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에 숨은 불법 금융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2.20 13:38:20
  • 호수 14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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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끄나풀’ 뒤봐주는 변호사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불법 금융사기가 판치는 세상이다. 이런 사기에 당한 피해자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도 소용이 없다. 바로 ‘명예훼손죄’로 걸려 게시글이 사라지기 일쑤기 때문이다. 불법 금융사기와 피해자의 싸움은 온라인에서도 지속되지만, 보통은 명예훼손으로 피해자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실정이다. 

명예훼손이란 ▲이름 ▲신분 ▲사회적 지위 ▲인격 등에 해를 끼쳐 손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명예를 법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다. 즉, 외부적 명예를 가르킨다. 결국 명예훼손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에 대한 객관적인 사회적 평가를 위법하게 저하하는 행위다. 단순히 주관적으로 명예 감정이 침해됐다는 건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다.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

형법상 명예훼손은 형법 307조에 ‘공연히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명예의 주체는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도 포함된다. 또 ‘공연히’라는 말은 불특정 또는 다수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해, ‘훼손’은 개인 또는 단체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수 있는 상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명예훼손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장선우 선수 사건이 있다. 2015년 10월9일 KT wiz인 장 선수의 전 여자친구가 장 선수가 사석에서 프로야구 관계자와 팬을 비하했다며 장 선수의 상반신 나체 사진을 개인 SNS에 올렸다.

이 사건은 선수 개인의 연애사로 시작해서 동료 뒷담화, 팬들 성적 모욕, 감독 뒷담화, KT 회장 뒷담화 등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인터뷰어를 인신공격하거나 롯데 치어리더와 KT 치어리더를 욕하는 등 사생활도 함께 폭로했다. 이 글에는 치어리더 박기량에 대한 노골적인 성적 비하가 담겨 있어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사생활 폭로는 4탄까지 이어졌고, 결국 구단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대응했다.

결국 장 선수와 전 여자친구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6년 1월25일 수원지법서 열린 1심 재판에서 장 선수는 징역 8개월, 전 여자친구는 징역 10개월에 구형됐으며 같은 해 2월24일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2016년 5월26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서 검찰은 1심 때와 같은 형량을 구형했다. 해당 사건에서 대법원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공연성에 대해 “개별적으로 한 사람에게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도 불특정 또는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 판례서도 SNS는 개인과 개인의 대화로 기록이 남을 수 있고 쉽게 전달될 수 있어 사적 비밀이 아닌 외부로 전파될 위험성이 항상 있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명예훼손은 개인과 단체의 명예를 지키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14일 오픈넷(opennet)은 명예훼손·모욕의 형사 고소·고발 건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요청으로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10년 2만2777건에서 2020년 7만9910건으로 약 4배가량 급증했다. 

피해사실 SNS에 올리면 법으로 입막음
사실이라도 성립…악성 업체 보호 역할


이에 비해 동 기간 접수 사건 중 기소로 처리된 건수는 연간 7000건에서 약 1만2000건 사이로 평균 약 1만1000건 수준을 기록해 꾸준한 수치에 유지했다. 이는 대부분 명예훼손·모욕의 고소·고발이 심각한 수준의 인격권 침해가 아니어도 남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명예훼손·모욕의 고소·고발로 불법·다단계업체가 관계될 수 있는 점이다. 또 현행 명예훼손죄는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돼있어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얼마든지 고발할 수 있다. 결국 공인에 대한 비판적 표현물에 대해 팬덤, 지지단체, 종교단체, 대리단체 등이 고발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불법 업체에서 금전적 피해에 빠져 있는 피해자를 두 번 힘들게 한다. 불법 금융(금융사기, 투자사기, 유사수신행위, 금융피라미드)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네이버 ‘백두산’ 카페에는 이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 카페는 지난해부터 ‘명예훼손 게시물’로 지정돼 ‘게시 중단 요청’이 들어간 게시물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게시 중단 요청 서비스는 네이버 서비스상에서 다른 회원의 게시물이 고객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생각되는 경우 그 게시물을 임시로 게시 중단 요청을 하는 서비스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자신이 운영·관리하는 정보통신망 제1항에 따른 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제44조의 2에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삭제 등을 요청받으면 바로 삭제·임시 조치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즉시 신청인 및 정보 게재자에게 알려야 한다. 이 경우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필요한 조치를 한 사실을 해당 게시판에 공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게재돼있다.

