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2번째 한국인 IOC 위원 김재열

장인 이어 올림픽 유치 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한국인으로서는 12번째다. ‘언론 재벌’이자 삼성가의 사위인 김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대를 잇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회장이 IOC 위원이 되면서 한국 스포츠 외교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김재열 신임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현재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직과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직을 맡고 있다.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김 위원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장의 배우자이기도 하다. 형은 김재호 <동아일보> 대표이사 회장 겸 채널A 대표이사 회장인 ‘언론 재벌’이다.

엘리트 가문
언론 재벌

김 위원은 1968년 10월14일 김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노스필드마운트허먼스쿨을 거쳐 웨슬리언대학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고 존스홉킨스대학 대학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서 인터넷비즈니스 경영학 석사과정(MBA)을 마치고 미국 이베이서 일했다.

삼성가와 어렸을 적부터 인연을 쌓아왔다. 이재용 삼성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이다. 김 위원과 이서현 사장의 만남을 주선한 사람도 이재용 회장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미국 텍사스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을 때 병문안을 갔는데 당시 이건희 회장을 간병하던 이서현 사장을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둘은 이 병문안을 계기로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져 결혼했다. 이건희 회장은 김 위원을 무척 아꼈다고 알려진다. 김 위원과 이서현 사장이 결혼하자 “보면 볼수록 든든하다, 아들 하나를 더 얻은 기분”이라고 흡족해했다.


영어에 능통하고 사교성이 좋은 것도 이건희 회장에게 각별한 신임을 받는 데 한몫했다. 이건희 회장은 국제스포츠계 인물을 만날 때 김 위원을 늘 대동했고 통역 역할을 맡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전 때 이건희 회장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면서 언론을 통해 존재가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과도 친분이 깊다. 정 부회장은 김 위원의 어머니가 별세하자 고려대 안암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찾아 밤새 위로해줬다고 한다. 정 부회장의 전 부인인 고현정씨가 고려대 영문과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둘의 친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김 위원은 독실한 불교신자다. 그는 “전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절에 다닐 수 있는 아내를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서현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주장이 강하고 끈기 있는 성격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평가한다. 청운중 3학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갔는데 이는 김 위원 본인의 강력한 뜻이었다. 1980년대라 조기유학이 쉽지 않자 김 위원은 유학 방법을 연구하다 <한국일보>서 주관하는 청소년 미술대회에 입상하면 부상으로 미국유학이라는 특전이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부터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노력해 입상에 성공했고 마침내 미국 유학을 떠날 수 있었다.

김 위원은 IT산업 쪽으로 관심이 많다.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인터넷 비즈니스에 관심을 쏟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김 위원은 “전부터 정치학이 재미있어서 다른 것은 신경도 안 쓰고 정치학 공부만 했다”고 회고했다.

미국 웨슬리언대학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존스홉킨스대학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 것도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사주 집안 태어나 삼성가 사위로
이건희 회장 보좌하며 스포츠계 인맥 넓혀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해 제일모직으로 옮긴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입사 9년 만인 43세에 사장이 됐다.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으로 옮겨 경영수업을 더 받은 다음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으로 제일기획에 복귀했다.

김 위원은 2014년 12월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오르면서 삼성그룹의 스포츠를 포괄적으로 담당하게 됐다. 그가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에 오르기에 앞서 제일기획은 삼성그룹 스포츠단을 하나씩 인수했다.

2014년 삼성 프로축구단 수원삼성 블루윙스를 시작으로 배구단인 삼성화재 블루팡스, 삼성전자 남자농구단, 삼성생명 여자농구단을 인수했다. 2015년에는 프로야구단인 삼성라이온스도 인수했다.

제일기획은 스포츠단 통합관리를 통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자생력을 높이는 데 나서고 있다. 축구단의 경우 K리그 유료 관중비율 1위 달성, 유소년 클럽 등 선수 육성 시스템 강화, 통합패키지 스폰서십과 브랜드데이 도입 등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

제일모직서 근무할 당시 제일모직의 성장동력을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2년 제일기획에 상무보로 입사해 제일모직 전략기획실 경영기획담당 상무와 제일모직 경영관리실 경영기획담당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 제일모직 사장을 지냈다.

제일모직서 9년 동안 주력 사업인 케미칼 부문과 신규 사업인 전자재료사업 부문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등 업무처리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미래 첨단소재 사업을 개척해 제일모직 소재사업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화를 주도했다고 한다.

동계올림픽 분야를 통해 스포츠계서 활동 폭을 넓혀왔다. 소치동계올림픽 대한민국선수단 단장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았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국제빙상경기연맹 집행위원, 대한체육회 부회장,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정위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병문안 이후…
이서현과 결혼

김 위원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2014년 빙상계에 ‘성추문 논란’이 일면서 김 위원과 삼성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빙상연맹은 2014년 1월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를 맡고 있던 지도자를 임시 직무 정지한 뒤 태릉선수촌서 퇴출 조치했다. 해당 지도자가 과거 지도하던 여제자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일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빙상연맹이 해당 지도자의 징계와 관련해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퇴출 조치도 지나치게 늦게 결정됐다는 논란이 확산됐다. 빅토르 안(안현수)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의 부친인 안기원씨는 한 라디오방송서 해당 지도자가 빙상연맹의 고위 임원과 관련돼 소치동계올림픽 코치로 발탁될 수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2018년 당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삼성이 빙상연맹을 후원하며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에 모든 권한과 힘을 실어줘 파벌 문제 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빙상연맹은 2012년에도 성추문을 일으킨 전력이 있는 외국인 코치를 임명하려다 비판이 거세지자 철회한 적이 있다. 이후 미성년자 선수의 음주와 쇼트트랙 대표팀의 폭행사건 등도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빙상연맹이 선수 관리와 인재 영입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후 김 위원은 2016년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직서 물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에도 연루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2016년 11월 검찰은 삼성서 최순실(최서연으로 개명)씨 측에 사업상 특혜를 제공하는 과정에 김 위원도 개입한 것으로 보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위원을 상대로 삼성전자가 최순실씨의 조카인 장시호씨가 운영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자금을 지원하게 된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삼성전자는 장씨가 운영을 주도한 비영리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빙상캠프 후원금 명목으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16억원을 지급했다.

