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10일째 수색 중인 영주 무섬마을 악어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최근 일각에선 악어가 아닌 가물치나 큰 수달 개체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엔 경북 영주시 문수면 무섬마을 인근 내성천서 악어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같은 달 15일, 영주시에 따르면 필피린 출신의 계절근로자 4명이서 1m가량 되는 크기의 악어를 목격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이들은 악어가 물 밖에서 쉬고 있다가 다가가자 인기척을 느끼고 수중으로 도망갔다고 신고했다.
악어를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영주시는 환경보호과 공무원 등 직원 6명을, 대구지방환경청에선 3명의 직원을 보내 일대를 수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행방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영주시 관계자는 “사진이 없어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도 개인집서 사육하던 악어가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악어 발견 시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현재 대구지방환경청에선 무섬교 주변으로 무인센터카메라 5대를 설치해놨으며 영주서 예천으로 흐르는 내성천 54km 구간을 특수 드론으로 하루 4회씩 탐색하고 있지만 열흘 째 발견되지 않고 있다. 개체 사이즈가 1m 정도라고 신고된 만큼 드론으로 악어를 찾아낼 수 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당국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어를 찾고 있지만 수색 범위가 광범위한 데다 은밀하게 기동하는 악어 특성상 포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인근에 신고된 악어를 사육하는 농가 및 동물농장은 없는 만큼 일각서 제기됐던 개인 사육 중 탈출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렇듯 소재 파악이 장기화 국면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접수된 개체는 악어가 아닌 토종 민물고기 중의 하나인 가물치나 대형 수달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네이버 카페 ‘한국의물고기’에는 ‘경북 영주서 발견됐다는 악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카페 회원은 “미터급 가물치나 수달을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며 악어 오인설을 제기했다.
그는 “악어라고 발견하신 분들이 필리핀 국적 근로자 4명과 내국인 1명이라고 한다. 그 동네(필리핀)에도 가물치는 살고 있다지만 수풀이 우거진 곳에 대형 가물치가 기어다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물속으로 사라지는 걸 봤다면 악어라고 오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도 정말 커다란 놈이 늪지 수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 있는데 무슨 아나콘다인 줄 알았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러자 다른 회원이 “제 생각도 비슷하다. 우리나라 지형상 악어가 있으면 바로 티가 날 수밖에 없다”고 동조했다. 다른 회원도 “언젠지는 모르겠지만 경호강(경남 산청 소재)서도 예전에 악어 소란이 있었으나 결론은 아닌 것으로 판정 났다”며 “영주 악어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아닌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29일, 산청군은 경호강 인근서 몸집이 1.5m 정도 되는 악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에도 누리꾼들 사이에선 ‘애완용으로 키우던 악어가 탈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바 있다. 신고를 받은 당국은 긴급 현장을 찾아 수색작업에 돌입했지만 악어는커녕, 악어의 배설물이나 먹이활동 등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해 단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가물치는 저수지나 늪지 등의 탁한 물이나 물풀이 무성한 곳에서 주로 서식하며 최대 1m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아가미로만 호흡하는 다른 보통의 물고기들과는 달리, 보조 호흡기관을 갖고 있어 공기 호흡도 할 수 있어 뭍에서도 관찰되기도 한다.
또 50~60cm급의 성어 개체들은 개구리들까지 잡아먹을 정도로 왕성한 식성을 자랑한다.
족제비과의 수달은 몸길이 40~40cm로 알려져 있지만 더 큰 개체도 종종 발견된다. 네 개의 발에 물갈퀴가 달려 있어 수중생활을 하기에 최적화돼있는 족제비과의 포유류다. 야행성으로 낮에는 주로 물가서 쉬다가 갑자기 위험 상태에 놓일 경우 물속으로 도망가는 습성이 있다.
지난 1982년 11월16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며, 2012년 7월27일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돼 보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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