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삼양식품 오너 3세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지주사에 대한 직접 지배력을 키운 데 이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진두지휘하는 위치로 올라선 양상이다. 경영 능력 입증에 성공할 경우 이를 계기로 경영권 승계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삼양식품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라면으로 대변되는 식품 사업의 비중을 낮추는 대신 콘텐츠 및 이커머스 분야에서 미래 동력을 찾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맞춤형 플랜
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단순히 미래 먹거리 확보라는 취지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 사업의 순항 여부는 이른 시기에 경영 일선에 등장한 오너 3세가 경영 능력에 대한 물음표를 떼어낼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7월 삼양애니 대표에 전병우 이사를 선임했다. 삼양애니는 콘텐츠 커머스 사업을 운영하는 삼양식품 계열사로, 2021년 아이엠애니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전 대표가 설립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엠애니는 지난해 3월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다.
1994년생인 전 대표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이다. 2019년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해 2020년 경영관리 부문 이사로 승진한 바 있다.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식품 업계 오너 3세 가운데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삼양애니는 SNS용 콘텐츠 제작과 붉닭볶음면 등 라면 제품과 연계한 캐릭터 판매 사업을 활성화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분야에 집중된 기존 사업영역을 비식품 분야로 대폭 확대하는 작업의 일환이다.
삼양식품은 2012년 출시한 불닭볶음면의 활약에 힘입어 확연한 실적 상승세를 나타냈다. 2018년 4694억원이었던 연결기준 매출은 2021년 6420억원으로 뛰어오른 데 이어, 지난해(잠정)에는 909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04억원으로, 전년(654억원) 대비 38.27% 급증했다.
지배력 키우고…신사업 진두지휘
이참에 부친 대신 전권 잡는 수순?
다만 불닭볶음면을 앞세운 식품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건 불안요소로 꼽히고 있다. 삼양식품은 면·스낵이 전체 매출의 95% 이상을 차지한다. 만약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규 사업이 안착할 경우 전 대표의 능력 입증과 수익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을 지적재산권의 핵심으로 확대해 관련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매출 확장에 나서기 위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메타버스 게이밍 플랫폼 더샌드박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 대표의 그룹 내 영향력은 단단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삼양내츄럴스는 2대 주주였던 아이스엑스를 흡수합병했다. 아이스엑스는 전 대표 지분 100%를 보유한 곳이다. 합병 전까지 삼양내츄럴스 주주는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42%), 아이스엑스(27%), 전인장 전 회장(21%) 등이었다.
해당 합병으로 아이스엑스 주식 27%가 자기주식으로 전환됐고, 아이스엑스와 삼양내츄럴스간 합병비율에 따라 전 대표의 지분율이 결정되는 구조였다. 전 대표가 삼양내츄럴스 주식을 직접 보유하게 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삼양내츄럴스가 2대 주주였던 아이스엑스를 합병한 결정은 삼양내츄럴스의 지주사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다. 기존 ‘오너 일가·아이스엑스-삼양내츄럴스-삼양식품-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서 아이스엑스가 빠지면서, 옥상옥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시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탄탄대로
관련 업계에서는 현 오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감안하면 전 대표가 이른 시기에 경영 전권을 넘겨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보는 분위기다. 삼양식품은 최근 오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2018년 ‘전인장-김정수’ 부부의 50억원 횡령 사건이 터졌고, 전 전 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나마 김 부회장은 취업 제한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법무부 허가를 받고 7개월 만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