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8년 만에 원내 입성 진보당 강성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0:10:25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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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9.4%서 39.07%로 대역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무도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전주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저의 당선은 개인 강성희의 승리, 진보당의 승리를 넘어서 전주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전주시민의 열망이 나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전주시민의 선택을 가슴에 새기고 검찰 독재에 맞서 싸워 이기겠다.” (강성희 당선인)

지난 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지난 6일 개표가 끝난 가운데 39.07%인 1만7382표를 얻었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32.11%인 1만4288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번 4·5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는 6명이다. 당선자인 기호 4번을 포함해, 기호 2번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기호 5번 무소속 임정엽 후보, 기호 6번 김광종 후보, 기호 7번 안해욱 후보, 기호 8번 무소속 김호서 후보다.

민주당 책임
후보 안 내

진보당의 첫 국회 입성이 결정됐다. 첫걸음은 지난해 12월12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였다. 이번 재보선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당선 무효형으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선거가 치러졌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직전 해였던 2019년 설날 무렵 1월과 추석 무렵 9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된 선물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2646만원 상당의 전통주와 책자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을 받은 명단엔 이 의원 지역구 소속 도의원과 시의원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2020년 2월과 3월 민주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 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하고 이를 유도한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한 혐의도 있다.

또 선거 공보물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과거 선거 출마 때 자신의 전과가 크게 부각됐던 전력 등도 있어 이 의원이 허위임을 잘 알면서 전과기록에 관해 허위의 소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주가조작 교사 등 혐의로 벌금 전과가 있다.

다만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서 탈락한 이유를 허위로 발언한 부분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감안해 민주당은 책임 정치 차원에서 전주을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기회를 잡은 것이 진보당이다.

4·5 전주을 재보선 화제의 당선
윤정부 향한 쓴소리 멈추지 않아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준비하며 공약으로 ▲농협중앙회 이전 ▲금융공기업 유치 ▲지역 공공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에 관해서는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 유지 특별위원회, 전북형 공공은행 등을 구성·설립해 전주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강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유치와 금융공기업 이전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초고층 타워나 특혜 개발서 벗어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농협중앙회 이전 등이 이뤄진다면 개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 대해 염증을 내는 분이 많았다. 한 석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당의 움직임은 실질적이었다. 지난 1월16일 진보당에 따르면 당은 지난 1월14일 오후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서 3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북 전주을 재보선 승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분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중앙위는 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주서 열렸으며, 회의에는 중앙위원과 2024년 총선 후보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진보당은 중앙위 회의에 이어 열린 재보선·총선 승리 결의대회를 통해 “이번 재보선은 윤석열 검찰 정권 심판과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선거”라며 “중앙당과 시도당이 정책, 조직, 홍보 상근자 파견을 전면화하는 등 반드시 전주을 재보선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총집합
한 석의 기적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다짐하며 이날 “윤석열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에 전주시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 절망하는 것은 무도한 윤석열정부의 폭주에 당당히 맞서 제압할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과 강성희의 대결이며, 전주에서 윤석열정부 심판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진보당의 2023년 원내 진출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독재를 휘두르며 재벌과 대기업을 대신해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번 전주을 선거를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시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지방권력만으로 불가능하다. 1987년 이후 지속돼온 보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저들만의 국회에 선명한 진보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후보 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이 뇌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50억 뇌물’ 무죄 판결은 상식과 사법 정의를 송두리째 짓밟은 폭거이며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로 ‘유검무죄’를 만든 검찰 카르텔이 빚어낸 참사”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 4·5 재보선이 임박했을 때도 윤정부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난해 80조원 손실이 난 국민연금 개선방안 전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투자 전문인력 유출이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윤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지부 성격으로 나눠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서울 이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서울 이전 불가’ 입장을 천명하길 바란다. 정말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지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접 공식 입장을 천명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서울 이전’설이 그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어떻게
민심 얻었나


이처럼 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속적으로 윤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4·5 재보선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이는 강 당선인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차 여론조사에서 강 당선인 후보 지지율은 9.4%, 2차 조사에서는 15.5%였다. 마지막 조사인 지난달 22일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가 강 당선인이었다. 25.9%, 오차범위 내 1위였다. 2위는 임정엽 후보였다.

전주을은 전주시 완산구 19개동 중 9개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인 서신동부터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이다. 총 8만8000세대, 19만7000명이 거주 중이다.

지난해 6월,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서 전주을은 김관영 민주당 후보가 75%,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다. 2015년 6대 지방선거는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다.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이렇듯 과거 진보당의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서 총투표수 9만4000여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선 11만6000여표 중 55표를 득표했는데 당시 허경영 후보가 받은 표는 629표였다.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000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다.


거대 양당에 염증 난 전주시민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전주시민의 민심이 거대 양당을 떠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주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 “민주당이 179석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 정권을 뺏긴 데는 이유가 있다” “전주가 민주당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말만 많고 실제 개발은 더디다” “전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여태까지 (민주당이) 집값이나 올려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보당은 어떤 방식으로 전주시민의 민심을 얻었을까? 강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아 ‘전북은행 대출금리 인하 운동’을 벌였던 바 있다. 전주에 본점을 둔 전북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이는 그가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은 이유다.

당시 강 당선인은 “서명받으러 상가를 돌면 대출이자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한다. 사장이 직원을 다 모아 서명을 독려한다. 옆 가게 사장도 부른다. 뜨거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반응이 뭘 말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정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더 가다가는 큰일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을 ‘경제위기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장관들을 모아두고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생방송으로 중계하지 않나”며 “방향이 틀렸다. 기업, 금융시장만 경제주체가 아니다. 이런 위기서 제일 어려움에 부닥친 경제주체는 바로 서민들이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어떤 보호장치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강 당선인의 이번 당선의 비결은 서민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려 했다는 데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후보 시절, 전주 시내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진보당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 등 전주 곳곳을 활보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진보당 강성희 후보만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찍어줘야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전주을 투표율은 26.8%로 재보선 중 투표 참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정치 대안을 원했다는 반증이다.

강 당선인이 비록 1년여의 짧은 잔여임기지만 원내로 진출하면서 전주을은 1년 뒤 치러질 총선서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2016년 보수정당 후보로는 전주을에서 당선됐던 정운천 의원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의 다당 체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의 민주당 입지자들에게 있어 강 당선인의 등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1년 뒤 총선
최대 격전지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일당 독점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텃밭 유권자들의 민심이 이번 전주을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이 표출된 셈”이라면서 “차기 총선서 전주을이 최대 격변지로 급변했으며, 민주당 입지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강 당선인은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5 전주을 재보선 국민의힘 성적은?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 후보가 후보 6명 가운데 5등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이번 재보선서 3561표를 얻어 8.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39.07%), 무소속 임정엽(32.11%), 무소속 안해욱(10.14%),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 이은 5등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올려 이번 재보선서 선전을 기대했으나 1년 전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만 확인했다.

특히 김기현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호남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애를 썼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풍향계’인 이번 선거서 15%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하려고 했으나 돌연 출마를 접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 김 후보에게 여당표가 몰리지 못한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는 “유권자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를 숙고하고 내년 총선서 약진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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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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