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당한 요소수 대란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2.11 15:25:44
  • 호수 1457호
  • 댓글 0개

“언제까지 중국 탓만 할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내 요소수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일부 판매 사이트에선 품절현상마저 빚어졌다. 사태는 이미 예견됐다. 지난 9월 초 중국이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중국 내 비료 가격 안정 때문이란다. 이에 한국 정부는 “문제없다”며 여론 진화에 급급했다. 

지난 5일 오전 롯데정밀화학이 판매하는 요소수인 ‘유록스’가 품절됐다. 온라인 판매 사이트에는 “이 상품은 현재 구매하실 수 없는 상품”이라는 공지가 떴다. 재입고 시 구매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수급 
급 빨간불

앞서 9월에도 요소수 품절이 예고되면서 개인당 1개로 구입을 제한했던 바 있다. 이후 품절 사태가 재발생한 것이다.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회사의 국내 차량용 요소수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금성이앤씨는 도매로 요소수를 취급한다.

지난 5일 기준, 쿠팡 등 온라인 사이트서 유룩스가 공식 홈페이지보다 1만원 이상 비싼 가격으로 판매됐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중인 홈플러스 등은 품절이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주문이 밀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라며 “다음 해 3월까지 재고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어 중국의 규제 지속 시 방안에 대해선 “중동 쪽 수입 물량으로 중국 수입 물량을 대체 가능하다”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2년 전 요소수 대란 때보다 낙관적인 분위기가 만연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차량용 요소 및 요소수의 국내 재고와 베트남·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 예정분을 합치면 대략 3개월 분량의 재고가 확보된 상황이다. 2년 전 최대 6주 정도 물량밖에 비축하지 못한 상황과 다르다는 것이다. 

지난 4일,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이승렬 산업정책실장 주재로 ‘정부-업계 합동 요소 공급망 대응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차량용 요소 재고 현황, 우리 기업의 중국 통관 애로사항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공공비축(조달청)을 확대하고 업계는 대체 수입국가와 추가 물량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동남아·중동 등으로 다변화를 적극 추진해 차량용 요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환경부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협력해 수입 대체품의 신속한 품질검사를 지원하고, 관세청은 수입 요소에 대한 신속 통관을 지원하는 등 관련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강종석 기획재정부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 부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서 “비료용 요소의 경우에는 최근에 수입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고 가격도 하향 안정화 추세로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3개월 전부터 예고했는데…
2021년 대혼란 되풀이 우려

양기욱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공급망정책관도 “2년 전과는 달리 중국의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고 재고와 대체 수입선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중국 외에 수입선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전망이다. 앞서 9월 초 중국 최대 화학비료 수출입 업체인 중눙그룹은 자국 내 비료 공급과 가격 안정을 이유로 “요소 수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지난 6월부터 요소 선물 가격은 50% 이상 급등했다. 

일각에선 가격 급등 원인에 관해 가을철 파종에 맞춰 대두와 옥수수 등 작물에 쓰는 비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소는 경유차의 발암물질 배출을 줄이는 요소수 뿐 아니라, 농업용 질산질 비료(요소비료)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특히 요소가 비료의 주원료인 만큼, 중국의 농민들이 안정적 공급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월8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요소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전했다. 당시 국내 차량용 요소수 1위 기업인 롯데정밀화학 관계자 역시 “아직 중국 업체들로부터 요소 수출 중단 등의 공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다”며 “이후 계약에 대해서도 원활하게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요소 업계가 수출 물량을 줄이려는 움직임은 곳곳서 감지됐다. 지난 9월 초, 중국 경제 매체 <시나파이낸스>는 “요소 수출 검사 정책이 엄격해졌고, 수출 통제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톈진항, 연운항에서는 (요소 수출 관련)검사가 중단된다는 구두 통지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예견된 사태
뒤늦은 대처

중국이 요소 확보에 나선 이유는 대량 수출로 인한 빈 곳간을 채우기 위함이다. 중국은 올해 들어 요소를 적극 수출해왔다. 중국 관세청인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3% 늘어난 총 133만톤(t)의 요소를 수출했다. 특히 7월에만 약 32만t을 수출했는데, 지난해 동월보다 114.7% 급등한 수준이다.

