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 금감원 초강수 막전막후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2 10:00:00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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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한발 늦는 무능한 저승사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은행 직원들의 횡령과 내부정보 거래, 무단 계좌 개설 등의 도덕적 해이로 금융감독원이 분주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조사 1·2·3국 체제로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검사 출신답게 특기를 살렸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권위를 되찾기 위해 강수를 뒀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회사 검사 체계를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개편했다. 일각에선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최근 금융권서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 금감원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상한
책임론

지난해 1월 금감원은 검사의 예측 가능성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해 검사체계를 종합·부문검사에서 정기·수시검사로 바꿨다. 정기검사는 금융회사의 규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 등을 감안해 일정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검사다. 수시검사는 금융사고 예방, 금융질서 확립, 기타 감독정책상 필요에 따라 수시로 실시하는 검사로 테마검사나 기획검사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당시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종합검사는 금융회사 업무 전체를 일시에 점검할 수 있으나 사후적 시각에 중점을 둔 검사만으로는 예방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며 “주기적인 정기검사 체계로의 전환을 통해 검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금융회사별 특성에 맞춰 핵심·취약 부문에 검사 역량을 집중하게 돼 검사의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감원은 특정 검사사항에 대해 개별·다수 금융회사에 감사를 요구할 수 있는 자체감사요구제도를 도입했다. 


시범 실시안을 살펴보면 금융회사는 자체감사 요구사항에 관해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한 후 금감원에 보고하게 된다. 금감원은 금융회사 조치를 원칙적으로 수용하되 자체감사 활동이 부실하거나 허위 보고한 경우, 직접 검사한다.

이외에도 검사결과 처리의 투명성·수용성 제고 차원에서 검사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한다.

이 수석부원장은 “검사 결과의 조기 교부 및 충분한 설명을 의무화하고 쟁점이 있는 경우에는 검사국장이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다수의 임직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검사 결과를 충분히 리뷰하는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검사 결과를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검사체계 개편은 2022년 검사업무 운영계획 수립 시 반영됐다. 검사체계 전환 속에도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했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폭락과 주가조작 의혹이 터지자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이슈나 금융기관 내부의 탈법 등을 약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취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 근절, 금융시장 안정 등을 강조한 이 원장의 심기를 건드린 셈이다. 거듭되는 내부통제 강화 요청에도 은행권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올해와 내년 은행 부문 중점 감독·검사 테마로 ‘은행 지배구조’를 선정했다.

은행 경영실태 평가서 지배구조·내부통제와 사회적 책임 비중을 확대했다. 

갈수록 더하는 은행권 비리 
검사 출신 원장 드디어 폭발


결국 전면전에 나섰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자체 점검하라고 경고했다. 앞서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업무상 알게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주식 매매차익을 챙겼다.

지난 9일 금융당국은 상장사들의 증권 업무를 대행하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이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한 행위를 적발해 검찰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직원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61개 상장사의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서 무상증자 규모와 일정 등의 정보를 미리 파악했다. 이를 주식 매매에 활용해 66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무상증자란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을 말한다. 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호재로 통한다. 기존의 주주들에게 신주를 무상으로 나눠주는 것은 재무적으로 건실한 기업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무상증가를 했다는 것은 건전성을 증명하기 때문에 대부분 주가가 오른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은행 내 다른 부서 직원들을 비롯해 본인들의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이들도 주식거래를 통해 61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얻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이득 규모가 총 127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국민은행 직원은 6~8명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현재 비위가 입증돼 업무서 배제된 직원은 차장급 직원 1명이다. 나머지 직원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구체적 혐의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매매는 증권 범죄임에도 문제의식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은행 내부 제보가 아닌 금융위·금감원이 포착한 것이다. 따라서 은행 내부에선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 올해 상반기 주가조작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이상현상에 집중하고 있어 사건을 포착할 수 있었다.

계속 터지는
사건·사고

금융위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긴밀한 공조로 인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양 기관은 매매분석, 금융계좌 추적은 물론 스마트폰 포렌식까지 동원했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 치명적인 횡령사고도 여전하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지난해 101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횡령액은 592억7300만원으로 2위다. 덩달아 금감원 책임론도 부상했다.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은행권 비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 수위가 강화돼야 할 시점이다.

