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간호간병서비스’의 이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1.02 16:11:54
  • 호수 14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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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400만원’ 있으나마나 간병 앱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족 중 큰 병을 가진 환자가 발생하면 가정의 삶이 무너지면서 가족의 일상은 환자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이제는 가족 중 누군가의 희생으로 환자를 간병할 수 있다면 다행인 상황이다. 무서울 정도로 비싼 간병비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2020년 1월20일에 처음 발생했다. 첫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들어온 중국인 여성이었다. 이후 약 한 달여간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는 같은 해 2월18일, 신천지 대구 교회 신도인 ‘31번째 환자’가 나온 이후 급증했다. 확진자 수가 하루에 수십, 수백명 단위로 가파르게 증가해 한 달 만에 약 8000명으로 늘었다.

모친 암 말기
슬퍼할 겨를도

국내 코로나의 1차 대유행이 있었던 이 시기, 누적 확진자 수는 코로나가 시작된 중국에 이어 전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각국은 중국과 함께 한국을 위험국으로 분류했다. 상황이 급박해지면서 비상이 걸린 것은 국내 병원들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자 환자들은 병원을 방문하지 않았다. 가장 많이 감소한 것은 외래진료다.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동안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 병원 방문을 꺼렸던 탓이다.

실제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발생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자택에 대기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가족을 면회한 경우였다.


코로나 확진자가 30분 이상 대학병원 다인실에 머물며 입원 중인 가족과 그 동료 환자, 의료진 등 10여명을 접촉했다. 접촉자는 코로나 진단 검사에서 모두 1차 음성 반응을 보였지만, 백신 접종 후 방호복을 착용했던 의료진을 제외한 다인실 입원환자 6명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2021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 대학병원,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의료기관 내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재원 환자의 확진으로 이어져, 병동이 폐쇄되거나 의료 종사자가 접촉자로 격리되는 등 의료 인력과 병상 운영에 부담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의료기관 감염이 백신 미접종자 위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접종하지 않은 입원환자와 간병인, 돌봄 인력 등에 대해 최대한 빠른 접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대학병원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은 2020년 12월14일부터 입원환자의 보호자에게 코로나 음성 확인서를 받는 등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그동안 신규 입원환자 등에 국한해 코로나 검사를 했으나 계속되는 병원 내 집단감염으로 보호자에 대한 검사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더욱이 무증상 감염자가 적지 않은 탓에 병원들은 경계 태세를 높였다.

간병 일당 최소 14만원∼최고 25만원
해당 서비스는 호스피스 병동만 가능

서울성모병원은 기존 검사 대상이었던 입원환자와 간병인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했다. 환자의 보호자는 코로나 음성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하고, 환자의 보호자가 교대할 경우에도 적용됐다.


특히 재활병원은 요양병원에 머물다 오는 환자가 많은 편이고 대개 입원 기간이 한 달에서 석 달 가까이 되는 편이라 환자, 보호자, 간병인 모두 코로나 확진 여부를 검사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이미 일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오는 3월부터 조건부 해제된다. 100% 원격 근무와 재택근무를 시행했던 기업은 다시 내근으로 지침을 바꿨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종교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예배를 시작했다.

현재 바뀌지 않은 것은 병원뿐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지만, 병원은 환자 간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와 보호자가 간병인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간병인이 환자를 맡기 전 코로나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음성 판정 기간이 72시간으로 짧아 지속적인 검사 비용 부담의 고충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간병인은 12시간 등 단기 환자의 간호, 체중이 많이 나가는 환자 간호 등을 거부한다. 

간병인협회 측은 코로나 상황이라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간병인협회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간병인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4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에는 간병인 교육조차 할 수 없었다. 환자를 위한 간병인 매칭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다. A씨는 지난달 어머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수술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어머니의 병을 알게 된 후 큰 충격을 받았지만 ‘슬픈’ 충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A씨에게 가장 문제가 된 것은 돈이었다. 암 환자는 암 진단 시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와 ‘본인 부담 상한제’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본인 일부 부담금 산정특례 제도는 암 산정특례로 등록된 건강보험 환자에 대해 해당 질환 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충격적인
비용 보니…

단, 전액 본인 부담 혹은 선별 급여, 비급여 항목은 제외된다.

‘본인 부담 상한제’는 1년간 환자가 부담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 진료비의 총액이 소득수준에 따라 본인 부담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서 일부를 부담하는 제도다.

