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BQ 밑줄 쫙’ BHC 음해작전 전말

국회에 뿌린 라이벌 비방 문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정감사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대형 정치 이벤트다. 매년 하반기마다 진행되는 국감은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대로, 몇몇 사람들에게는 무덤으로 여겨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시기이기도 하다. ‘총성 없는 전쟁터’인 국감서 한 기업이 경쟁사 수장을 국감장에 세우기 위해 일종의 ‘공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헌법 61조에는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해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권한 중 하나로 국감 기간 동안 피감기관은 말 그대로 ‘죽어난다’는 농담 같은 진실이 떠돈다. 

10년째
치킨전쟁

프랜차이즈, 특히 치킨업계는 국감 시기마다 언급되는 이른바 ‘단골손님’이다. ‘치킨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닭 소비량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치킨 관련 이슈는 화제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교촌, bhc, 제너시스BBQ 등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3대장은 국감 때마다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국감도 마찬가지였다. 고물가 시대에 치킨 가격도 크게 오르면서 불매운동의 움직임이 포착될 정도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숙명인 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논란에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상생’이 사회적 키워드로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갑을’ 관계로 비치는 본사와 가맹점 간의 관계를 두고 질타가 나왔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2~3위를 다투고 있는 bhc와 BBQ 역시 이 같은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국감에는 임금옥 bhc 대표와 정승욱 BBQ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양사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김한규 의원으로부터 가맹점과 논란이 된 문제를 두고 집중 질의를 받았다.

두 대표가 가맹점과의 상생을 약속하면서 국감서 논의된 치킨 이슈는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bhc가 BBQ를 공격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만들어 몇몇 의원실을 찾아다녔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다. 지난해 국감 시기(10월4~24일)를 전후해 박현종 bhc 회장, 윤홍근 BBQ 회장 등 치킨 프랜차이즈 수장을 증인으로 채택할지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던 때다.

<일요시사>는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분석 및 이익에 대한 분석 자료’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문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문서 첫머리에는 “#bhc 치킨 높은 영업이익의 know-how”라고 기재돼있다.

bhc 측은 ▲자체 물류와 주요 파우더, 소스 공장 등을 직접 보유로 내재화해 효율성 ▲경영혁신을 통한 전산 시스템 투자와 불필요한 비용 절감 판매관리비의 효율화 ▲특수관계인 운영회사나 자회사가 없는 단일한 독립적인 법인으로 운영 등을 언급했다. 

요청한 적 없는데 문서 들고 의원실 찾아
타사 문제점 제기 “이런 경우 처음 봤다”

여기에 bhc 측은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 및 이익 분석 ▲주요 5대 치킨 프랜차이즈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 분석 등 번호를 매겨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6곳(교촌·bhc·BBQ·굽네·푸라닭·네네)의 매출 등의 자료로 표를 만들었다. 지난해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2021년 각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표에는 6개 업체의 매출,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판관비, 영업이익, 광고선전비, 판매촉진비, 접대비, 지급수수료, 연구개발비, 인건비 등의 수치가 담겼다. 타 업체와의 비교를 통해 bhc 영업이익을 분석하려는 시도로 파악된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서 판관비를 차감한 이익이다. 기업의 영업활동, 즉 본업서 생기는 이익으로 회사의 장기적인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제 2021년 bhc의 영업이익은 1538억원(매출 대비 32%)으로 나머지 5개 업체를 압도했다. 교촌이 280억원(6%), BBQ가 608억원(17%), 굽네가 146억원(7%), 푸라닭이 151억원(9%), 네네가 89억원(19%)으로 나타났다. 치킨 3대장으로 좁혀도 bhc의 영업이익은 교촌과 비교해 최소 5배, BBQ와는 2.5배가량 높다. 

여기까지만 보면 bhc의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홍보자료처럼 비춰진다. 타 업체와 비교해 크게 높은 영업이익에 대한 일종의 해명이 담긴 문서처럼도 보인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대목은 따로 있다. 문서 곳곳에 등장하는 BBQ에 대한 언급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대부분의 언급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국감장에 
세우려고?

BBQ와 bhc는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서 철천지원수로 변한 관계다. 2014년부터 시작된 소송전은 ‘치킨전쟁’이라는 이름으로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2~3위의 오래된 갈등은 이제 봉합도 어려울 만큼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hc 측이 만든 문서 역시 그 갈등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hc가 BBQ를 공격하기 위해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

