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국회 2인자’ 맞불 대담 정우택 국회부의장

“시한폭탄은 터질 수밖에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민족 대명절 설날이다. 어려워진 경제 탓에 올해 설날은 예년과 같은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여야는 서로 공격거리를 찾아 자기편 지키기에만 몰두 중이다. 민생은 이미 뒷전으로 밀렸다. <일요시사>가 국회 2인자인 정우택 국회부의장(국민의힘), 김영주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나 민생 대책, 여야의 관계 해소 비책 등을 물었다.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 의원이다. 1992년 정계에 입문한 뒤 30년이 넘게 정치인으로서 다방면으로 활약 중이다. 정 부의장은 처음 정치에 발을 들였을 때와 지금도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열정을 쏟는 인물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소수 여당 국회부장의장이 됐다. 무거운 짐을 지게 됐는데?

▲여야 간 극명한 대치 국면에서 상생과 협치로 이끌어나가야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여소야대, 기울어진 운동장, 거대 야당의 독선적인 국회 운영 등 대한민국 국회의 무거운 현실 속에서 정쟁과 갈등을 줄여나가겠다. 국회부의장으로 소통과 대화로 합의와 협치의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

반드시 한쪽으로 기울어진 국회의장단의 균형추를 맞춰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회의장단에 소속됐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하는 자리다. 한 사람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단의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부의장으로서 목표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성공적인 윤석열정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소야대’라는 정치 상황에서 국회부의장으로서 윤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제1야당인 민주당과의 소통 문제부터 당이 나아가야 방향에 이르기까지 주어진 역할에 매진하겠다. 다만, 2가지 좌우명을 말하고 싶다.

첫째는 ‘진인사대천명’이다. 대학 입시 당시 성적이 좋아서 대학입시는 문제없다는 생각에 입시 직전 일주일을 놀았다가 결국 낙방의 쓴맛을 봤다. 당시 어머니께서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지금 좌우명이 됐다.

둘째는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2004년 총선에서 낙선하고 큰 좌절감을 느꼈다. 그때 생각한 게 ‘꿈이 있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는 말이다. 2006년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된 적 있다. 앞으로 국가에 어떻게 더 봉사할지 알 수 없지만 좌우명대로 어떤 직을 맡더라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회가 정쟁의 장이 됐다.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냉랭한 여야대치 전선을 끊어낼 비책을 제시한다면?

▲최다선인 만큼 이에 걸맞게 정치경험과 역량으로 공정하고 상식적인 국회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우리 앞에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첫째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둘째는 비상식과 불공정의 사회가 아닌,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 위기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이다.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의 구성원으로서 여야 가리지 않고, 함께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 

-첨예한 대립 탓에 국회서 민생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의 이념적 대립, 갈등이 어느 때보다 첨예하고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생과 경제는 악화하고 있는데 지금 국회는 정쟁과 갈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특히,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마치 적으로 생각하고 너무나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는 점이 상당히 유감스럽다.

이런 공격적인 행태는 서로에게 비수가 될 뿐이다. 소위 ‘팬덤 정치’라는 이름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가하는 정치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게 매우 개탄스럽다. 한국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정치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합의와 협치 책임감 막중하게 생각
도탄에 빠진 민생 위해 여야 맞대야

시대에 맞춰 정치도 발전해야 하는데, 과거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소통과 협치는 사라진 채 오히려 갈등과 정쟁은 심해지고 있어 매우 송구스럽다. 의원 스스로가 변화해 국내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국회서 녹여내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풀어나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는 결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새해예산안이 끝내 법정기한을 넘겨 통과됐고, 임시회도 공회전 중인데…

▲640조원에 달하는 올해 정부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 처리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삼중고로 퍼펙트스톰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내외적으로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렵다. 역대 정권 초기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도 마지막까지 협상을 통해 예산을 통과시켰고, 정권이 추구하는 핵심 사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는 했지만, 정권의 국정운영과 철학이 반영된 예산은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민주당이 몽니를 부렸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대선 불복’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왜 국민께서 정권교체를 만들어주셨는지 생각해야 한다. 이런 몽니가 지속된다면 역사적 책임에 대해 민주당은 국민의 지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 상황도 뒤숭숭하다. 당내 최다선 의원으로서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야당과 소통하지 않으면 법안 하나 통과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야 간 보여주기식 대화가 아니라 진심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국회의 모습을 견지해, 지금의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보나?

