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전주을 재보선 당선자 강성희가 말하는 ‘파란’

“못한 3년, 남은 1년에 쏟아붓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 5일 실시된 2023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진보당 소속 강성희 의원이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고 당선된 것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으로선 진보당이 피아식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데다, 국민의힘도 정치적 이념이 완전히 상극인 정당이 들어왔다는 것이 부담되는 탓이다. 무엇보다 정의당에겐 대형악재다. 여의도에서는 벌써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정의당으로선 무서운 소문마저 돈다.

이번 4·5 재보궐선거의 주인공을 뽑으라면 단연 진보당 강성희 의원일 것이다. ‘전주을’ 지역구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이었던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진보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번 재보선 결과를 듣고 놀랍다는 반응을 내놨다. 일반 진보정당 지지자들은 “진보당이 아직도 이어지고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이번 재보선에 진보당 후보가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정치를 오래 지켜봐왔던 정계 관계자들은 이미 예상했었다는 분위기다. <일요시사>가 만난 많은 정계 관계자는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지난 지방선거서 이미 진보당의 파란이 예고됐다”고 전했다.

진보당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178명의 후보를 등록시키며 원외정당 중에서 가장 많은 후보를 공천했다. 이는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의 후보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수였다. 

당시 진보당은 기초자치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을 배출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선거 전문가들은 “지난 지방선거서 진정한 승자는 국민의힘이 아니라 진보당”이라고 분석했다.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의 파란이 재보선까지 이어졌을 뿐”이라고 이번 선거를 평가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진보당은 지난해부터 정치적 역량을 빠르게 확장시켜왔고, 당원 수도 급격히 늘려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진보당의 당원 수는 9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 중 가장 많은 당원 수다.

급격한 성장세에 발맞춰 진보당은 이번 재보선에 강성희라는 막강한 후보를 공천하며 원내 입성을 노렸다. 강 의원은 ‘경기동부연합’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 캠퍼스를 졸업한 학생운동권 출신 정치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했으며 현대차 비정규직회 지회장을 역임했다. 이후 현대차와 택배 노조서 노동운동을 전개했으며 대규모 정규직을 이끈 공적도 남겼다.

<일요시사>는 국회에 처음 입성한 ‘초선’ 강 의원을 찾아 지난 선거운동 과정의 소회, 앞으로의 정책 비전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주당 출신 무소속 임정엽 후보를 접전 끝에 꺾었다. 승리의 요인을 뭐라고 분석하나?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겠다는 메시지,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진보당의 진심이 전주시민들에게 전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진보당과 강성희는 작년부터 대출금리 인하 운동이나 가스 난방비 인하 운동을 전개해왔고 이 과정을 통해 서민의 대변자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수개월 동안 진보당과 강성희가 주민과 호흡하고 소통한 주민밀착 활동이 주민들이 마음에 깊이 가닿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민주당과의 선거전서 가장 힘들었던 점 하나만 꼽는다면?

▲선거에 출마하면서 어느 정도 각오해서인지 특별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없었습니다. 첫 TV 토론회에 긴장을 조금 많이 했던 것이 기억나고, 예비후보 4개월 동안 잠을 거의 못 잔 것이 조금 힘들었습니다. 

8년 만 정당 복귀…정계 “예상했다”
진보당이 그리는 내년 총선 플랜은?

-진보당은 호남 유권자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나?

▲호남은 동학농민혁명과 5·18 광주민중항쟁서 확인되듯 불의에 항거해 나라를 구하고 정의, 민주주의를 세워온 자랑스러운 지역입니다. 이제는 민주화 성지서 정치개혁 1번지로 이어져 있음이 전주을 재선거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은 호남서부터 거대 양당 정치를 넘어 새로운 대안정치와 진보 집권의 희망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온다. 진보당의 총선 플랜을 들어볼 수 있을까?

