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VS 이준석’ 2라운드 관전 포인트

“안철수 비켜!” 막 오른 전대 전쟁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복수전이 시작됐다. 윤핵관과 이 전 대표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친윤 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친윤 세력은 여러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 전 대표가 적절히 방어해내고 있다. 이런 탓에 전당대회가 이전투구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집안 싸움은 전대 이전엔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 컷오프 이후 친윤(친 윤석열)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대립각이 다시 한번 심화하는 양상이다. 양측 모두 직접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대리전이 한층 더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컷오프서 친이준석계(이하 친이계) 인물들은 모두 생존에 성공했다. 

출마 선언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를 통과했고, 일반 최고위원에 출마한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까지 무난하게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기인 경기도의원 역시 이 전 대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피 튀는
집안 싸움

친이계 후보들은 허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원외 인물들이다. 천 후보는 국민의힘에서 험지로 평가받는 순천 당협위원장이고, 허 의원 역시 비례대표다. 김 전 최고위원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경기 광명시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점령 중인 곳이다.

반면 친윤이라고 자임하던 현역 의원들은 줄줄이 컷오프서 탈락하면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당초 이들의 목표는 최고위원 5자리 중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은 시작도 전에 불발됐다. 대부분 현역 의원들이었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을 ‘아버지’처럼 모신다는 이용, 국민의힘 내 몇 없는 수도권 의원 중 한 명인 박성중, 대구 경북 텃밭에 연고를 두고 있는 이만희 의원까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이들은 현재 복수의 당 대표 후보 여론조사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김기현 후보를 고리로 지도부에 입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조직력이라는 강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기대 이하로 나왔다. 

친윤 그룹의 초기 전략은 부정적 인식을 가진 후보들을 내세우지 않겠다는 카드를 꺼냈다. 실제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배현진 등의 원내 인사들은 출마하지 않았다. 대신 인지도는 낮지만 비교적 부정적 효과를 줄일 수 있는 인물을 등판시켰다.

자연스레 당 대표 후보와 함께 표가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으나 이 같은 전략은 보기 좋게 실패로 돌아갔다. 

살아남은 친윤계 후보들 역시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최근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 사건 발언으로 역풍을 제대로 맞았다. 앞서 태 의원은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로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일자 제주 지역에서는 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전부 살아남은 이준석계 역공 시작
친윤 그룹 분산 막고 선택과 집중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태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출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번지자 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엇이 피해자와 희생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 윤 대통령과 상관없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자칫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태 의원은 컷오프를 통과한 몇 안 되는 친윤 현역 의원으로 지도부 입성에 실패할 경우 큰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친윤 현역 의원들에 대한 비윤(비 윤석열)계의 반발심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당대회가 친윤과 이준석계의 리턴매치로 해석하는 시각이 강하다. 

컷오프만 놓고 봤을 때는 이 전 대표가 한발 앞서 나갔다. 책임당원 1명이 가지게 되는 투표권은 총 4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당 대표, 일반 최고위원 2명, 청년 최고위원까지 골고루 내보냈던 전략이 고스란히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의 등판 타이밍도 절묘했다. 전당대회 직전 SNS를 통해 활동을 재개했고, 근래 들어 하루에도 몇 개씩 현안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친이계 후보들의 지지를 호소한다. 이 전 대표의 지원사격을 받은 친이계 후보들은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들 4인 역시 연대해 친윤과 비윤의 대립구도를 더욱 굳히는 중이다.

친이계 인사들의 컷오프 통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1차전에선 친이계의 승리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당에서 쫓겨난 뒤, 꾸준히 당원을 모아온 효과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친윤계는 빨간불이 켜졌다. 여러 주자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표가 분산된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는 상당한 변수로 떠올랐는데, 최고위원에 친이계 인사인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이 당선됐을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 

결국 김 후보는 조직력을 앞세워 다시 한번 세력화에 나선 모양새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출마가 불발된 뒤 나김 연대(나경원-김기현 연대)를 통해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역시 큰 효과를 내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면에서 김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긴 했지만, 여전히 과반을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적
김기현


결국 김 후보 입장에선 안전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표밭은 보수 텃밭 지역인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으로 이를 위해 조경태 의원과 손을 잡았다. 조 의원은 부산 사하구을 지역 의원으로 이번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으나 끝내 컷오프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고배를 마셨던 조 의원과의 김조 연대(김기현-조경태 연대)를 통해 부산 표심 다지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텃밭 지역서 지지율을 조금 더 끌어낼 수는 있지만 조 의원이 당내서 친윤, 비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계파색이 비교적 옅어 오히려 표가 분산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는 김장 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로 자신이 윤핵관과 윤 대통령의 선택을 받은 후보임을 강조하며 출사표를 던진 바 있다. 이후 두 인물은 함께 손을 맞잡고 공식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윤핵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김장 연대는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장 의원을 향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김장 연대가 부담됐던 김 후보는 슬그머니 장 의원의 손을 놨고, 스리슬쩍 장 의원은 2선으로 물러났다. 

