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신제약 최대주주가 공식적으로 뒤바뀌었다. 세상을 떠난 선대 회장을 대신해 장남이 정점에 올라선 형국이다. 장남은 상속세 출혈 없이 물 흐르듯 완료된 승계 작업을 통해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의 가능성마저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
신신제약은 지난달 19일 최대주주가 이병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신신제약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는 지난해 7월 창업주인 고 이영수 명예회장이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난 이후 주식 상속 절차가 끝맺음한 영향이다.
예고된 수순
1927년 8월 생인 이 명예회장은 국내에 파스 제품을 선보인 장본인이다. 신신제약 설립 이래 2020년 대표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60여년간 기술 개발 및 경영 일선에서 활발한 활동을 펴왔다.
이 명예회장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신신제약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고, 지분율은 26.38%(400만2090주)였다. 반면 회사의 후계자로 분류됐던 장남 이 사장의 지분율은 3.63%(55만670주)에 불과했다. 2대 주주였던 매형 김한기 회장(지분율 12.63%, 191만5570주)과도 지분율 격차가 상당했다.
이 사장은 이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난 것을 계기로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었다. 고인의 회사 지분 가운데 86.2%(4만8090주)를 이 사장이 상속받기로 정해진 게 결정적이었다. 최근 고인의 지분을 상속하는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 사장의 지분율은 26.36%(399만8760주)로 높아진 상황이다.
상속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은 완벽히 피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운영 중인데, 이 사장은 해당 제도의 덕을 톡톡히 봤다. 신신제약의 2021년 연매출(연결회계기준)은 740억원으로, 가업상속공제 적용기준(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 부합됐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적용받기 위한 가업 종사 요건도 갖춘 상태였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로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중소기업 등을 상속인 1인이 승계하면 가업상속재산가액의 100%(최대 500억원)를 상속공제한다.
장남, 단번에 최대주주
100억 상속세 절약 묘수
관련법에 따르면 가업을 잇는 사람은 선대 경영인이 타계하기 전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한다. 이 사장은 미국 미시간대 산업공학 박사 취득 이후 1993년부터 2017년까지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2018년 신신제약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신신제약 경영 일선에 나섰다.
다만 가업상속공제 제도 요건을 어길 경우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사장이 가진 지분 399만8760주에 대해 상속세가 부과되면 그 규모는 100억원대로 추산된다.
고인의 나머지 지분은 차녀와 삼녀에게로 돌아갔다. 이 명예회장의 차녀인 명재씨는 기존 64만6670주(4.26%)에서 96만1670주(6.34%)로, 삼녀인 명옥씨는 64만6670주(4.26%)에서 88만5670주(5.84%)로 보유 주식 수가 증가했다.
상속을 통해 당장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마저 잠재워진 양상이다. 고인의 장녀 명순씨의 배우자인 김 회장은 지분 상속을 받지 못했고, 김 회장의 아들인 남건씨 역시 기존 0.13%였던 지분율에 변동이 없었다.
이 사장에게는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신신제약은 세종공장과 마곡연구개발센터 건립에 따른 투자로 2020~2021년에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692억원으로, 연간 매출 9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쏠쏠한 셈법
이 사장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올해 신신제약은 창립 이후 최초로 매출 1000억원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단순히 매출의 증가를 넘어 기업의 체질과 문화적 변화를 동반하는 신신제약의 그 이름과 같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