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출소’ 제2의 조두순 3인방 추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01 11:06:19
  • 호수 1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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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에 금수가 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성범죄자들이 출소할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한결같이 ‘내가 사는 지역으로 오지 마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다. 그나마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라면 다행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이 있다.

대한민국 여성 10명 중 4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기준 전체 성폭력 범죄 피의자 중 절반만 재판에 넘겨졌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2월29일 여성 폭력의 발생과 범죄자 처분, 피해자 지원까지 총 152종의 통계를 종합한 ‘2022년 여성 폭력 통계를 여가부 홈페이지에 공표했다.

미성년자
상대로…

해당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여성이 38.6%, 남성이 13.4%였다. 피해 여성 중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을 포함한 신체적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비율(복수 응답)은 18.5%로 나타났다. 이외에 성폭력 피해 유형으로는 성기 노출 22.9%, 음란 전화 등 10.4%, 불법 촬영 0.5%, 불법 촬영물 유포 0.2% 등이 있었다.

성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은 통계서 드러난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조사한 성범죄자 신상 등록 현황에 따르면 10년간 성범죄로 7만4956명이 등록됐다.

이 중 신상 재등록자는 2901명으로 전체의 3.9%다. 2901명의 재등록 성범죄자 중 1811명이 3년 이내 성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출소 직후 성범죄자를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는 얘기다.


성범죄를 다시 저지른 재등록 대상자 중 무직 비율이 44.7%로 가장 높았고, 단순 노무자가 18.8% 순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성범죄자가 출소하면 해당 지역 시민들은 고통을 받게 된다.

상해치사, 아동 성범죄, 성폭행 등의 중범죄를 저지른 전과 18범 조두순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13일에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는 2020년 12월12일 새벽 6시46분 관용차량을 타고 만기 출소해 즉시 경기도 안산시로 돌아갔다.

조두순 출소 당시 사회는 적잖은 혼란에 빠졌다. 단순히 조두순에게 분노한 사람들이 모이거나, 유명한 범죄자에게 관심을 갖는 현상 정도가 아니었다. 조두순이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게다가 조두순은 피해자와 불과 500m 거리로 거처를 옮기기도 했다. 피해자의 부친은 “조두순은 법정서 피해자의 기억이 잘못됐다고 주장했고 사과와 반성도 없는 사람이다. 영구 격리하겠다던 약속을 지켜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두순·박병화 외 악질 성범죄자 출소
동일 범죄 반복할 위험성 높아 예의주시

이 같은 이유로 정부는 조두순의 재범 예방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세웠다. 당국은 조두순이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내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주요 길목에 방범초소를 설치하고 CCTV를 확대 설치했다. 이 지역을 담당하는 안산단원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강력팀 5명을 특별대응팀으로 편성했다.

조두순뿐 아니다. 박병화는 2002년과 2005~2007년에 경기도 수원서 20대 여성 8명을 성폭행했다. 2008년 1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같은 해 6월 항소심서 11년으로 감형받았다. 대법원은 징역 11년, 전자발찌 부착 명령 10년을 선고했다. 이후 2002년과 2005년에 저질렀던 2건의 여죄가 밝혀지면서 4년이 추가됐다.


출소는 지난해 10월31일 이뤄졌다. 박병화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으로 거주지를 정했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경찰청은 박병화가 거주 중인 지역 주변 5곳에 경찰 지구대와 기동대 인원 10명을 상시 배치했다. 또 주요 진입로엔 순찰차 3대를 배치하고, 특별치안센터도 2곳 마련했다. CCTV 27대와 비상벨 12대를 설치했다.

이 둘의 공통점은 범죄 행각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정부가 범죄자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성폭력처벌법 제25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성폭력 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때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영구 격리
가능할까?

덕분에 누구나 성범죄자알림e 앱에 성범죄자 이름을 검색하면 거주지 정보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성범죄자알림e 앱은 범죄자의 기본정보를 알아야 검색이 가능한데, 이름이나 주소가 알려지지 않은 성범죄자들은 아예 검색 자체가 불가한 경우다. 물론, 성범죄자 신상 공개가 법적으로 이뤄지지 않아도,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있는 가구에는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하지만 독립한 미혼 20~30대 여성이나 결혼했어도 자식이 없는 사람들은 성범죄자의 정보를 알 수 없다. 특히 성범죄자의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인터넷이나 타인에게 알리는 것 자체도 법에 저촉된다. 성범죄자의 이름과 나이가 같은 다른 사람이 성범죄자로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성범죄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아서 생긴 결과다.

