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의 함정’ 설날 특수 사기주의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16 15:31:04
  • 호수 14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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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라 들떠…눈 뜨고 코 베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민족의 명절 설날이 찾아왔다. 그리운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도 있고, 일상생활에 쌓인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다. 이번 설 연휴는 총 4일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이 주말이어서 오랜만에 찾아온 연휴다. 그러나 즐거운 마음을 망치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명절마다 나타나는 사기꾼들이다.

오는 22일은 추석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명절인 설날이다. 이날은 일가친척을 만나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친척이나 이웃 어른에게 세배를 하는 것이 전통이다. 설날은 음력설 당일을 기준으로 전날과 다음 날을 포함해 총 3일간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올해 설 연휴는 대체 공휴일을 포함해 1월21일부터 24일까지로 결정됐다.

치밀한 
시나리오

처음부터 설날이 ‘설날’이었던 건 아니다. 설날은 1989년 공휴일로 지정됐고, 3일 연휴제가 시행했다. 이때부터 설날에 고향을 방문하는 귀성행렬이 시작됐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설날이 되면 고향에 못 내려가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을 찾아 덕담을 나누고 선물을 주는 문화가 있다.

설날이 ‘대목’이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설날 감사 선물세트’ ‘전통주 세트’ ‘설날 명절맞이 기획전’을 기획 상품으로 내놨다. 설 명절 베스트 선물도 온라인에선 화제다. 추천 선물로 ▲건강식품 선물세트 ▲수산물 세트 ▲육류 세트 ▲과일 세트 ▲와인 및 술 세트 ▲육가공류 세트 ▲기름 세트 ▲상품권 및 현금 ▲화장품 및 세면도구 ▲커피 세트가 있다.

올해는 대목이 사라진 설날이라고도 하지만, 그만큼 정부나 지자체는 지원금을 배포해 소비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 성수품 물가안정을 위해 ▲20만8000만톤 성수품 공급 ▲300억원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대형 유통업체 연계 할인 및 우체국·공영홈쇼핑 등 할인행사 ▲신속통관·운송 지원 및 성수품 수급 안정 대책반 일일 운영을 지원했다.

이 밖에도 중소·소상공인 근로자를 위해 ▲중소·소상공인 대상 39조원 규모 명절 자금 공급 ▲노인, 청년 등 취업 취약계층을 위한 조속한 고용 여건 개선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말 그대로 명절은 국가적 잔칫날이 되는 것이다. 반면 ‘잔칫날 맏며느리 앓아 눕는다’는 말이 있다. 가장 중요한 때 일해야 하는 사람이 탈이 나서 눕게 된다는 말이다. 명절만 되면 극성인 사기꾼들 때문에 명절선물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설날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명절 전, 각 지자체와 지역 소속 경찰청이 범죄 취약지 점검과 강력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조치를 발표한다. 지역별로 범죄 현황을 분석하고 범죄 다발 지역의 상가·주택 등 대상으로 방범 진단을 해 취약 요소에 대한 보완을 당부한다.

경찰은 순찰 중에 만나는 주민의 안부를 직접 확인하기도 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해 치안 시책에 반영하는 등 주민과 접촉을 강화해 세밀한 순찰활동을 강화한다.

선물 샀더니 벽돌 배송·먹튀도 당해
대부분 “선착순이니 빨리 입금부터”

이런 상황에도 막을 수 없는 것은 SNS를 통한 사기다. 설날에 가족과 친구의 선물을 많이 사는 사람이 당하기 쉬운 사기 유형이다. SNS와 중고거래 사이트에 ‘설날’ ‘설 선물’ 등의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설 선물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설 연휴 숙박권 양도합니다” 등의 판매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 간의 온라인 거래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돈만 받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는 ‘먹튀’와 하자가 있는 상품을 보내는 행위 등 상상하지 못한 다양한 사기행각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생 A씨는 이 같은 사례를 경험했다. 명절 연휴 동안 국내 유명 관광지를 여행할 예정이었던 A씨는 SNS에 올라온 숙박권 반값 양도 글을 발견했다. 숙박권 판매자는 “연휴 기간 개인사정으로 인해 숙박권을 급하게 처분하는 중이다. 선착순이니 빨리 입금하라”고 A씨를 재촉했다.

급한 마음에 A씨는 곧바로 숙박권 가격을 판매자에게 입금했다. 하지만 입금이 확인되자 판매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문제는 개인정보를 주고받은 것이 아닌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사용해서 사기꾼의 개인정보를 추적하기 어려웠다.

