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무원’ 윤정부 무너진 외교라인 막전막후

사라진 외교 수장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일, 한미 등 정상외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던 상황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일단 외교라인 곳곳에서 들려오던 잡음이 현실화됐다.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던 수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외교가가 술렁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실패’로 규정했다. 문정부가 지향했던 ‘미중 균형 외교’를 ‘한‧미‧일 공조 강화’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문정부서 약화됐던 한미동맹 회복을 최우선 현안으로 잡고 일본과의 관계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한미·한일
드라이브

지난달 9일 윤 대통령은 당선 1주년을 맞았다.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은 ‘자유 가치연대’ ‘세일즈 외교’ 등으로 요약된다. 한미동맹을 확대,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회복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잡았다. 스스로를 ‘1호 영입사원’이라고 자청하며 외연 확장에 공들인 점도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국서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짧은 취임 기간 안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별도로 만남을 가졌다. 

이어 지난해 11월에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련 정상회의서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양자회담, 3자회담을 연이어 진행했다. 당시 한‧미‧일 3국 정상은 ‘프놈펜 성명’을 채택해 공고한 연대를 드러냈다. 프놈펜 성명에는 미국의 대북 억제력 강화, 경제안보대화체 가동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만큼이나 한일관계 회복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문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단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잔뜩 꼬인 한일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를 지난해 광복절 축사, 올해 3·1절 기념사 등에 담았다. 

‘일본은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광복절 축사) ‘(일본은) 과거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가 됐다’(3‧1절 기념사) 등의 내용은 ‘굴욕적’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집권 2년 차 들어 윤 대통령은 ‘한‧미‧일 공조 강화’라는 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점차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도발에 한미일 공조로 대응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핵어뢰를 개발했다고 주장 중이다.

교체설 불거졌다 자진 사퇴
1시간 만에 후임 인사 지명

전술핵탄두 ‘화산-31’ 사진을 공개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은 그 후폭풍이 여전히 이어지는 중이다. 이달 말에는 한미정상회담, 5월에는 일본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과 한미일 정상회담 일정이 잡혀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교안보 정책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산적해 있는 현안과 외교 일정을 소화해야 할 외교라인이 삐걱거리고 있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던 잡음이 점차 커지더니 현실로 나타났다. 외교라인에서 하나둘 구멍이 생기다가 어느 새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까지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미 정상회담을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외교라인의 교체가 진행된 것이다.

지난달 29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전격 사퇴했다. 한 차례 교체설이 불거졌다가 가라앉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이라 뒷말이 무성하게 번지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후 본인 명의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 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북한 도발
한미일 공조

그러면서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됐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의 사퇴는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김일범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뒤 김 전 실장까지 물러나면서 외교라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이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김 전 의전비서관은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관련한 실책으로 사실상 경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외무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비서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당선인 보좌역으로 합류해 대통령실에서 첫 의전비서관을 맡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이문희 외교비서관이 교체된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비서관은 1년 동안 맡은 임무를 다했고 굉장히 격무했다. 그래서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교체 사실을 확인했다. 이 전 비서관은 외무고시 30회로 윤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부터 외교비서관을 맡아 일했다. 

윤 대통령의 첫 일본 방문에 동행했고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다. 이 전 비서관의 교체를 두고도 문책설이 제기됐으나 대통령실은 일축한 바 있다. 그러던 중 김 전 실장까지 자진 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

특히 김 전 실장의 사퇴는 언론 보도를 통해 교체설이 불거지고 대통령실이 이를 부인한 뒤에 진행돼 더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경질이냐
갈등이냐


대통령실 관계자는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는 없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고 대통령도 만류한 걸로 아는데 본인이 거듭 이 같은 바람을 피력해 고심 끝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최대 이벤트로 꼽히는 한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외교라인의 교체는 뜻밖이라는 반응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전 실장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나갔지만 실제로는 경질된 것이라는 의혹이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 조율 과정에서 중대한 실책을 범했다는 이유다. 특히 그 배경으로 걸그룹 블랙핑크가 언급돼 눈길을 끈다. 

방미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블랙핑크와 미국 가수 레이디 가가의 합동 공연을 제안하는 서신을 여러 차례 보냈는데, 우리 외교라인에서 확답을 하지 않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행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부분이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외교라인 수장을 교체할만한 이유로 적합한지를 두고 의문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 공개하기 어려운 외교적 실책이 있는데 이를 밝히지 않기 위해 블랙핑크를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전 실장과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갈등설도 부각됐다. 한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의견 교환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김 전 실장과 김 차장과의 갈등을 두고는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것은 아니다”라고 갈등설에 관해 언급했다. 


한미 정상회담 한달 앞두고
비서관 2명까지 3명 갈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알력설이)정설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지난달 30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통파 외교관이 지금 다 그만둔 것”이라며 “저런 경우는 보통 갈등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통 외교관 출신이 일제히 그만두고 있고 비외교관 라인은 그대로 건재하지 않나. 그러면 정통 외교관 라인이 비외교관 라인에 졌다고 봐야 된다”고 부연했다. 사퇴 배경으로 거론되는 블랙핑크‧레이디 가가 초청 행사 보고 누락에 대해서는 “그것 때문에 한 나라의 안보실장을 교체했다면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 후폭풍이 외교라인 교체로 이어졌다는 말도 있다. 한일 정상회담 이후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3월4주(지난달 21~23일)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긍정과 부정평가 이유로 모두 일본‧외교 관계 언급이 크게 늘었다.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 발표(지난달 6일), 한일 정상회담(지난달 16~17일)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외교라인이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의 후임으로 조태용 주미대사를 지명했다. 조태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은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관 출신으로 2020년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윤정부 초대 주미대사를 맡았다. 대통령실은 주미대사 후임자를 신속히 선정해 미국 백악관에 아그레망(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임 실장
봉합 단계?

조 신임 실장은 “중차대한 시기인데 안보실장이란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1개월 동안 윤정부의 국정 목표인 ‘글로벌 중추 국가’ 건설을 위해 주춧돌을 잘 놨다고 생각한다”며 “그 주춧돌 위에 좋은 내용으로 집을 지어 윤정부의 국정 목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보답하는 게 임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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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