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레바뮌’ 첫 코리안리거 김민재

아시아 넘은 월클 센터백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한국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 김민재가 한국 축구 역사에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는 아시아 역대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우며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했다. 그는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3대 클럽 중 한 곳에 입단하기까지 단 2년 걸렸다.

축구선수 김민재가 독일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과 2028년까지 5년간 계약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인 센터백 김민재와 2028년 6월30일까지 5년 계약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김민재는 전 소속팀 나폴리에서 사용하던 등번호 3번을 달고 뛴다.

장 크리스티안 드리센 뮌헨 CEO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공헌을 세웠고, 시즌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을 정도로 큰 발전을 이뤄낸 선수”라며 “그의 개인적인 능력인 정신력, 스피드 모두 인상적이다. 김민재는 자신의 플레이로 팬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드디어 밟은
꿈의 무대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식서 포부를 드러냈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은 항상 모든 축구선수가 꿈꾸는 클럽이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이 기대된다”며 “구단과 대화하면서 나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첫 번째 목표는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고 가능한 많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뮌헨은 김민재와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뮌헨은 김민재를 영입하기 위해 나폴리에 바이아웃(최소 이적료)으로 5000만유로(약 710억원)를 지불했다. 앞서 축구선수 손흥민이 기록한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3000만유로(약 410억원)를 뛰어넘으면서 기록을 경신했다. 


김민재는 뮌헨 구단 역사에도 새 이정표를 썼다. 김민재의 이적료는 뤼카 에르난데스(8000만유로), 마티아스 더 리흐트(6700만유로)에 이어 구단 역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뮌헨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세계 축구 클럽 주축인 유럽 축구를 꼽을 때 사용하는 단어인 이른바 ‘레바뮌’(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뮌헨)이라 불린다.

뮌헨 유니폼을 입은 한국 선수는 김민재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이현주(베헨 비스바덴) 등이 있었지만 이들은 뮌헨 자체 육성시스템으로 영입한 유망주다. 김민재는 구단 역사상 이적료 3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주전급으로 분류된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서 인정한 최고의 수비수다. 2019년 K리그1(1부리그) 전북 현대로 입단한 김민재는 전북서 두 시즌을 뛰는 동안 모두 우승을 경험했고, 리그 베스트11과 영플레이어상을 받는 등 뚜렷한 상승세를 그렸다.

그는 당시 유럽 무대 진출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중국 슈퍼리그의 베이징 궈안으로 이적을 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민재를 향해 “커리어보다 돈이 우선이냐”며 비난하기도 했다.

이후 김민재는 무대를 넓히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아가면서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는 2021-2022시즌 페네르바체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처음 입성했다. 튀르키예 리그에 합류함과 동시에 곧바로 뛰어난 존재감을 펼치기 시작했다. 김민재는 입단 1년 만에 많은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고, 이후 나폴리로 이적하게 됐다. 

중국 리그서 세계 최고 명문 클럽으로
몸값 28억→857억 2년 만에 30배 상승

나폴리는 나폴리 수비진을 오랜 기간 책임진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를 영입했다. 당시 시즌 시작 전 합류한 김민재를 향해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김민재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유럽 2년 차인데다 쿨리발리의 자리를 메우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김민재는 첫 시즌부터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했다. 데뷔 전부터 헤딩으로 득점포를 쏴 올리는가 하면, 철벽수비도 선보였다. 이후 그는 매 경기 놀라운 기량을 선보여 시즌이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철벽수비를 펼치면서 세리에 A 이달의 선수상만 세 번 선정됐다. 

김민재는 나폴리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A 우승)를 차지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나폴리는 2022-2023 시즌 세리에A 정규리그서 38경기 28승6무4패의 성적을 거두고 리그 최다 득점과 최소 실점을 동시에 기록했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리그 35경기에 출전, 3054분 동안 2골 2도움을 기록하며 경기당 태클 1.6회, 가로채기 1.2회, 클리어링 3.5회, 슈팅 블록 0.7회의 성적표를 일궈냈다. 나폴리 수비진을 이끌며 맹활약을 펼친 김민재는 시즌 종료 후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베스트 수비수 상을 받았다.