2016년 12월 김 위원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서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주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그룹이 결정했다면서도 누가 이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의 압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016년 12월 삼성 관계자 최초로 김 위원을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했다. 특검은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이 국민연금공단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의 대가였던 것으로 보고 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순탄치 않은
사건·사고

김 위원은 이재용 회장이 2016년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서 직접 전달받은 문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종합형 스포츠클럽 꿈나무 드림팀 육성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문건은 이재용 회장의 구속에 물증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과 장충기 전 차장도 특검 조사에서 해당 문건을 두고 “대통령에게 받은 게 맞다”고 진술했다. 김 위원은 특검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관련한 재판에 여러 번 중요 인물로 언급됐다.

2017년 3월13일 열린 재판서 김종 전 차관은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으로부터도 ‘(최순실씨가 운영하는)동계스포츠센터영재센터에 지원한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증언했다.

김 위원은 같은 해 4월7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2015년 8월20일 김 전 차관을 만나 영재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며 “BH(청와대)라는 말을 듣고 정확히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지만 중요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재센터의 이야기를 듣고 김 전 차관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봤더니 이규혁(당시 영재센터 전무)을 만나면 잘 알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가볍게 듣고 흘릴 얘기가 아니라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차관 변호인은 “증인(김재열)과 김 전 차관이 만난 시점에는 이미 이재용 회장이 청와대의 지시사항을 이행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지원 지시를 받고 당연히 증인을 만나 상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해 7월11일 재판에서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가 증인으로 나와 김 위원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BH 관심사항”이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에 따르면 2016년 2월22일 이 상무는 빙상 국가대표 출신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를 만나 ‘영재센터 빙상 영재선수 지원 계획안’을 전달받았다. 이 상무는 이를 장충기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차장과 김 위원에게 보고했다. 김 위원은 보고를 받은 뒤 이 상무에게 “BH 관심사항이니 잘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비유럽인 처음으로 ISU 회장 당선
최순실 게이트·빙상 성범죄 진땀

특검 공소 사실에 따르면 2015년 7월25일 이재용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독대자리서 박 전 대통령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대비해 유망주 양성과 은퇴한 메달리스트 지원 등을 도와달라고 이재용 회장에게 요청했고 이재용 회장은 이를 승낙했다.

김 위원은 노력 끝에 한국인으로 12번째 IOC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선대 회장님 덕분에 국제 스포츠계에 입문했다”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는 지난 2010년 1월에 시작해 1년 반 만인 2011년 7월, 삼수 끝에 유치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당시 이건희 회장의 통역 겸 비서로 활동하면서 IOC 위원 등 국제 스포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 인맥을 쌓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를 발판 삼아 김 위원은 지난해 6월 비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ISU 회장에 당선됐고, 이 여세를 몰아 1년여 만에 IOC 위원 자리까지 꿰차면서 당당히 국제스포츠계 중심 인물로 서게 됐다. ‘한국인 IOC 위원으로 한국 스포츠 외교력 제고라는 보이지 않는 의무감을 느끼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스포츠 발전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130년 ISU 역사에서 제가 비유럽인으로 처음 회장에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 국격이 그만큼 높아진 데다 선배들이 길을 잘 닦아 놓았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이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2년간 지내면서 우리 젊은이들이 다양한 분야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봤다”며 “어떤 젊은이들은 기업 스포츠 마케팅 분야서, 어떤 젊은이들은 IOC 등 국제스포츠 단체서 일하는데 그런 젊은이들을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대한빙상연맹 회장을 지내면서 빙상선수들을 많이 봤다. 국가대표 선수까지 오르기까지는 정말로 엄청난 훈련을 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데 국가대표 선수들은 일부(선수)가 되는 것이다. 그 밑에 있는 (많은 다른)선수들에게도 (성장할)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스포츠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스포츠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은 “이를테면 올림픽이 열리면 전 국민이 모두 스포츠 팬들이 되는데 올림픽이 끝나면 스포츠에 관심이 많이 떨어진다”면서 “(국민들이)선수들에게 응원과 사랑, 관심을 많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은 스포츠계 관심사인 ISU 회장 재도전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난해 6월에 ISU 수장으로 당선된 김 위원은 ISU 회장 4년 임기 중 1년여를 이미 보낸 상태다.

스포츠 발전
중요한 역할

그는 이번에 국제경기연맹(IF)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에 뽑혀 IOC 규정상 ISU 회장 임기까지만 IOC 위원으로 활동하게 돼있다. 따라서 ISU 회장직에 재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각서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은 “지금 (그 부분에 대해)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각국 빙상연맹 회장이 모여 ISU 회장을 뽑는 자리서 ‘스포츠계도 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공약을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ISU 회장에 다시 나설지 여부는)투표권자들이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