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나아가 신무기를 배치하는 등등 강화시키는 추세이다. 미국 내의 전쟁 무기 제조 판매업자들의 이권도 챙겨줘야만 한다.
한국은 미국 무기의 최대 수입국이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전세계인에게 각인되고 있지만 미국은 전쟁 무기가 없이는 최강국으로 군림하기 어려운 나라이다.
그들이 한국 땅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계속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평화 통일보다 분단 그리고 북한이라는 악의 축이 필요하다.
악의 축
미국이 겉으로는 미소 지으면서도 속으론 남북 대화를 불편해하며 사사건건 나서서 통제하는 진짜 이유이다. 미국은 한국 땅이 불바다가 되는 것까지 바라진 않겠지만, 자기네 이익의 관점이 바뀌기 전까지는 결코 한반도의 휴전(정전) 상태가 종전으로 또한 통일로 진행되길 원하지 않으리라. 그렇다고 미국을 욕할 필요는 없다.
자기 나라의 이익을 취하여 부강하게 만들겠다는데 욕하는 놈이 바보이다. 우리도 냉정한 판단으로 우리네 국리민복을 지향하면 그뿐이다. 물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외교술이니 협상력이란 말이 있지 않겠는가?
슬프게도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내부에 미국의 똥구멍을 빨려는 자들이 많기에, 심지어 미국 사람들조차 ‘북조선은 존경할 만한 적이요, 남한은 경멸할 만한 동맹이다’라고 얘기한다잖는가 말이다.
그러나 북한에도 사리사욕을 챙기는 고위층이 수두룩하기에, 앞으로 미국은 그자들과 결탁해 자기네 이익을 도모하려고 서두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제 희망을 걸 곳은 남북한의 보통 국민과 인민들뿐이다. 평범한 사람이 뭘 어찌하겠느냐고 비웃는 특별한 비범인들이 있을지 모른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런 귀족 인사들이 남북한 사회를 장악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여대통령은 보통 국민의 표를 얻어 당선됐으면서도 그런 귀족(왕족이라고 해야 할까?) 중에서 가장 국민의 뜻과 능력을 가소롭게 여기고 있는 존재인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통일 대박론에 대해 북한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직접 그곳으로 가서 조사해 보지 않는 한 역지사지로 상상하는 수밖에 없을 터이다. 문제는 아마 ‘대박’ 속에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다르리라.
흥부의 정성 어린 박과 놀부가 깨어 버린 거지의 쪽박, 열심히 일한 사람의 예금통장과 건달의 로또 복권, 사기꾼 도둑놈의 일확천금 흉심과 미래를 내다보는 큰 사업가의 포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오지 않겠는가 말이다.
참고로, 어느 대학 통일 연구소에서 탈북민들을 만나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자신이 북한 사람이라고 상상하며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듯싶다. 조사 보고서는 훨씬 상세하지만, 해마다 수치가 변하므로 여기서는 중요한 사항만 대략적으로 모아 보았다.
그리고 이건 북조선의 보통 인민들이 가진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그곳 지도층의 속셈은 아마 남한 지도층 인사들의 꿍꿍이속과 이기적인 면에선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사람이라고 이기심이 없겠냐만, 그 양상이 소박하기 때문에 민족 통일 같은 대의까지 훼방을 놓지는 않는 것이다.
남한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통일 이후의 문제인 것 같다. 혹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서는 건 아닌가, 설령 자본주의로의 흡수 통일이 되더라도 빨갱이 폭동이 자주 일어나 나라 꼴이 엉망으로 격변하는 건 아닐까?
무장이 해제된 인민군 중 포악한 놈들이 폭력 단체를 조직해 살인·강도 등등 흉악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 예상해 볼수록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북, 사리사욕 고위층 미국과 이익 도모?
미국만 믿는 남한…진정한 통일 불가능
안 그래도 잔뜩 혼란한 세상인데 또 북한 쪽 부동산에 투기해 일확천금을 노린다느니, 졸부들이 깨끗한 북녘 아가씨들을 유린하느라 지랄을 떨어대면, 분수껏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은 배알이 꼴려 심란스러워질 것이었다.
지금도 그렇듯….
농담이지만, 어쩌면 평화 통일이든 북진 통일이든 무슨 통일이든 통일 논의를 다 접어 버리고 통일부마저 없애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우리 내부부터 정리하고 청소하는 게 순서이다.
사이비 정치꾼 모리배들을 국민의 투표로 몰아내고(이것 또한 농담), 군대 내의 가짜 지휘관들을 쓸어내 젊은 이순신들이 정예화된 국군을 이끌게 해야 한다(이것은 공상).
그리고 과욕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부동산 투기꾼들과 상습적인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연애 사기꾼들을 이어도 같은 무인도로 보내 재주껏 행복하게 살게끔 자유를 주고(이건 몽상), 경제인들이 페어플레이에 입각해 마음껏 사업하여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간다면(환상이죠 뭐)…
그땐 아마 굳이 바라지 않더라도 저절로 통일이란 낱말마저 불필요한 상태가 찾아오리라.
하지만 그런 현실이 쉽사리 이루어질 리는 없다. 백년하청일지도 모른다. 북한 인민과 남한 국민이 자기네 체제 지도부에서 줄기차게 시행하는 세뇌를 벗어나기 어렵듯이.
남한 사람들은 자기가 결코 세뇌 따위에 걸려들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라고 착각하며 잘난척하는 판국이니 놔두고… 세뇌의 왕국이라 조롱받는 북조선 인민공화국을 한번 바라보자.
세뇌란 과연 무엇인가? 세뇌. 문자 그대로 풀면 뇌를 씻는다는 뜻. 그런데 중요한 두뇌에 대한 견해부터 남북한은 서로 다른 듯싶다.
남한 사람들은 보통 머릿속에 뭔가 나쁜 것(예를 들면 공산주의 사상이나 사이비 종교의 교리 따위)을 주입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성싶다. 그래서 주체사상이나 김일성 우상화는 최악의 세뇌라고 단정한다.
반면 북조선 인민들은 두뇌 속의 잡다한 쓰레기들을 몰아내고 올곧은 하나의 사상으로 무장하는 상태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들이 볼 때는 남한 사람들이야말로 추악한 관념에 세뇌된 불량한 족속인 셈이다.
아마도 참 자유와 참 생각이 이 문제를 푸는 열쇠이리라. 나뿐만 아니라 중간자와 상대방까지도 참 자유인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인민이든 국민이든 세뇌 상태에서 풀려날 것이다.
신격화
북조선 인민들은 김일성을 신보다 더 높은 존재로 알고 있지만 남한에서는 어린애까지도 그가 사람임을 안다.
남한 사람 중 일부가 신격화시키려고 자발적으로(?) 애쓰는 박정희를 북조선 사람들은 악의 하수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세뇌에서 벗어나 그 두 영웅의 공과를 판별하고, 그들이 결코 신이 아니라 자기들같이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인간임을 인식하지 않는 한 진정한 통일은 불가능하리라.
<다음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