김민재는 뮌헨 공식 입단에 앞서 자신의 SNS를 통해 나폴리 팬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는 “그간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신 모든 나폴리 팬들에게 이 메시지를 보낸다. 고 디에고 마라도나 시대 이후 33년 만의 리그 우승을 만들어준 팬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저의 열정적인 클럽 나폴리, 스팔레티 감독님, 팀 동료들, 그리고 무엇보다 나폴리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제가 어디에 있든, 어디를 가든 나폴리를 기억하고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김민재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서 대형 구단에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뮌헨 이외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이 관심을 보였고 최근 이강인이 입단한 파리 생제르맹도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매 시즌 각 리그서 우승 후보로 점쳐지는 구단인 데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구단이다.

수많은
러브콜

이적시장 초반 가장 적극적으로 김민재를 원하는 곳은 맨유였다. 구단 재건을 노리고 있는 에릭 텐 하흐 감독이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를 탄탄히 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맨유 수비진에는 라파엘 바란,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빅토르 린델로프 등이 있지만 부상이 잦아 내구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맨유는 김민재 영입을 통해 수비진 경쟁을 견고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연봉과 계약기간까지 김민재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맨유는 김민재와 영입 협상을 한 달 넘게 끌면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맨유는 해리 매과이어와 빅토르 린델로프 등 백업 수비진을 이적 및 방출 시킨 이후 김민재를 영입해 수비진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맨유 측은 나폴리와 한 협상서 김민재의 이적료 중 일부에 린델로프를 포함시킬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맨유는 센터백 포지션의 백업 선수들을 처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과이어와 린델로프 등 백업 선수들은 기량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고액 연봉을 받고 있어 다른 구단에서도 영입을 제안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실력에 비해 고액 연봉을 받는 백업 선수들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이적료 및 주급 마련에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맨유가 주춤하자 타 구단들은 김민재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김민재와 나폴리 간 계약에는 지난 1일부터 해외 구단 한정으로 유효한 바이아웃이 존재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있는 대형 구단 입장에서는 김민재의 이적료인 5000만유로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금액이었다.


바이아웃 조항이 시작되자 김민재를 향한 빅클럽의 구애가 이어졌다. 바이아웃 조항은 특정 액수가 넘어가면 소속 구단과 상관없이 선수 개인과 협상이 가능한 제도다.

그러나 김민재 영입전에 후발주자로 나섰던 뮌헨이 최종 승자가 됐다. 뮌헨 구단은 김민재 영입에 큰 공을 들였다. 뮌헨은 주전 센터백이었던 뤼카 에르난데스가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하면서 대체 선수로 김민재를 낙점했다.

근거 있는
다재다능

토마스 투헬 뮌헨 감독은 직접 김민재와 영상 통화를 할 정도로 진정성을 보였다. 김민재가 뮌헨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현지 매체는 “뮌헨 측이 김민재를 구단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투헬 감독은 김민재 영입 발표 이후 “김민재가 이곳에 있어 너무 기쁘다”며 “김민재와 몇 차례 영상 통화를 했다. 김민재는 진정한 남자이며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 15일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육군훈련소에 입소했던 김민재는 3주 훈련을 마치고 지난 6일 퇴소했다. 이에 뮌헨 구단은 퇴소일에 맞춰 독일서 의무팀을 한국으로 직접 파견해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이적을 공식 발표하면서 메디컬 테스트 진행 모습을 담은 비디오 클립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뮌헨 의무팀이 독일을 떠나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과 함께 국내 병원서 김민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대화를 나누며 메디컬 테스트를 실시하는 모습이 나왔다. 또 뮌헨서 준비한 선물을 받는 장면도 담겨있었다. 파격적인 대우에 독일 현지 매체도 놀랄 정도였다.

독일 현지 매체는 김민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매체 <빌트>는 “바이아웃 조항에도 불구하고 먼 길을 돌아왔다. 뮌헨은 그들의 입장을 고수했다”며 “이제 뤼카 에르난데스를 잊게 할 사람이 뮌헨에 있다”고 환영했다. 

같은 현지 매체인 <란>은 “김민재는 에르난데스와 벵자맹 파바르를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며 “통계에 따르면 김민재는 여러 방면서 뮌헨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뮌헨은 김민재 영입을 통해 마티어스 더 리흐트와 다요 우파메카노로 이어지는 센터백 라인을 구축한다.

