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 후폭풍 음모론의 서막

지방의료 외치더니 서울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을 3개월 앞두고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현행범으로 현장서 체포,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피습 이후 당 대표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 정치권을 넘어 의료계 이슈로 확산돼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기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이 응급의료체계 문제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흉기에 찔린 이후 부산대병원을 거쳐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되는 과정서 석연찮은 의혹이 제기되는 중이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행보가 지방의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혜냐
아니냐

지난 2일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대항전망대서 가덕도신공항 건설부지를 사찰 중이었다. 부지를 둘러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한 이 대표가 이동하는 사이 한 남성이 달려들었다. 이 남성으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공격당한 이 대표는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가해자는 60대 김모씨로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색 종이 왕관을 쓰고 지지자 사이에 서있다가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 흉기를 휘둘렀다. 김씨는 현장서 경찰에 체포됐다. 이후 오전 10시39분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10시51분 이 대표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향했다. 

야당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던 중 흉기에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연이어 일어난 ‘묻지마 칼부림’ 사건으로 사회가 뒤숭숭했던 터라 그 충격은 배가 됐다. 특히 사건이 4·10 총선을 3개월 앞둔 시기에 일어나면서 선거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렸다. 


이 대표의 용태와 함께 가해자 김씨의 범행 동기, 사용한 흉기, 과거 행적 그리고 당적까지 관심사로 떠올랐다. 경찰이 김씨의 당적 확인을 위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압수수색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정치권에서는 음모론을 경계하면서도 김씨의 당적에 따른 파급력을 가늠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동시에 사건은 의료계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 대표 피습 이후 수술에 이르는 과정서 의문을 자아낼 부분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피습 이후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가 오후 1시쯤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수술은 피습 후 5시간18분 만인 오후 3시45분에 시작됐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좌측 목 뒤끝 흉쇄유돌근 위로 1.4㎝ 자상을 입었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칼로 인한 외상의 특성상 추가적 손상과 감염, 혈관 손상으로 인한 합병증 우려가 있어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수술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거나 혈전 등 합병증으로 인한 다른 장기 손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서울대병원 전원 논란
응급의료 헬기 이용은 특혜 의혹

의문이 제기된 지점은 이 대표가 부산대병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경위다. 또 이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피습 이후 이 대표의 동선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전상 문제냐 특혜냐 아니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양성관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장은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권역외상센터조차 없는 서울대를 가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 과장은 “서울대까지 헬기를 타고 간다면 중증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중증이 아닌데 헬기를 타고 간다면 도무지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회 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도 “이 대표의 피습은 아쉽게 생각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도 “의문점이 있다. 근본적인 특혜 문제”라고 SNS에 적었다. 여 과장은 “이 대표가 전원하는 과정서 응급의료 헬기가 이용된 것을 두고 일반인도 그렇게 하길 원하면 가능하느냐”고 꼬집었다.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가 응급의료체계를 벗어난 예외적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서울대병원 전원은 가족의 요청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응급의료체계에 따르면 생사를 오가는 긴급 상황서 환자를 수술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타 병원으로 후송한다.

그 외 상황에서는 환자의 요청이 있더라도 전원이 어렵다는 것이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센터다.

위급한데
왜 이송?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이 이 대표의 사례처럼 속목정맥(내경정맥) 손상에 대해 수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권역외상센터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서 충분히 처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응급의료 헬기 이용과 관련해서도 특혜 의혹이 거듭 제기됐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응급의료 헬기는 의료취약 지역의 중증외상환자나 심뇌혈관질환자, 분만 징후가 있는 산모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이용할 수 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헬기 운용 세부지침’으로 병원 간 이송 때의 출동 요청 기준도 정해놨다. 

세부 지침에 따르면 ▲내원 후 응급실에 재실 중인 환자가 ▲최종 치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 시간이 40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거나 ▲구급차의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있을 때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해 이송한다.

이 대표가 세부 지침에 부합하는 환자가 아니었는데도 응급의료 헬기를 이용한 부분은 특혜라는 지적이 의료진 사이서 나왔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면서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은 공방을 거듭하고 있다. 야당 대표가 흉기에 찔린 긴급 상황인데도 부산서 서울까지 헬기 이송을 강행한 점을 두고 각종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서는 부산대병원이 이와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갑론을박
공방전

지난 3일 부산대병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를 서울로 옮긴 것은 가족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고 부산대병원은 이에 관한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또 수술을 요하는 위급 상황이었던 점 역시 분명하다고 밝혔다.


부산대병원 입장 발표 하루 뒤인 4일 서울대병원 브리핑이 이어지면서 두 병원 간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일 이 대표의 수술을 진행하고도 브리핑을 진행하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특히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지했다가 40분 만에 기자단에 취소 문자를 보내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대신 민주당이 나서서 이 대표의 상황과 수술 경과에 대해 말했다. 전문가를 두고 비전문가가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서울대병원은 4일 브리핑을 진행했다. 민승기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안이라 수술 후 브리핑을 준비했지만 전문의 자문 결과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환자의 동의 없이 의료정보를 발표해선 안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브리핑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언급했다. 

민 교수는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돼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정맥이나 목동맥 혈관재건술의 난이도도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과정에 부산대병원의 요청이 있었다고도 했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최종 의료기관”이라며 “이곳에서 헬기를 타고 다른 병원으로 이동한 건 (이 대표가)처음”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집도할 의사가 다른 수술 중이거나 세미나 등 다른 일정으로 치료하지 못할 상황이 아니면 병원 측에서 먼저 전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도 말했다.


한쪽 주장에 다른 한쪽 반박
의료계 넘어 선거에도 영향?

이 대표의 전원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원 역시 부산대병원이 권한 게 아니라 이 대표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전원을 두고 불거진 부산대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공방, 의료계의 반응은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와 지방의료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성관 과장은 이 대표 피습 직후 행보를 보고 “지방의료를 살려야 한다고 떠들던 정치인조차 최고의 권역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을 두고 서울대병원으로, 그것도 헬기를 타고 갔다”고 지적했다. 

여한솔 과장 역시 “본인이 다치면 ‘서울대 가자’는 분이 ‘지방의료 활성화 해야 한다’(니)”라며 “지역 대학병원 무시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대학병원으로 119 헬기 타고 이송하는데 이송 조건에는 단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 ‘돈 없는 일반 서민들이나 지방에 찌그러져서 치료받아라’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환자가 지역의 병원이 아닌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응급환자가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길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 역시 그 배경이 대다수의 환자가 서울의 병원을 선호하는 것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거듭 나온 바 있다. 

부산서 다친 이 대표가 보건복지부서 4년 연속(2019~2022년) A 등급을 받은 부산대 권역외상센터를 두고 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간 것은 의료계는 물론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 병원, 그것도 지역거점 국립대학교 병원을 믿고 국가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나? 국가적으로 혈세를 쏟아부어 가까스로 쌓아 올린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하며 허물어 버린 것”이라며 “지역의대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정치권 행태에 가슴을 치게 된다”고 일갈했다. 

결국 체계
망가진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역의료 활성화를 위해 공공의대를 신설하고 지역의사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의 전원을 막았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간다고 해도 매뉴얼대로 오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정치인의 파워는 그 두 병원을 뛰어 넘는다”고 한탄했다.

<jsjang@ilyso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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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