네이버 명예훼손 게시물 게시 중단 요청은 ▲카페 ▲블로그 ▲지식iN ▲예약 ▲쇼핑 ▲플레이스 ▲뉴스(댓글) ▲증권(댓글) 등에 신청할 수 있다. 게시물 게시 중단을 하면 작성자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때 게시중단 요청자에게 관련 내용이 통보된다. 이의신청 검토가 완료되면 게시 중단 조치 30일 뒤 복원된다.

복원된 게시물은 다시 중단할 수 없으나, 추가로 게시물 조치가 필요한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진실?
허위?

네이버 백두산 카페서 중단된 게시물도 이 같은 맥락으로 결정됐다. 물론, 모든 불법 업체가 게시 중단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특정 불법 업체가 상습적으로 게시물 중단을 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백두산 카페 대표 대마불사에 따르면, 게시물 중단을 신청하는 불법 업체는 4개다. A 업체는 백두산 카페를 고소했다며 피해자들이 작성한 관련 게시글 삭제를 요청했다. 황당한 것은 연락해 온 곳이 A 업체 대표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언론사 대표라고 지칭했고, 통화하면서 게시글을 삭제하라고 욕하기도 했다.

B 업체는 변호사를 선임해 ‘전문적으로’ 게시물 중단을 요청했다.

B 업체 변호사는 백두산 카페에 “대마불사님의 실명이나 주소를 알 수 없어 부득이 상담용으로 공개된 본 이메일로 보낸다. 귀하가 운영하는 카페의 게시판에 발신 의뢰인이 운영하는 B 업체가 사기업체 카테고리로 분류/등재되어 별도 게시판이 운영되고 있고, 위 게시판에는 B 업체를 비방하는 여러 게시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중 대부분은 허위 정보를 기재해 B 업체를 비방한 글이거나, 기존 회원 중 일부가 빠른 출근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한 글 또는 경쟁업체 직원이 고객을 빼돌리기 위해 작성한 글이며, 명예훼손 또는 영업방해에 해당하는 불법 게시물이다. 이는 귀하가 카페를 운영하는 공익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메시지와 함께 해당 업체는 ▲네이버 본사에 게시물에 대한 삭제 청구 ▲게시자에 대한 형사 고소 경고 ▲자사 비방 유튜버를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소했다고 협박했다.

하지만 해당 카페의 피해자는 “B 업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 상식적으로 100만원을 투자해서 1년 내에 돌려받고 이후부터 순수익을 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게 사실이라면 은행, 대부업에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을 받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지 않냐. 투자는 본인이 선택해서 하는 것이지만, 이런데 속아서 피 같은 돈 날리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비판했다.

C 업체는 2020년 2월과 2021년 3월에 본사 메일로 자신들은 절대 사기 업체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백두산 카페 내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고소, 소송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운영자를 협박했다.

불법 업체
방어 수단

운영자 대마불사도 “C 업체의 사업설명회서 교육받고 이미 투자했다”는 등의 비방과 모함을 일삼았다.


지난해 6월17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사기 등 혐의로 고소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업체 피해자는 “C 업체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오른다는 상위 사업자 말을 듣고 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그런데 코인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D 업체는 피해자가 게시글을 올리면 바로 게시 중단 처리하곤 했는데 게시판 전체가 게시 중단 글로 채워질 정도였다.