김민재의 시즌 초반 목표는 전 주전 센터백인 에르난데스의 존재감을 잊게 하는 것이다. 

독일 <스포르트1>은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난 에르난데스를 대신할 김민재에 관한 강점을 분석했다. 매체는 통계 정보를 두고 에르난데스보다 김민재가 훨씬 좋은 수비수라고 평가했다.

“야프 스탐과 같은 선수”
뮌헨 가자마자 주전 예약

이 매체는 “김민재는 지난 시즌 세리에A서 3050분을 뛴 반면에 에르난데스는 가장 많이 뛴 2021-2022년 시즌 조차 2030분을 뛰었다”며 김민재가 내구성 면에서 우위라고 전했다. 이어 “김민재는 막강한 신체 스펙을 이용해 공중볼 경합을 따낸다. 공중볼 경합서 김민재는 90분당 2.69번을 승리했고, 에르난데스는 1.77번”이라고 분석했다.

뮌헨은 공식 홈페이지에 ‘김민재에 대한 7가지 사실’이라는 글을 올려 대대적인 김민재 홍보에 나섰다. 뮌헨은 김민재가 자라온 일대기를 소개했다. 구단 측은 김민재에 대해 “1996년 11월15일 한국의 항구도시 경남 통영서 태어나 과거 인터뷰를 통해 횟집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전했다. 이어 연령별 대표팀 시절에는 아버지가 트럭으로 밤새 이동해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로 데려다 줬다는 사실까지 언급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통계자료를 통해 스피드, 패스, 제공권, 빌드업 능력, 태클을 두루 갖춘 수비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뮌헨은 “190㎝의 신장을 갖춘 김민재는 지난 시즌 두 번째로 많은 92번의 공중볼 경합 승리를 기록했다”며 “63%의 태클 성공률은 시즌 1위였고, 상대가 그를 제친 횟수는 5차례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뮌헨은 김민재의 빌드업 능력도 치켜세웠다. 뮌헨은 “김민재는 빌드업 과정서 91%의 패스 성공률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보였다”며 “지난 시즌 유럽 5대 리그서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했고 3번째로 많은 패스 시도를 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유럽 빅리그서 빠른 스피드로 인정받았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수비라인에 있으면 상대팀이 역습을 할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김민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서 최고 속도 34.2km/h를 기록했다. 같은 소속팀 수비수인 우파메카노(34km/h), 파바르(32.9km/h)를 모두 능가하는 수치다.

김민재가 달고 뛸 등번호 3번에 관한 역사도 재조명했다. 현지에서는 김민재가 레전드들이 거쳐간 등번호를 이어간다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독일 매체 <키커>는 “등번호 3번은 파울 브라이트너, 빅상트 라자라쥐, 루시우 등 뮌헨의 전설들이 사용해왔다”며 “김민재가 등번호 3번을 달고 바이에른 뮌헨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전했다.

김민재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2년 새 수직 상승한 몸값서 알 수 있다. 이적시장 전문 매체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2021년 650만유로(약 92억원)서 현재 6000만유로(약 860억원)로 이적료가 10배가량 상승했다.

김민재의 시장가치는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으로 전 세계 축구선수 중 61번째로 높다. 소속팀 뮌헨이 속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전체 10위고 포지션 기준으로 봤을 때는 전체 8위다. 뮌헨은 이적료 지출에 있어 매우 소극적인 구단이다. 그만큼 뮌헨은 유소년 육성 시스템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유례없는
파격 대우

실제로 뮌헨은 현재까지 선수를 영입할 때 1억유로 이상을 넘겨본 적이 없다. 최근 이적시장서 선수 몸값이 치솟는 가운데 뮌헨이 5000만유로 이상을 이적료로 지출한 사례는 김민재가 3번째다.

김민재는 이제 뮌헨 선수로 본격적인 일정을 시작한다. 뮌헨은 독일 테게른제에 훈련캠프를 차려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는 2023-2024시즌 준비를 알리는 팀 프레젠테이션 행사를 시작으로 새롭게 팬들과 인사를 건낼 것으로 보인다. 이후 뮌헨의 프리시즌 아시아 투어에 동행해 데뷔전을 치를 전망이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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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