▲누구라고 점지할 수는 없지만 이번 당 대표 선출은 굉장히 중요하다. 전대 룰 변경을 했다. 차기 당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성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우리 당으로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윤정부 성공은 물론이고 한국 희망의 빛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는 정부를 성공으로 갈 수 있게 밀어주고, 표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 당이 분열되지 않게 만들 사람이 필요하다. 당 대표가 이런 시너지효과를 내서 원팀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몰아갈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중요한 가치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를 받아야 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두 사람이 구속됐다. 그 정점에는 이 대표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앞으로 제대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도 언제까지 민생은 외면하고 이 대표 방탄에만 매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표를 계속해서 옹호하더라도 시한폭탄은 결국 터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범죄 옹호에 매진할 것이 아니라 어려움에 빠져있는 민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소수당은 거대 양당에 가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국회는 대화와 소통이 이뤄지는 민의의 전당인 만큼 이런 것들이 반영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채널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특히, 양당 간 극심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양당제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협치를 강화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당제 도입이 이 중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선거구제 도입,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정당 설립 요건 완화, 정당보조금 소수정당 배분 강화, 국회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 양당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기 위한 다당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는 중이다. 이외에도 개헌을 통한 양원제 도입 등 현행 정치체계서 벗어나 협치를 강화하는 새로운 체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현행 선거제도나 정치 관계법을 개정하더라도 결국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현행 양당 체제도 결국에는 국민의 소중한 투표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각 당 유불리에 의해 정치관계법이 논의되는 것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춰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국회부의장으로서 대화와 소통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소통의 장을 확대해나가겠다. 또 윤정부 출범과 함께 입법부의 기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정치인이 가져야 할 목표는 무엇인가?

▲정치의 가장 큰 목적은 ‘국태민안’이다. 나라가 태평하고 국민이 살기가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실패한 소득주도성장과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로 인해 민생과 경제는 피폐해진 상황이다. 임대차 3법 등 부동산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증가하는 등 각종 부작용을 낳았고, 코로나로 인한 정부의 거리두기 방역대책으로 소상공인의 피해도 매우 심각한 실정이다. 

역대 대통령 감옥행 이젠 끝내야
양당 기득권 혁파 ‘다당제’ 필요

과감한 정책 기조 변화를 통해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극복해나가는, 우리 국민이 잘사는 꿈이 이뤄졌으면 한다.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불필요한 규제정책을 풀고, 서민의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과감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오름세지만 여전히 30%대에 갇혀 있는데…

▲최근 화물연대 파업 등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함으로써 윤정부의 국정철학이 드러난 것이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사실상 그동안 윤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 기대와 염원이 있는데, 그 기대와 염원에 맞게 당과 정부가 역동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면이 있었다.

당은 혼란을 거듭하면서, 국정 초기 윤정부의 국정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모자란 판에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다만 정부도 시원하게 국민에게 다가서고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없다는 게 많이 거론된 바 있다. 

-지지율을 더욱 오르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정부가 국정 드라이브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강력한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 그동안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하지만, 최근 윤정부의 법치주의를 기반으로 한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정철학이 국민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도 국정 메시지가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처음 국민에게 전달될 때 잘못 전달돼 비판받는 일이 없도록 내부적으로 충분히 조율된 뒤에 발표됐으면 한다.

-역대 정권마다 대통령 수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김종필 전 총리를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장관직을 맡았을 때 빼고 정책위의장을 하면서 4년간 모셨다. 김 전 총리의 별명은 내각제 전도사다. 5년제 대통령제를 하면 정치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을 굉장히 강조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도 다녀왔다.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어려운 직업이라고 인식된다. 앞으로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가 출범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지난 40여년 동안 각종 규제 및 지리적 여건 등으로 피해 본 충북도민의 희생에 대한 보상을 위해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가 출범했다. 대청댐, 충주댐으로 수도권 등 3000만명에게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했지만, 정작 댐 주변 지역은 과도한 규제로 약 40여년간 재산권 제한을 받아왔다. 수변 지역의 과도한 규제로 지금까지 약 1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댐·백두대간으로 인한 사회간접자본(SOC) 부재가 인구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다. 제천, 단양, 보은, 옥천, 영동, 괴산 등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앞으로 충북 민·관·정 공동위원회는 ‘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등 충북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과의 연계를 통해 충북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린다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신 <일요시사> 독자 여러분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 국회의장단의 구성원으로서 의원님들과 함께 일하는 국회,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겠다. 대화와 소통으로 협치가 이뤄지는 국회가 되어 국민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국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그 징검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 든든한 국회부의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새해에는 새벽의 어둠을 뚫고 힘차게 떠오르는 밝은 태양처럼 바라던 일, 소망했던 일이 모두 이뤄지길 바란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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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