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생활 논란 황보승희

전 남편 폭로, 그리고 동거남의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서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도의원에 공천을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의혹이다. 황보 의원은 ‘선당후사’를 외치며 자진 탈당 및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에 이은 ‘돈봉투’ 논란이 불거지면서 국민의힘으로 리스크가 확전되는 양상이다. 내년 제22대 국회가 도덕성 논란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여야 모두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무당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이 지난 20일,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 및 자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 속에서 사생활 논란까지 불거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에 미칠 악영향에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 카드를 꺼냈다. 그러나 당의 도덕성 리스크는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1년 황보 의원에 대한 불륜설 등 비위 자료들이 당에 접수됐는데도 국민의힘은 사생활 문제라며 당내 감사를 진행시키지 않아서다. 

정치자금 
의혹부터

이날 황보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제22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며 “말 못할 가정사와 경찰 수사는 결자해지하고 국민 앞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께 끼친 심려를 생각하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나 지역주민들께 마지막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넓은 해량으로 보듬어 주시길 바란다”며 의원직 유지를 시사했다.


황보 의원 전 남편 조성화씨는 2021년 8월에 합의 이혼했다. 조씨는 당 감사실과 대표실에 이혼소송 사유에 대해 제보했다. 당시 황보 의원의 불륜설과 정치자금법 등 현재 수사 중인 사항을 제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일부 언론서 황보 의원에 관한 불륜 의혹 보도를 내보내자, 그를 수석대변인 당직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정리했다. 당시 이준석 전 대표의 스피커로 통했던 그는 “개인사정으로 수석대변인직서 사퇴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당직에 임명된 지 두 달 만이었다. 당내서도 황보 의원의 거취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다음 달부터 정치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황보 의원과 관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의혹 수사는 지난해 한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황보 의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후보자 등으로부터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조씨는 경찰에 황보 의원이 가지고 있던 각종 장부 자료를 제출하면서 중요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경찰 수사 내용을 당 윤리위에 제소했지만, 국민의힘은 따로 황보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지 않았다. 당 윤리위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확정되는 사실관계에만 징계 여부를 논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당 윤리위가 당원 징계 절차를 두고 객관적 잣대 없이 선택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 전 대표의 경우 지난해 7월, 성접대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서 당원권 정지 7개월 처분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권은희 의원은 경찰국 신설 반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안 찬성과 관련해 징계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당 윤리위는 황보 의원 관련 신고서가 접수된 상황서도 징계 절차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공천 헌금’ 의혹 이어…
연달아 터진 비리 의혹

국민의힘은 코인 투자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자 “방탄용 탈당쇼” “민주당과 짜고 치는 ‘꼬리 자르기’식”이라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3일 만에 활동을 중단하자 ‘제2의 조국 사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도 징계 조사를 앞두고 탈당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당은 뒤늦게 황보 의원에 대한 당무감사를 시작한다고 예고했지만, 첫 출석을 나흘 앞둔 시점서 황보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불가능해졌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탈당) 결정에 대해서는 당이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0년 총선과 지난해 지방선거서 총 1억6750만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하영제 의원은 “당에 작은 부담이라도 끼치긴 싫다”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황보 의원과 하 의원은 입장문에 “선당후사”를 담으며 탈당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돈봉투 의혹으로 탈당하자 “꼬리 자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바 있다. 그러나 여야 모두 각종 비리 의혹으로 탈당 사례가 되풀이되면서 국민의힘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범죄 연루 의혹을 받거나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의원에 대해 당 진상조사 전에 탈당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꼼수탈당 방지법’을 논의했다. 김희곤 의원은 선출직 공직자인 당원이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면 정당의 당헌·당규에 따른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하고, 존재 시 징계 절차를 개시하는 ‘정당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혼 A씨 
공천 로비?

김 의원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선출직 공무원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려는 것”이라며 “탈당을 악용하는 사례가 사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김남국 의원이 코인 거래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잠행을 이어가자 “국회의원 세비는 따박따박 다 받고 있다”며 “국민 앞에 진실을 소상하게 밝히고 의원직서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을 탈당했지만,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다.

황보 의원의 개인 사생활 문제와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은 경찰 수사를 받고 있음에도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황보 의원이 징계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대선 직후 당 실세들에게 접촉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찰은 황보 의원에 대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공천 비리를 포함, 황보 의원이 부동산 업체 회장 A씨에게서 신용카드와 아파트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국회의원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회를 통한 후원금이 아닌 개인이나 법인을 통해 금품을 수수할 수 없도록 돼있다.


황보 의원의 후원자인 A씨는 황보 의원과 사실혼 관계인 만큼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부인과 이혼 관계가 아닌 상태로 법적으로도 아내가 있으며 황보 의원과 혼인 신고도 하지 않았다.