김 후보는 앞으로도 당내 연대를 통해 조직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후보는 출사표를 던지면서도 연포탕을 끓여야 한다며 여러 인물과 연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조직력이 상당히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확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다. 여러 지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과반 지지율을 넘어서지 못해서다. 

현재 김 후보를 지지하는 대부분의 세력은 ‘친윤’이다. 관건은 친윤도 비윤도 아닌 그룹으로까지 확장할 수 있느냐는 이른바 확장성의 여부다. 다른 한편에서는 김 후보와 황교안 후보(전 국무총리)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된다.

황 후보 역시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자신의 건재한 세력을 과시했다. 실제로 그에게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세력이 적지 않다. 현재 황 후보의 지지율은 7% 정도다. 김-안 양강 구도에 비하면 높은 지지율은 아니지만, 결선투표서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캐스팅 보터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황 후보와 김 후보는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탓에 황 후보 자신의 지지층이 김 후보에게 쏠릴까 우려해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누군가에게 기대는 정치”라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마케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안철수 
표 뺏기

당장은 황 후보의 지지를 이끌기에 무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김 후보가 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전통 당원의 지지를 다져야 한다. 

이 전 대표 역시 “김 후보가 (황 전 총리와의)단일화만 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황 후보 역시 자신의 입지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성적표를 우선 받아든 다음, 결선투표까지 가야 김 후보가 황 후보에게 지지를 받아내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 

다만 김 후보 입장에서 바라볼 때 결선투표까지 가는 게 불안할 수 있다. 마지막 무대서조차 1~2위 간격차가 크지 않으면 승리했어도 상처뿐인 승리다. 이 때문에 친윤계 내부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최고위원 후보 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조수진 후보는 본격적으로 이 전 대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조 후보는 국민의힘을 흔든 주범으로 이 전 대표를 물고 늘어지고 있다. 앞서 조 후보와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전 대표 시절 조 후보는 최고위원을 자진 사퇴한 인물이다. 이를 고리로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사퇴 때문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당장은 자칭 타칭으로 거론되는 친윤계 후보가 5명이 있어 안심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보가 5명인 만큼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표가 분산될 경우, 친윤계 모두 위험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지역별 표를 분산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친윤계 후보가 너무 많아 교통정리에 들어간다는 말도 있으나 변수를 우려해 친이계처럼 후보를 줄이기보다는 표를 몰아줄 인원을 고심 중이라는 것. 

당장은 친이계가 유리한 형국이다. 친이계는 친윤과 안 후보를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위치다. 두 인물을 공격할수록 비윤이 결집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급해지는 쪽은 안 후보다. 지지율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상황상 친이계에 비윤 표심을 뺏기고 있다. 차기 지도부 입성은 친윤, 비윤 그룹 모두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천 후보는 결선투표까지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결집된 표심으로 황 후보처럼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입지를 이미 확보해놨다. 

비윤 김·안 둘 다 때리며 조직화 
당정 일체, 분리 두고 대립 격화

다급해진 친윤 측은 ‘당정일체론’을 꺼내 들었는데 전당대회 전까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교롭게 당정일체론은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윤계 대부분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제주도 및 부산 합동연설회서 당정관계 설정은 이미 핵심적인 쟁점 중 하나다. 특히 김 후보는 직접적으로 당정일체론이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았으나, 당과 대통령실은 부부관계라는 말로 사실상 당정일체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견제해야 한다면 우리가 왜 여당인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정일체론은 앞서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충돌해 정권에 부담이 돼왔다”며 장 의원이 먼저 띄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대체적으로 당정일체가 필요하다는 반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언급 자체가 정치권에서는 반감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기류가 감지된다. 과연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하는 게 맞느냐는 시선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과거 “당무 개입은 하지 않는다”며 당과 대통령실은 따로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정일체론이 대두되면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앞서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안 후보를 향한 경고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친이계 인물들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이 엿보이자, 사전에 대비하려는 모습이다. 

친윤계 중 핵심 인물이라고 불리는 이철규 의원은 “지금까지 당정 분리론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때 대통령 후보와 당권을 가진 당 대표가 분리돼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집권여당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되려 해당 발언은 오히려 친이계가 친윤 그룹을 공격하게 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친이계 후보들은 하나같이 공천개입 등의 우려가 있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특히 천 후보는 당 대표 핵심 공약으로 공천 자격 시험 의무화와 대통령 공천개입 금지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당무 개입 
역풍 맞아

국민의힘 내부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비윤 구도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며, 당정이 함께 가기 위해 친윤 후보가 당 지도부에 입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한 정계 관계자는 “당정일체론은 친윤·비윤을 구분하기 위한 말”이라며 “대통령실이 지속적으로 당의 일에 개입하는 모습처럼 비치면 친윤 후보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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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