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간호간병서비스’의 이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02 16:11:54
  • 호수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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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0만원’ 있으나마나 간병 앱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족 중 큰 병을 가진 환자가 발생하면 가정의 삶이 무너지면서 가족의 일상은 환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가족 중 누군가의 희생으로 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다. 무서울 정도로 비싼 간병비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020년 1월20일에 처음 발생했다. 첫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약 한 달여간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같은 해 2월18일, 신천지 대구 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급증했다. 확진자 수가 하루에 수십, 수백명 단위로 가파르게 증가해 한 달 만에 약 8000명으로 늘었다.

모친 암 말기
슬퍼할 겨를도

국내 코로나의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이 시기, 누적 확진자 수는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각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비상이 걸린 것은 국내 병원들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자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외래진료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동안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 방문을 꺼렸던 탓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자택에 대기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가족을 면회한 경우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30분 이상 대학병원 다인실에 머물며 입원 중인 가족과 그 동료 환자, 의료진 등 10여명을 접촉했다. 접촉자는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모두 1차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백신 접종 후 방호복을 착용했던 의료진을 제외한 다인실 입원환자 6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2021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 대학병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재원 환자의 확진으로 이어져, 병동이 폐쇄되거나 의료 종사자가 접촉자로 격리되는 등 의료 인력과 병상 운영에 부담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료기관 감염이 백신 미접종자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접종하지 않은 입원환자와 간병인, 돌봄 인력 등에 대해 최대한 빠른 접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학병원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12월14일부터 입원환자의 보호자에게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는 등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동안 신규 입원환자 등에 국한해 코로나 검사를 했으나 계속되는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보호자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무증상 감염자가 적지 않은 탓에 병원들은 경계 태세를 높였다.

간병 일당 최소 14만원∼최고 25만원
해당 서비스는 호스피스 병동만 가능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검사 대상이었던 입원환자와 간병인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 환자의 보호자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환자의 보호자가 교대할 경우에도 적용됐다.


특히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머물다 오는 환자가 많은 편이고 대개 입원 기간이 한 달에서 석 달 가까이 되는 편이라 환자, 보호자, 간병인 모두 코로나 확진 여부를 검사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이미 일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오는 3월부터 조건부 해제된다. 100% 원격 근무와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기업은 다시 내근으로 지침을 바꿨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종교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예배를 시작했다.

현재 바뀌지 않은 것은 병원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병원은 환자 간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인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간병인이 환자를 맡기 전 코로나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음성 판정 기간이 72시간으로 짧아 지속적인 검사 비용 부담의 고충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간병인은 12시간 등 단기 환자의 간호,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 간호 등을 거부한다. 

간병인협회 측은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간병인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에는 간병인 교육조차 할 수 없었다. 환자를 위한 간병인 매칭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다. A씨는 지난달 어머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의 병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슬픈’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A씨에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돈이었다. 암 환자는 암 진단 시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와 ‘본인 부담 상한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는 암 산정특례로 등록된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 해당 질환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충격적인
비용 보니…

단, 전액 본인 부담 혹은 선별 급여,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본인 부담 상한제’는 1년간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 진료비의 총액이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서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여기서 본인 부담 상한액은 지난해 기준 598만원으로 비급여, 선별 급여 등의 항목은 제외된다.


즉, A씨는 어머니의 병원 검사비 및 항암치료비가 아닌 간병비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생겼다. A씨의 어머니는 걸을 수 없는 상태로 항암치료 외 재활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하루 간병비는 14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이마저도 가장 싼 비용이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간편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앱)은 A씨 어머니의 상황을 보고 3명의 간병인을 추천했다. 

이 어플은 보호자에게 ▲24시간 간병인지, 24시간 미만 간병인지 ▲간병 장소 ▲코로나 검사의 필요 여부 ▲간병 일수 ▲환자 나이 및 신체 정보 ▲환자 질환 ▲간병이 필요한 이유 ▲병실 종류 ▲전염성 질환자 여부 ▲의식 상태 ▲식사 유무 ▲대소변 해결 상태 ▲마비가 있는지 ▲거동 및 운동 상태 ▲욕창 유무 ▲석션 필요 여부 등을 물었고 바로 간병인을 추천했다.

간병 서비스 제공 어플은 ‘일급 14만3100원’ ‘일급 15만9000원’ ‘일급 26만5000원’의 금액을 제시했다. 세 명은 다른 사람이었고, 이름, 나이, 국적 정보가 함께 기재돼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일급 14만3100원은 일당 13만원, 하루 식사비 5000원, 거래 업체 수수료 6%(8100원)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A씨 어머니가 4주 동안 간병을 받으려면 429만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병원비까지 더하면 한 달 부양비는 800만원을 육박했다.

물론 A씨가 어머니 간병을 직접 해도 된다. 하지만 A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고, A씨의 형제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오후 6시까지는 간병이 불가능하다. 24시간 간병 서비스가 아닌 시간제 간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진다.


불가능한
통증 케어

A씨 형제가 퇴근 후 간병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필요한 시간에 따라 간병인을 고용하는 시간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24시간 상주하는 종일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보호자 간병 자체를 막는 경우도 많다.

결국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40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지불하거나, 대학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셔서 통원치료를 받는 것이다. A씨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말기 암 환자인 A씨의 어머니는 일상생활 중 심각한 암성 통증이 동반되는데, 해당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 A씨 어머니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말기 암 환자의 치료는 기한을 알 수 없다. 결국 간병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었다.

A씨 어머니가 내원하는 대학병원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병원에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처음부터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A씨 어머니와 같은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서비스다. 해당 병원은 지난해 5월16일 일반병동 525개의 병상 중 총 344개 병상의 간호간병서비스 병상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또 부속병원 본관 61개 병동(대장암)에 45개 병상, 신관 5A 병동(혈액암)에 41개 병상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설을 완비했다.

해당 병원장은 “이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대로 이제 일반 병상 대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암 환자들에게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만큼 간호·간병 걱정 없는 암 전문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가족 아프면 ‘간병 실직’ ‘간병 파산’
간병인 구하려도 없는 상황까지 발생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A씨 어머니는 입원할 수 없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말기 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를 중점으로 한다. 결국 항암치료 중인 A씨의 어머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입원할 수 없는 것이다. 

A씨는 “현실적으로 대학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을 수 없다. 암 치료는 얼마나 오랜 기간 치료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냐. 그런데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너무 비싸서 통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다”며 “간병비 보험이 있다고 듣긴 들었는데, 간병비가 이렇게 심각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돈 때문에 어머니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고 간병인력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간병은 일부 법적·제도적 범주하에서 제공되는 통합서비스를 제외하고 가족 등 민간 간병인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의료기관 633곳(약 6만7000병상)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전체 통합서비스 제공 대상 의료기관의 25.6%(병상 기준 26.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가족 구성원의 돌봄 여력 등에 따라 간병 자체를 포기하거나 ‘간병 실직’ ‘간병 파산’ 등 간병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보편적 의료서비스로 전면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간병은 전 생애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절하고 충분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건강 상태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돌봄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간병 부담을 사회적 연대로 전환시키고 사적 간병을 제도권 내로 포함해 공적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간병인의 자격 기준·업무 범위·인력 수급 방안 등 간병 인력에 관한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의 안전과 건강권,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원체계
마련해야

이 밖에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정책 추진 시 ▲거주지서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단계적 전면 확대 방안 수립 ▲지역 간 간호 인력 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간호 인력 수급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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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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