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 정조준’ 금감원 3대 펀드 재조사 내막

‘금융검찰원’ 용산 향한 충성 경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금융당국이 3대 펀드 사태에 관한 재조사에 나섰다. 문재인정부 때 이미 조사가 끝났던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자 결론이 뒤집힌 것이다. 그만큼 이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먼저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와 민주당 간 유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조사 과정서 불법성이 확인되면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남부지검이 금융감독원의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펀드 재조사 결론을 받아낼 채비를 마쳤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해당 펀드를 재수사해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돼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까지 나서 검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민주당 유착 의혹을 제외한 타 의혹은 관심 밖인 분위기다.

이례적
뒤집기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3대 펀드 운용사 재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같은 날 금감원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수사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 등에 관한 ‘특혜성 환매’와 펀드 투자자금 횡령과 관련된 자금이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흘러간 의혹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제기된 라임 핵심 관계자인 김영홍 메트로폴리탄 회장(해외 수배) 측이 투자한 필리핀 리조트 사업을 둘러싼 소문도 확인할 계획이다. 옵티머스나 디스커버리 펀드도 투자회사들의 횡령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펀드 사태 피해자들을 위한 진상규명보다는 문재인정부 시절의 비리와 불법성을 확인하는 게 먼저인 셈이다.


남부지검 관계자는 “금감원이 발표한 내용은 원래 알고 있던 내용서 한층 더 깊어진 것”이라며 “의혹 전반에 관해 재수사 중이고 조치도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5조159억원에 달한다. 이 중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3개 펀드를 제외한 환매중단액도 2조7083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 펀드 사건 수사는 사실상 멈춰있다.

이의환 전국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검찰과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3개 펀드 재수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펀드 피해에 관한 구제나 수사는 진척이 없다”며 “젠투 펀드 피해액은 수천억원이 넘는데 아직 해결이 안 됐고 피델리스 펀드, 독일헤리티지 펀드, 트랜스아시아무역금융 펀드 등도 고소·고발을 했는데 기소도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독일헤리티지 환매중단액은 4772억원, 피델리스 펀드 3445억원, 트랜스아시아무역금융 펀드는 3302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만 해도 수천명이다. 헤리티지 펀드는 2021년 4월 검찰에 고소 접수한 뒤 수사 진척이 없다. UK 펀드도 투자자들이 2021년 1월 펀드 관계자들을 사기와 부정거래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수사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예상 못한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재검
조사 결과 합수단에 통보…물적증거는 아직

2020년 7월 고소가 접수된 이탈리아헬스케어 펀드 사건은 올해 1월에야 펀드 판매를 주도한 전직 은행원 1명이 해외 도피 중에 붙잡혀 구속되자 재판이 시작됐을 뿐이다.

이들 펀드뿐 아니라 지난 3월 남부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된 포트코리아 그린에너지 펀드 사건은 고발인 조사만 하고 아직 진척이 없다.


사모펀드 한 피해자는 “당국 발표 내용을 보면 새로 알게 된 내용도 있지만 이미 대부분 우리들이 이야기했던 것들”이라고 토로했다. 당국과 검찰의 수사가 정치적으로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유독 3대 펀드에 관해서만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해당 펀드 모두가 야권과 정치적으로 얽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서 당국이 민주당과 펀드 사태의 연결고리를 찾으면 국민의힘에게 유리한 카드로 쓰일 것이라는 해석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들의 전환사채(CB) 불법거래를 통해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펀드런 위기에 몰렸고, 2019년 10월 환매가 중단됐다. 투자자들이 본 피해만 1조6000억원 규모다.

검찰은 수사 결과 민주당 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 김영춘 전 의원, 열린우리당 김갑수 전 부대변인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봉현 라임 대표는 이들 4명에게 1억6000만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금감원은 이번 추가 검사에서 김 회장이 라임 펀드 자금 300억원을 메트로폴리탄 임원에게 대여금 형태로 인출한 뒤 276억원으로 필리핀 이슬라 리조트를 차명으로 사는 등 총 299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발견했다. 이 과정서 일종의 사업 파트너였던 장모씨와 전모씨 등에게 매각대금 명목으로 펀드 자금 일부가 건네진 정황을 확인했다.

3대 펀드
뭐길래?