A씨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너무 자연스럽고 친절하게 이야기해서 사기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개인 간 거래 사이트인 네이버 중고나라 사례는 더 심각하다. 30대 직장인 B씨는 설 선물로 전복을 구매했는데 전복 대신 벽돌 두 개를 배송받았다. B씨는 “처음에 택배를 받아보고 무게감이 있어 눈치를 못 챘는데 열어보니 벽돌이었다”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개인 간의 거래가 아닌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할 때 현금결제를 유도한 뒤 돈만 챙기고 챙기고 사라지는 사기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업계 1위로 불리는 온라인 쇼핑몰 XX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이 대응을 잘하지 못해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불청객 접근
사기꾼 극성

C씨는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121만원짜리 TV를 구매했다. 제품 설명에는 한정판매 특가상품이라며, 별도로 재고 문의를 해달라고 적혀있었고 문의는 카카오톡으로 가능했다.

C씨가 카카오톡으로 문의하자 판매자는 C씨에게 “XX 판매는 종료됐다. 사고 싶으면 다른 오픈마켓서 현금으로만 살 수 있다”며 계좌이체 사이트를 보냈다. ‘저렴한 가격에 TV를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에 급하게 돈을 입금한 C씨는 곧 이런 방식이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느낌이 이상해서 ID 1234, 비밀번호 5678 이렇게 로그인을 했다. 로그인이 되고 입금계좌가 다 똑같이 나오더라. 어처구니없이 속았다”고 허탈해했다.

C씨는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피해 사실을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 알렸지만, 사측은 “담당 부서가 없다. 휴일 지나 처리하겠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는 “내가 미숙해서 사기를 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사이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 걸 뻔히 아는 상황에서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온라인 쇼핑몰의 대응은 황당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말 사이에 추가 피해는 계속됐다. 처음부터 C씨에게 TV를 판매한다고 사기 친 아이디는 다른 판매자의 것으로, 이 판매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신의 아이디를 도용당했다. 주말 내내 해당 판매자에게 문의와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해킹당한 판매자는 “아이디를 해킹한 것 같다. 나는 TV를 판매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주말에 전화만 80명 넘게 왔던 것 같다. 전화 때문에 일도 못하고, 경찰서만 왔다 갔다 했다”고 밝혔다.

명절에 기차표를 구매하지 못한 귀성객들을 상대로 하는 티켓 사기도 여전하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으로 가는 열차 승차권이나 항공권을 구매하지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명절이 다가오면 기차표나 항공권의 수요가 급증한다. 먼저 구입하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한 소비심리가 작용해 사기 피해를 보기 쉽다”고 조언했다.

최근 비교적 잠잠했던 백화점 상품권 사기도 다시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피해자가 주로 생성되는 곳은 지역구 기반의 플랫폼인 당근마켓이나 지역 커뮤니티였다.

저렴한 물건
미끼로 유인

D씨는 명절을 맞이해 백화점 상품권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때 자신의 아파트 커뮤니티 카페에 “30만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을 2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온 것을 확인했다. D씨는 곧바로 오픈 채팅방을 열고 판매자를 초대했다.


판매자 아이디는 아파트 동호수까지 기입돼 아파트 주민인 것처럼 보였다. 판매자는 은행 계좌번호를 전달해 “남편 계좌로 입금 부탁한다. 우리도 명절 선물로 받았던 건데, 사용하지 않아서 판매한다”며 “필요 수량이 어느 정도냐? 더 구매해도 되는데 많이 판매하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구매할 수 없어도 다른 백화점 상품권도 구매할 수 있다. 상품권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연락줘도 된다”고 설명했다. 

D씨는 판매자의 말을 믿고 돈부터 입금했다. 판매자는 D씨에게 “고맙다. 연락처를 남겨주면 바로 문자 발송을 해주겠다. 5분 안에 문자가 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후 판매자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또 다른 피해자인 E씨는 시세보다 싸게 백화점 상품권을 판다는 당근마켓 글을 보고 구매했다가 피해를 봤다고 호소했다. 다른 점은 D씨는 돈을 지불하고 상품권조차 받지 못한 사례였고, E씨는 상품권을 받았다는 점이다. 다만 문제는 종이로 출력한 백화점 상품권 이미지였다.

