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25시 사람들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 등록 2023.10.30 14:51:37
  • 호수 1451호
  • 댓글 7개

대학 3학년 여름방학 때 감명 깊게 읽은 2권의 책이 있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의 <25시(25th Hour) (1849년 출간)>와 우리나라 작가 노석현의 <오계(五季) (1982년 출간)>다.

책 제목인 <25시>와 <오계>는 존재하지 않는 시제여서 내용도 시간과 계절을 뛰어넘는 미래에 대한 도전정신을 담고 있을 것으로 생각돼 여름방학 필독서로 택했다. 그러나 읽어 보니 두 책 모두 저자가 절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묘사한 자서전적 소설이었다.

<25시>는 루마니아인 주인공이 유대인으로 오인돼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거기서도 ‘적성 루마니아인’으로 체포돼 강제노동 및 수용소 생활을 하게 되고, 연합군 지역으로 탈주한 후에도 적국 병사로 잡혀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겪은 절망의 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미·소 패권싸움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민족의 고난과 운명을 보여준 작품이다.

저자는 책 제목인 25시를 두고 “25시는 인류의 모든 구원이 무효화된 시간이며, 25시는 최초의 시간이 아니라 최후의 시간서도 1시간이나 더 지난 시간이며, 24시 다음의 1시간은 아침이 오지 않고 절망의 시간이 계속되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오계>도 한센병에 걸린 주인공이 소록도 생활을 하면서 겪은 고초와 소록도를 탈출해 거리서 방랑하며 보낸 절망의 시간들을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 나는 옛날 성하던 계절에 서 있고, 지금의 나는 여기 있는 것 같지도 않다”고 기술했고, 인터뷰에선 “건강했을 땐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일상을 보냈지만, 한센병에 걸린 이후엔 계절의 흐름 속에 있지 않다”고 고백했다.

당시 필자는 이 두 소설의 영향을 받아 25시와 오계의 의미를 인류의 구원이 끝난 절망의 시간과 모든 게 끝나 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계절로 받아들였다. 특히 1년에 한 번쯤 접할 수 있는 오계에 비해 25시는 일상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용어로 필자에게 절망의 감정을 가끔 갖게 했다. 이와 같이 25시는 절망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21세기 초 선진국 도달을 눈앞에 둔 우리 사회에 도전정신과 서비스정신이 자리 잡으면서 절망의 시간을 대표하는 소설 속의 25시는 사라지고, “하루 24시간으론 부족해 더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가 담긴 현대적 의미의 25시가 등장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됐다. ‘특파원 25시’와 ‘GS 25시’가 도전과 서비스를 상징하는 25시의 대표적인 예다. 

필자는 목표를 향해 한계를 뛰어넘어 도전하는 사람들과 희생을 감수하며 타인과 사회를 위해 서비스하는 사람들을 ‘25시 사람들’이라고 명명해봤다. 

지난 7일 도전한국인 문화예술인상(청와대 편) 시상식서 조영관 도전한국인본부 대표가 “남들이 쉬고 잠자는 시간에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도전한국인 여러분이 대한민국을 이렇게 위대한 나라로 바꿔놓았다”고 말했는데, 바로 도전정신이 강한 도전한국인이 ‘25시 사람들’이다.

도전은 성공하면 국가와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해 국민적 영웅이 되기도 한다.


또 남들이 잠자는 시간에 1분1초도 놓치지 않고 안보와 치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군인과 경찰관들, 휴일에도 위급한 환자를 위해 대기 중인 응급실 의료진, 새벽 일찍부터 나와 거리를 깨끗하게 치우는 청소원, 화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야간에도 도로를 달리는 운전기사도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25시 사람들이다.

그런데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25시 사람들’은 ‘도전정신이 강한 25시 사람들’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아 우리 사회가 그들의 노고와 공로를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자들이 행복하지 않은 현실을 보면서 현대적 의미의 25시가 서비스 분야에선 본래 게오르규의 <25시>나 노석현의 <오계> 속 절망의 의미로 전락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 도전정신이 가장 강한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전 세계를 누비고 있고, 한 달이 부족할 정도로 매월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가하면서 일본에 통 크게 양보도 하고, 중국 눈치도 안 보고 미국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국민이 윤 대통령을 도전정신이 강한 ‘25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이 윤 대통령을 ‘서비스가 투철한 25시 대통령’으론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을 위해 열심히 국정운영을 하다가 발목이 잡히면 전 정부나 여소야대를 핑계로 대고, 국민의 절반이 지지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도 만나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짜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군인, 경찰관, 의료진, 청소원, 운전기사 등 25시 사람들은 상황 논리로 핑계대지 않고 서비스 대상도 차별하지 않고 오로지 서비스 자체만 생각하고 달려가는 사람들이다. 

만약 대통령실이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25시 사람들이 도전정신이 강한 25시 사람들에 비해 결과가 잘 드러나지 않아 서비스정신이 투철한 25시 대통령 전략에 소홀했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국민은 25시 사람들이 아무나 못하는 ‘최고의 최선’을 실천했기 때문에 영웅으로 여기는 것이지, 결과를 보고 그들을 영웅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일제강념기 36년 동안 우리나라 전 국민은 게오르규의 <25시>에 갇힌 25시 사람이었다. 더 이상 게오르규의 <25시>가 우리나라에 소환돼선 안 된다. 대신 우리 사회가 현대적 의미의 도전정신과 서비스정신이 뛰어난 25시 사람들로 꽉 채워져 일등 대한민국으로 우뚝 서야 한다.

앞으론 61초, 61분, 32일, 13월, 366일(윤년엔 367일)도 현대적 의미의 도전정신과 서비스정신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생활패턴이 하루 단위인 일반인은 25시가 어울리지만, 분초를 다투는 젊은이나 전문가는 61초, 61분이, 연월 단위로 사는 노인이나 농업인은 32일, 13월, 366일이 더 어울리기 때문이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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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