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료되는 특례보금자리론 막전막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1.09 16:16:45
  • 호수 14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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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팍팍해지는 내 집 마련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이달 말에 종료된다. 성공적인 대출이라는 평가부터 이렇게 사라지는 게 아쉽다는 의견도 많다. 모든 정책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지만, 벌써 주택매매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지난해 11월30일 기준 특례보금자리론 유효 신청 금액이 42조7000억원(약 17만8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자금 용도별로는 기존 대출 상환이 28.1%, 신규 주택 구입이 65.2%, 임차보증금 반환이 6.7%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당초 공급 목표치였던 39조7000억원은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게 
사라지다

당초 특례보금자리론의 존재감은 컸다. 2022년 안심전환대출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탄생하면서 출시 초반부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안심전환대출이 인기가 없었던 것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으로 신청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의 신청 금액은 총 9조4787억원으로, 이는 목표였던 25조원의 37.9%에 불과한 금액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지나치게 낮은 주택가격 기준 때문이다. 1단계 신청 대상은 주택가격 4억원에 소득은 7000만원 이하였고, 2단계의 경우 주택가격 6억원에 소득은 1억원 이하여야 했다.

6억원의 2단계도 4억원서 확대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10억원 선인 서울의 집값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이 때문에 출시된 게 바로 특례보금자리론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사다리 역할을 했고, 금융당국이 시도하고 있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부터 일반형(집값 6억원 초과 혹은 소득 1억원 초과)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대형을 이용하려는 금융 소비자는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기존 보금자리론 가입 허들을 낮추고 혜택을 한층 강화한 상품으로 지난해 1월 출시됐다. 구체적으로 주택가격 요건을 6억원 이하서 9억원 이하(일반형)로, 대출한도를 3억6000만원 이하서 5억원 이하로 각각 조정하고, 소득 요건이나 보유 주택 수 제한도 일부 완화했다. 

이는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일종의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폭증의 도화선을 제공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어쨌든 특례보금자리론은 성공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을 이용해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2022년에 결혼한 신혼부부 A씨는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 이들은 당초 월세로 생활하다가 16평형 오피스텔 전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이후 집주인이 집을 내놓은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팔렸고, 급하게 집을 이사해야 될 상황이었다. 이때가 지난해 10월이었다. 

목표 39조7000억원 신청은 42조원 이상
내 집 마련의 시작…“아쉽다” 의견 많아

집주인은 A씨 부부에게 11월까지 양해를 구하며 집을 비워줄 것을 부탁했다. 당장 전셋집을 찾다 보니 A씨 부부가 가진 돈으로는 다소 부족했다. 무엇보다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계속 이사를 다녔기 때문에 이사 자체가 지긋지긋하기도 했고, 전세사기를 걱정하면서 집을 구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었다.

그런 와중에 집 근처에 24평형 아파트가 매물을 발견했다. 해당 아파트는 전세와 매매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는데, 금액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다. A씨 부부는 아파트 매매를 결정하고 대출을 알아봤다.


당시 가능한 대출은 버팀목전세자금대출과 특례보금자리론이었는데,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나이 조건이 맞지 않았다. 바로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본 결과, 당시는 일반형이 중단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우대형은 가능했다.

단, 현재 전세자금대출로 거주 중인 A씨 부부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실행되기 전 대출을 전부 상환해야 하는 문제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 알아보니 다행히 ‘당일 상환 조건이면 가능’이라는 답을 받았다. 또 전세대출 상환 시 잔금은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것으로 확인했다.

이렇게 A씨 부부는 본격적으로 아파트 매매를 시작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이 좋았던 것은 직거래 계약서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버팀목전세자금대출은 불가능했지만, 직거래로 계약하면서 부동산비도 아낄 수 있었다.

A씨는 퇴근 후 집주인을 만나서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뒤 그날 저녁에 바로 대출을 신청했다. 신청은 스마트주택금융 어플리케이션으로 오후 9시까지 가능했으며 잔금일은 지난달 4일로 결정했다.

허들 낮추고
혜택들 강화

특례보금자리론은 잔금일 한 달 전에 통지해야 하며, 대출 목적, 대출인 소득과 부채를 입력해야 했다. 주택 구매가 생애 처음이라면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80%까지 받을 수 있었다. 상환방식도 따로 설정할 수 있었는데, A씨 부부는 40년 원리금 체증식 상환방식을 선택했다.

이는 대출금액을 일정한 기간 동안에 나눠서 갚는 방식으로, 상환기간이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낮아지고 짧아지면 반대로 금액이 높아진다.

