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법 중고차’ 인천 매매단지 가보니…

“우리도 좀 먹고살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팔아야 하는데 누가 도로에 내놓겠어요.” 한 인천 남동구 소재 중고차 단지의 매매업자는 이같이 말했다. 상품 차량이 매매단지에 전부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다. 도로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중고차 매매업자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며칠간 비가 퍼붓던 지난 18일 오후 12시. 인천 남동구에 있는 간석자동차매매단지 앞을 찾았다. 인근에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가 있다. 공장들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지만 시설 낙후와 인프라 부족으로 청년층 기피 대상이 됐다. 산단 근처는 식사할만한 편의시설도 찾기 어려웠다. 1970년대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활력을 잃은 채 을씨년스러웠다.

빼곡한 
상품들

매매단지 옆에는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자동차 공업사들이 줄 서 있었다. 도로에는 번호판이 떼어져 있는 차들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장기간 방치된 차량 옆을 보면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발길이 끊긴 인도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나뒹굴고 있었다.

중고차 업체서 매물로 내놓은 차들이 도로를 침범했다. 지난해 말 자동차 할부 금융 금리 하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중고차 시장 거래가 급감했다. 업체마다 불어나는 중고차 재고를 쌓아둘 곳이 사라진 것이다.

도로 양쪽을 가득 메운 차는 수리받기 위해 대기 중인 차량들이었다. 수리 대기 중인 차량은 상가 단지 안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자동차공업사가 많다 보니 현실은 녹록지 않다. 상가 한 건물에 많게는 3곳이 영업 중이었다. 근처 모든 상가 간판에는 외제차 수리 전문, 자동차 광택, 소모품 교체 등 자동차공업사 관련 문구가 적혀 있었다. 


도로 옆 인도를 피해 나무가 우거진 공터를 지나던 공장 인부는 “하도 옛날부터 차들이 도로에 서 있어서 걸어 다닐 곳이 못 된다”며 “어차피 여기는 사람이 잘 다니는 곳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냥 도로로 걸어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매단지에 들어가야 할 상품 차량이 주차할 공간이 없어 도로 안 공터에 있는 상품 차량도 눈에 띄었다. 도로 바로 안쪽 사유지에 있는 차에는 매매단지에 위치한 업주 명함이 꽂혀 있었다. 자동차관리법에는 타인 사유지에 방치한 차량을 구청 등 지방자치단체가 강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시행령에는 최소 두 달은 방치해야 강제 처리 대상으로 규정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차장으로 변한 도로…일대 차로 점거
허위 매물 업자 탓에 쌓인 편협한 시선

매매단지 앞 도로는 타 구청 관할이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도로 한쪽은 인천 서구청 관할인 데다 매매단지가 위치한 도로는 남동구청 관할이다. 또 매매단지 뒤편은 미추홀구 관할이다.

인천 서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서구청 관할 지역 도로에 나와 있는 차량을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과태료를 적용하는 곳은 남동구청 관할”이라며 “사실상 도로가 6차선이어서 1차선에 주차된 차량이 통행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들어오면 전시 차량이기 때문에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말했다.

남동구청 주차단속팀 관계자는 “차가 무단으로 주차되고 있는데 몇 가지 정비업소가 수리 차원서 정비 대기 중인 전시 차량은 시정명령을 내려 20일간 유예기간을 준다”며 “현재도 집중적으로 단속 중인 지역이라 구민들이 통행하시는 데 불편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매사업조합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A씨는 “차를 10년 넘게 관례처럼 도로에 세워두기도 하는데 거의 다 정비를 맡긴 차다. 차 한 대에 월 5만원 정도 지불하고 공터에 세워두기도 한다”며 “길가에 이렇게 세워 두면 구청 직원들이 수시로 단속이 오는데도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공업사는 사고 차량뿐만 아니라 차를 직접 몰고 찾아온 고객 차량도 점검해야 한다. 심지어 공업사도 모르는 견인차가 사고 차량을 놓고 가기도 한다.

사고 난 차량 중 폐차 비용보다 견인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다. 중고차매매단지와 자동차공업사가 많은 지역이다 보니 무단으로 주차된 차 하나 정도는 익숙한 분위기다.

A씨는 “누가 갖다 놓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차들이 있다. 차들을 끌어 놓고 접수하기 전에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며 “폐차장에 가면 최소 수십만원 정도 받는데. 공업사에 수리 대기 중인 차들도 있고, 고객들 소유 차도 있고 오래된 차들은 누구 소유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나빠진 
이미지

A씨는 도로에 상품 차량이 나와 있는 것을 두고 중고차 업자에게 마이너스 요인이라 꼬집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이 오면 차를 직접 가져와서 보여주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요즘은 고객들이 직접 상품 차량이 있는 곳으로 직접 확인한다”며 “저렇게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이니 업소용 차량이니 고객들이 매매단지 들렀다가 저 상태를 보면 누가 사겠느냐? 절대 안 산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이 안정화되자 자동차 할부 금리가 5%대로 하락하면서 자동차 할부 금융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캐피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금융 부문에 토스·카카오페이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진출하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캐피탈사는 0%대 초저금리 프로모션을 내놓으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할부 금리가 안정화되자 중고차 수요도 오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A씨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예전에 매매 사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중고차를 사다가 좀 수리해서 고객들한테 판매했다. 요즘은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며 “현재도 2년 사이에 인천 지역 매매업자만 37곳이 그만뒀다”고 말했다.