혼자 사는 여성은 옆집에 재범률이 높은 성범죄자가 거주해도 피할 방법이 전혀 없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달 22일 발생했다. 이날 10~30대 여성 13명을 성폭행한 연쇄 성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후 전남 순천에 거주해 시민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

같은 달 27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연쇄 성범죄자 A(50)씨가 출소하면서 유관기관들은 특별 관리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A씨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광주서 10~30대 여성 피해자 12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2008년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다. 2029년까지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내려졌다.

2019년 형 집행이 종료된 A씨는 사회로 나왔지만,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추가 범행이 드러나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량까지 모두 끝난 상태다. 현재 A씨는 전남 순천의 한 임시 거주지에 머물고 있으며 8월 초까지 주거지를 결정해 법무부에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성범죄자 출소 소식과 함께 자리 잡은 임시 거주지가 초등학교와 800m 거리에 위치해 주민들이 불안을 호소했다. 특히 13명의 피해자 중 3명이 미성년자이며 A씨가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서 재범 위험성이 ‘높음’ 수준으로 나왔다.

불안한
주민들


당시 재판부는 “각 범행의 반복성과 수법의 유사성 등에 비춰볼 때 피고인이 추후 다시 동종의 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더 이상의 무고한 피해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를 방위하기 위해서 피고인에 대해 장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판시했다.

전문가들은 A씨의 관리·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지지만, 고위험 성범죄자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일정 기간 보호 수용과 주거지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순천 시민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성범죄자알림e에 검색해봤는데 인증해야 하고, 캡처하고 공유하면 처벌받는다는 문구가 협박처럼 느껴졌다”며 성범죄자알림e 앱을 향한 불만을 제기했다.

또 “너무 끔찍하다. 성범죄자들은 남의 인권을 훼손하고 자신은 법 테두리 안에서 숨는 것 아니냐” “성범죄자 신상 공개 고지가 독신 성인 여성에게도 이뤄져야 한다” “성범죄자들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과거 사진이 아닌 현재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 “습관적으로 성범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는 건 정말 무섭다” 등의 부정적 의견들도 쏟아졌다.

충북 청주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성범죄자가 있다. 주거침입, 강간, 상해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B(49)씨는 지난해 2월 청주교도소서 출소했다.

B씨는 2007년 1월부터 한 달 동안 6명의 피해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중 5명은 미성년자였다. B씨는 혼자 귀가하는 피해자를 미행한 후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초인종을 누르지 않고 직접 현관문을 여는 아이들이 범행 대상이었다. 집에 부모가 없는 것을 확인하면, 택배기사로 위장해 현관문을 열게 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수법, 나이 등에 비춰볼 때 동종 범행을 반복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B씨는 출소 전 실시한 사이코패스 검사에서 조두순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법 테두리에 숨는 것”
“보호수용제 입법 필요”

이처럼 비상식적인 범죄를 반복했던 B씨는 현재 학교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 원룸촌에 거주하고 있다. 등하교 시간이 되면 수백명의 아동·청소년이 B씨 거주지 앞을 지나 다닌다. B씨는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또 통학 시간 외출 제한, 유치원·학교·놀이터 등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상시 이용 장소 출입 금지 등의 준수사항이 부과돼 있다.

그러나 정확한 거주지 위치, 사진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초범인 탓에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 등록 및 제한적 열람’ 대상에도 속하지 않는다.

2021년 생후 20개월된 딸을 무참히 폭행해 숨지게 한 데다 성폭행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는 20대 계부 C(29)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의 동의했다. C씨는 2020년 6월, 20개월된 딸이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고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와 20개월된 아이를 성폭행하고 시신을 아이스박스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외에도 C씨는 장모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반인류적이고 패륜적인 행태를 보였다. C씨는 이날 추가로 당시 아이를 유기 후 도주하는 과정서 신발, 음식, 금품을 훔치는 절도 행각을 벌인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해당 청원 작성자는 “가해자 C씨가 20개월 아기 피해자를 잔인하게 학대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으니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에 부합한다”며 C씨의 신상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C씨 사건은 재판이 넘겨진 상태여서 신상 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상 공개 범위는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서 ‘피의자’ 신분인 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재판받는 C씨는 이미 ‘피고인’ 신분이 돼있었다.

성범죄자의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것은 신상 정보 공개를 명시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 법률 등 제정 이전이기 때문이다.

확인할
방법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는 보호관찰관이 전담해도 위치 정보만 확인할 수 있다. 장기수, 강력범죄자는 혼자 사는 경우가 많아 사회 적응이 어려운 데다 또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야간 외출 제한 대신 시설서 생활하면 성매매와 음란물을 보고 있는지 등 생활 관리와 관리·감독이 체계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시설서 보호관찰관과 함께 상담 등에 참여하는 등 치료 목적도 달성할 수 있어 재범 방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추가적 관리를 위해 중간 처우 보호수용제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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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