 휩쓸었던 바 있다(1석은 대구수성을 무소속 당시 홍준표 후보).
문제는 현역 의원과 대통령실 출신 인물 간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묘한 긴장감마저 흐른다.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하며 한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지점은 세대교체와 헌신이다.
‘국민의힘 간판만 달고 나가면 당선되는 지역’으로 불리는 TK 지역은 결국 한 비대위원장이 현역 의원들의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일단 자신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를 두고 당내 물갈이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비대위원장은 오는 11일, 국민의힘 4~5선 중진 의원들과 오찬이 예정돼있는데, 이 자리서 총선 불출마를 요청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김기현 대표 체제에서는 김 전 대표가 험지 출마 및 불출마를 두고, 혁신위원회와 갈등을 일으켰다.
한, ‘대통령 아바타’부터 벗겨내야
호감도 높지만 ‘정치 신인’은 한계
다만, 21대 총선 당시도 초선·재선·다선 등 TK 현역 의원 교체율은 64%에 달했다. TK 지역이 인적 쇄신의 주요 대상인 만큼 이번에도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인적 쇄신을 키를 쥐고 있는 한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이른바 ‘빚’이 없는 인물이다. 이는 그가 비대위원장으로 인선된 배경 중 하나다. 문제는 현역 의원들을 대체할 대상이 대통령실 출신 인물일 경우다.
현재 윤정부 출신 TK 출마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강명구 전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비서관과 김오진 국토부 1차관, 전광삼 전 시민소통비서관, 조지연 행정관, 이병훈 전 행정관, 이부형 전 행정관, 김찬영 전 행정관 등이다. 일각에선 이들이 공천서 다소 불리해 현역 의원들의 컷오프(공천배제)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현역 의원은 무소속 출마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탄탄한 지역구 조직이 완성돼있는 이들은 무소속 출마 시 당선 가능성은 충분하다. 실제로 당시 홍준표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은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같은 당 이인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가 복당했던 바 있다.
결국 한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들 표심까지 챙겨야 하는 만큼 이번 총선서 TK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TK 일각에선 신당, 현역 의원의 탈당 등 보수층에 전례없던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도 감지된다. 집토끼 이탈 시 총선 패배는 자명해질 수밖애 없다.
유일하게
빚이 없다
게다가 한 비대위원장이 벗어던져야 할 짐은 ‘김건희 호위무사’ 프레임이다. 현재 김 여사는 공개 행보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신의 리스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등판할수록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야당서 언급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법’이라는 말조차 사용하길 꺼린다.
또 야당이 합심해 통과시킨 이른바 ‘쌍특검법’을 ‘총선용 악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민주당 등 야당은 해당 특검법을 정부로 이송시켰으나 윤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을 발동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제 국민 여론에 신경써야 할 처지다. 일각에선 ‘혹시나?’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역시나’ 대통령의 그늘로부터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 아무리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층을 노린 행보를 펼치더라도 결국 한계점에 봉착할 수 있다. 아직까지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도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기대하는 부분은 정치를 해본 적 없는 인물이 갈아엎는 그림이다. 아직까지는 한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윤 대통령과 연계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그러나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이 ‘김 여사’ ‘정권 심판론’을 카드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 비대위원장이 어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호감도만 키워줬을 뿐, 정당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않는 모습이다.
속도 내는
신당 창당
지난 12월27일, 탈당을 선언했던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않다. 아직까진 돌풍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정치를 시작한 지 12주년 된 이 위원장은 이날 탈당 선언문을 통해 대통령과 겪었던 갈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미래’를 보고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위원장의 신당 창당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으나, 결국 최근 중앙당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등 창당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위원장을 붙잡지 않았으며, 본인 역시 국민의힘으로 되돌아갈 퇴로를 끊었다. 그는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며 다시 국민의힘과 함께할 가능성이 낮음도 함께 시사했다.
현재 이 위원장의 창당에는 측근 4인방 ‘천하용인’ 중 천하람 공동창당준비위원장, 허은아 전 국민의힘 의원, 이기인 경기도의회 의원이 합류했다.
이 위원장은 첫 행보로 국립현충원 참배 후 신년에는 서울역서 신년 하례회를 갖는 등 국민의힘 탈당 후 본격 행보에 나섰으며 온라인 당원 모집도 시작했다.
이 위원장 측에 따르면 온라인 당원은 공지를 하지 얼마지 나지 않아 수만명을 돌파했다. 당명은 개혁신당(가칭)이다. 보수당 출신 인사 출신인 그는 줄곧 보수당서만 정치를 해왔다. 오는 20일, 중앙당 창당대회도 갖는 등 신당 창당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연일 중도층을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노리는 유권층은 TK로 해당 지역서 어떤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본인도 “전국적인 정당이지만, TK를 기반으로 신당을 차리겠다”고 약속했던 바 있다.
이, 3지대 빅텐트 연대 결집
현역 참여로 총선 3번 노려
그는 “영남지역은 대부분 (신당 후보)가 출마한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이 위원장 자신도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TK 지역서 신당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당이 힘을 받을 경우, 이는 곧 국민의힘에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신당 창당이 압도적 여론을 구성하고 있지는 않은 분위기다.
다만, 천 위원장의 경우 전남 순천서 여론조사 2위를 기록 중이라는 게 고무적이다.
이 위원장은 제3지대의 지역과 ‘빅텐트’를 위한 연대를 모색 중이다. 양향자 대표가 이끄는 한국의희망과 금태섭 공동대표의 새로운선택과 물밑서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 제3지대가 노리는 지점은 30% 안팎의 중도층으로 매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가 돼왔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문제는 연대 이후 총선서의 ‘지분 싸움’이다.
또 다른 변수는 선거제도다. 국회는 선거제 방식을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 총선 당시에는 준연동형제도를 도입해 시행했으나, 위성 정당으로 도입 취지가 퇴색된 바 있다. 준연동형제는 지역구서 정당투표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입장에선 지역구 의석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병립형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과 관계없이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정당별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서 3번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허 전 의원은 “국민의힘 중진 의원을 비롯해 10명이 넘게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기면
대선행”
이대로라면 현역 의원이 많아 총선서 국민의힘, 민주당에 이어 이 위원장의 개혁신당이 3번을 부여받게 된다. 추후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한 인사는 “한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아바타’라는 프레임서 벗어나야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반면 이 위원장은 배신자라는 프레임을 TK서 끊어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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