실제 문서에는 “정상적인 업계 평균 판관비를 BBQ에 반영하면 영업이익이 25%(894억) 즉, 판관비의 투명성에 의문점 시사” “가맹점 광고 분담금 86억, 판관비 중 업계 평균보다 높은 지급수수료 200억(제너시스 컨설팅 103억+업계 평균치 97억) 적용” 등 BBQ를 콕 집어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또 “BBQ-매출에 가맹점이 지출한 광고 분담금 86억으로 실제 가맹본부가 지출한 광고선전비는 35억으로 가장 작은 비용 집행” “BBQ-매출규모가 1000억 이상 높은 bhc보다 4배 이상의 접대비를 사용” “BBQ-교촌이나 bhc보다 200억 정도 더 사용하며 이 금액은 제너시스라는 오너가의 회사로 수수료를 지급” “제너시스BBQ(지급 수수료) > 제너시스 = 영업이익 103억(제너시스의 경우 매출 대부분이 용역매출로 제너시스BBQ가 제너시스로 보내는 지급수수료는 경영자문 수수료로 추정”이라고 언급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매출의 규모가 높은 bhc와 교촌의 경우 10%대 판관비 사용을 유지하나, 성장성이 작은 BBQ 등의 경우 매출 대비 판관비를 20% 이상을 지출해 판관비 통제와 관리, 기업의 투명성에 의문점을 시사한다”고도 했다.

문서의 내용대로면 BBQ의 사업 능력이 bhc나 교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BBQ 오너가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될법하다.

타업체 비해
유독 강조해


BBQ 측은 문서의 존재와 내용에 크게 반발했다. BBQ 관계자는 “bhc서 경쟁사(BBQ)를 음해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내용도 마치 BBQ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교묘하고 악의적으로 적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가공의 문서로 이슈를 만들어 국감서 언급되게 하고 BBQ 경영진을 증인으로 세우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세 회사(교촌·bhc·BBQ)는 사업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감사보고서에 나온 수치만으로는 비교가 어렵다”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제대로 줄 세우려면 가맹점의 수익을 비교해야 하는데 감사보고서에는 그런 부분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으로 비교하기엔 그 이면에 복잡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실제 교촌은 본사와 지역본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회계장부 역시 분리돼있기 때문에 가맹점만의 수익을 알 수가 없다. bhc 측이 만든 문서에도 “교촌 등의 브랜드는 가맹본부-가맹점의 직접 거래가 아닌 가맹본부-지사-가맹점으로 한 단계 추가돼 거래하는 형태 때문에 지사와 가맹점과의 매출총이익은 알 수 없다”고 명시했다.

bhc는 물류사업 부문과 생산공장사업 부문, 그리고 가맹 부문이 감사보고서에 포함돼있다. BBQ의 경우 가맹·직영·유통사업 부문만 운영돼 일원화돼있는 구조다. 다시 말해 각 업체의 영업이익이 동일한 구조에서 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서 파생된 투명성 문제 등은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bhc 측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방식의 해석으로 BBQ를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bhc 측에서 제기한 제너시스BBQ로 가는 지급수수료 200억원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더 강하게 언급했다.


BBQ 관계자는 “BBQ를 비롯한 계열 브랜드는 영업본부·운영본부·마케팅실·운영지원팀 등 가맹사업의 현장업무를 위주로 편성돼있다. 각 계열 브랜드의 경영지원 부문은 제너시스에 편제돼있는 인사전략실, 재무전략실, 구매전략실 등에서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감사보고서 토대로 제멋대로 분석
BBQ 측 “악의적이고 교묘한 해석”

현장경영은 각 브랜드에서 전담하고 경영지원 업무는 제너시스에서 일원화해 지원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BBQ와 제너시스는 경영관리 지원에 대한 용역계약이 체결돼있다. 제너시스BBQ그룹 전체 계열사가 동일한 구조”라며 “브랜드마다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를 따로 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비용을 없애기 위해 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bhc 측은 지급수수료가 오너가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 돈’처럼 말했지만 용역계약을 통해 정당하게 지급하는 비용이라는 설명이다. 

BBQ 측은 “bhc는 한때 BBQ와 같은 회사였기 때문에 사업구조에 대해 잘 안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의 문서를 만들어 의원실을 찾아 다녔다는 건 나쁜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현종 회장이 기소되고 국감에 불려가는 일이 반복되니까 이걸 무마하기 위해 우리 쪽에 대한 부정적인 이슈를 퍼트려 (윤홍근)회장님을 국감장에 (증인으로)세우려 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복수의 의원실서 bhc 측이 작성한 문서를 받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해 치킨 이슈가 워낙 컸기 때문에 bhc뿐만 아니라 교촌, BBQ 등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다. 그때 (bhc가)가져온 자료”라고 설명했다. 의원실서 국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청한 자료였다는 것.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요청한 적이 없는데 bhc 측에서 먼저 (문서를)가지고 찾아와 BBQ의 문제점에 대해 말했다”며 “BBQ 측이 이와 관련해 나름의 설명을 했고 대응 논리가 있었다. bhc나 BBQ나 모두 경쟁사에 대해 언급했지만 BBQ와 달리 bhc는 문서를 만들어왔다.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불리한 이슈
덮으려고?

bhc 관계자는 “문서를 보지 못해 bhc서 만들었다고 확답할 순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만일 공시 내용을 토대로 문서를 만들었다면 의원실의 요청에 따라 했을 것이다. 의원실서 경쟁업체와의 비교를 요구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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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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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