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맨’ 대통령이 뽑은 위원장들의 면면

입만 열면…능력은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최근 정부가 쏴올린 과거사·노동 관련 논쟁이 뜨겁다. 그런데 대통령이 임명한 관련 위원회 위원장들은 이를 중재하기는커녕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취임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여전히 그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노조 발언을 일삼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위원장.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자질 논란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세간의 우려에도 위원회의 인선을 강행했다. 

돕기는커녕

이 같은 윤 대통령의 ‘결단’이 불과 몇 개월 만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형국이다. 위의 위원회는 맡은 업무를 완수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고, 더 나아가 사회적 타협을 도출하는 임무를 지녔다. 그런데 두 위원장은 이 같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관련 논란으로 꾸준히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정부를 돕기보단 되레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은 앞서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근로제를 유연화해 최장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은 백지화 기로에 내몰렸다. 제도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장기간 노동이 일상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탓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할 경사노위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의 말처럼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도지사는 혼자서 할 수 있는데 경사노위 위원장은 노동조합이 안 오면 개점휴업이다. 굉장히 어렵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로 지금까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와의 관계 개선에 난항을 겪고 있다. 양대 노조는 김문수 위원장 취임 당시 모두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년 넘게 경사노위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과는 물론이고, 그간 정부에 협조해온 한국노총과의 대립각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 빠진 경사노위’ 해결 못 하는 김문수 
정부 노동개혁 드라이브에도 보조 못맞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경사노위 방문 당시 김문수 위원장에게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김동명 위원장은 “신뢰를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것인지는 정부와 경사노위 태도에 달려 있다. 노동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노사정 관계에 변화의 단초는 찾을 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사노위가 자문단 같은 우회적 논의 틀로 정부정책의 용역업체를 자임하는 한 그 결과는 명확할 것”이라며 “한국노총은 대화의 문을 먼저 닫지는 않겠지만, 정부정책에 일방적 들러리를 서는 일 또한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같은 경고에도 김문수 위원장은 계속해서 반노조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난 2일 SNS에 광주글로벌모터스를 방문한 소감을 남겼다. 그는 글에서 “감동받았습니다”라며 “노조가 없습니다. 현장에서 핸드폰은 보관하고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4000만원이 안 됩니다(현대·기아차의 40% 정도)”라고 적었다.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 위원장 발언이 무노조 저임금 일자리를 추켜올리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5일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고에 감동했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노동계에서는 “궁색한 변명”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광동 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은 국회서 뉴라이트 역사관을 재차 드러내며 구설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과거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북한이 광주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김광동, 뉴라이트 역사관에 논란 자초
실언 일삼자 자질 논란…사퇴 요구도

그는 또 “5·18 헬기 사격과 관련해 사법부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했느냐”는 질의에 “사격이 있었냐 없었냐를 갖고 형사처벌되는 ‘5·18 왜곡 처벌법’이 잘못됐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인 지난 12일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발언과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동안 꾸준히 5·18 정신 헌법 수록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윤 대통령에게 재차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도 빗발쳤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과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지만, 비판 여론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위원회가 촉발한 비판 여론이 고스란히 정권의 부담으로 치환되는 모양새다.

5·18 관련 단체와 야권은 윤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역사관이 과거 국가폭력의 진실을 밝히는 과거사위원회 출범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위원회 업무가 5·18과 큰 접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위원회가 과거 5·18 연관 사건을 조사했던 점, 5·18 기념식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점을 놓고 보면 ‘무관하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또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YTN과의 인터뷰 도중 이제봉 진실화해위원 후보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표결서 1차 낙마한 이후 “위안부 존재를 검증해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역사 사건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이 어떤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인터뷰는 정부가 강제징용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밝힌 다음 날 공개됐다. 정부의 대일 역사관을 향한 비판 여론이 한창 매서울 때,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이 같은 궤에 있는 사건에서 구설에 오른 것이다.

발목 잡았다


현재 갑론을박이 뜨거운 과거사·노동 문제는 모두 윤 대통령의 의중이 깊게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련 논란을 키우고 있는 두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인물들이다. 야권은 이를 근거로 정책과 인사 논란을 엮어 정권을 직접 겨냥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 인사 실패가 정권 리스크로 번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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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