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 취급 ‘CRPS’ 환자들 실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1.06 14:08:13
  • 호수 14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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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진통제로 하루하루 버틴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칼로 벤 듯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의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장애로 인정했으나, CRPS 환자들은 끊임없는 재판정을 통해 ‘꾀병’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의료용 마약 진통제로 버티며 생사를 오가는 이들은 ‘마약 중독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CRPS는 외상을 입거나 수술을 마친 후 비정상적으로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신경 경로가 정상서 일탈해 통증이 과도하고 불규칙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드물게는 염좌, 베임 등 비교적 가벼운 손상에도 발생할 수 있다. 만성적인 통증질환으로 진행되는 발병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이 따른다.

3명 중 2명 
일상이 고통

통증은 환자마다 조금씩 다르게 느낀다. 절단한 신체가 있는 것 같다거나, 감전된 듯 찌릿하다고 표현한다. 어떤 환자는 땀이 과도하게 나고, 감각이 예민해져서 사회·경제적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미세한 바람에도 심한 통증을 호소한다. 외관상 피부의 색이나 질감이 변하는 등 근육과 관절의 경직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CRPS 치료를 위해서는 마약성 진통제와 향정신성 약물을 활용한 약물치료, 신경치료, 척수 자극기 수술법, 기능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가 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할 만큼 고통스러운 이들은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기도 한다. 다만, 용량에 따라 식약처서 문제가 제기된다.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다.

1인 치사량은 0.002g으로, 2021년 미국서만 7만명 넘는 사람이 펜타닐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몸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제작된 펜타닐 패치는 다른 마약류와 달리 의사 처방에 따라 합법적 구매가 가능하고 몸에 붙이기만 해도 빠른 속도로 약효가 나타난다.

보통 비 암성 통증(만성 통증)일 때 건강보험서 허용하는 펜타닐 패치의 최대 용량이 37.5 mcg/h다. CRPS 환자는 이를 준수하기 위해 2장의 펜타닐 패치(12.5mcg/h 1장과 25mcg/h 1장)를 처방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식약처는 이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주로 펜타닐 패치 처방은 3일에 1장이기에 CRPS 환자가 과량 처방받고 있다고 해석한다.

또, 신경치료는 건강보험 횟수 제한으로 충분한 치료가 어렵다. 특히, 보건복지부 기준 CRPS가 ‘심하지 않은 장애’로 분류되는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CRPS 재활치료는 건강보험서 인정받지 못해 회당 5만~15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이용우 CRPS 환우회 회장은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장애 인정 관련 문제점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CRPS 환자를 심하지 않은 장애로 인정하는 점과 2년마다 재심사, 진단 후 2년 이상의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점에서 (다른 질환과 비교해)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애 등록도 지체장애를 잣대로 보기 때문에 통증만 겪는 환자는 장애 진단서 배제된다”며 “CRPS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심한 데도 장애 진단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고통에 못 이겨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CRPS 환자 10명 중 8명은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 어려운데 재활치료비도 본인이?
‘중독자 오명’ 오남용 제도 개선 시급

매년 국내서 1000명 이상의 환자가 새로 발생하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시급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7월~8월까지 전국 37개 수련병원서 치료받고 있는 CRPS 환자 2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주부, 학생 등을 제외한 응답자 75% 이상이 발병 전 사회·경제적 활동을 했지만, 발병 이후에는 3분의 2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원인으로는 통증점수(10점 기준) 7점 이상의 극심한 통증과 이로 인한 수면장애 및 신경정신과적인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발병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 부위가 확대됐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CRPS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은 일반인들이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응답자 80%가 ‘자살 충동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가벼운 일상활동서도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라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을 넘었다. 또 응답자 전체의 평균 수면 시간은 4.9시간에 불과했다. 

