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서로가 상대라서 다행”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근 몇 달간 양당은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기이한 양상을 보여왔다. 민주당이 헛발질을 하면, 국민의힘이 더 큰 헛발질로 화답했고, 당 대표가 실언을 쏟아내면, 대통령과 영부인은 더 큰 사고를 쳐 이슈몰이를 가져갔다. 유권자들은 “둘 다 꼴보기 싫다”며 비판하고 있고, 이 기류를 포착한 몇몇 정치인은 ‘제3지대’에 신당 창당을 계획 중이다.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본 한 정치평론가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장군을 던지면 멍군을 던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 매우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됐다”며 “양당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겠으나 유권자들은 비참한 처지가 됐다. 세상에 음식점이 두 개밖에 없는데 양쪽이 내놓는 음식이 다 쓰레기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지러운 정치판
이어 “근 몇 십년 동안 이런 형태의 정치판은 본 적이 없다.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헛발질을 쏟아내고 있고 서로가 서로의 방파제 역할을 도맡아 하는 중이다. 매우 기형적인 형태라고 현 상황을 분석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난해 대선 이후, 한국 정치판은 두 정치인을 중심으로 개편됐다. 전례 없던 수준의 네거티브 선거가 현실 정치에까지 번진 것이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던 양당의 대선후보는 현재 대통령과 제1야당의 대표가 되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우선 당(국민의힘)을 장악했다. 친윤(친 윤석열)을 선언한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를 내치고 친윤 성향의 김기현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최고위원 명단에도 윤석열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인물은 찾아볼 수 없으며 이준석계로 대변되는 ‘반윤(반 윤석열)’ 세력은 당내서 계속 도태되는 중이다.
민주당 상황은 더 가관이다. 대선서 패배한 이 대표는 낙선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인천 계양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반대에도 선거에 나와 당선된 뒤, 곧바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실정치로 돌아온 그는 끊임없이 법원과 검찰에 불려가며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 있다.
새롭게 짜여진 판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그 어떤 정치적 결과물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양당은 지난해 ‘당 대표 사법 리스크’와 ‘대표 내쫓기’에만 몰두하느라 민생 돌보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수차례 들어왔다.
최근에는 양당 모두 대형사고를 터트렸다. 민주당에서는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전 대표가 돈봉투를 뿌려 당선됐다는 대형 악재가 터졌고, 국민의힘에서는 김 대표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악연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눈총을 받고 있다.
악재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터졌다. 김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전 목사에게 “좀 도와주시라”고 제안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전 목사는 개인의 정치적 역량은 미미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교회를 다니는 신도들이 당원으로 대거 가입돼있는 탓이다.
김부겸? 금태섭? 이준석? 양당 모두 ‘군침’
민주당은 돈봉투 국민의힘은 전광훈 딜레마
한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 목사의 표 결집력과 그를 추종하는 당원 수를 고려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전 목사의 비판에 오르면 당원들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 그의 입에 오르지 않는 것 자체가 전당대회 주요 전략이라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라는 더 큰 악재가 터졌다. 송 전 대표 캠프서 일하던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윤관석 의원 간의 전화 통화가 보도됐다. 두 사람은 통화에서 돈을 누구에게 얼마를 전달했고, 송 전 대표도 관련돼있다는 대화를 나눠 세간에 충격을 줬다.
사건이 터지자 프랑스 파리에 있던 송 전 대표는 즉시 귀국해 책임을 지려는 모양새를 취했다. 검찰은 그를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이 전 부총장의 휴대폰서 더 직접적인 통화 녹취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국민의힘의 악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이 또 사고를 친 셈이다.
양당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계속 봐온 유권자들은 점차 ‘절망’하는 모양새다. 최근 유권자들은 양당 모두를 거부하고 ‘무지지층’으로 갈아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주요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2%의 지지율을 받아 동률을 기록했다. 여기서 ‘무당층’이라고 대답한 비율은 31%로 양당의 지지율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 밖에도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한국리서치가 조사한 결과와 여론조사 업체 ‘꽃’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도 한국갤럽이 내놓은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를 본 정치 평론가들은 “현재 한국 정치판은 천하 삼분지계”라는 총평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누가 될까? 민주당과 국민의힘 쪽에선 각각 제3지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몇몇 의원이 신망받는 거물 정치인을 앞세워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비명(비 이재명)계 몇몇 의원은 김부겸 전 총리를 끊임없이 설득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 체제 안에서의 복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의 그립이 강한 현재의 민주당에 김 전 총리를 부르는 것 자쳬가 실례”라며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하면 신당 창당에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김 전 총리를 끝까지 설득시킬 것”이라고 <일요시사>에 전했다.
속속 복귀?
반면 국민의힘에선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간의 의기투합이 점쳐진다. 김종인 전 대표가 쏴올린 ‘금태섭 대망론’은 현재 국민의힘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있으며 여기에는 국민의힘 내 ‘이준석 세력’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이처럼 양당의 브레인들은 절망에 빠진 유권자들을 구하기 위해 지금도 물밑에서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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