문제는 장씨와 전씨가 정치권과 일부 인연이 있다는 점이다. 장씨는 지난 대선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 모임인 민주평화광장 산하 금융혁신위원회와 기본경제특별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전씨는 민주당 지역 도당 후원회장과 강원도 민주당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다만 아직 민주당과 연결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라임 펀드 자금이 이들을 통해 정치권으로 건네졌다는 증거와 정황이 확인된 바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윤갑근 전 고검장은 자문료 명목의 돈을 받고 은행에 로비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2심서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이 사건은 합수단서 수사를 맡았으나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합수단을 폐지하면서 사실상 수사가 좌초됐다. 당시 송삼현 남부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옵티머스 사건은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면 3200여명으로부터 1조3500억원 모아, 부실 채권이나 돌려막기에 사용해 1000여명에게 5600억원의 피해를 끼친 사건이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사기 혐의로 징역 40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이 확정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20년 수사에 착수해 ‘펀드하자치유’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문건에는 민주당, 법조계 20여명의 실명이 거론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고문으로 활동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검찰은 2021년 8월 문건에 적힌 각종 의혹 모두를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문건에는 “채동욱 전 총장이 추진하던 경기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2020년 5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를 만났다”는 내용도 있다. 검찰은 당시 “두 사람이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청탁은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정권
인사 겨냥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 장하원 대표가 만든 디스커버리 펀드의 ‘펀드 돌려 막기’ 의혹도 금감원이 일부 정황을 확인됐다. 장 대표는 환매 중단 책임을 놓고 기소됐지만, 1심서 무죄를 받았다.

금감원은 디스커버리 펀드를 판매한 기업은행에 관해서도 추가 조치를 검토 중이다. ‘투자자에 100% 배상’(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을 기업은행 측에 내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다. 금감원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US핀테크 글로벌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서 환매가 되지 않자 동일한 구조의 다른 펀드를 만들어 돌려 막았다고 결론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이 과정서 투자 대상을 거짓 기재한 투자제안서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 환매가 되지 않은 펀드를 상환할 목적으로 새로운 펀드를 만들었음에도 새 펀드의 투자제안서엔 이 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해외의 다른 투자처에 투자한다는 거짓정보를 넣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은 향후 디스커버리 펀드에 관한 분쟁조정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자산운용 검사 결과는 물론 미국 당국으로부터 확보한 자료 분석, 기업은행에 관한 추가 검사 결과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검사국 관계자는 “9월 초에 기업은행 검사가 예정돼있다. 주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기재한 투자제안서의 거짓된 내용을 알면서도 판매했는지가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에서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통해 100% 손해배상 결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거짓 투자제안서를 기업은행이 그대로 인용했다면 이것만으로도 불완전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에 100% 배상을 결정한 전례가 있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NH투자증권은 라임 펀드를 판매한 신한금융투자와 달리, 옵티머스 펀드 부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자금 흐름 파악…정치자금으로 의심
피해 진상 규명 아닌 조사만 논란도

민법(제109조)에 따른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착오를 일으킬 정도로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을 경우 내릴 수 있다. 앞서 금감원 분조위는 2021년 5월 디스커버리펀드와 관련해 기업은행에 원금의 40~80%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라고 권고했다.

금감원이 범죄 혐의를 통보한 이후 검찰이 풀어야 할 매듭은 자금흐름이다. 펀드 사태 핵심 피의자들이 왜 자금을 주고받았는지와 어느 용도로 사용됐는지를 밝혀내지 못하면 정치적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재경지검 한 검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투자금을 수표나 코인으로 전환한 정황도 있어 추적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정치자금으로 활용됐는지가 핵심일 것 같은데 의심만 될 뿐 아직 이렇다 할 증거가 있다고 보기에는 힘들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금감원이 아니라 금융 정치원"이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은 엄중한 책임을 반드시 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라임 펀드 자금 중 일부가 이 대표 대선캠프의 외곽조직 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보도에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9월 정기국회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권한 남용’ 의혹을 집중적으로 다루겠다고 예고했다.

이 원장이 권한을 넘어 통화 정책에 관여하거나, 해외 투자설명회(IR) 출장비용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회 요구에 불응하고, 내달에도 유럽 IR 출장길에 오르는 등의 행보를 주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내년 총선을 고려한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복현 원장이 금감원장 권한을 넘어서 통화정책에 관여한 것과 IR 참여, 정치적인 금융감독 행태에 관해 국정감사에서 지적하고 바로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다 말면…
역풍 주의보

민주당이 주목하는 건 이 원장의 이력이다. 검사 출신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원장이 지휘한 ‘라임 사태 재검사’ 결과가 문재인정부 유력 인사들을 정조준하는 수사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민주당은 보고 있다.

이로써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전선도 넓어졌다. 검찰, 감사원에 이어 금감원이 세 번째 적이 된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확실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로 5번째 소환을 앞두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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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