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VS 이준석’ 2라운드 관전 포인트

“안철수 비켜!” 막 오른 전대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복수전이 시작됐다. 윤핵관과 이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친윤 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친윤 세력은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적절히 방어해내고 있다. 이런 탓에 전당대회가 이전투구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집안 싸움은 전대 이전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 컷오프 이후 친윤(친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립각이 다시 한번 심화하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대리전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서 친이준석계(이하 친이계) 인물들은 모두 생존에 성공했다. 

출마 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를 통과했고, 일반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까지 무난하게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기인 경기도의원 역시 이 전 대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피 튀는
집안 싸움

친이계 후보들은 허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원외 인물들이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평가받는 순천 당협위원장이고, 허 의원 역시 비례대표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경기 광명시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점령 중인 곳이다.

반면 친윤이라고 자임하던 현역 의원들은 줄줄이 컷오프서 탈락하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이들의 목표는 최고위원 5자리 중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시작도 전에 불발됐다.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모신다는 이용, 국민의힘 내 몇 없는 수도권 의원 중 한 명인 박성중, 대구 경북 텃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만희 의원까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현재 복수의 당 대표 후보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고리로 지도부에 입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조직력이라는 강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 이하로 나왔다. 

친윤 그룹의 초기 전략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후보들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실제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배현진 등의 원내 인사들은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인지도는 낮지만 비교적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인물을 등판시켰다.

자연스레 당 대표 후보와 함께 표가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으나 이 같은 전략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살아남은 친윤계 후보들 역시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최근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 사건 발언으로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앞서 태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제주 지역에서는 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부 살아남은 이준석계 역공 시작
친윤 그룹 분산 막고 선택과 집중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번지자 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이 피해자와 희생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 윤 대통령과 상관없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자칫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태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한 몇 안 되는 친윤 현역 의원으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할 경우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친윤 현역 의원들에 대한 비윤(비 윤석열)계의 반발심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친윤과 이준석계의 리턴매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하다. 

컷오프만 놓고 봤을 때는 이 전 대표가 한발 앞서 나갔다. 책임당원 1명이 가지게 되는 투표권은 총 4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당 대표, 일반 최고위원 2명, 청년 최고위원까지 골고루 내보냈던 전략이 고스란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등판 타이밍도 절묘했다. 전당대회 직전 SNS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고, 근래 들어 하루에도 몇 개씩 현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친이계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친이계 후보들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들 4인 역시 연대해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를 더욱 굳히는 중이다.

친이계 인사들의 컷오프 통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1차전에선 친이계의 승리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쫓겨난 뒤, 꾸준히 당원을 모아온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친윤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여러 주자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표가 분산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는 상당한 변수로 떠올랐는데, 최고위원에 친이계 인사인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이 당선됐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결국 김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다시 한번 세력화에 나선 모양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가 불발된 뒤 나김 연대(나경원-김기현 연대)를 통해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효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면에서 김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적
김기현


결국 김 후보 입장에선 안전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표밭은 보수 텃밭 지역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으로 이를 위해 조경태 의원과 손을 잡았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구을 지역 의원으로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끝내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고배를 마셨던 조 의원과의 김조 연대(김기현-조경태 연대)를 통해 부산 표심 다지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텃밭 지역서 지지율을 조금 더 끌어낼 수는 있지만 조 의원이 당내서 친윤, 비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계파색이 비교적 옅어 오히려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자신이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후보임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후 두 인물은 함께 손을 맞잡고 공식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윤핵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김장 연대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장 의원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김장 연대가 부담됐던 김 후보는 슬그머니 장 의원의 손을 놨고, 스리슬쩍 장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다. 

김 후보는 앞으로도 당내 연대를 통해 조직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는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연포탕을 끓여야 한다며 여러 인물과 연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조직력이 상당히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확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여러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과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현재 김 후보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세력은 ‘친윤’이다. 관건은 친윤도 비윤도 아닌 그룹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는 이른바 확장성의 여부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후보와 황교안 후보(전 국무총리)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후보 역시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자신의 건재한 세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세력이 적지 않다. 현재 황 후보의 지지율은 7% 정도다. 김-안 양강 구도에 비하면 높은 지지율은 아니지만, 결선투표서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탓에 황 후보 자신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쏠릴까 우려해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누군가에게 기대는 정치”라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마케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표 뺏기

당장은 황 후보의 지지를 이끌기에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김 후보가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통 당원의 지지를 다져야 한다. 

이 전 대표 역시 “김 후보가 (황 전 총리와의)단일화만 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 후보 역시 자신의 입지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성적표를 우선 받아든 다음, 결선투표까지 가야 김 후보가 황 후보에게 지지를 받아내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다만 김 후보 입장에서 바라볼 때 결선투표까지 가는 게 불안할 수 있다. 마지막 무대서조차 1~2위 간격차가 크지 않으면 승리했어도 상처뿐인 승리다. 이 때문에 친윤계 내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조수진 후보는 본격적으로 이 전 대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 후보는 국민의힘을 흔든 주범으로 이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앞서 조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전 대표 시절 조 후보는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이를 고리로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사퇴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장은 자칭 타칭으로 거론되는 친윤계 후보가 5명이 있어 안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보가 5명인 만큼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표가 분산될 경우, 친윤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지역별 표를 분산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 후보가 너무 많아 교통정리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으나 변수를 우려해 친이계처럼 후보를 줄이기보다는 표를 몰아줄 인원을 고심 중이라는 것. 

당장은 친이계가 유리한 형국이다. 친이계는 친윤과 안 후보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위치다. 두 인물을 공격할수록 비윤이 결집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급해지는 쪽은 안 후보다.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황상 친이계에 비윤 표심을 뺏기고 있다. 차기 지도부 입성은 친윤, 비윤 그룹 모두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천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결집된 표심으로 황 후보처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입지를 이미 확보해놨다. 

비윤 김·안 둘 다 때리며 조직화 
당정 일체, 분리 두고 대립 격화

다급해진 친윤 측은 ‘당정일체론’을 꺼내 들었는데 전당대회 전까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 당정일체론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윤계 대부분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제주도 및 부산 합동연설회서 당정관계 설정은 이미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다. 특히 김 후보는 직접적으로 당정일체론이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당과 대통령실은 부부관계라는 말로 사실상 당정일체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면 우리가 왜 여당인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일체론은 앞서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충돌해 정권에 부담이 돼왔다”며 장 의원이 먼저 띄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당정일체가 필요하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언급 자체가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기류가 감지된다. 과연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시선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과거 “당무 개입은 하지 않는다”며 당과 대통령실은 따로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정일체론이 대두되면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안 후보를 향한 경고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친이계 인물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엿보이자, 사전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친윤계 중 핵심 인물이라고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지금까지 당정 분리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때 대통령 후보와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되려 해당 발언은 오히려 친이계가 친윤 그룹을 공격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친이계 후보들은 하나같이 공천개입 등의 우려가 있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특히 천 후보는 당 대표 핵심 공약으로 공천 자격 시험 의무화와 대통령 공천개입 금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무 개입 
역풍 맞아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비윤 구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며, 당정이 함께 가기 위해 친윤 후보가 당 지도부에 입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당정일체론은 친윤·비윤을 구분하기 위한 말”이라며 “대통령실이 지속적으로 당의 일에 개입하는 모습처럼 비치면 친윤 후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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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