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버스비 인상론 막전막후

여긴 올리고 저긴 공짜로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이젠 ‘서민의 발’마저 무거워지는 것일까. 물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정부와 지자체 사이 ‘불협화음’이 수차례 관측된다. 이들은 인상 시기와 정부 지원 여부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다. 이 가운데 세종시는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 계획을 꺼내 들었다. 300원 인상 방침을 고수하던 서울시와는 정반대 행보라 눈길을 끈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을 꺼내 들었다가 사회 각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강행 돌파 의지를 내비쳤던 서울시는 결국 계획을 하반기로 미뤘다. 일단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시는 이달 들어 “오는 4월 말을 목표로 서울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8년 만에
추진하다…

계획대로라면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되는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지하철과 간·지선 버스 300~400원 ▲순환차등버스 400~500원 ▲광역버스 700원 ▲심야버스 350원 ▲마을버스 300원이다.

서울시가 내건 명분은 ‘적자 심화’다. 누적적자가 심화되면서 대중교통 안전 서비스 제공이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지난 7년간 물가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하는 동안에도 요금을 동결한 데다, 코로나 유행까지 겹치며 적자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것.

이와 관련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일 “8년 동안 요금을 올리지 못해 적자 폭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오늘날 서울시의 지하철 적자 규모는 연간 1조원 남짓이다. 이렇다 보니 서울시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누적적자는 2021년 기준 17조원을 넘어섰다. 준공영제로 운영 중인 서울시 시내버스도 누적 부채가 같은 시점 86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서울시는 중앙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요금 인상 계획을 유보해왔다.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해 적자를 줄일 구상이었지만, 끝내 좌절됐다. 

기획재정부는 국회의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 지원 예산 반영 등을 반대했다. 특정 지자체에 한정돼 운영되는 만큼,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들어 마지막 수단인 요금 인상안을 꺼내들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요금을 300원 인상하면 평균 적자 규모가 지하철 3162억원·버스 2481억원, 400원 인상하면 지하철 4217억원·버스 3308억원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 같은 서울시 사정에도 정부, 시민단체 등은 계속해서 요금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주된 논리는 ‘서민 부담 가중’이다. 특히 문제 당사자인 시민의 반대가 거세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추진하다 일단 연기
서민 부담 가중 VS 적자 해결 불가 ‘진퇴양난’

지난 10일, 서울시는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및 재정난 해소방안 논의를 위한 시민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때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기습시위를 감행하면서 공청회는 개최 무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공청회 내에서도 서울시 결정을 겨냥한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김상철 공공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대중교통 요금의 원가 보전율을 높이기 위해 요금 인상이 아니라 대중교통 이용자를 늘려야 한다”며 “서울시가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인해)부담을 왜 시민들이 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발언했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상임위원장은 “소비자는 (요금인상안에 대해)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정부와 서울시, 버스 운송업체가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생과 직장인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큰 부담을 느낀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는 지난 15일, 대학생과 직장인 등 자사 회원 1335명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기본요금 부담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폭이 현 물가 대비 적절한지 묻자, 응답자의 95.3%가 ‘많이 올랐다’고 답변했다. 서울시 인상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요금이 단번에 기존 대비 25%가량 상승한다. 

또 이들 중 81.3%는 추가 질문에서 ‘그래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부담되면서도, 별다른 대안이 없어 이를 감수해야 하는 이가 대다수인 셈이다.

중앙정부도 서울시 말리기에 나섰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물가가 급등할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자체에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동결을 수차례 당부해왔다. 지난 7일에도 ‘지방공공요금 안정관리 점검회의’를 열어 각 지자체에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늦추고 인상폭을 최소화할 것을 요청했다.

불협화음
계속 엇박자

행안부는 전기·가스를 비롯한 공공요금의 인상폭이 전년 동기 대비 30%에 육박하고, 최근 택시요금까지 오르는 등 서민 부담이 단기간에 가중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인상 계획 중 일부였던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철회했을 뿐, 주된 인상 계획은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거리 비례제 도입을 철회한 것은 행안부 요청을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부가 제도 도입 철회를 넘어서는, 인상안 보류·인상 폭 조정 등의 조치는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가운데 오 시장이 최근 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중앙정부 지원을 다시 건의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14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행안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오 시장이 지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대통령께 건의했다”며 “대중교통 요금을 400원 올릴 수밖에 없는데 기획재정부가 도와주면 200원만 올릴 수 있다고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이 전북 전주에서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했다. 이 도지사가 밝힌 대화는 시기상 이 자리에서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다만 윤 대통령은 오 시장 건의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서울시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며칠간 난항을 겪은 서울시는 요금 인상을 올해 하반기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결국엔
미뤘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시는 “지속되는 고물가로 인해 가중되는 서민 가계부담을 완화하고, 정부의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기조에 호응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기를 올해 하반기로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서울시는 시의회 의견청취 등 요금 인상을 위한 행정절차를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나간다.

하반기 들어 곧바로 요금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인상과 관련한 구체적인 하반기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까지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반기에는 (반드시)인상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시가 뜻을 접은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강조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 부담을 완화할 각종 대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의 중 “도로·철도·우편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은 최대한 상반기 동결 기조로 운영하겠다”며 “지방정부도 민생 안정의 한 축으로서 지방 공공요금 안정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서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 안팎을 기록해 정점을 찍고, 다음 달부터는 서서히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버스·택시 등 지자체 공공요금 인상이 안정세에 접어들 물가를 밀어 올리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정부는 서민 교통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알뜰교통카드 지원을 늘릴 방침이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때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최대 20%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교통카드다. 여기에 카드사가 10% 내외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 

말린 정부, 교통비 완화 정책
세종시는 ‘전면 무료화’ 선언

지금은 마일리지를 월 44회까지 쌓을 수 있는데, 정부가 나서 한도를 60회까지 늘려주겠다는 것. 저소득층 한정으로 적립단가를 건당 200원 올리는 조치도 더해졌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폭도 넓힌다. 공제율을 올해 내내 40%에서 80%로 올려 적용한다. 당초 올해 상반기까지만 적용 예정이었던 게 하반기까지 늘어난 것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심사소위원회는 올해 대중교통 소득공제율을 80%로 늘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잠정 의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종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요금 인상을 추진하는 서울시와는 정반대의 행보다. 세종시는 지난 13일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를 위해 추진한 ‘대중교통 효율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이달 말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세종시 시내버스 요금 무료화는 지난해 당선된 최민호 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유세 당시 최 시장은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시내버스 무료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다른 예산을 절감해 시내버스 운영에 투입하면 요금 무료화가 가능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을 펴는 건 세종시가 처음이다. 충남과 대구 등 일부 광역지자체가 어린이와 노인 등을 대상으로 요금 무료 정책을 시행하는 선례는 있다.

세종시는 이번에 마무리되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6월까지 요금 무료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대중교통 기본조례 개정도 하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종시가 예상하는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시점은 2025년 1월로 알려졌다.

관건은
적자 보충

관건은 재원 확보다. 현재 세종시 시내버스 요금은 1400원(현금 1500원)이다. 무료화가 시행되면 매년 500억∼1000억원의 적자가 날 것으로 추산된다. 세종시가 막대한 적자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적자를 어떻게 보충할지는 연구용역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검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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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