인천자동차매매사업조합에 가입한 조합원 명단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소속된 업체는 138곳에 불과하다. 2021년 8월에는 175곳이었다. 현재 가입된 업체 중에서도 6곳이 휴·폐업 수순을 밟았다.

업체당 매매 딜러는 평균 20~25명 정도 된다. 중고차에 관한 소비자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있고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자 업계 상황이 더 나빠졌다. A씨는 “상사당 딜러가 한 25명서 20명 정도 된다. 2년 사이 800명의 딜러가 없어졌다”며 “가족까지 생각하면 몇 명이 지금 못 먹고 사는 건가”라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 판매 개시 시점은 오는 10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처음 중고차 시장 진출을 시도한 건 2020년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서 풀리면서다. 하지만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계속 이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한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소속된 조합인 경기자동차매매사업조합 용인시 지부와 오토허브 입주자 협의회 회원사들은 지난 3월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연합회에 따르면 2017년 오픈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는 현재 기존 중고차 판매 사업체 70개가 입점해 있다.

당시 연합회는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며 상생을 언급하고 있다”며 “소상공인들이 입주해 있는 기존 중고차 매매단지 안에 입점하는 것은 상생이란 말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고차 시장을 책임지던 중소업체들은 한숨이 늘었다. 대기업이 매매단지에 들어오게 되면 대자본을 앞세워 경쟁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침수차를 불법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발각되면서 이미지는 더 나빠졌다. 간석매매단지서 중고차 판매업을 하고 있는 양모씨는 최근 민원과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 토로했다.

양씨는 “사고 난 차들이 도로에 있는 게 업자들도 너무 보기 싫어서 한 번씩 얘기는 했었다. 꼭 이렇게 놔둬야 하냐”며 “일반 시민들이 보시기에 중고차 매매단지가 크게 있으니까 괜히 저거 수리해서 무사고로 파는 거 아닌가 그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언론 매체 보도에 오해가 있다고도 했다. 공업사에 맡기기 위해 전시된 차량까지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업자 소유인 것처럼 전달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랬든 저랬든 사실 핑계다. 상품 차량이 나가 있으면 안 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매매단지 안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30여대밖에 안 된다”며 “30대 갖고는 사업운영이 안 되기 때문에 외부에다 다 얻어서 쓰고 예전에는 문학경기장 쪽에다가도 얻어 쓰기까지 했다. 지금은 얻을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씨는 몇몇 상품 차량이 밖에 나와 있는 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국 어느 매매단지도 중고차를 전부 수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전에는 간석매매단지 앞 공터에 위치한 창고에 상품 차량을 보관할 수 있었다. 

“단지에 상품 차량 전부 수용 못 해서…”
계속된 부지 확보 노력에도 오해 쌓여 

하지만 현재 공터는 흰색 패널로 둘러싸여 있다. 패널에 붙여진 안내문에는 지난해 12월 자로 “불법 점유자, 동산 적치자, 자동차 무단 주차한 차들은 즉시 퇴거”라고 쓰여져 있다. 한 매매업자는 2년 치 유료 주차비를 내고도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했다.

양씨는 “땅 관리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부지에 주차할 거면 보증금하고 월세를 내라고 했다”며 “차는 많은데 지금은 차가 줄어서 이 정도다. 전에는 훨씬 많아서 아쉬운 대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양씨는 한 7~8년 됐다며 보증금 회수를 못 받은 업체들이 꽤 된다고 회상했다. 땅주인이라고 주장하던 관리인은 땅 지분 소송서 패소해 현재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지 관련 명도 소송을 진행했던 법무법인 중원종합 관계자는 “실질적인 소유자가 부지 관련 명도소송서 승소해 기존에 있는 건물은 철거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양씨는 실질적인 부지 소유자를 만나 상품 차량 몇 대를 수용할 수 있는지 회의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앞 공터 주인과 계속 연락을 취하다가 관계자를 만나는 데만 거의 반년이 걸렸다”며 “현재 차 몇 대를 더 보관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공터에 주차하려는 상품 차량은 몇 ㎞ 떨어진 유료 주차장에 보관돼있다. 고객들을 상담하는 단지서 상품 차량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제 도로에 있는 상품 차량은 소수다. 

중고차 매매단지 옆에 2중, 3중 주차된 차량은 근처 B 마트 고객들 차량으로 B 마트 앞은 더 혼잡했다. 해당 마트 손님들은 길가에 무단 주차하고 마트로 뛰어들었다. 도로 6차선 중 중앙선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주차 단속 차량서 내린 구청 관계자들은 불법주차한 차량에 과태료 딱지를 붙였다.

차들이 멈춰서고 혼잡해지자 무단횡단도 벌어졌다. 한 손님은 카트에 상품을 가득 담은 상태로 6차선을 건너다 상품을 전부 쏟기도 했다. 다른 손님은 2차로에 주차돼있는 차 뒤로 주차하면서 주차요원에게 주차 가능 여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주차 요원이 “주차하시면 안 된다. 한 바퀴 돌고 와야 한다”고 고지하자 화를 내기도 했다.

“우리도
자영업자”

해당 마트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손님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최근 불법주차 관련 단속이 증가한 이유를 두고 마트 앞에 불법주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트 손님으로 보이는 주민은 “바나나 한송이를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샀다. 정육점 코너 고기들도 다른 대형마트보다 반값이나 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 물건을 실었다. 공업사 사고 차량이 전시된 장소 옆이었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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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