여기서 본인 부담 상한액은 지난해 기준 598만원으로 비급여, 선별 급여 등의 항목은 제외된다.


즉, A씨는 어머니의 병원 검사비 및 항암치료비가 아닌 간병비 때문에 경제적인 문제가 생겼다. A씨의 어머니는 걸을 수 없는 상태로 항암치료 외 재활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이로 인해 하루 간병비는 14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이마저도 가장 싼 비용이다.

환자와 환자 보호자에게 간편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앱)은 A씨 어머니의 상황을 보고 3명의 간병인을 추천했다. 

이 어플은 보호자에게 ▲24시간 간병인지, 24시간 미만 간병인지 ▲간병 장소 ▲코로나 검사의 필요 여부 ▲간병 일수 ▲환자 나이 및 신체 정보 ▲환자 질환 ▲간병이 필요한 이유 ▲병실 종류 ▲전염성 질환자 여부 ▲의식 상태 ▲식사 유무 ▲대소변 해결 상태 ▲마비가 있는지 ▲거동 및 운동 상태 ▲욕창 유무 ▲석션 필요 여부 등을 물었고 바로 간병인을 추천했다.

간병 서비스 제공 어플은 ‘일급 14만3100원’ ‘일급 15만9000원’ ‘일급 26만5000원’의 금액을 제시했다. 세 명은 다른 사람이었고, 이름, 나이, 국적 정보가 함께 기재돼있었다. 이 중 가장 저렴한 일급 14만3100원은 일당 13만원, 하루 식사비 5000원, 거래 업체 수수료 6%(8100원)를 포함한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A씨 어머니가 4주 동안 간병을 받으려면 429만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병원비까지 더하면 한 달 부양비는 800만원을 육박했다.

물론 A씨가 어머니 간병을 직접 해도 된다. 하지만 A씨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를 보살펴야 하는 입장이고, A씨의 형제는 직장을 다니고 있어 오후 6시까지는 간병이 불가능하다. 24시간 간병 서비스가 아닌 시간제 간병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훨씬 여유로워진다.


불가능한
통증 케어

A씨 형제가 퇴근 후 간병하려고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코로나 이전에는 필요한 시간에 따라 간병인을 고용하는 시간제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체로 24시간 상주하는 종일제로만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학병원은 보호자 간병 자체를 막는 경우도 많다.

결국 A씨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40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지불하거나, 대학병원이 아닌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모셔서 통원치료를 받는 것이다. A씨는 두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이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말기 암 환자인 A씨의 어머니는 일상생활 중 심각한 암성 통증이 동반되는데, 해당 통증은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야 해결이 가능했다. 하지만 요양병원에서는 마약성 진통제 처방 자체가 불가능하다. A씨 어머니는 상황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말기 암 환자의 치료는 기한을 알 수 없다. 결국 간병비 등의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한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었다.

A씨 어머니가 내원하는 대학병원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하지 않고, 병원에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처음부터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A씨 어머니와 같은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서비스다. 해당 병원은 지난해 5월16일 일반병동 525개의 병상 중 총 344개 병상의 간호간병서비스 병상을 갖추게 됐다고 전했다. 또 부속병원 본관 61개 병동(대장암)에 45개 병상, 신관 5A 병동(혈액암)에 41개 병상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설을 완비했다.

해당 병원장은 “이번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대로 이제 일반 병상 대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3분의 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암 환자들에게 질 높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만큼 간호·간병 걱정 없는 암 전문 병원이 되겠다”고 밝혔다.

가족 아프면 ‘간병 실직’ ‘간병 파산’
간병인 구하려도 없는 상황까지 발생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A씨 어머니는 입원할 수 없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은 호스피스 병동으로 말기 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치료를 중점으로 한다. 결국 항암치료 중인 A씨의 어머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에 입원할 수 없는 것이다. 