A씨는 부산지역 정치권에 폭넓은 인맥을 가진 자산가로 알려졌다. 그는 내년 총선서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하겠다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며, 국민의힘에 공천을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여권 관계자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어울렸으며 황보 의원을 통해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1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소속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바 있다. 한때 민주당 부산 남구갑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A씨가 민주당 탈당 1년여 만에 박 후보 캠프 중책을 맡았다. 당시 박 후보 캠프 수석대변인이 황보 의원이었다.

국민의힘도
도덕성 리스크

경찰은 최근 A씨의 법인계좌를 들여다보고 있다. 법인계좌서 수상한 흐름과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올 경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보 의원의 전 남편 조씨는 법원에 이혼 신청 사유로 A씨의 불륜을 들었다. 이에 대해 황보 의원은 2016년부터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을 결심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그는 공천 헌금, 동거남 비리 의혹에 대해 “모두 전 남편의 일방적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자신의 SNS에 얼굴에 피를 흘리거나 피멍이 든 사진을 게재하면서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황보 의원은 “3년을 참고 참았다. 제가 키우는 사춘기 두 딸들이 상처 받을까봐, 또 사적인 부분을 시시콜콜 해명한다는 것이 공인으로서 맞는가 하는 부분, 국회의원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역주민들이나 당에 누가 될까 걱정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씨에 대해선 “재산분할 등으로 본인이 챙길 건 다 챙긴 후 5일 만에 당에 나를 제보했다. 탈당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괴롭히겠다고 협박했다”며 “전 남편 뜻대로 안 되면 다음은 무엇이겠나. 딸들이 무서워하고 있다. 괴롭힘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A씨가 의원실 관용차와 보좌진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두고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황보 의원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관용차를 타고 개인 행사에 참석했다는 의혹에 대해 ‘한 방송사 시상식에 수행비서를 보내는 길에 A씨가 동행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황보 의원은 A씨가 보좌진에게 사진 촬영과 통역을 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행사가 자신과 관련된 행사였기 때문에 보좌진이 동행하고 통역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A씨가 국회 사무처에 지원되는 의원실 운영비로 KTX를 이용했다는 주장에는 국회의원 당선 전인 10여년 전부터 사용하던 KTX 멤버십 결제 명세를 공개하며 반박에 나섰다.

“가정폭력 피해자” 주장했지만 싸늘
결국 자진 탈당·총선 불출마 선언

정가에선 내년 총선까지 10개월 남짓 남은 가운데, 초선 의원들의 물갈이론도 제기되고 있다. 황보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는 공천이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황보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 지역구는 보수 텃밭으로 통한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6·1지방선거서 부산광역시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 당시 일부 지역 당협위원장이 특정 예비후보를 밀어준다는 말이 확산되면서 적잖은 내홍을 겪었다.

황보 의원 측은 2년 전 제기됐던 문제가 총선을 앞둔 시점서 공론화되는 것을 두고 ‘여권 유력 정치인이 개입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황보 의원을 시작으로 초선 의원들의 문제가 대거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초선 의원들은 불합리한 공천이 진행될 경우 지난해 지방선거처럼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내비쳤다. 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표심을 빼앗길 수도 있는 만큼 당 입장에선 교통정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의힘은 부산 지역구 18석 중 15석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남권 공천 혁신을 통해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부산서 공천받아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서 검사 출신들이 공천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김기현 대표가 직접 등판했다.

김 대표는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천명한 바 있다. 검사 공천은 없다”며 “장담하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 안팎서 공천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윤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민심에 부합하는 공천을 하겠다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차기 부산시당위원장에 부산 수영구의 전봉민 초선 의원을 추대하기로 했다. 시당위원장은 통상 총선서 공천을 받아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 의원을 시당위원장으로 임명해놓은 뒤, 공천서 배제해 윤 대통령 최측근 인사를 배치할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 텃밭
물갈이론

앞서 전 의원은 시당위원장 대행 자리임에도 부산 현안과 관련해 해당 부처 장관들과 릴레이 간담회를 여는 등 시당을 원활하게 운영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재 국민의힘 소속 3선 이상 부산 지역구 중진 의원들이 시당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지만, 각종 국회 상임위원장과 중앙 당직을 맡게 되면서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당은 조만간 운영위원회를 열어 차기 시당위원장을 확정한다.

시당위원장은 지역정치를 총괄하는 자리로 지역 당권과 실무 운영을 관할하면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공천 경쟁에 유리한 입지를 선점한다. 그러나 지역 정가 내에서는 영남권 물갈이설로 인해 시당위원장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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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