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으로 본 정치테러 수난사

아베 참극, 남 일 아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 갈등이 결국 피를 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공식 일정 도중 칼에 찔렸다. 이번 사건으로 과거 비슷한 사례들도 국내외서 회자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과거 정치테러 사건들을 되짚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부지 방문 도중 6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날 오전 10시27분께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했다. 

음모론에 
가짜 뉴스

답변을 끝내고 이동하는 도중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뿔테 안경을 쓴 김씨가 “사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이 대표에게 펜과 종이를 건네 손을 쓰지 못하게 한 다음 곧바로 오른손에 든 흉기로 이 대표의 목을 찔렀다.

이후 민주당 당직자와 사복 경찰 등에 의해 제압된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0시47분에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간 뒤 헬기로 오전 11시13분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돼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검사와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cm가량의 자상과 함께 경정맥에 손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표는 이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 재건술을 받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일 브리핑서 “당초 1시간을 예상했으나 약 2시간가량 수술이 진행됐다”며 “뇌경정맥 손상이 확인됐으며 정맥서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수술 직후 중환자실에 입실했으며 지난 3일 중환자실서 일반 병실로 옮겨 회복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은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 각각 특별수사팀·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총력 대응에 나섰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사건 직후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부산 공개 일정 중 칼에 찔려
극단적 정치 양극화 우려 심화

윤 청장은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하도록 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보호를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3일, 김씨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cm, 날 길이 12.5cm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밝혔다. 또 김씨가 범행 전날인 1일 오전 부산에 도착했다가 울산으로 간 뒤 범행 당일인 2일 오전 부산에 온 것도 파악했다.


경찰은 김씨가 경남과 부산 등을 순회하는 이 대표 방문지를 따라다닌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3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김씨의 개인용 컴퓨터와 노트북, 과도, 칼갈이 등을 확보했고 범행과 연관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 4일 살인미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됐다. 검찰도 특별수사팀을 설치해 철저한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부산지검에 이 대표의 피습사건을 담당할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도
당 대표도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검찰총장은 이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 정당 대표에 대한 테러로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부산지검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경찰과 협력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국 검찰청에 22대 총선과 관련해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철저히 대비하고 정치적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피습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당시 한나라당 대표) 커터칼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커터칼 사건은 2006년 5월20일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장을 찾아 단상에 오르던 중 지모씨에게 얼굴을 기습당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로 인해 길이 11cm, 깊이 1~3cm의 열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박근혜는 인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봉합 수술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선거의 판세를 뒤집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당시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퇴원한 뒤 바로 대전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였던 판세가 뒤집힌 것으로 분석했다. 

박근혜 커터칼 사건 대표적
질산 투척당한 김영삼 아찔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같은 당 대표인 송영길 전 대표 피습사건이 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위해 서울 신촌 지원 유세 중에 유튜버인 표모씨가 내려친 둔기에 머리를 가격당했다. 송 전 대표는 피습 직후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봉합수술을 받은 뒤 이재명 지원유세를 지속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위기의 순간을 경험했다.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참석한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유세 현장서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린 괴한이 구속됐다. 출마지인 서울 광진구서 차량 선거운동을 벌이던 중에는 괴한이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접근하던 중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괴한은 경찰에 “잠을 자려고 하는데 수면에 방해돼 홧김에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인들은 공개 일정 중에 시민으로부터 계란을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한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서 연설하다가 청중의 야유 속에서 날아온 달걀에 아래 턱을 맞았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정치하는 사람들은 달걀 하나씩 맞아야 한다” “달걀을 맞아서 일이 잘 풀린다면 어디에 가서든 맞겠다”고 말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후보로서 경기도 의정부를 찾아 거리 유세를 하던 중 허리 부근에 계란을 맞았다. 당시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외치며 계란을 던졌다.

납치까지
위기의 순간


같은 해 11월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한 30대 남성이 계란 여러 개를 이 후보를 향해 투척했다. 이 중 계란 하나가 이 후보 옆 사람을 향했고, 계란이 깨지면서 이 후보의 이마와 안경에도 튀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광주서,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021년 3월 춘천서 계란 공격을 받았다.

이 대표 역시 계란 봉변을 당할 뻔했던 사례가 있다. 이 대표가 2021년 12월13일 경북 성주를 방문한 자리서 한 고교생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한다며 계란을 던졌지만 맞지는 않았다. 해당 고교생은 체포됐지만 이 후보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하루 만에 풀려났다.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하던 도중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가해자 김모씨는 김 원내대표에게 악수를 청하는 척하다가 갑자기 폭행하며 “김경수 의원은 무죄”라고 외쳤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배후 의혹을 제기하며 릴레이 동조 단식에 나섰으나 경찰 조사 결과 김씨의 단독 범행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 토론회 도중에 지역 주민에게 얼굴과 팔 등을 폭행당하기도 했다.

부산 공개 일정 중 칼에 찔려
극단적 정치 양극화 우려 심화

민주화 이전 군사정권 시절에는 정적을 노린 계획적 테러도 이뤄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원내총무로서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반대 투쟁을 주도하던 1969년 6월20일 상도동 자택 인근서 질산(초산) 테러를 당했다. 괴한들이 뿌린 질산이 자동차 창문에 던져져 차창이 녹아내렸으나, 김 전 대통령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신 반대 운동을 벌이던 1973년 8월8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김 전 대통령은 동해상으로 끌려가 살해당할 뻔했다가 5일 만에 극적으로 풀려났다.

이 같은 정치테러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고 있다. 양극단의 지지층이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증오를 부추기고 가짜 뉴스를 양산하며 여론몰이에 나서는 양상이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탓이다.

이 대표 피습 당일에는 일부 극우 유튜브 채널 등에선 피습사건이 이 대표 쪽의 ‘자작극’이라는 주장을 폈다. ‘가짜 칼’ ‘가짜 피’라는 가짜 뉴스도 퍼져나갔다. 

민주당 온라인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와 이 대표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에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을 덮으려는 것” “피습의 배후는 윤석열” 등의 주장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팬덤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팬덤정치가 양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혐오가 증오정치로 악순환하면서 ‘정치테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정치 지도자들이 서로 남의 얘기를 듣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는 상황서, 정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극단적으로 표현해야 자기 얘기를 들어준다고 생각한 거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혐오 정치 
불씨 키워

여야는 일제히 ‘반성문’을 내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서 “(이 대표)피습사건은 대의민주주의 전체에 불행한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여야 모두 독버섯처럼 자라난 증오정치가 국민께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하고, 머리를 맞대 정치문화를 혁신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서 “정치혐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정치인들의 선을 넘나드는 막말이 지지자는 물론 일반 시민을 자극하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에 대한 혐오로 번졌다”고 짚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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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