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죄’ 박근혜-이재명 평행이론

박근혜로 뜨고 박근혜로 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잡는 모양새다. 문제의 당 대표는 과거 그 전직 대통령 ‘때리기’로 대중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바 있다. 5년여의 시차를 둔 두 사람의 평행이론에 대해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2016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를 접한 시민이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했다. 

촛불집회
사이다 발언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형식적인 권력을 버리고 하야해야 한다. 아니 사퇴해야 한다. 탄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권한을, 국권을 내려놓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 대표의 ‘사이다’ 발언은 대중의 지지로 이어졌다. 기초단체장이었던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 등의 굵직한 수식어를 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촛불집회’를 꼽는 이도 상당수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의 대형 정치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정치적 사망선고였다. 

2021년에는 법적책임도 확정됐다. 2017년 4월 구속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은 3년9개월의 재판 끝에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까지 진행된 끝에 징역 20년·벌금180억원이 확정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제3자 뇌물죄’였다. 형법 130조(제삼자뇌물제공)에 규정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 이후 갑론을박
법조계, ‘부정 청탁’ 입증 여부 관건

단순뇌물죄보다 입증이 까다로운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만난 장영하 법무법인 디지털 대표변호사는 “뇌물죄는 본인이 직접 이익을 받는 것이고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의 업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뇌물죄는 원칙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으면 성립되는데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하나 더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3자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며 특가법상 뇌물죄(가중처벌)에 따라서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때 불거졌던 쟁점이 민주당 이 대표와 관련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조사 통보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여러 법리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보다
입증 어려워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6개 기업에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FC의 구단주였다. 

두산건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 대표와 성남시 전 팀장이 기소됐다. 두 사람은 2014~2017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부지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960%로 상향하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청탁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 민주당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돼있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5개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지만 검찰은 네이버·차병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2사옥 신축 허가 등과 관련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39억원을, 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매입 등과 관련해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소환조사를 통보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옭아맸던 ‘미르재단’이 다시금 언급됐다. 

똑같은 구조
법원에 달렸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성남FC 사건이라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남FC를 성남시가 인수해 살려놨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열심히 뛰었다”며 “이런 걸로 사법처리한다면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수많은 단체장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이런 걸로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홍 시장부터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 의원의 헛발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거짓 폭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경남지사 시절 경남FC 지원금 모금 운동을 두고 이 대표의 성남FC 제3자 뇌물사건을 동일선상에 두고 지금 떠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경남FC 모금 운동은 이미 문재인정권 시절 샅샅이 조사해서 내사 종결된 사건이고 이재명 사건은 박근혜의 미르재단과 유사한 제3자 뇌물사건이라서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8월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의 국민캠프 법률팀이 낸 논평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같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했다. 

국정 농단 사태 때 크게 부각
두산 이어 네이버·차병원까지

그러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판결에서 봤듯 기업 후원금도 현안이나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면 제3자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혀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 우기며 없는 죄도 만들려는 특수부 검사의 오만과 자만심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FC는 성남시 산하 법인으로 운영비 100%를 시 예산, 즉 시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며 “성남FC는 영업을 통해 D 그룹을 메인스폰서로 지정해 광고해주고 광고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은 실질 소유자인 최순실과 대통령인 박근혜가 짜고 특정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대가’로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제공하게 했지만 성남FC는 성남시의 용도 변경과 관련 없이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 ‘매출’을 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남FC의 수입은 개인이 아닌 시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를 뇌물죄 및 제3자 뇌물죄로 고발할 당시에도 성남시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두고 ‘성남판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인은 기소 가능성에 대해 “100% 기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단주로서 성남FC 행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대표가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성남FC 운영에 간섭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했다고 판단해 2018년 고발 당시에도 뇌물죄를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
같은 결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국정 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영어의 몸이 됐다가 2021년 12월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가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를 옭아맬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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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