여기에 비료 수요까지 겹치면서 중국 내 요소 재고가 급격히 줄었다. 중국 원자재 가격정보기관인 줘촹쯔쉰에 따르면, 7~8월 중국 요수 생산 기업의 주간 평균 재고는 20만1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3.7% 감소했다.

물량 부족에 중국 요소 선물 가격이 오르자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해외 가격보다 국내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는 만큼 요소 생산 기업 입장에선 수출보다는 내수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이득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3개월 전부터 예견된 중국의 요소 수출 통제는 실현됐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해관총서가 롯데정밀화학, 금성이앤씨 등 국내 차량용 요소수 제조업체들의 중국산 요소 수입을 막았다고 전했다. 수출 심사를 마치고 선적 단계서 통관이 보류된 사실이 알려지자 ‘제2의 요소수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중국 당국의 요소 물량 통제로 요소수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선 차분하게 대응하는 분위기다. 불안감에 따른 사재기 현상은 결국 일부 판매업자의 이익만 불려줄 뿐 일반 구매자나 화물업계 종사자에게는 되레 피해만 가중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주유소마다 1인당 판매량에 자체적으로 제한을 걸고 있는 조치도 품귀현상을 저지하고 있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사재기하려는 분들이 간혹 있지만 차량 1대당 요소수 3통 이상은 못 팔게끔 하고 있다”며 “많이 사가려고 해도 딱 3통까지만 판다”고 밝혔다.


품귀현상
사재기도

온라인서 요소수는 평소보다 가격이 조금 오른 경향은 있지만, 일부 판매처를 제외하곤 품절현상이 회복되는 추세다. 오프라인 주유소와 마찬가지로 판매량에 제한을 둔 곳도 적지 않다. 

사재기를 경계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품귀 효과를 기대해 판매를 일시 중지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일부 온라인 판매상들의 이기심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화물업계 종사자들 사이서 먼저 꿈틀거리고 있다.

화물업계 종사자 약 11만명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는 “요소수 사재기는 일부 판매 업자들에게만 이득을 주는 것”이라며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 가격 인상이나 품절 사태를 막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고 공지했다. 

발 벗고 나선 소비자들은 사재기 현상을 억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요소수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중국 당국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을 제한하고, 한해 수출 물량 역시 크게 줄일 거란 보도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현실화할 경우 차량·산업용 요소의 91%를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올해 1~7월 한국은 중국산 요소 19만6000t을 수입하면서 전 세계서 2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1위는 총 22만6000t을 수입한 인도였다. 한국의 공업용, 차량용 요소의 중국산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공급망 다변화로 예방책을 세우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정부의 ‘수입선 다변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현재 한국의 요소수 관련 중국 의존도는 2년전 요소수 대란이 일어났을 때보다 높은 수준이다.

중국 수입 세계 2위
수입망 다변화 실패

2021년 71%서 2022년 67%까지 떨어졌으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는 91%로 다시 높아진 상황이다. 

중국 요소수 의존도가 급등한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격 경쟁력 때문”으로 해석했다. 관련 업계 종사자에 따르면 “요소라는 것이 생산하기도 쉽고 부가가치가 아주 큰 제품이 아니다 보니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며 “거리가 먼 곳에서 수입할수록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가깝고 가격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공급망 안전화를 위한 제도 정비도 계류된 상태다. 지난해 10월에 발의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공급망 기본법)은 아직 국회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있다.

지난 8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의결된 ‘공급망 기본법’은 자원 무기화 추세 속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및 위기 관리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공급망안정화 기본계획, 조경보시스템을 수립 및 운영해야 하고 관련 정책만 별도로 심의·의결하기 위한 공급망안정화위원회도 설치된다. 긴급 지원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공급망안정화기금도 한국수출입은행 산하에 설치된다.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실 측은 “법사위 파행으로 인해 아직 국회 본회의 상정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도 정비
멈춘 상태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지난 4일 “중국의 의도를 떠나 요소수 수입의 91%를 중국에 의존하는 현실서 중국의 선적 중단이 계속되면 요소수 대란을 피할 방법이 없다”며 “전임 정부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지만 윤석열정부는 공급망 다변화 정책을 철폐해 71% 의존도가 91%까지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겠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다”며 “정부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중국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수급 혼란을 최소화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