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피자헛의 뒷걸음질이 심상치 않다. 나날이 수익이 줄더니, 급기야 적자로 돌아선 모습이다. 일등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선구자라는 위상마저 빛을 바랜 지 오래다.
1991년 6월 설립된 한국피자헛은 국내 피자 시장에서 1세대에 해당하는 글로벌 피자 브랜드다. 사실상 시장을 개척한 선구자로 꼽히며, 설립 당시 주주 구성은 ▲PepsiCo(45.0%) ▲Feramaco International(4.1%) ▲내국인 주주(50.9%) 등으로 구성됐다. 이후 수차례의 지분변동을 거쳤고 지난해 말 기준 오차드원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잘 나갔지만…
한국피자헛은 오랜 기간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이어온 것과 별개로, 얼마 전까지 재무 및 손익구조가 공개되지 않던 상태였다.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유한책임사원이 각 출자액에 한해 책임을 지는 법인)’의 형태를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피자헛은 2007년 11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하고, 한국피자헛주식회사에서 한국피자헛유한회사로 상호를 변경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재무 및 손익구조는 수년 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말 기준 총자산 또는 매출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를 2020회계연도부터 외부감사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한 ‘신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 덕분이었다.
감사보고서가 첫 공개된 회계연도(2020년)에 한국피자헛은 매출 1197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7%였고, 법인세가 차감이 아닌 수익으로 반영된 영향으로 96억원대 순이익을 거뒀다.
2020년에 거둔 실적은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이래 최대치로 남아 있다. 매출의 경우 2021년과 지난해에 각각 966억원, 1020억원을 기록한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2021년 4억4300만원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억6000만원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래저래 안 풀리는 현실
좁히기 힘든 선두와 격차
실적이 나빠지는 가운데 업계 선두와의 격차는 메꾸기 힘들 만큼 벌어졌다. 한국피자헛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피자 시장 1위 업체로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후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다.
이 틈을 타 도미노피자 운영사인 청오디피케이가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완벽한 독주 체제를 굳힌 상황이다. 청오디피케이 매출 규모는 2021년 2328억원에서 지난해 2071억원으로 쪼그라들었지만, 여전히 한국피자헛과 두 배 이상 격차를 나타낸다.
대표 외식 업종으로 꼽혀온 피자 시장이 침체기에 직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적 개선을 섣불리 예상하기 힘든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7년 2조원대를 형성했던 국내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은 지난해 1조2000억원대로 축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국내 피자 시장을 축소시킨 원인으로 꼽힌다. 치킨을 비롯한 경쟁 품목과 비교해 1인 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 때문이다. 일단 피자는 한 판을 구매했을 경우 혼자서는 한 번에 먹기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게다가 다른 음식에 비해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꾸준한 수요도 적다.
이렇다 보니 새 브랜드가 등장했을 때 기존 브랜드에서 소비자 이탈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빛바랜 영광
프랜차이즈 피자 시장이 급격히 축소된 것과 달리, 냉동피자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냉동피자 시장 규모는 1200억원으로 전년(880억원) 대비 큰 폭으로 커졌다. 프랜차이즈 피자 대비 3분의 1가량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냉동피자의 이점이 부각된 효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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