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착한 가격을 앞세운 바나프레소가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저가 커피 시장에서 무시 못할 세력으로 급부상한 양상이다. 다만 내실이 좋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외형적 성장과 별개로 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며, 급기야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착한 가격을 표방하는 중저가 커피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가성비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메뉴 다양화에 힘쓰고, 색다른 매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이 부각되는 방향으로 경영 전략을 수행 중이다. ‘바나프레소’의 약진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부진한 흐름
바나프레소는 테이크아웃·홀·배달이 모두 가능한 중저가 커피 브랜드를 표방하는 곳으로, 2017년 10월 출범한 바나플에프엔비가 운영 중이다. 무인 판매대와 스마트폰 앱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IT친화적 매장 운영으로 강남 일대에서 2년 만에 직영점 50개를 돌파하는 등 사업 초창기부터 남다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본사에서 직접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은 바나프레소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숨은 비결이었다. 바나플에프엔비는 커피 전문점 사업에 뛰어든 이후 한동안 직영점 체제를 고수했고, 이는 곧 소비자에게 균일한 맛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같은 장점이 부각된 덕분에 바나프레소는 뚜렷한 매출 우상향 곡선을 그릴 수 있었다. 실제로 2018년 19억원에 불과했던 바나플에프엔비의 매출이 2020년 180억원으로 2년 새 10배 가까이 급등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매출 확대가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2018년 12억원이었던 바나플에프엔비의 영업손실 규모는 이듬해 35억원으로 확대된 데 이어, 2020년에는 5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이제 막 사업을 본격화한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직영 체제를 유지하면서 가중된 비용 부담을 덜어내야 하는 숙제가 남겨진 모양새였다.
매년 거듭된 마이너스 행진
벌수록 손해만 커지는 구조
이런 가운데 내놓은 카드는 가맹사업이었다. 바나플에프엔비는 2020년 10월, 1호점 충무로점을 오픈하며 가맹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직영점 운영만을 고집하며 서울·경기권 매장 83개를 직영으로만 운영해왔던 기존 경영 방침에 일대 수정이 가해진 것이다.
그럼에도 바나플에프엔비의 수익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301억원으로 전년(212억원) 대비 42.7%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은 51억원에 달했다. 2021년(영업손실 53억원)에 이어 2년 째 50억원대 적자며, 감사보고서가 공개된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재무상태는 최악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바나플에프앤씨는 총자본이 -209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최근 3년간 기록한 50억원대 순손실이 고스란히 결손금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이런 와중에 부채마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바나플에프앤씨의 총부채는 428억원으로, 전년(337억원) 대비 90억원가량 늘었다.
차입금 확대가 부채 규모를 키운 형국이다. 2020년 222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총차입금은 이듬해 297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82억원 수준으로 커졌고, 차임급의존도는 174.5%로 뛰어오른 상황이다. 이는 차임금의존도 적정 수준(30%)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냄과 동시에, 차입금이 자산규모를 아득히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차입금 가운데 2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차입금으로 분류됐다. 그나마 차입처가 기타 특수관계자(바나플 유한회사)와 최대주주인 송민규 바나플에프앤씨 대표(지분 50% 보유)로 국한된다는 점이 차입금 부담을 완화시키는 모양새다. 지난해 말 기준 바나플 유한회사와 송 대표가 바나플에프엔비에 빌려준 단기차입금은 각각 150억원, 212억원이다.
밑 빠진 독
송 대표가 빌려준 자금은 기존 사업체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송 대표는 2003년 설립한 로지소프트를 지난해 8월 티맵모빌리티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로지소프트는 2005년 국내 최초 대리운전 콜 공유시스템을 개발한 곳으로, 유선 콜 대리 업체 80%가량이 로지소프트가 보유한 대리운전·퀵서비스 통합 솔루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티맵모빌리티는 로지소프트 주식 1만주(100%)를 인수하면서 인수비용으로 547억원을 투입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8월 말 사내이사에서 해임되면서 로지소프트와의 인연을 끝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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