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지 않는 양평 수수께끼

꼬이고 또 꼬이는 2조 국책사업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1조7695억원. 2조원 가까이 되는 국책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여전한 ‘네 탓’으로 특혜 의혹서 정치권 싸움으로 번지며 이전투구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15년 동안 추진해온 국책사업은 짧은 한마디에 무너져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문점이 쌓여만 갈 뿐 해결되는 건 없다.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두고 여전히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이른바 ‘김건희 고속도로’ 의혹으로 시작해 현재는 ‘김건희 게이트’ ‘더불어민주당 게이트’로 나뉘어 여론전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리스크로 확정짓고 또다시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똥 볼’을 찬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쏟아낸다며사과 없이는 국회 일정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날이 갈수록
쌓이는 의문

여야의 쏟아지는 네거티브 속에서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진행했고,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먼저 의혹을 제기한 측은 민주당이다. 앞서 민주당은 국토부가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추진한 것을 이유로 먼저 공격을 시작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민주당의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물러서지 않자 여야 인사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온다. 떠오른 핵심 사안으로 김 여사의 토지 보유 시점, 노선 변경 당시의 상황 등이다. 캐면 캘수록 자꾸만 김 여사 일가에 대한 의혹이 터져나오자 원 장관은 양평 고속도로 전면 백지화를 선언해버렸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간판과 직을 걸고 한판 붙자”는 식으로 맞불을 놨다. 그도 그럴 것이 원 장관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캠프서 공약을 담당하는 정책본부장을 맡았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이 같은 발언은 대선주자로 나서기에 앞서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발언이라고 해석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로 중부내륙고속도로 양평IC~중앙고속도로 홍천IC 간 약 40㎞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을 약속했다. 해당 사업은 경기 양평군 옥천면 일대에 있는 양평 IC와 강원 홍천군 홍천읍 일대 홍천 IC를 잇는 사업이다. 

현재 국민의힘 전진선 양평군수 역시 서울양평고속도로 조기 완공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바 있다. 민주당이 이런 사안을 지적하자 국민의힘은 현재 민주당 시절에도 해당 공약이 변경됐다는 식으로 맞받아쳤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처음 제안된 시기는 2008년으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이다. 2017년 당시 제1차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서는 중점 추진사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누가 왜 갑자기 바꿨나
예비조사 뭉갠 인물은?

당초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평가 조사와 관련해 2021년 5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예타 평가 조사안(양서면 종점안)을 냈다. 조사안에 따르면 상습 정체구간인 6번 국도(경기 남양주~양평)의 교통정체 해소를위해 인근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 분기점을 만들어 교통량을 분산할 필요성이 언급됐다.

경기 동남권 간선 도로망 확보 등 서울과 양평의 접근성 향상이 목적에 담겨있다. 양서면을 종점으로 한 이유도 이 같은 목적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안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까지 보고됐던 사안이다.


발주는 문재인정부서 시작됐으나 윤석열정부 들어 당초 KDI의 예타 평가 조사안은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여러 쟁점들이 추가됐다. 이 지점서 드는 의심은 예타 평가 조사안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낸 게 과연 누구인지다. 

일각에선 예타 조사, 변경안 등 사안이 모두 문정부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따져보면 양평고속도로의 예타 조사 착수가 시작된 시점은 지난해 3월이다. 이 시기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막 가동된 때다.

이후 윤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인 지난해 5월경 양평 예타 조사 착수 보고회가 열렸다. 당시에는 예타 조사 결과 노선의 문제점 분석 및 검토 방향이 보고된 시기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지난해 7월 국토부는 사업 추진을 위해 예타 평가에 대한 관련 부처, 해당 지자체와 협의에 들어갔다. 양평군은 국토부에 강하IC가 포함된 3개의 노선을 제안했는데 이때 종점 강상면 안이 등장한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원안은 경기 하남시 감일동서 양평군 양서면까지 27㎞를 건설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 5월 발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에는 종점을 강상면으로 바꾸는 안이 등장했다. 

지난해 3월 예타 조사에 착수한 뒤 조사기관을 통해 조사와 검토를 거쳐, 양평군이 강상면 종점 변경 대안을 제시했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국토부 수장인 원 장관은 여전히 민주당의 가짜 뉴스로 몰고 있다. 문정부서 민간업체에 맡겼고, 노선 변경이 문정부서 맡긴 결과물이라는 주장이다.

여야 평행선
첨예한 대립

올해 1월에는 국토부가 양평군에 대안 노선을 제시했고, 2월 초 양평군은 검토 의견을 회신한 바 있다. 양평군은 통과 노선에 IC 설치 등 양평군 주민이 직접적인 수혜를 받도록 노선 계획 수립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 공람 및 설명회가 개최 공고가 났고, 지난 5일은 송파구와 하남시, 6일은 양평군과 파주시가 계획돼있었으나 설명회와 의견수렴은 중단된 상태다. 현재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다시 추진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여야가 대립 중이다. 처음 의혹이 터졌을 때는 여야 관련 인사들의 땅 문제로 불거졌다.

민주당이 최초 제기한 의혹도 변경안에 김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변경안 일대 김 여사 일가 땅만 해도 축구장 5개 규모다. 강상면 IC와 양평JCT 반경 5㎞ 안 토지 29필지를 김 여사 일가가 소유했다는 게 드러났다.

이는 재산 공개 때보다 훨씬 많아졌으며, 12개 필지는 상속으로, 17개 필지는 매매를 통해 취득했다. 또 지목 대부분이 변경돼있고 김 여사,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 등이 소유하고 있다. 앞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부동산 개발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 역시 땅을 가지고 있다. 