▲특별한 묘책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전주을 재보선서 진보당 강성희가 일관되게 “선명 야당으로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겠다” “무너진 민생을 살리는 민생정치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을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더 이상 말이 아닌 실천으로, 주민과 호흡하고 동고동락한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습니다. 선명 야당답게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고, 주민 밀착 생활정치를 하는 것이 총선 플랜이라면 플랜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 입성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

▲3년 동안 지역구 국회의원 부재로 주민들이 상실감이 컸습니다. 회기가 없는 동안에는 지역에 상주하면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고 소통하는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려고 합니다. 지역 현안은 저 혼자의 힘이 아니라 지역의 여야 국회의원님들, 전북도, 전주시와 힘을 합치는 원팀으로 지역발전에 혼신을 힘을 다해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국회 진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서울 이전에 종지부를 찍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응하고자 합니다. 지역 정치권, 전북도, 전주시와 협력해 농협중앙회, 금융공기업 유치를 통해 금융도시 전주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입니다.

-당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여의도 정치가 여의도에 갇혀 국민의 삶과 유리되어 정쟁으로 날을 샐 때 진보당은 지역과 삶의 현장서 밀착해 당 활동을 전개해온 게 가장 크지 않았나 합니다. 이 과정서 무엇보다 당원들의 헌신과 열정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당의 국회 입성 후 민주당·국민의힘 모두가 긴장하고 있는데 이들 정당을 어떻게 바라보나?

▲기본적으로 야당(민주당)과는 윤석열 검찰 독재에 맞서는 단결과 연대의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민생과 대안을 놓고 선의의 정책 경쟁의 측면도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의 총체적 국정 파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제라도 용산출장소가 아닌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강 의원이 보는 민주당·국민의힘은?
“일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

-민주당·정의당과 차별되는 진보당만의 강점이 무엇이냐?

▲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자영업자 등이 당원의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말 그대로 서민의 정당이란 점이 타당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활동에서도 현장에 밀착한 풀뿌리 정치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작년 지방선거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정치를 일궈온 후보가 상당수 당선돼 3당으로 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취재 과정서 “내년 총선에서 진보당이 정의당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나?


▲특정 정당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정의당이 진보의 대표성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심지어 저도 이번 전주을 재보선에 출마하기 전까지는 정의당 당원으로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지방선거서 진보당이 정의당과는 다른 진보정당이라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기반을 마련했다면, 이번 전주을 선거를 통해 이제는 진보당이 진보 대표정당으로 발돋움했고, 내년 총선서 큰 도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를 많이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상임위를 어느 쪽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민생의 어려움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민생과 전주 발전 위한 상임위를 우선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국방위 배정 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현재 국방위가 비어 있는데 진보당 의원은 안 된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이 그런 주장을 하셨는데요. 이는 전주시민을 모독하고 헌법을 부정하는 반헌법적·반의회주의적 발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과 국민의힘은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해야 합니다. 국회의장과의 면담을 통해 제 의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국회법과 순리대로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기가 이제 1념 남았다. 뜻을 펼치기에 1년이라는 시간이 충분하다고 보는지?

▲제가 자주 쓰는 말이 있습니다. 일을 하려는 사람은 방법을 찾고 일을 안 하려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고요. 물론 1년은 짧은 시간이고 1석으로서 많은 것을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민심의 열망에 부응하고 전주시민을 믿고 활동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진보당 이석기의 그늘

진보당의 뿌리를 타고 올라가면 이석기 전 의원의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과의 관계가 나온다.

두 정당은 이념적 유대감을 공유하고 있으며 정당 구성원과 당원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정계 관계자들은 진보당이 통합진보당의 후신이 아니냐는 의심을 내놓고 있고, 보수정당에서는 이미 두 정당이 같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진보당은 전신인 민중당 시절 “박근혜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이 다시 돌아왔습니다”라는 구호로 홍보 활동을 펼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은 2014년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 휩싸여 없어진 정당이다.

헌재는 당시 판결문에서 통합진보당을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 정당”이라며 정당 해산을 명령했다. 

그러나 최근 진보당은 현재의 진보당과 통합진보당이 다르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들은 해당 자료에서 “통합진보당의 후신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진보당은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2017년 10월 합당해 민중당으로 출범했다. 이후 민중당서 진보당으로 당명을 개정한 새로운 정당”이라고 해명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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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