E씨는 “10% 할인된 가격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판매 중이었다. 블로그에 댓글도 많고 카카오톡으로 상담해보니 괜찮아 보였다. 사업자등록증을 보내줬는데, 대표자와 통장 계좌주 이름이 동일했다”며 “인증한다고 이것저것 보내주니 믿고 입금했고, 퀵 발송했더니 종이로 출력한 백화점 상품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무슨 배짱으로 사업자등록증까지 보여주면서 사기를 치는지 모르겠다. 이번 명절 선물로 보내려고 백화점 상품권 200만원을 샀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피해 사실 인지 후 곧바로 당근마켓에 신고했다. 그러나 수일간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통장 거래정지를 위해 경찰에 전화도 했지만 보이스피싱 거래가 아니라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측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해 그간 경찰에 수사 의뢰, 피해 주의 공지 등을 지속해서 진행했다. 하지만 뾰족한 예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백화점 관계자는 “안전하게 백화점 상품권을 구매하려면 백화점이나 공식 상품권 숍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으로 낚시질
연휴 스미싱 비율 전체 건수 42%

개인 간 거래로 인한 사기가 명절 사기의 보편적 방법이라면, 최근 급상승하는 방법은 피싱 사기다. 실제로 최근 설날 연휴를 앞두고 대출 등 금융 지원 안내, 택배 배송 등을 사칭한 스미싱(문자메시지와 피싱의 합성어)과 지인 명절 인사 등으로 위장한 메신저 피싱이 증가했다.

이에 각 은행은 고액 현금 인출 시 보이스피싱 피해가 없는지 확인을 강화하는 한편, 각 사가 개발한 금융 사기 탐지 기술을 활용해 피해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9월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2021년 동안 스미싱은 매년 설날과 추석이 있는 1·2·9월 명절 기간에 발생하는 비율이 전체 건수의 42.4%에 달했다. 

특히 2021년에는 50.4%로 절반을 웃돌았다. 이들은 악성 앱 주소가 포함된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전송해 이용자가 악성 앱을 설치하거나 전화하도록 유도해 금융 정보·개인정보 등을 탈취하는 수법을 이용한다.

스미싱에는 대표적으로 5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로는 명절에 가장 흔한 ‘택배 관련 스미싱’이다. 문자가 “[배송조회] 1/31 고객 주소가 잘못되었습니다. 택배가 반송되었습니다. 배송 주소 수정 uuuu.ne/FgMRD7” “[○○택배] 설날 배송 물량 증가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배송 일정을 확인하세요. http://nene.you/MKin78”이런 식으로 오면 대부분 택배 스미싱이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스미싱이다. 공공기관 사칭은 “[생활불편신고] 귀하에게 민원이 접수되어 통보 드립니다. 민원 확인 http:/bit.ly/2Hh9vp9” “고객님께서는 아래 상품 승인 대상자입니다. 상품 내용 : 정부 지원 서민금융상품 http.365.com”이라고 문자가 온다.

세 번째는 지인 사칭·선물 관련 스미싱이다. 이 스미싱은 친근한 메시지를 보내 속이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0^) 설날 잘 보내시고 2023년에도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http://woz/kr/mhgd” “설날 선물 도착 전 상품 무료 배송! 할인쿠폰 지급 완료! 즉시 사용 가능! 확인 : http://yno.kr/ncnqbH” “○○○님 설날 명절 선물로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확인 바랍니다. http:/hpbl.are/nbaBl” “설 명절 직접 찾아뵈어야 하는데 영상으로라도 인사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http://mnon.it/Pnti1” 등 형태로 스미싱 문자다.

코로나19 정부 지원금 사칭 관련 스미싱도 있다. 스미싱은 “손실보상금 지원을 위해 아래에 접속 후 신청해주십시오. http://sxxxs.xyz/?phogcd” “지원금 신청이 접수됐습니다. 다시 한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http://mxxxt.xyz/ldxxdz” “[긴급재난자금] 상품권이 도착했습니다. 확인해주세요. http://bit.ly/3xxxMel” “2월 추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www.coroona-19.net 신청”이다.

마지막으로 스미싱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다. 이런 문자는 “[Web] 발신 ㈜XOXXXOXX 주문하신 안마의자 57만2000원 결제됐습니다. 문의번호 : 02-○○○○-○○○”라고 온다.

신고하라고?
무용지물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문자를 바로 삭제하는 것이다. 만약 스미싱·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다면 ▲경찰서에 피해 내용을 신고하기 ▲경찰서에 발급받은 ‘사건사고 사실 확인원’을 이동통신사, 게임사, 결제대행사 등 관련 사업자에 제출하기 ▲핸드폰의 악성 파일을 삭제하기 ▲핸드폰에 저장돼있는 공인인증서를 즉시 폐기하고 재발급받아야 한다.

결국 은행이 피해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더라도, 결국 개인이 받은 문자가 ‘스미싱’인지 알아야 피할 수 있는 것이다. 명절 연휴 중 사기 의심 문자메시지를 수신했거나 악성 앱 감염 등이 의심되는 경우 국번 없이 118 상담센터에 신고하면 24시간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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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