이미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에서는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김 여사 일가의 땅 일부가 접도구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접도구역이란 도로 구조의 손괴, 미관 보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지정한 구역을 뜻한다. 이 과정서 편법(변경한) 사례가 발견된 것.


돌고 돌아 다시 네 탓 공방만
“장관 혼자 결정할 사안 아냐”

토지의 지목 변경, 등록 전환 등을 위해서는 합당한 인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현재 지목은 창고 ‘용지’든, ‘대’든, 건축물대장 용도란에 다 표기가 돼있다. 지목 변경, 등록 전환을 위해서는 관할인 양평군청에 관련 서류들을 첨부해야만 한다. 따라서 김 여사 일가가 군 민원실에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를 받았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반면 원안 종점에는 전 양평군수인 정동균 전 양평군수(민주당)와 정 전 군수 친척들의 땅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정 전 군수와 친척들 소유 토지 중 상당수가 원안상 종점을 기점으로 1.6㎞ 정도 거리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대로부터 증여·상속받아 공동 소유 중인 땅과 함께 정 전 군수가 1998, 2004년에 각각 매입한 땅도 일부 포함돼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탓에 결국 원안과 변경안을 두고 서로 특혜 시비가 벌어졌고 정치적 문제로까지 확전됐다. 결국 피해는 오롯이 양평군민의 몫이 됐다.

국토부의 해명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종점 변경안을 제시한 게 양평군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용역 의뢰를 받은 설계 회사라며 자신들의 주장을 다시 뒤집었다. 개발 가능성이 없다는 선산이라고 해명했던 부분도 거짓 해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건희 일가에 막대한 이익을 주려고 작정하고 저지른 범죄로 본다.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며 “원안 백지화냐 아니냐를 두고 민주당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 김 여사가 답을 해야 하는 사안인데, 백지화 논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방식으로 
인허가 받았나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지점은 또 있다. 여전히 왜 종점이 바뀌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변경하려고 했다며 주장하고 있지만, 변경 이유는 여전히 베일에 쌓인 상태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있던 강상면 종점 노선이 예타 조사를 통과한 원안 대신 채택된 이유가 뚜렷하지 않다. 만일 사업이 대안 노선으로 추진된다고 해도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다시 예타 조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재예타가 필요 없다는 이유에 대해 국토부는 “단순히 변경되기 전에 이미 예타 조사가 끝난 사안이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또 전국 고속도로 24건 중 14건이 시작점 또는 종점이 변경됐다는 부분을 강상면 종점 변경 가능 근거로 내세웠을 뿐이다. 

예타 조사는 국가재정법 38조 및 동법 시행령 13조 규정에 따라 예산편성과 기금 운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실시하는 검증과 평가다. 사업 구간을 특정한 후 해당 구간에 대해서만 비용편익분석(B/C)을 하는 행위다. 

앞선 예타 조사는 변경안이 나오기 이전에 시작됐고, 완료된 사안으로 그 어디에도 강상면이 등장하지 않는다. 이후 등장한 변경안이 제시됐다면 변경된 부분에 대해 다시 예타 조사를 시행하는 게 마땅해 보인다.

게다가 양서면서 강상면으로 노선이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거리도 짧지 않으며 지나는 지역도, 도착 지점도 완전히 다르다. 큰 축이 흔들렸고, 노선의 방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재예타가 필요한 셈이다.

“간판 걸고 한판 붙자”
종점 게이트 열리나 

일각에선 변경안의 경우 2㎞가 추가 연장되고, 사업비는 1000억원이 더 든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지난 6일 새 노선 사업비 증가액이 140억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변경된 노선을 두고 예타 조사를 거치지도 않은 상황서 사업비 증가액이 산정된 경로도 의문이다. 

또 다른 의문점은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고시 이전에 재예타 면제를 위해 종점 구간 변경 및 사업비 증액을 사유로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했는지다. 협의했다면 협의한 사유는 무엇인지, 기재부가 협의해준 내용인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나 기재부 역시 “노선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 사전에 국토부와 기재부 사이에 협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대목서 불거지는 의문점 중 하나는 과연 원 장관의 단독 결정이 맞느냐는 부분이다. 2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을 국토부 장관이 마음대로 백지화하겠다고 결정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었던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본다. 임세은 전 청와대 대변인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7월3일의 입장과 7월7일 입장이 너무 확연하게 다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백지화를 선언했던 지난 6일에도 원 장관이 용산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증언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전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도 “계속 교감이 있었다는 제보와 증언이 있었다. 원 장관(제보에 대해) 반응이 있다면 동선을 공개하라고 하겠다”고 전했다. 

윤·김 부부
여전히 침묵

만일 원 장관이 대통령실에 출입했다는 게 사실로 밝혀진다면 혼자 내린 결정이 아닌 ‘지시’를 받고 한 결정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원 장관은 대통령실 출입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묵묵부답이며,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해명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까지 대통령실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거리를 두는 모습만 보인다. 

한 정가 관계자는 “사태의 본질을 다시 파악해야 한다. 현재는 원안 찬반 여부로 논쟁이 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김 여사 특혜 문제가 아니라 여야 간 책임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제2의 바이든 날리면 사태와 다름없는 작전”이라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평 논란’ 민주당 작전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쉽게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게 ‘국정조사’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처가 고속도로 게이트의 진상을 은폐하려는 윤석열정부의 거짓말이 곳곳서 드러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정쟁을 확대하겠다는 뜻”이라며 사실상 국정조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오히려 문재인정부를 걸고 넘어졌다.

그는 “양평 고속도로 국조가 필요하다면 대상은 문재인정부”라며 맞받아쳤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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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