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는 지금 한국사회의 빈곤에 대한 해부인 동시에, 가난이라는 굴레 속에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좌충우돌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발견해내는지에 대한 가슴 시린 성장담이다. 또 특성화고나 2·3년제 대학 졸업생, 학교 밖 청소년, 불안정 노동자들의 이야기이자, 1990년대에 태어나 201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2020년대에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모두 여덟명의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부모부터 대를 이어 내려온 우울증과 중독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소희, 성실하게 생활하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으리라고 믿지만 한편으론 불안한 모범생 영성, 어려운 환경서도 정말 원하는 일을 위해 자신의 선택을 밀고나가는 지현, 가족의 무관심과 방임 속에서도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좋아하는 일을 찾은 연우, 어머니의 병과 빚 때문에 꿈을 포기하다가 독립하게 된 수정, 전과자라는 편견과 오해 속에서도 자신을 끊임없이 바꾸고 채워나가려는 현석, ‘돈 좀 만지는 사장님’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전념하는 우빈, 학교 밖 청소년으로 자존감이 많이 낮았지만 이제 자기 자리를 찾은 혜주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마다 성격도, 삶에서 추구하는 일도, 구체적으로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어느 지점에서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가난한 가정서 성장한다는 것은 삶에 여러 제약이 많다는 뜻이고, 정신적으로 취약해지기 쉽다는 뜻이며,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자, 가난서 벗어나야 한다는 짐을 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우한 가정서 성장한 청소년이 가난서 벗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단순히 대학에 합격하는 것도, 졸업 후 안정적인 일자리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다.
가난을 벗어난다는 것은 역량을 되찾는 과정이며, 이 과정서 가난, 가족,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고유한 욕망을 지닌 독립된 개인으로서 이해하게 될 때 아이들은 부쩍 성장한다. 이러한 가난 이야기가 성장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책의 각 장은 여덟명의 청(소)년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전반부,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로부터 이끌어낸 핵심 주제 또는 의제를 논의하는 후반부로 구성된다.
전반부는 저자와 인터뷰 참여자들이 10년 넘게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따뜻하고 긴밀한 대화에 함께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여덟명 각각의 개성과 말투, 감정이 매우 생생하게 살아 있다. 반면, 후반부는 이들 개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좀 더 일반화된 문제를 분석한다.
인터뷰 참여자 개인에 대한 애정, 그리고 연구자로서의 냉정함과 차분함을 잃지 않으려는 마음이 교차되며, 이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들은 가난한 청(소)년들의 생애, 마음 풍경, 가난의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조명해낸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한 교사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전하는, 또는 오랫동안 보내려고 애쓴 끝에 결국은 도착하게 된 소중한 편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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