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수본 윗선 수사 포기한 내막

윤희근·이상민…깡그리 피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났다. 윗선 수사 의지를 불태웠던 특수본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경찰들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신병 확보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터진 게 컸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으면서 오랜 시간을 허비하게 된 것이 치명타로 돌아온 셈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설 연휴 전후로 수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도 하지 못하면서 유가족 눈높이에 맞는 수사 결론은 도출해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경찰 내부에서도 윗선 수사가 애초 무리수였다는 관측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부실 논란

특수본은 최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특수본은 지난달 말부터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법률 검토를 진행해왔다.

재난안전법은 광역자치단체가 재난에 대한 응급조치 책임을 지는 경우를 ‘인명 또는 재산의 피해가 매우 크고 광범위한 경우’와 ‘재난이 둘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서 발생한 경우’ 등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특수본은 이태원 참사가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참사 책임은 용산경찰서·용산구청·용산소방서 등 1차 책임기관으로 한정됐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의 사법적 책임을 묻는 선에서 수사는 마무리되는 것이다.


이 같은 수사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특수본이 정권 실세인 이 장관을 제대로 수사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나왔다. 이 장관은 지난해 11월 소방노조로부터 고발당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지만 소환 통보조차 받지 않았다.

서울시도 실무진만 참고인 조사를 받았을 뿐 고위간부들은 조사에서 제외됐다. 특수본은 같은 달 17일 행안부와 서울시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집무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당 사건을 통보받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이 장관의 직무유기 혐의는 이 법에 규정된 ‘고위공직자 범죄’로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특수본에서 통보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수사 개시 여부를 회신해야 한다.

이 장관은 직무유기 외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직무유기보다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공수처는 법리적으로 이 장관의 사고 예방과 사고 대응에 구체적 지휘 의무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법적·정치적 책임서 자유?
혐의 입증 난항…시간만 허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정부조직법 등에 행안부 장관으로서 맡아야 할 추상적인 의무는 다수 명시돼있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41종의 위기상황 매뉴얼에서 다중인파 밀집에 따른 압사사고는 없다.

과거 판례에서도 법원은 법령상 책임과 함께 구체적인 구조 매뉴얼상 임무를 근거로 직무수행의 적절성을 판단했다. 통상적으로 재판부는 업무 과실 이후 사고의 예견 가능성부터 따진다. 특히 업무 과실과 사고 결과의 인과성 여부가 핵심이다.


공수처는 참사 당일 이 장관의 적절치 못한 직무수행으로 수백여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인과관계 연결고리를 들여다보고 있으나 특수본과 같은 결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이 참사 당일 사고 사실을 처음 전파받은 시점은 오후 11시20분이다. 오후 10시15분 119 최초 신고 접수를 기준으로 1시간이 지난 뒤에야 상황을 인지한 것이다. 자택에 머물던 이 장관은 오후 11시31분 행안부 중앙재난 안전상황실장과의 통화에서 상황 보고를 받았다.

이 장관이 사고 발생을 최초 인지한 시간은 소방 대응 2단계(오후 11시13분)가 발령된 직후로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었다. 이 장관은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한 뒤 참사 다음 날 오전 1시5분에 사고현장을 방문했다.

이 장관이 구조와 사고 대응에 충실했는지는 사고 발생을 인지한 시점 이후 행적과 지시 내용을 토대로 판단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윗선 수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의 보완 수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특수본으로부터 박 구청장 사건을 송치받았다. 박 구청장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고, 유승재 부구청장은 불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최모(구속) 안전재난과장, 문모(불구속) 안전건설교통국장도 함께 넘겨졌다. 이 전 서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도 구속 송치됐다. 박 구청장 사건까지 검찰이 넘겨받으면서 참사 대응 실패 당사자들이 속속 검찰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보완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은 세웠다”며 “우선 송치된 사건부터 서부지검에서 기록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사의 직접 수사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법무부가 대통령령을 개정해 직접 수사 범위를 확대했지만, 대형참사 범죄의 핵심 혐의인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은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소환도 안 하고 무혐의
검찰 보완 수사에 주목

대형참사의 경우 의율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과거 대형참사 범죄 때는 검사가 수사를 지휘하고 초창기부터 참여하면서 법리 검토가 이뤄졌지만, 이태원 참사의 경우에는 검수완박으로 인해 이 작업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보완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법조계에선 경찰이 송치한 사건 내역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전면 재수사에 버금가는 보완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도 경비 관리를 책임지는 경찰 지휘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보완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포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편 특수본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구속 수사를 포기했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달 28일 서울서부지검에 최 서장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최 서장의 과실과 이태원 참사 희생자 각각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며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한 주간 추가 수사를 벌인 특수본은 최 서장의 구속 사유에 보강할만한 내용이 없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재신청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 서장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될 전망이다.

최 서장은 참사 직전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하고, 사고 발생 이후에도 구조 지휘를 소홀히 해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수사를 받고 있다. 특수본은 대응 단계를 신속하게 올리지 않았고, 참사 당일 이태원 안전근무 책임관으로서 근무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 규모가 확대됐다고 보고 있다.

마지막 기회

윤 청장에 대해선 다중운집 상황에 대한 교통혼잡 및 안전관리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에 대한 수사도 특수본 수사단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상위기관인 행안부와 서울시에 재난 예견 가능성과 책임 귀속을 입증하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을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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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