특히 응답자 중 45%는 하루에 고작 4시간도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CRPS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약물치료, 신경치료, 약물펌프 수술법, 재활치료 등으로 치료를 진행하지만 정확한 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서 이미 만성이 된 CRPS 환자들은 재활치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CRPS 전문 재활클리닉은 국내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임재영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CRPS 재활치료는 1대1로 환자와 치료사가 치료를 30분 이상을 해야 한다”며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하루에 최대 15만원까지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CRPS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한정돼있고 병원 입장서도 건강보험 규정상 환자에게 할 수 있는 치료는 한정돼있다”며 “이마저도 거절하는 병원이 많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는 CRPS 환자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종범 교수도 “CRPS로 재활치료를 처방하고 치료 보장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며 CRPS 재활치료에 대한 제도적인 지원체계의 부재를 지적했다.

10명 중 8명
“자살 생각”

CRPS 환자들은 건강보험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CRPS 환자의 경우 마약성 진통제의 양이 한정돼있고 이를 넘어가면 전부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안 될 경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고통이 심해도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해 보험이 되는 약으로만 버티지만,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 교수는 CRPS 치료를 위한 신경치료의 건강보험 횟수 제한 등 유연하지 못한 보험 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인 신경차단술이나 마약진통제 같은 경우 암 환자는 무한정 보험이 적용되지만 CRPS 환자는 용량·횟수 제한이 있다”며 “전혀 다른 중증도와 질환임에도 횟수 제한을 똑같이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CRPS 환자가 펜타닐 패치를 오남용한다는 왜곡된 시선도 있다. 문제는 CRPS 환자들이 건강상 문제가 없는 마약 투약범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이다. CRPS 환자는 갑자기 찾아오는 돌발통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약이 없으면 언제 통증이 찾아올 지 모르는 불안감에 일상생활은 마비가 된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겐 쉽게 와 닿지 않는 경우다. 일부 CRPS 환자는 펜타닐 패치 오남용 이슈로 인해 기존에 처방받던 용량만큼도 못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기준치 이상 복용해야 하는 CRPS 환자들은 “마약 중독자”라는 싸늘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정부와 경찰의 마약 단속에 발맞춰 의료계가 마약 근절과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가 왔다.

지난 8월2일, 서울 압구정역 앞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으로 행인을 들이받은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은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 오남용 사례를 전적으로 보여준다. 가해자 신모씨가 인근 성형외과서 미다졸람·디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향정약)을 투약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난 9월11일에는 무면허 상태로 주차하다 시민을 흉기로 위협한 ‘람보르기니’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 홍씨도 필로폰·엑스터시·케타민 등의 양성 반응을 보였다. 사건 직전 그는 서울 논현동 피부과를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와 연루된 병원 10곳 이상을 압수수색했다. 조사 결과 사건 당일 신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A 의원에서는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용 마약류 안전 사용 기준에 따르면 간단한 시술 및 진단을 위한 프로포폴 투약 횟수는 월 1회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A 의원에서 지난 2년 새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이 2배 급증했다. 2020년 790명이었던 이곳의 향정약 처방 환자가 지난해 1593명으로 2배 증가했다.

해당 병원서 연도별 향정신성의약품을 가장 많이 처방받은 상위 20명을 분석한 결과, 한 명은 지난해 13건에 걸쳐 총 47개 프로포폴을 처방받았다. 최근 5년간 사망자 명의로 처방된 마약류는 4만여개에 달한다. 이른바 ‘유령 처방’이 의료기관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마약 범죄 
오해 대상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망자 명의 의료용 마약 처방량은 3만8778개였다. 

최근에는 의사들이 직접 허위로 수술한 것처럼 꾸민 뒤 프로포폴을 대량으로 빼돌려 유통한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회원들을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를 부의,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프로포폴·펜타닐·졸피뎀 등 의료용 마약류 유통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수면제 및 진통제 처방이라는 명목하에 오남용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환자들의 오남용을 1차적으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의료진이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환자의 개인정보인 의료기록을 들여다보기 어렵기에 마약성 진통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 내 ‘약물 쇼핑’을 감시할 법적 제도가 미비해 정부 차원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계부처가 제시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 혹은 DUR(Drug Utilization Review) 제도의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DUR은 의약품 처방·조제 시 의약품 안전성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의사 및 약사에게 의약품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다.