금감원은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씨가 총 562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확인했다. 이에 경남은행은 최고리스크담당자(CRO)를 교체했다. 지난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정용운 CRO에게 지난 9일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대신 BNK금융지주의 CRO인 윤석준 상무가 겸직하기로 했다. 


이씨는 2007년부터 올 4월까지 약 15년 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CRO는 2021년부터 IB사업본부, 투자금융그룹장을 역임한 이후 지난해부터 CRO를 맡았다. 경남은행은 정 CRO가 이씨와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 4일 빈대인 BNK금융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 회의를 열고 횡령 사고와 관련해 유감을 표했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된 탓인지, 실적에 눈이 멀어 비위행위를 저지른 경우도 있다. 최근 대구은행은 고객 문서를 위조하다 발각됐다. 대구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은행 입출금통장과 연계해 다수 증권회사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지난 10일, 대구은행 직원들은 고객 동의 없이 예금 연계 증권계좌를 임의로 추가 개설했다. 이를 감지한 금감원은 지난 9일부터 긴급 검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일부 직원은 평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지난해 1000여건이 넘는 고객 문서를 위조해 증권계좌를 개설했다. 

은행장에 
책임 묻기로

해당 직원들은 고객을 상대로 증권사 연계 계좌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해당 계좌 신청서를 복사해 고객 동의 없이 같은 증권사의 계좌를 하나 더 개설했다. 직원들은 미동의 개설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계좌 개설 안내문자(SMS)를 차단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지난 6월30일 해당 건과 관련한 민원을 접수받고 자체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금감원은 즉시 검사를 개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임의 개설이 의심되는 계좌 전건을 철저히 검사하고 검사 결과 드러난 위법·부당행위에 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며 “대구은행이 본 건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신속히 보고하지 않은 경위를 살펴보고 문제가 있다면 이에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사고를 막고자 은행장 책임을 묻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은행장 확인서명이 들어간 내부통제체계 자체점검을 지시했다. 추후 내부통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서 시중은행, 지방은행 등 17개 은행장과 함께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주문했다. 간담회에 앞서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최근 드러난 금융사고와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은행권은 내부통제체계 전반에 관한 종합점검을 은행장 주관하에 실시해야 한다. 점검 항목은 내부통제 혁신방안 이행 상황, 최근 사고 관련 유사사례 점검, 사고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현황 등이다. 특히, 금감원은 단기 실적 위주의 성과지표(KPI) 개선, 위법·부당사항에 관한 관용 없는 조치 등 내부통제에 대한 자체 유인체계 마련도 요청했다.

이날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은행이 국민의 재산을 지켜준다는 신뢰가 유지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횡령액 환수 고작 12%
실효성 없는 ‘셀프준법’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은행권은 여전히 비리의 온상이다. 횡령사고 규모에 비해 횡령액의 환수는 저조한 실정이다. 최근 7년간 횡령액 중 환수된 금액은 224억6720만원으로 환수율은 12.4%에 그친다. 특히 은행의 경우 환수율은 7.6%(114억9820만원)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임직원의 준법의식이 취약하고 내부통제의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은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을 발표했음에도 횡령사고가 더 증가했다는 것은 대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셀프 준법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한다면 횡령은 만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지만, 비리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도 직원이 신고를 누락하면 이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결국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통제 부실이 비단 일부 은행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이 법령상 최고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만큼 최고경영자들은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 비단 은행권만이 아닌 금융업 전반에 걸쳐 찬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의 SM 주가 시세조종 의혹 사건을 패스트트랙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금감원 특사경이 검찰 지휘를 받아 수사하고 있는 사안이다. 특사경은 검찰과 4월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달 18일에는 SM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카카오는 올해 초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식을 대량 매입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SM 지분경쟁을 하고 있었다.

막중한
책임감

주가 상승으로 공개매수에 실패한 하이브는 공개매수 기간에 SM 발행 주식 총수의 2.9%에 달하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진정을 냈다.

이 원장은 지난달 17일 취재진에게 SM 수사와 관련해 “역량을 집중해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수사가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 중”이라며 “실체 규명에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경영평가서 A 등급을 받았다. 이 원장이 취임 후 강조해온 금융시장 안정과 상생 금융, 내부혁신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평가된다. A 등급 평가는 올해 금융사고와 무관하지만, 막중한 책임감에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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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