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여의도에 입성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벌써부터 차기 총선서 우 전 수석을 영입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실제로 몇몇 당 관계자들은 <일요시사>를 통해 “우 전 수석이 (총선 출마를)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까지 변호사 면허도 박탈당했던 그가 어떤 연유로 주가 높은 ‘여의도 블루칩’이 된 것일까?
아무리 인생사가 새옹지마라지만,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정치 인생은 누구보다 굴곡이 심하다. 어릴 시절부터 학업에 두각을 나타낸 우 전 수석은 사법고시에 최연소로 합격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정치 검사로 평가받으며 조직 내에서 좌천되더니, 대통령이 바뀜과 동시에 다시 정권의 실세로 등극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임기 말에는 국정 농단 혐의에 휘말려 한동안 철창 신세를 져야 했다.
후유증
민주당은 국정 농단 사건 당시 우 전 수석을 중심 인물로 낙인찍은 바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은 그는 박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서 보좌하며 최씨와 대통령을 직접 연결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이후 우 전 수석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국정 농단 사태에 관해 항변했지만, 본인이 몸담았던 검찰 조직으로부터 위증·강요·직권남용·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3형사부는 2018년 2월22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어 2021년 항소심서 대부분의 혐의가 무죄로 판결돼 형량이 1년으로 줄어들었으나 우 전 수석은 다시 상고했고, 대법원은 2021년 9월16일 1년을 확정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국정 농단 방조 혐의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세 번의 재판을 하면서까지 우 전 수석이 끈질기게 지키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변호사 면허’였다. 2심이 끝난 시점, 우 전 수석은 변호사 개업을 요량으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등록 신청을 했다. 변협은 그의 변호사 신청을 수리했다가 3심 판결을 지켜본 뒤 취소했다.
현행 변호사법상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형 집행이 끝난 뒤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변호사가 될 수 없다. 즉, 우 전 수석은 대법원의 최종 선고와 함께 2027년까지 변호사 면허를 유지할 수 없는 신분이 됐던 것이다.
‘특수통’으로 인정받던 검사 시절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검찰서 쫓겨나다시피한 변호사 시절, 또 박근혜정부서 민정수석으로 승승장구했던 시절까지 우 전 수석의 정치 인생은 흥망성쇠를 걸었다.
새옹지마 몸소 경험…굴곡진 공직 인생
대법원 판결로 지난해 변호사 면허 박탈
그런 그에게 다시 ‘흥’할 기회가 찾아왔다. 2023년 신년 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된 것이다. 지난해 대통령선거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석패하며 정권은 다시 보수 진영으로 넘어오면서 회생의 기회가 생겼다.
복권되자마자 그는 변호사 등록 후 현재는 서초구서 ‘변호사우병우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소위 ‘잘나가는’ 변호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의 사무실에는 현재도 의뢰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의 공천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흘러나온 것일까? 배경은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 지역서의 반란 가능성에서부터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논란과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논란, 최근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등은 국민의힘에 대한 여론을 점차 악화시켰다.
지난달 윤 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2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20%대를 기록했으며, 전체 통틀어서도 평균 40%가 넘지 못하고 있다.
보통 임기 초 지지율이 높았던 진임 대통령들의 사례에 비춰봤을 때 그의 지지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정치권에서는 차기 총선을 앞두고 개인 역량이 뛰어나고 인지도가 높은 PK 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총선서 떨어지느니 대통령과 각을 세워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할 것이라 분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석이 최근 TK 지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대구 지역에 머물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TK 신당 창당설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서 대구시장에 출마했던 유영하 변호사,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옹호하며 지지를 받았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그리고 우 전 수석이 신당 창당의 주요 멤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영남권 최적의 카드?
영주서 출마설 솔솔
이들은 각각 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있으며 개인적인 인지도와 인기도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TK 지역의 의원들을 대거 물갈이할 것이라는 소문마저 돌면서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한 상황이다.
‘우 전 수석 공천’이 흘러나오고 있는 이유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이 그런 TK 의원들의 반발을 ‘박근혜 챙기기’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해 감옥에 집어넣은 윤 대통령이 차기 총선서 국민의힘 전통 지지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박 전 대통령과 화해 무드가 먼저 조성돼야만 한다.
박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신당 창당에 앞서 이들 모두를 포섭해 국민의힘으로 끌어들여야만 한다. 최 전 부총리나 유 변호사는 비교적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끈끈한 반면, 우 전 수석은 포섭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까지 알려진 우 전 수석의 공천 지역구는 경북 영주·영양·봉화·울진으로, 현재는 박형수 의원(초선)이 버티고 있다. 우 전 수석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영주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그는 유권자가 몰려 있는 영주·봉화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으며 지지율도 하마평에 오른 타 후보들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리스크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해 “인지도와 지지율 측면서 압도적인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그에 대한 다른 홍보전은 필요 없을 정도”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과의 껄끄러운 관계는 끝까지 걸림돌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ingyun@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