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뇌물죄’ 박근혜-이재명 평행이론

박근혜로 뜨고 박근혜로 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선고를 받은 전직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잡는 모양새다. 문제의 당 대표는 과거 그 전직 대통령 ‘때리기’로 대중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인 바 있다. 5년여의 시차를 둔 두 사람의 평행이론에 대해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2016년 10월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1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 농단 사태를 접한 시민이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당시 성남시장)가 참석했다. 

촛불집회
사이다 발언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즉각 형식적인 권력을 버리고 하야해야 한다. 아니 사퇴해야 한다. 탄핵이 아니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의 권한을, 국권을 내려놓고 즉시 집으로 돌아가라”고 당시로선 파격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 대표의 ‘사이다’ 발언은 대중의 지지로 이어졌다. 기초단체장이었던 이 대표가 광역단체장(경기도지사), 민주당 대선후보, 국회의원, 당 대표 등의 굵직한 수식어를 달 수 있었던 배경으로 ‘촛불집회’를 꼽는 이도 상당수다.

누적 인원 1300만명의 대형 정치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촛불집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 재판에서 재판관 8명의 일치된 의견으로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의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내려진 정치적 사망선고였다. 

2021년에는 법적책임도 확정됐다. 2017년 4월 구속기소 된 박 전 대통령은 3년9개월의 재판 끝에 징역 22년형을 받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까지 진행된 끝에 징역 20년·벌금180억원이 확정됐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쟁점이 된 부분은 ‘제3자 뇌물죄’였다. 형법 130조(제삼자뇌물제공)에 규정된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인정된다.

검찰 소환조사 통보 이후 갑론을박
법조계, ‘부정 청탁’ 입증 여부 관건

단순뇌물죄보다 입증이 까다로운데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일요시사>와 만난 장영하 법무법인 디지털 대표변호사는 “뇌물죄는 본인이 직접 이익을 받는 것이고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의 업무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뇌물죄는 원칙적으로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으면 성립되는데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이라는 요건이 하나 더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제3자 뇌물죄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렸다. 법리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따라 유무죄가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당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대기업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제3자 뇌물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게 되며 특가법상 뇌물죄(가중처벌)에 따라서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의 재판 때 불거졌던 쟁점이 민주당 이 대표와 관련해 재차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히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 대표를 소환조사 통보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두고 여러 법리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뇌물죄보다
입증 어려워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5~2018년 두산건설·네이버·차병원·농협·현대백화점·알파돔시티 등 6개 기업에 민원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160여억원의 후원금을 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대표는 성남FC의 구단주였다. 

두산건설과 관련해서는 이미 전 대표와 성남시 전 팀장이 기소됐다. 두 사람은 2014~2017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부지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해주면서 용적률을 기존 250%에서 960%로 상향하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청탁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공소장에 민주당 정진상 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이 대표가 공모했다고 돼있다.

경찰은 두산건설을 제외한 5개 기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지만 검찰은 네이버·차병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2사옥 신축 허가 등과 관련해 사단법인 희망살림을 통해 39억원을, 차병원은 옛 분당경찰서 부지 매입 등과 관련해 33억원의 후원금을 성남FC에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이 대표를 상대로 소환조사를 통보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의 ‘정치 탄압’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 박 전 대통령을 옭아맸던 ‘미르재단’이 다시금 언급됐다. 

똑같은 구조
법원에 달렸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성남FC 사건이라고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남FC를 성남시가 인수해 살려놨고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열심히 뛰었다”며 “이런 걸로 사법처리한다면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등 수많은 단체장이 처벌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이런 걸로 수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면 홍 시장부터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발언에 홍 시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김 의원의 헛발질은 이미 정평이 나 있고 거짓 폭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경남지사 시절 경남FC 지원금 모금 운동을 두고 이 대표의 성남FC 제3자 뇌물사건을 동일선상에 두고 지금 떠들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내가 한 경남FC 모금 운동은 이미 문재인정권 시절 샅샅이 조사해서 내사 종결된 사건이고 이재명 사건은 박근혜의 미르재단과 유사한 제3자 뇌물사건이라서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2021년 8월 대선 예비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의 국민캠프 법률팀이 낸 논평에서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같은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를 겨냥했다. 

국정 농단 사태 때 크게 부각
두산 이어 네이버·차병원까지

그러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것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며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 판결에서 봤듯 기업 후원금도 현안이나 이해관계와 결부된다면 제3자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 측 문제 제기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혀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 우기며 없는 죄도 만들려는 특수부 검사의 오만과 자만심이 놀랍다”고 비판했다. 이어 “성남FC는 성남시 산하 법인으로 운영비 100%를 시 예산, 즉 시민 세금으로 지원한다”며 “성남FC는 영업을 통해 D 그룹을 메인스폰서로 지정해 광고해주고 광고비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은 실질 소유자인 최순실과 대통령인 박근혜가 짜고 특정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대가’로 미르재단에 ‘후원’금을 제공하게 했지만 성남FC는 성남시의 용도 변경과 관련 없이 ‘광고영업’을 통해 광고 ‘매출’을 한 것이어서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성남FC의 수입은 개인이 아닌 시의 이익이라고도 했다. 


2018년 장영하 변호사가 이 대표를 뇌물죄 및 제3자 뇌물죄로 고발할 당시에도 성남시에서는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두고 ‘성남판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에게 적용된 제3자 뇌물죄는 재판에서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한 법조인은 기소 가능성에 대해 “100% 기소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 변호사는 이 대표를 제3자 뇌물죄가 아니라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단주로서 성남FC 행정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이 대표가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성남FC 운영에 간섭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대표가 성남FC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했다고 판단해 2018년 고발 당시에도 뇌물죄를 포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혐의
같은 결말?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국정 농단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영어의 몸이 됐다가 2021년 12월 자연인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를 둘러싼 핵심 의혹은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3가지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이 대표를 옭아맬 시발점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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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