강력한 예방책으로 제시됐으나, 실효성의 한계는 존재한다. 과거에 오남용 이력이 있는 환자를 판별하기 때문에 ‘병원 뺑뺑이’를 처음 시도하는 환자는 걸러낼 방법이 없다.

이에 따라 마약류 진통제가 꼭 필요한 CRPS 환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마약성 진통제 처방 행위가 자칫 범죄 행위로 간주되면 CRPS 환자조차 의료인이 처방을 꺼릴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 등이 꼭 필요한 환자가 쓰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DUR 제도를 보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 시, 환자에게 설명 및 동의서를 의무화하고, 정기적인 혈중 마약농도 검사를 통해 부적절한 환자를 배제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 적정성 평가를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평등한 제도로 인한 피해자는 실제로 존재했다. 한 CRPS 환자는 “통증으로 주사를 맞고 싶어도 횟수 제한 때문에 참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희귀난치성질환인 CRPS는 산재 승인 과정도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증상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

서울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최초 접수 후 산재 범위에 들어오면 그 다음부터 요양 기간을 연장할 시 진료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며 “공단에선 의학 전문가에게 자문해야 하고 의무기록을 모아야 하므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서 신경외과나 정형외과는 빠른 자문이 가능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의 경우 온라인 자문이 없어 시간이 소요된다.

눈에 띄지 않는 증상으로 인해 환자가 직접 검사를 받으러 가야만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스치기만 해도 아픈 CRPS 환자가 산재 승인 과정에 필요한 의사 면담을 위해 직접 옷을 벗고 확인받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장애인정을 비롯한 꾸준한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장애인정 기준과 대상, 잦은 재판정 등으로 환자의 불편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CRPS 환우회와 대한통증학회 전문가들은 “CRPS에 대한 재판정 빈도에 있어 1회 재평가 후 재진단하지 않는 통상적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진단 후 2년 이상의 진료기록의 요구는 미국 AMA서 규정한 ‘1년 이상’의 기준에 준해 1년으로 수정됐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장애 인정 문턱도 높다. CRPS 진단 후 2년 이상 지속 치료에도 골스캔 검사, 단순 방사선 검사, CT 검사 등 결과 근위축, 관절구축이 뚜렷한 경우 혹은 팔 또는 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 이 중에서 근위축 등 가동성 감소는 CRPS로 인한 필연적 증상이 아니다.

환자의 상당수는 통증 자체만을 갖고 있는데, 이로 인해 사회적 활동 자체가 어려운 수준의 고통을 겪고 있다. 객관화, 시각화할 수 있는 기준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향후 상당수 CRPS 환자들이 통증만 가졌다는 이유로 장애 인정 대상서 원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4월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서 열린 환자 중심 CRPS 정책 개발과 시행을 위한 정책토론회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아주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최종범 교수는 “CRPS 환자의 장애 인정 기준의 경우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외상 수술 등과 관련된 지체장애에 해당하는 환자만 장애 대상으로 포함된다는 점이 모순적인 부분”이라며 “CRPS 환자에 맞는 통증 장애진단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어렵게 장애 판정을 받은 CRPS 환자들이 잦은 재판정 등으로 불편이 크며 실제 혜택 대상서 제외되는 등의 위험에 처해 있다”며 ”현재 복지부 지침에 따라 2년마다 다시 판정하도록 하는 동시에 2년 이상의 진료기록을 요구하는 부분은 앞으로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뽕쟁이 아냐?
범죄자 취급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최경일 과장은 “장애 진단 후 재판정 기간을 현행 2년서 3년 혹은 4년으로 연장하는 것과 최근 2년 간의 진료기록 제출 기한을 단축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부분은 검토해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장애정책이 빠르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만큼 많은 토론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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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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