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국회 2인자’ 맞불 대담 정우택 국회부의장

“시한폭탄은 터질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민족 대명절 설날이다. 어려워진 경제 탓에 올해 설날은 예년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야는 서로 공격거리를 찾아 자기편 지키기에만 몰두 중이다. 민생은 이미 뒷전으로 밀렸다. <일요시사>가 국회 2인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나 민생 대책, 여야의 관계 해소 비책 등을 물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 의원이다. 1992년 정계에 입문한 뒤 30년이 넘게 정치인으로서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정 부의장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였을 때와 지금도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열정을 쏟는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수 여당 국회부장의장이 됐다. 무거운 짐을 지게 됐는데?

▲여야 간 극명한 대치 국면에서 상생과 협치로 이끌어나가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여소야대, 기울어진 운동장, 거대 야당의 독선적인 국회 운영 등 대한민국 국회의 무거운 현실 속에서 정쟁과 갈등을 줄여나가겠다. 국회부의장으로 소통과 대화로 합의와 협치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

반드시 한쪽으로 기울어진 국회의장단의 균형추를 맞춰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회의장단에 소속됐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자리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부의장으로서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성공적인 윤석열정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상황에서 국회부의장으로서 윤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소통 문제부터 당이 나아가야 방향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 다만, 2가지 좌우명을 말하고 싶다.

첫째는 ‘진인사대천명’이다. 대학 입시 당시 성적이 좋아서 대학입시는 문제없다는 생각에 입시 직전 일주일을 놀았다가 결국 낙방의 쓴맛을 봤다. 당시 어머니께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지금 좌우명이 됐다.

둘째는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때 생각한 게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2006년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적 있다. 앞으로 국가에 어떻게 더 봉사할지 알 수 없지만 좌우명대로 어떤 직을 맡더라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회가 정쟁의 장이 됐다.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냉랭한 여야대치 전선을 끊어낼 비책을 제시한다면?

▲최다선인 만큼 이에 걸맞게 정치경험과 역량으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앞에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둘째는 비상식과 불공정의 사회가 아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의 구성원으로서 여야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첨예한 대립 탓에 국회서 민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이념적 대립,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고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생과 경제는 악화하고 있는데 지금 국회는 정쟁과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마치 적으로 생각하고 너무나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는 점이 상당히 유감스럽다.

이런 공격적인 행태는 서로에게 비수가 될 뿐이다. 소위 ‘팬덤 정치’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정치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게 매우 개탄스럽다. 한국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정치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합의와 협치 책임감 막중하게 생각
도탄에 빠진 민생 위해 여야 맞대야

시대에 맞춰 정치도 발전해야 하는데,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소통과 협치는 사라진 채 오히려 갈등과 정쟁은 심해지고 있어 매우 송구스럽다. 의원 스스로가 변화해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국회서 녹여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풀어나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새해예산안이 끝내 법정기한을 넘겨 통과됐고, 임시회도 공회전 중인데…

▲640조원에 달하는 올해 정부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삼중고로 퍼펙트스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 역대 정권 초기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마지막까지 협상을 통해 예산을 통과시켰고, 정권이 추구하는 핵심 사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정권의 국정운영과 철학이 반영된 예산은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민주당이 몽니를 부렸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불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왜 국민께서 정권교체를 만들어주셨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몽니가 지속된다면 역사적 책임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 지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도 뒤숭숭하다.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야당과 소통하지 않으면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야 간 보여주기식 대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국회의 모습을 견지해, 지금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보나?

▲누구라고 점지할 수는 없지만 이번 당 대표 선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전대 룰 변경을 했다. 차기 당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우리 당으로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윤정부 성공은 물론이고 한국 희망의 빛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는 정부를 성공으로 갈 수 있게 밀어주고, 표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당 대표가 이런 시너지효과를 내서 원팀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몰아갈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중요한 가치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 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두 사람이 구속됐다. 그 정점에는 이 대표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앞으로 제대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언제까지 민생은 외면하고 이 대표 방탄에만 매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표를 계속해서 옹호하더라도 시한폭탄은 결국 터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범죄 옹호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빠져있는 민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소수당은 거대 양당에 가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국회는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민의의 전당인 만큼 이런 것들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히, 양당 간 극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양당제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당제 도입이 이 중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선거구제 도입,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정당 설립 요건 완화, 정당보조금 소수정당 배분 강화, 국회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양당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기 위한 다당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이외에도 개헌을 통한 양원제 도입 등 현행 정치체계서 벗어나 협치를 강화하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현행 선거제도나 정치 관계법을 개정하더라도 결국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현행 양당 체제도 결국에는 국민의 소중한 투표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각 당 유불리에 의해 정치관계법이 논의되는 것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부의장으로서 대화와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확대해나가겠다. 또 윤정부 출범과 함께 입법부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정치의 가장 큰 목적은 ‘국태민안’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기가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실패한 소득주도성장과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로 인해 민생과 경제는 피폐해진 상황이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증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았고,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대책으로 소상공인의 피해도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역대 대통령 감옥행 이젠 끝내야
양당 기득권 혁파 ‘다당제’ 필요

과감한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해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극복해나가는, 우리 국민이 잘사는 꿈이 이뤄졌으면 한다.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정책을 풀고, 서민의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과감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오름세지만 여전히 30%대에 갇혀 있는데…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함으로써 윤정부의 국정철학이 드러난 것이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사실상 그동안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있는데, 그 기대와 염원에 맞게 당과 정부가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면이 있었다.

당은 혼란을 거듭하면서, 국정 초기 윤정부의 국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다만 정부도 시원하게 국민에게 다가서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없다는 게 많이 거론된 바 있다. 

-지지율을 더욱 오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정부가 국정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윤정부의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정철학이 국민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국정 메시지가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 국민에게 전달될 때 잘못 전달돼 비판받는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된 뒤에 발표됐으면 한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수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김종필 전 총리를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장관직을 맡았을 때 빼고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4년간 모셨다. 김 전 총리의 별명은 내각제 전도사다. 5년제 대통령제를 하면 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녀왔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라고 인식된다. 앞으로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가 출범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지난 40여년 동안 각종 규제 및 지리적 여건 등으로 피해 본 충북도민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위해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청댐, 충주댐으로 수도권 등 3000만명에게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했지만, 정작 댐 주변 지역은 과도한 규제로 약 40여년간 재산권 제한을 받아왔다. 수변 지역의 과도한 규제로 지금까지 약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댐·백두대간으로 인한 사회간접자본(SOC) 부재가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천, 단양,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등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앞으로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 충북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충북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의 구성원으로서 의원님들과 함께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겠다. 대화와 소통으로 협치가 이뤄지는 국회가 되어 국민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그 징검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든든한 국회부의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새해에는 새벽의 어둠을 뚫고 힘차게 떠오르는 밝은 태양처럼 바라던 일, 소망했던 일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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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