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학교 선수만’ 아이스하키 국대 선발 의혹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3:05:51
  • 호수 1422호
  • 댓글 5개

“감독님 맘대로…규정 어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청소년 학생 운동선수는 자신의 모든 시간을 운동에 전념한다. 졸업 때부터는 대학 진학과 실업팀으로 나뉘는데, 아이스하키는 국내 실업팀이 한군데뿐이다. 이런 이유로 학생들은 아이스하키 명문 대학 진학에 목숨을 건다. 이때 필수 코스가 U18 국제대회 진출인데, 선수 선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를 주장하는 학부모는 단체로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아이스하키는 빙상 위에서 스틱을 가지고 고무로 만든 원판인 퍽을 골대에 넣는 경기다. 1970~1980년대에는 ‘빙구’라고 불렀다. 현재도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사이의 정기전인 연고전에서는 빙구라고 부른다.

아이스하키 국내 팀은 숫자가 적다. IMF 외환위기 이후 팀들이 점차 줄어들면서 위기를 겪었고, 대학팀들 위주로 리그가 진행되면서 축소됐다. 애당초 대학팀 자체도 많지 않았다.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팀은 ▲연세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경희대학교 ▲광운대학교까지 총 5개교다.

대학 입시
대회 진출

고교 아이스하키부는 모두 서울에 있다. 총 5개교로 ▲경기고등학교 ▲경복고등학교 ▲경성고등학교 ▲중동고등학교 ▲광성고등학교 등이다. 중학교는 올해 광성중 아이스하키부가 해체되면서 경희중, 중동중 등 총 6개교가 됐다. 

아이스하키 선수 지망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아이스하키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같은 학교로 진학한다. 이런 상황이니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전반적인 아이스하키 실력을 파악하고 있다.


청소년 아이스하키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문대 진학이다. 이를 위해서 입시 요강에 해당하는 대회를 진출하고, 이를 위한 합숙 훈련은 기본이다. 지난해 KUSF 대학 아이스하키 U-리그 팀 기록을 보면, 연세대학교가 1순위로 7승1패를 기록했다. 그 뒤로 고려대학교 5승3패, 광운대학교가 0승이다.

이뿐 아니라 역대 경기를 통틀어 연세대학교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학부모와 학생은 연세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훈련에 전념한다. 그러나 문제는 연세대학교 특기자 인재 운동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특정 대회를 나간 이력이 있어야 한다.

바로 ‘국제대회 U18’이다. 연세대학교 입학처는 아이스하키 운동 전형 지원자에게 ‘대한체육회서 발급하지 않는 국제대회(U18) 경기 실적 및 수상내역 자료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공식 홈페이지서 직접 출력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연세대학교에 아이스하키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하려면 선행돼야 하는 일이 U18에 출전하는 것이다. 해당 대회 기록은 상관없다.

여기서 말하는 U18은 18세 이하 선수들로 이뤄진 유소년 국제경기대회를 말하며, 운동 경기별로 개최되는 대회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슬로베니아 블레드서 2023 IIHF U18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명문대 진학 필수 코스 ‘U18’
감독 고교 학생이 50%나 선발

국내 청소년 선수가 U18에 선발되기 위해선 대한아이스하키협회서 개최하는 U18 대표 선발 트라이아웃(선수 선발 테스트이자 입단 테스트)에 참여해 선발돼야 한다. 올해 경기 방식은 3피리어드, 20분씩 주어졌다.


트라이아웃 일정은 지난달 6일 선발 내용을 공지했고, 지원 자격은 대한민국 남성으로, 2005년 1월1일부터 2006년 12월31일 출생한 자다. 여기서 선정되면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트라이아웃은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있었다. U18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 23명의 명단은 지난달 21일 발표와 동시에, 학부모들이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선수 선발 과정에 객관성이 빠졌다는 것이다.

실제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한 고등학교 학생이 50%나 포함돼있었고, 해당 고교 감독이 감독으로 선임돼있었다.

이런 문제 외 학부모들이 지적하는 U18 트라이아웃의 문제점이 있다. 여기서도 가장 큰 문제는 선수 선발을 하는 감독 선임 건이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국가대표 감독 선발은 대한체육협회 규정을 따른다.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 규정 제4조(국가대표 지도자 및 트레이너의 선발 절차)에는 ‘회원종목단체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 일정 등 세부사항을 정해 국가대표 후보자 평가일 1개월 이전에 공고하며, 국가대표 지도자 후보자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심의해 이사회에 추천한다’며 ‘회원종목단체 이사회는 추천받은 후보자 중 국가대표 지도자를 선발해 체육회 승인을 받아 확정한다. 단, 긴급한 사유가 있는 경우 체육회와 사전협의 후 공고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이번 감독 선발은 이 같은 과정이 모두 사라졌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지난달 17일 공고문을 올려 ‘2023 U18 남자 국가대표 감독 선임 결과’를 발표했다. 1개월 전 있어야 하는 공고도, 이사회 추천 및 체육회 승인 과정 자체도 사라진 것이다. 

주먹구구
선발 과정

감독 선발 외 문제도 있다. U18 감독은 선수 선발 권한이 있다. 그리고 이번 트라이아웃에는 U18 감독, 골리 코치, 국가대표 감독, 경기력향상위원이 선발위원으로 트라이아웃 채점을 했다. 이런 과정에 감독이나 코치는 현직 고등학교 교사이거나, 개인레슨 학생이 있으면 위법이다.

이는 경기력향상위원회 규정 제11조에도 적시돼있다. 규정에는 ‘위원은 본인 또는 본인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뚜렷한 사유가 있는 경우 위원회의 심의·의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대표 선발에 있어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올해 U18 감독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고, U18에 선발된 학생 중 50%가 해당 감독이 재임 중인 학교의 학생 선수다.

