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8년 만에 원내 입성 진보당 강성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0:10:25
  • 호수 14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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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9.4%서 39.07%로 대역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무도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전주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저의 당선은 개인 강성희의 승리, 진보당의 승리를 넘어서 전주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전주시민의 열망이 나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전주시민의 선택을 가슴에 새기고 검찰 독재에 맞서 싸워 이기겠다.” (강성희 당선인)

지난 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지난 6일 개표가 끝난 가운데 39.07%인 1만7382표를 얻었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32.11%인 1만4288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번 4·5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는 6명이다. 당선자인 기호 4번을 포함해, 기호 2번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기호 5번 무소속 임정엽 후보, 기호 6번 김광종 후보, 기호 7번 안해욱 후보, 기호 8번 무소속 김호서 후보다.

민주당 책임
후보 안 내

진보당의 첫 국회 입성이 결정됐다. 첫걸음은 지난해 12월12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였다. 이번 재보선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당선 무효형으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선거가 치러졌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직전 해였던 2019년 설날 무렵 1월과 추석 무렵 9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된 선물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2646만원 상당의 전통주와 책자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을 받은 명단엔 이 의원 지역구 소속 도의원과 시의원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2020년 2월과 3월 민주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 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하고 이를 유도한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한 혐의도 있다.

또 선거 공보물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과거 선거 출마 때 자신의 전과가 크게 부각됐던 전력 등도 있어 이 의원이 허위임을 잘 알면서 전과기록에 관해 허위의 소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주가조작 교사 등 혐의로 벌금 전과가 있다.

다만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서 탈락한 이유를 허위로 발언한 부분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감안해 민주당은 책임 정치 차원에서 전주을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기회를 잡은 것이 진보당이다.

4·5 전주을 재보선 화제의 당선
윤정부 향한 쓴소리 멈추지 않아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준비하며 공약으로 ▲농협중앙회 이전 ▲금융공기업 유치 ▲지역 공공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에 관해서는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 유지 특별위원회, 전북형 공공은행 등을 구성·설립해 전주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강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유치와 금융공기업 이전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초고층 타워나 특혜 개발서 벗어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농협중앙회 이전 등이 이뤄진다면 개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 대해 염증을 내는 분이 많았다. 한 석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당의 움직임은 실질적이었다. 지난 1월16일 진보당에 따르면 당은 지난 1월14일 오후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서 3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북 전주을 재보선 승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분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중앙위는 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주서 열렸으며, 회의에는 중앙위원과 2024년 총선 후보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진보당은 중앙위 회의에 이어 열린 재보선·총선 승리 결의대회를 통해 “이번 재보선은 윤석열 검찰 정권 심판과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선거”라며 “중앙당과 시도당이 정책, 조직, 홍보 상근자 파견을 전면화하는 등 반드시 전주을 재보선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총집합
한 석의 기적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다짐하며 이날 “윤석열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에 전주시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 절망하는 것은 무도한 윤석열정부의 폭주에 당당히 맞서 제압할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과 강성희의 대결이며, 전주에서 윤석열정부 심판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진보당의 2023년 원내 진출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독재를 휘두르며 재벌과 대기업을 대신해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번 전주을 선거를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시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지방권력만으로 불가능하다. 1987년 이후 지속돼온 보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저들만의 국회에 선명한 진보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후보 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이 뇌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50억 뇌물’ 무죄 판결은 상식과 사법 정의를 송두리째 짓밟은 폭거이며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로 ‘유검무죄’를 만든 검찰 카르텔이 빚어낸 참사”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 4·5 재보선이 임박했을 때도 윤정부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난해 80조원 손실이 난 국민연금 개선방안 전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투자 전문인력 유출이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윤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지부 성격으로 나눠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서울 이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서울 이전 불가’ 입장을 천명하길 바란다. 정말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지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접 공식 입장을 천명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서울 이전’설이 그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어떻게
민심 얻었나


이처럼 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속적으로 윤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4·5 재보선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이는 강 당선인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차 여론조사에서 강 당선인 후보 지지율은 9.4%, 2차 조사에서는 15.5%였다. 마지막 조사인 지난달 22일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가 강 당선인이었다. 25.9%, 오차범위 내 1위였다. 2위는 임정엽 후보였다.

전주을은 전주시 완산구 19개동 중 9개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인 서신동부터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이다. 총 8만8000세대, 19만7000명이 거주 중이다.

지난해 6월,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서 전주을은 김관영 민주당 후보가 75%,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다. 2015년 6대 지방선거는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다.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이렇듯 과거 진보당의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서 총투표수 9만4000여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선 11만6000여표 중 55표를 득표했는데 당시 허경영 후보가 받은 표는 629표였다.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000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다.


거대 양당에 염증 난 전주시민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전주시민의 민심이 거대 양당을 떠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주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 “민주당이 179석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 정권을 뺏긴 데는 이유가 있다” “전주가 민주당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말만 많고 실제 개발은 더디다” “전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여태까지 (민주당이) 집값이나 올려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보당은 어떤 방식으로 전주시민의 민심을 얻었을까? 강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아 ‘전북은행 대출금리 인하 운동’을 벌였던 바 있다. 전주에 본점을 둔 전북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이는 그가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은 이유다.

당시 강 당선인은 “서명받으러 상가를 돌면 대출이자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한다. 사장이 직원을 다 모아 서명을 독려한다. 옆 가게 사장도 부른다. 뜨거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반응이 뭘 말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정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더 가다가는 큰일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을 ‘경제위기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장관들을 모아두고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생방송으로 중계하지 않나”며 “방향이 틀렸다. 기업, 금융시장만 경제주체가 아니다. 이런 위기서 제일 어려움에 부닥친 경제주체는 바로 서민들이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어떤 보호장치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강 당선인의 이번 당선의 비결은 서민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려 했다는 데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후보 시절, 전주 시내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진보당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 등 전주 곳곳을 활보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진보당 강성희 후보만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찍어줘야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전주을 투표율은 26.8%로 재보선 중 투표 참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정치 대안을 원했다는 반증이다.

강 당선인이 비록 1년여의 짧은 잔여임기지만 원내로 진출하면서 전주을은 1년 뒤 치러질 총선서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2016년 보수정당 후보로는 전주을에서 당선됐던 정운천 의원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의 다당 체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의 민주당 입지자들에게 있어 강 당선인의 등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1년 뒤 총선
최대 격전지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일당 독점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텃밭 유권자들의 민심이 이번 전주을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이 표출된 셈”이라면서 “차기 총선서 전주을이 최대 격변지로 급변했으며, 민주당 입지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강 당선인은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5 전주을 재보선 국민의힘 성적은?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 후보가 후보 6명 가운데 5등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이번 재보선서 3561표를 얻어 8.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39.07%), 무소속 임정엽(32.11%), 무소속 안해욱(10.14%),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 이은 5등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올려 이번 재보선서 선전을 기대했으나 1년 전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만 확인했다.

특히 김기현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호남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애를 썼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풍향계’인 이번 선거서 15%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하려고 했으나 돌연 출마를 접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 김 후보에게 여당표가 몰리지 못한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는 “유권자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를 숙고하고 내년 총선서 약진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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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