D 업체 피해자는 “이곳은 매월 8~10% 배당금을 지급하는 고수익 투자상품이라는 홍보를 한다. 이에 60대 이상 장년층이 노후자금을 전부 투자한 경우가 많다. 특히 해지나 환불을 원하는 가입자에게 인감도장을 요구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탈퇴를 막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마불사는 <일요시사>에 “지난해 11월 게시글 300개가 사라졌다. 글이 많이 올라오면 하루에 100개 정도인데, 3일 치 글이 다 사라진 것이다. 네이버 정책이 그러니 방법이 없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민원을 넣어도 방법이 없다. 네이버도 게시글이 많으니 진위 여부를 다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이의신청을 하면 한 달 만에 글이 복구된다. 백두산 카페를 만든 이유가 사기 피해를 알려서 예방하려고 하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니 의욕이 떨어진다”며 “그렇다고 네이버 정책을 없앨 순 없지 않냐. 반대로 정말 명예훼손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게시글 복구기간을 더 빠르게 하고,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싸우면 좋겠다. 이런 업체들의 뒤엔 변호사들이 있는데,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거겠지만 꼭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나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사례는 ‘표현의 자유와 알권리’라는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명예훼손이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입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무더기로 사라지는 게시글 알고 보니…
폰지사기 피해자들도 ‘벙어리 냉가슴’

해당 문제에 대해 박주민·김용민·정필모·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및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오픈넷 주취로 2021년 12월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이대로 괜찮은가? 사례를 중심으로 보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죄의 문제점’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토론회서 공개된 사례들은 아래와 같다.

삼촌은 미성년인 조카의 몸을 마음대로 만진 성폭력 가해자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괴롭혔다. 결국 조카는 성인이 된 후 심한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를 앓았다.

삼촌은 도청 고위공직자로 일했다. 조카는 30년이 지났지만, 늦게나마 삼촌의 잘못을 묻고 싶었다. 2008년 9월 조카는 삼촌이 근무 중인 도청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삼촌의 과거를 남겼다.

조카는 “그런 놈이 우리나라 고위공무원으로 살아도 되는 걸까요? 불쌍한 고아 조카를 6년 동안이나 철저히 유린하고 가족들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죄인으로 살게 만든 사람”이라고 폭로했다.

그러자 삼촌은 조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원은 조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1심 판결문에는 “피고인(조카)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에 참작할 바가 없는 것은 아니나,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기 전에 가족들과 대화나 확인 절차를 거치는 등 다른 해결 수단이나 방법이 있음에도 이런 절차가 없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인터넷 사이트와 삼촌이 근무하는 도청 홈페이지에 글을 바로 게시했다. 공무원인 삼촌이 이 사건으로 겪었을 사회적 평가절하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성돈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예훼손죄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명예훼손이 사실적시 그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명예가 훼손될 가능성 사전 차단’을 방법으로 ‘명예 보호를 도모’하는 동시에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형벌로 금지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명예훼손죄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 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 추구하는 목적의 정당성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필요성 측면서 볼 때 과잉금지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진실한 사실의 적시는 사회적으로 명예를 재조정하는 기능을 해서 사회적 의미 차원에서 불법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저울대 오른
두 가지 가치

이어 “이 같은 차원의 사실적시 금지는 추구되는 목적이 과장된 명예나 허명의 보호이지, 진정한 의미의 명예의 보호가 아니다. 과장된 명예, 허명, 체면, 위신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적으로 국가에 의미 지워진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 보장을 후퇴시키는 태도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구성요건의 경우가 아닌,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구성요건의 경우에까지 균형성 심사의 저울대에 ‘명예’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치를 올려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IDS홀딩스 고문변호사 기소, 왜?

1조원대 다단계 투자사기 사건을 벌인 IDS홀딩스의 고문변호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2월2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신대경 부장검사)는 현직 변호사 A씨를 사기방조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IDS홀딩스 김성훈 전 대표의 변호인이자 회사 고문변호사로 일했다.

검찰은 A씨가 2016년 4~8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와 지점장 등을 상대로 김성훈 대표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고 IDS홀딩스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상당한 수익이 기대된다고 여러 차례 강연해 사기 범행을 방조했다고 보고 있다.

‘제2의 조희팔’로 불린 김 전 대표는 2011년 11월∼2016년 8월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1만여명에게 1조원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김 전 대표는 IDS홀딩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에게 뇌물 6390만원을 준 혐의로도 기소돼 1·2심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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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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