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지난 16일은 SSG 랜더스 최주환에게 매우 의미 있는 날로 기억됐다. 이날 최주환은 인천 SSG 랜더스필드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OB리그 롯데전서 2회 말에 솔로 홈런을 작렬시켰다. 최주환은 이날 홈런으로 개인통산 1000번째 안타(통산 115번째)라는 기념비를 세웠고 팀내 동료들도 그의 1000번째 안타를 축하해줬다.
이렇게 최주환의 개인통산 1000번째 안타 기록은 잊혀지는 듯했다.
하지만 사흘 뒤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글을 통해 논란이 점화됐다. 최주환이 자신의 SNS에 “1000번째 홈런 볼을 돌려 달라”며 요구하면서 누리꾼들 사이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는 것.
최주환은 인스타그램에 “1000안타 공 잡으신 팬분님,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 제게는 무려 18년 걸린 피와 땀, 노력, 열정, 눈물과 인내로 어렵게 이뤄낸 소중한 1000안타 볼”이라며 “당일엔 돌려주시지 않았다고 들었지만 마음 바꾸셔서 돌려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적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최주환의 공 반환 요구에 대체적으로 ‘맡겨놨다가 찾느냐? 어이없다’는 분위기의 댓글을 달았다. 아무리 개인 계정이고 의미가 있는 공이라고는 하지만 표현의 방법이 서툴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 19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도 ‘오늘자 논란의 프로야구 선수’라는 제목으로 해당 언론 기사가 소개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이래서 야구가 혐오스럽다. 원래 축구보다 야구를 좋아했었는데…” “야구를 해서 저런 거야~ 저런 것들이 야구를 하는 거야~” “논란이라고 할 게 있나요? 딱 떨어진 숫자라고 돌려 달라? 댓글에 나온 것처럼 사례를 한다고 하던가, 본인이 직접 돈 주고 사던가 해야지. 1000번이든 10001번이든 다 의미가 있을 텐데 딱 떨어진 숫자라고 해서 가져간 사람이 잘못된 것처럼 말할 순 없다. 저 공을 잡아낸 관객이 응원한지 1000일째 날이라 특별해서 안 된다고 하면 어쩔?”이라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 1, 2, 3위에 자리했다.
회원 감정OO은 “1000만원에 산다고 하면 되잖아”라고 훈수했고 느와OOO는 “저런 공이라도 얻는 팬이 있다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최소한 의미 있는 공이라면 정중하게 의미 있는 금액을 제시하고 거래를 해야 하지 않나? 최소한 연봉금액 정도가 의미 있다고 본다” “같이 초대해서 이벤트를 하고 사진 찍어서 남기면 되는데 굳이 본인이 갖고 있으면 더 가치가 있겠나? 팬이 갖고 있는 게 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팬 없는 프로야구라는 게 존재하느냐?” “돌려 달라는 말은 원래 자기 물건일 때 하는 말 아닌가?” 등의 비판 댓글이 쇄도하고 있다.
회원 또치OO는 “별 것도 아닌 것 갖고 난리다. 그냥 달라는 건지, 성의를 표할 지 어떻게 아느냐? 어차피 저거 갖고 있어도 아무 가치 없을 텐데… 1000번째 홈런볼도 아니고, 그냥 최주환한테나 소중한 것”이라면서도 “일반인들에겐 주운 야구공이라는 의미 외엔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간단하게 선물 받고 돌려주면 되지, 1000번째 공으로 한몫 챙기기를 바라느냐?”고 중립 입장임을 나타냈다.
골드OO은 “선수 개인으로서 중요한 의미 있는 공이니 달라는 건데 왜 그러나 하고 있었는데 글 보니까 그냥 강압적으로 ‘내놔’라고 하네. 당연히 사례할 거라 생각하지만 말이 ‘아 다르고 어’ 다른 데 저렇게 썼다니…”라며 비판했다.
심지어 최주환은 해당 게시글에 공을 잡고 있는 여성팬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지 않고 그대로 올려 논란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최주환은 글과 함께 해당 공을 팬이 잡는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 속 여성 팬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파장이 일자, 최주환은 해당 글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SSG 구단 측도 “소통에 오류가 있어 최주환 선수가 오해했다. 구단과 연락이 닿은 팬은 공을 돌려주기로 했고, 최주환 선수도 개인적으로 팬에게 소정의 보상품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주환 선수가 SNS에 팬의 얼굴을 공개한 것에 대해 당사자에게 ‘생각이 짧았다’며 진심 어린 사과의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KBO보다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MLB)의 경우 보통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을 습득한 경우엔 해당 구단서 팬을 위해 상품 및 이벤트를 준비하고 선수 개인 부담으로 선물을 전달하는 식으로 공을 회수하고 있다.
경기에 사용되는 볼이 경기장 밖을 넘어 날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야구 종목은 보통 구단이나 관련 기업서 의미가 담긴 공을 습득한 팬으로부터 일정의 보상금을 지급한 뒤 사들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선수 시절 ‘라이온킹’으로 불렸던 이승엽 선수(현 두산 베어스 감독)가 2003년 10월2일, 롯데전서 경기장 담장을 넘겼던 56호 아시아신기록 홈런볼은 협력업체 직원이 잡아 구단에 기증했다. 당시 구단은 답례로 해당 직원에게 3000만원 상당의 황금공을 선물했다.
MLB 역사상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은 홈런볼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가 넘겼던 70호 홈런볼이었는데 경매서 무려 320만달러(36억2000만원)에 낙찰됐고, 두 번째는 2004년 ‘홈런왕’ 베리 본즈의 700호 홈런볼로 80만4000달러(한화 9억1000만원)에 달했다.
일부 진성 메이저리그 팬들은 선수들의 의미 있는 공을 잡기 위해 야구 글러브, 잠자리채나 포충망 등을 지참해 경기장을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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