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순기

바보 사진과 깡통 통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김순기 작가의 개인전 ‘침묵의 소리’를 준비했다. 김순기는 한국 현대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1960년대 후반 철학, 예술, 테크놀로지가 어우러지는 실험적 작업을 비디오, 멀티미디어, 사운드, 퍼포먼스, 사진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선보였다. 

김순기는 이번 전시 ‘침묵의 소리’서 시간과 빛,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철학과 미학이 담긴 신작을 선보인다. 멀티미디어 영상과 바늘구멍 카메라로 담은 ‘바보 사진’도 소개된다. 김순기의 작품은 갤러리 지하1층과 1층, 3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바늘 구멍

김순기는 1971년부터 프랑스서 미학과 기호학을 연구했다. 동서양의 철학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며 작가로 활동했다. 비움, 열림 등 동양철학에 기반한 사유와 시선을 서양 사회와 문화 속에 적용하면서 김순기만의 새로운 동시대적 예술을 탐구했다. 가장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탐구하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자유롭게 두는 것에 대한 사유다. 

이번 전시서 김순기의 사유를 대표하는 바보 사진 시리즈가 다수 소개될 예정이다. 바보 사진 시리즈는 바늘구멍 카메라를 사용해 장시간 빛에 노출해 주변 사물과 풍경을 담아 1990년대 아날로그 프린트에 인화한 사진 작품이다. 

프랑스에 거주
미학과 기호학


시간과 빛을 이용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가장 자연스럽게 찍어 특유의 흐릿하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특징이다. 계산되지 않은 시간과 빛의 노출로 가장 자연스럽게 포착된 일상의 단면은 김순기만의 독특한 시선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순기의 1990년대 영상을 재해석하고 확장한 작품도 소개된다. 김순기는 1982년 전 세계를 배낭여행하면서 동서양의 문화예술을 탐구했다. 미국 뉴욕서 체류하며 백남준, 고 나카지마, 이라 슈나이더, 프랑크 질레트 등 비디오 아티스트와 교류하며 작업했다. 당시 오브제와 비디오가 결합된 멀티미디어 작품을 제작했다. 

신작도 선보인다. ‘주식정원-템플’은 주식 시세 전광판과 실상사의 새벽 타종 소리 및 영상을 비추는 멀티미디어 설치다. 33회 울리는 타종은 불교철학의 우주관을 반영한 것으로 동양 철학서의 열림과 절대적 시간을 의미한다.

명상의 소리와 주식 시세 숫자는 서로 뒤섞이며 무형적 세계의 자본주의적 가치에 의존하는 현대인의 삶과 그 내면을 극대화시킨다. 

미국 이라크 침공 계기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

작가의 대표 영상 설치 작품인 ‘주식거래’ 시리즈는 1999년 프랑스에서 처음 발표된 후 매번 다른 형식의 설치로 재구성됐다. 또 다른 버전의 ‘주식정원’ 멀티미디어 설치 작품이 최근 열린 제58회 카네기 인터내셔널서 소개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해온 ‘깡통 통신’ 시리즈의 확장과 재해석을 담은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김순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자본의 확산과 인터넷을 통한 사회적 구조 변화를 다루는 작품에 집중해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자본의 가치가 모든 가치에 우선시되는 문명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작품을 통해 표출했다. 이라크 전쟁 당시 전 세계가 미국서 내보내는 뉴스만을 믿는 상황을 보면서 말의 전달과 언론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고민했다. 김순기의 고민은 1987~1992년 사이 제작된 다수의 드로잉을 통해 표현돼왔다. 

노출된 빛

신작 ‘깡통 통신’은 이 드로잉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현된 설치 작품이다. 김순기는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왜곡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본질을 짚어보고자 했다. 깡통과 깡통 사이를 줄로 연결하는 가장 원시적인 소통 방식과 소리의 전달을 보면서 현대 사회서 살아가는 사람과 각기 다른 문화권서 자주 발생되는 왜곡된 소통으로 인한 갈등과 소리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jsjang@ilyosisa.co.kr>

 

[김순기는?]

1946년 충남 부여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했다.

1971년 프랑스 니스에 위치한 국제예술교류센터의 초청작가로 선발돼 프랑스로 건너갔다.

액상프로방스, 니스대학서 기호학과 미학을 공부한 뒤 니스와 마르세유, 디종대학서 교수로 재직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쳐왔으며 아라리오갤러리 서울(2018),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2016), 아트선재센터(2014), Slought Foundation(2013), 니스현대미술관(1991)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김순기의 예술세계를 조망한 개인전 ‘게으른 구름’(국립현대미술관, 2019) 이후 독일 ZKM 카를스루 미디어 아트센터(2022)와 카네기 인터내셔널 초청 전시(2022~2023)를 열었다.

올해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할 예정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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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