대출 신청이 완료되자, 주택금융공사에선 “아낌e-보금자리론 대출신청 완료. 대출 심사 건이 몰리고 있어 상담과 심사가 지연되니 양해부탁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큰 돈을 빌리는 것이지만 생각보다 간단하게 대출이 끝났다.

대출 신청 후 은행서 전화가 왔고 간단하게 내용을 확인한 후 전화를 끊었다. 이후 금융거래확인서를 제출하고 서류심사가 들어갔고, 지난해 11월5일에 완료됐다.

이들은 은행에 필요한 ▲매매계약서(구입자금인 경우) ▲주소 변경 이력이 포함된 주민등록등본 ▲물건지 전입세대 열람내역 1부 ▲인감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들을 준비했다.

A씨는 은행에 가서 대출 당일날 어떻게 잔금이 처리되는지 물었고 은행원으로부터 “매도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며, 국민은행 전세 대출은 전부 상환되고 나머지 차액은 매수인 통장으로 바로 입금된다. 추가로 대출 실행 전에 담당 법무사가 연락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일이 순조롭게 끝났다고 해서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부동산거래 신고나 각종 공과금 납부 등도 챙겨야 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A씨가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신청부터 허가까지 시간 순서로 살펴보면 ▲10월24일 매매계약서 작성, 주택금융공사 어플로 아낌e보금자리 신청 ▲10월25일 콜센터 상담 ▲10월27일 추가 서류 요청 ▲11월6일 아낌e보금자리 심사 완료 ▲11월7일 은행 서류 제출로 정리된다.

A씨는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정말 영끌이 뭔지 깨달았다. 무엇보다 이자금리가 제일 중요하니 금리가 낮은 곳이 중요했다. 우리도 여러 가지 고민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특례보금자리였다”며 “우리가 필요한 금액은 3억원 정도였는데, 사실 특례보금자리론도 엄청난 혜택은 아니다. 그래도 고정금리인 것, 중도상환수수료가 없고 체증식 원리금 상환으로 갚을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서 대출 실행 후 금리가 더 낮아지면 다른 대출(대환대출)로 갈아탈 수 있어 부담이 없다. 또 원리금균등상환이 아니라 처음에는 돈을 적게 갚고, 이후에는 점점 더 돈을 많이 갚는 방식”이라며 “거의 10년간 대출한다고 생각하면 월 지출을 줄여 다른 대출로 건너뛸 수 있는 방식이라 좋다. 1월 말부터 특례보금자리론이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다”고 설명했다.

특례보금자리론 덕분에 부담없이 집을 산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이 생기고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량이 늘었다. 최대 5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만큼 매물 거래가 활발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특례보금자리론이 1월 말에 종료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급매가 팔려나가며 시장이 잠시 회복하는 듯 보였으나 하반기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중단되면서 매도인은 많은데 매수인은 없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돌아섰다. 


부담 없이 집 산 사람 많았는데…
신생아특례대출 27조 지원되지만…

서울 도봉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특례보금자리론 같이 대출 가능한 금융상품이 종료를 앞두고 있어 집을 팔려는 사람만 많다. 매수자들이 줄어들면 집값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얼어붙은 최근의 주택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최근 주택거래 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899건으로 고점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날 기준 11월 거래량이 1836건으로 줄었다.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거래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거래량 저점을 찍었던 지난해 1월의 1413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살 사람이 없으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도 아파트 매물은 쌓이고 있다. 지난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929건으로 이는 1년 전인 5만513건에 비해 26.3% 증가했다. 같은 날 기준 경기지역도 13만8184건으로 전년(10만4916건) 대비 31.7% 늘었다. 인천도 2만5116건서 3만2021건으로 27.4% 증가했다.

이 같은 매수자 급감 현상은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특히 특례보금자리론의 종료라는 게 업계 분위기다. 실제로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의 판매중단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반토막 난 가운데 특히 6억∼9억원 이하 거래는 급감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대출이 중단됐던 지난해 9월27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3달간 신고된 거래량은 총 488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7월부터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 대출이 이어졌던 지난해 9월26일까지 거래량인 1만1139건보다 반토막 이상(56.1%) 감소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27조원이 지원되면서 매수세가 생겨날 수 있지만 지난해 특례보금자리론 44조원에 크게 미치지 못해 올해 주택 매수 세력은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요 진작 
효과 있나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례보금자리론 대신 정부가 아이를 낳으면 집 살 때 혜택을 주겠다는 등 정책 금융을 새롭게 내놨는데 정책자금대출의 수혜 범위를 기존보다 좁혀서 집중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번 대책이)부동산가격을 떠받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도 비교적 자유롭고 부동산 수요 진작 효과도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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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