코치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대표 감독 역시 재직하기 전 학생 선수를 레슨한 경력이 있다. 그 학생이 이번 U18에 선발된 선수에도 포함된다.

또 국가대표 선수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다. 어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지도자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아이스하키인의 품위를 손상한 사람을 제외한다. 학생 선수를 외국에서 통솔하는 데 지도자의 도덕성은 필수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사항도 제외됐다. U18 코치 중 한 명은 지난해 한 중학교 아이스하키부 골리 코치로 재직했는데 ▲근무하는 학교 학생에게 보수를 받고 개인지도를 진행하고 ▲학교 정규 연습 시간에 음주 상태로 학생 지도한 사유로 사직한 경력이 있다.

위 사항만 해도 이번 U18 선수 선발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기 충분하지만, 문제점은 트라이아웃에도 계속된다.

아이스하키는 종목 특성상 실력이 갑자기 성장하는 경우가 없고, 복합적인 기술 점수가 요구되기 때문에 선수 선발이 까다롭다. 그래서 요구되는 것이 선수의 대회 전체 포인트다. 트라이아웃 당일 점수와 대회 전체 포인트 점수를 합산해서 선수 선발의 객관성을 높인다.

이번에도? 
매년 구설수

하지만 이번 트라이아웃 결과에는 전체 포인트 점수가 합산되지 않았다. 우선 선발 시험 자체는 블라인드였다. 그러나 선발된 선수 중 골리(골키퍼)는 지난해 풀타임 대회에 참가해 성적이 좋은 선수나, 2021년에 베스트골리상을 받은 학생이 선발되지 않고 탈락했다. 반대로 합격한 골리는 U18 코치에게 개인레슨을 받은 선수다.

트라이아웃 경기 중 부상을 입은 학생도 선발됐다. 한 선수는 트라이아웃 첫 경기에서 무릎에 부상을 입어 그 이후 경기를 참가만 했다. 이런 경우 선수의 실력이 월등해도 U18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에 U18 선수 선발에 제외되는 게 맞지만 선발됐고, 대회 포인트 점수가 낮은 선수가 높은 선수를 제치고 출전한 케이스도 있다.


다만 고려하는 점은 있다. U18은 대학 입시에 큰 영향을 주고, 학생 선수는 1살 차이로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U18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선발된다. 2021년과 지난해 선발된 학생 선수는 대부분 고등학교 3학년생이었다.

반면 이번 선수 선발은 달랐다. 총 7명의 선수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지난해 트라이아웃 점수 결과가 높았지만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이유로 선수 선발이 안 된 학생이 이번에도 출전을 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학부모들은 트라이아웃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트라이아웃이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을 제외하곤 모두 공개로 선발전이 진행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다른 모든 종목 경기 트라이아웃은 관중들의 참여도 가능했다.

학부모들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2023 남자 U18 아이스하키 트라이아웃 경기 영상 및 채점 기록지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학부모 “객관적으로 봐도 선발 과정 주관적”
협회 “경기력 향상 위원회가 규정대로 선발”

이에 대해 학부모 A씨는 분개했다. A씨는 “협회는 감독 선발 규정도 어기고 트라이아웃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함께 10년간 운동한 아이들이다.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다 안다”며 “그런데 이번에 잘하는 애는 대거 떨어지고 못하는 애들이 붙었다. 특히 아들 친구 중 한 명은 ‘이미 붙을 거 알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하면 아이스하키는 돈 많은 집 아이가 부정으로 쉽게 대학에 가는 통로가 될 것이다. 어차피 대회에 나가면 우승하지 못하니 돈 받고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아이스협회 입장은 다르다. 규정대로 선수를 뽑았다는 것이다.

대한아이스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선수 선발에 관여하지 않는다. 선수 선발은 경기력향상위원회가 한다. 그곳에서 절차대로 한 것이다. U18은 입시에 영향이 크다 보니, 매년 말이 많다”며 “좋은 방법을 모색 중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본 것이다. U18 선수는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아닌 대한아이스하키 협회 규정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협회 관계자는 의견이 달랐다. 선수 선발 과정에 문제점이 있는지는 확인해봐야 하는 것이지만, U18 선수 선발의 객관성이 떨어졌고 U18 선수는 청소년 국가대표가 맞는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감독 선임은 공고를 내서 한다. 이 자리가 5명인데, 채점위원 중에서 개인레슨을 한 코치가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지침을 어긴 것”이라며 “또 공고를 안 하면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것 아니냐. 과정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스하키 선수 선발은 체격, 체력, 구력, 경기 시간, 스케이트 실력, 슈팅 등 다양하게 채점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은 것은 대한체육회 규정을 어긴 것”이라며 “그러나 대한아이스하키협회 내규를 따지면서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러면 학생들이 희생당한 격이다. 원래는 테스트 자체를 다양하게 한다. 고교 감독을 U18 감독으로 선임할 계획이었으면 더욱 다양한 테스트를 했어야 맞다”고 말했다.

떨어진
객관성

아이스하키 학교 관계자 역시 문제에 동의했다. 학교 관계자는 “골리로 떨어진 학생은 객관적으로 비교가 불가능한 학생이다. 그만큼 실력이 좋았다. 그런데 작년 16개 경기를 다 뛴 애들이 떨어지고 출전하지 않은 세 명이 뽑혔다.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U18 감독과 선수를 선발한 적은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해도 1~2명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에 뽑힌 선수 5명은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요시사>는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통해 경기력향상위원회 입장을 요청했으나, 연락이 오지 않았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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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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