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중첩된 시간’ 김민수

익숙하고 낯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에이오에이갤러리에서 김민수 작가의 개인전 ‘익숙하고 낯선’을 준비했다. 김민수는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지내온 대상, 늘 주변에 있는 일상의 것, 경험의 축적이 만들어낸 생경한 순간의 기억을 화면에 담아낸다. 

오에이오에이(oaoa)는 ordinary art original art의 머리글자를 딴 이름이다. 감상자의 평범한 보통의 일상과 작품 안에 내재된 작가 개인의 경험, 예술적 정신이 자연스러운 공감의 지점을 만드는 작품을 소개한다.

기억의 시간

작가의 내적 세계가 직관적으로 표현돼있고, 보는 이가 자신의 내면을 대입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에 주목한다.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적 영향력의 가치를 전하고 작품과 개인 사이의 친밀하고 지속적인 상호작용, 감상의 여정을 안내하고자 한다.

반짝이는 빛이 새어나오는 어느 집의 창문, 자주 다니는 산책로에서 눈이 마주친 오리, 햇살을 받아 유난히 눈에 띄는 청소기… 김민수는 작업의 시작을 시각적 인상에 두면서도 이를 최대한 배제하고 피부에 닿는 공기의 결, 내음, 스치며 지나간 움직임 등 공감각을 통해 지속적으로 경험한 인상과 삶의 요소를 그려낸다. 

김민수가 화면에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나 인상의 포착은 즉각적이다. 하지만 그는 순간의 인상을 바로 화면에 옮기지 않는다. 전혀 다른 장소와 시간에 의해 지속적으로 포착의 순간이 환기되고 획득한 인상이 강화되는 과정을 거친 뒤 비로소 꺼내어 그리는 것. 


시작은 시각적 인상으로
경험한 인상, 삶의 요소

반복된 경험과 시간이 쌓이고 무르익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자주 입던 스웨터가 문득 새롭게 느껴지는 순간은 그 옷을 입고 만났던 어떤 사람 혹은 날씨, 상황이 불러일으키는 여러 장소와 시간에서의 기억, 경험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낯선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 김민수는 여러 방식을 사용한다. 아크릴이나 유화 등의 물감을 주재료로 삼되 볼펜이나 스티커, 실, 종이 등의 재료도 자유롭게 화면으로 들여온다. 이미지의 바탕이 되는 화면 또한 메모지나 색종이를 여럿 이어 붙이거나 캔버스 천을 서로 포개 만든다. 

다양한 감각을 물리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김민수는 어떤 대상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으로 얻은 인상을 구현하기 위해 색을 사용한다. 사실 그대로의 재현이나 빛에 따른 색의 변화를 포착하는 인상주의의 방법과도 거리가 멀다.

그가 선택한 색에는 따뜻한 오후 식탁의 온도, 어스름한 저녁 공기의 냄새, 잠든 반려견의 조용한 새근거림 등 오감으로 취한 인상이 담겨 있다.  

물감 주재료로
볼펜·스티커·실

김민수는 “물리적인 시간과 기억 속의 시간, 그리고 마음이 느끼는 시간은 서로 다른 속도와 움직임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시계바늘이 일정한 속도로 다음 칸으로 가는 짧은 시간 동안 마음과 기억은 수년을 거슬러 갈 수도, 도시와 바다를 건너갈 수도 있다. 


이렇듯 같은 대상이나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인상이 중첩되고 기억에 남은 감각이 쌓여 어느 순간 특정한 색과 이미지로 오롯이 떠오르면 김민수는 여러 시간대의 경험을 엮어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한다. 

오에이오에이 관계자는 “철학자 메를로 퐁티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체험이고, 체험된 세상에는 단순히 지각된 경험 이상의 어떤 의미가 생긴다고 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과거와 현재가 서로 이어진 김민수의 작업은 시각적 이미지 이상의 어떤 의미를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시간

이어 “언제 어디로든 자신만의 시간과 장소를 찾아 들어갈 수 있는 열린 상태로 가는 길의 안내자가 되는 것”이라며 “가까운 일상에서 ‘익숙하지만 낯설게’ 만나는 순간은 과거와 현재의 나를 통합하고 지나간 시간을 생생한 감각으로 느끼게 한다. 지금 숨 쉬는 이 자리와 시간의 가치를 더욱 살아있게 만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김민수는?]

▲학력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조형예술과 졸업(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2015)

▲개인전
‘익숙하고 낯선’ 오에이오에이(2023)
‘Be okay’ 가삼로지을(2020)
‘Safe space’ 쇼앤텔(2018)
‘그날의 이름’ 갤러리175(2017)

▲단체전
‘Heart of the Eyes 김민수 문규화 2인전’ 갤러리SP(2023)
‘시의적절하게 내 마음에 안착하다’ 의외의 조합(2022)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전곡선사박물관(2021)
‘21세기 회화’ 하이트 컬렉션(2021)
‘그림자 꿰매기’ 세마창고(2021)
‘읽혀지지 않는 지도’ 아트스페이스3(2021)
‘헤엄치는 섬’ 중간지점(2021) 외 다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