A씨는 “현실적으로 대학병원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을 수 없다. 암 치료는 얼마나 오랜 기간 치료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냐. 그런데 치료비보다 간병비가 너무 비싸서 통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에 입원할 수도 없다”며 “간병비 보험이 있다고 듣긴 들었는데, 간병비가 이렇게 심각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돈 때문에 어머니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확대하고 간병인력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하라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간병은 일부 법적·제도적 범주하에서 제공되는 통합서비스를 제외하고 가족 등 민간 간병인 중심으로 제공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의료기관 633곳(약 6만7000병상)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이는 전체 통합서비스 제공 대상 의료기관의 25.6%(병상 기준 26.8%)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인권위는 “이런 상황에서 환자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이나, 가족 구성원의 돌봄 여력 등에 따라 간병 자체를 포기하거나 ‘간병 실직’ ‘간병 파산’ 등 간병으로 인해 가족 구성원 전체의 건강과 삶의 질 저하는 물론 생존마저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보편적 의료서비스로 전면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간병은 전 생애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원체계가 적절하고 충분하게 마련돼야 한다”며 “건강 상태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돌봄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간병 부담을 사회적 연대로 전환시키고 사적 간병을 제도권 내로 포함해 공적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간병인의 자격 기준·업무 범위·인력 수급 방안 등 간병 인력에 관한 법적 근거·관리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간병이 필요한 사람의 안전과 건강권, 간병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지원체계
마련해야

이 밖에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정책 추진 시 ▲거주지서의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요양병원의 사회적 입원을 줄이기 위한 정책 추진 ▲공공의료기관 중심의 단계적 전면 확대 방안 수립 ▲지역 간 간호 인력 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간호 인력 수급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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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심우정-조국 딸 스캔들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심우정 검찰총장이 ‘딸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였다. 자격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에 최종 합격했다. 외교부가 오직 심 총장의 딸을 위해 전형까지 엎었다는 게 골자다. 외교부는 특혜가 아니라던 입장을 뒤집고, 심 총장 지녀 채용을 보류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안처럼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며 맹공을 펼치고 나섰다.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 심모씨는 ‘아빠 찬스’로 취업에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과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에 합격할 수 없었다. 지원 자격 자체가 미달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입시 비리 혐의를 받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사안보다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수사기관이 심씨를 즉각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아빠 찬스? 수상한 합격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서 심씨의 특혜 채용 의혹을 제기했다. 이 문제는 지난해 9월 심 총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서 언급됐었다. 당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심 총장의 장녀가 1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는데, 심 후보자가 이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당시 “후보자 장녀가 최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며 “후보자 자녀는 대학생들이 선망하는 국립외교원 연구원으로 채용됐다. (장녀가)서울대 국제대학원 1학년 때 박철희 교수에게 수업을 받았다”며 “박 교수는 현직 주일대사고, 후보자 본인 장녀가 입사할 당시 국립외교원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나카소네 야스히로상 수상자”라며 “제1회(수상자) 박철희 주일대사고, 윤석열정부서 ‘중요한 건 일본 마음’이라고 말한 김태효 차장이 제5회 장려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심 총장이 “문제가 없다”고 답변하자, 박 의원은 “그러면 채용 서류를 내라.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전부터 채용서류 전체를 내라고 하는 것”이라며 “의원실서 계속 요구하지만 후보자 동의가 없어서 (외교원이) 내질 않고 있다”고 따져 물었다. 외교부의 지난 1월 1차 공무직 연구원 채용 공고에는 ‘경제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가 응시 자격이었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차 공고는 갑자기 심씨가 전공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됐다. 외교부는 응시 가능 대상을 확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변경 전에 응시했던 이들은 2차 공고 때는 응시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의 공정채용 가이드라인 등에 따르면, 채용공고를 변경할 때는 채용 관련 심의기구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외교부는 인사기획관실과 서면 협의만 거쳤다. 심의기구를 통한 공정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채용 공고를 변경한 셈이다. 채용 경력을 두고도 외교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심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지적도 거세다. 채용 공고에는 해당 분야 실무 경력 2년 이상이 응시 자격이었다. 그러나 심씨의 경력은 국립외교원 연구원 8개월,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보조원 22개월, UN 경제사회국 인턴 6개월로 실제 경력은 8개월에 불과했다. 경력 1년도 안 되는데 스펙 과대 포장해 지원 외교부 전형까지 뒤집어…기존 면접자는 탈락 외교부는 학창 시절의 경험도 경력으로 인정한다고 해명했지만, 외교부 산하 기관서 2022년과 2023년에 낸 채용공고엔 인턴이나, 교육생, 학위 취득에 소요되는 행정조교 등은 경력서 제외한다고 적시돼있다. 심씨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산하 EU센터서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했다고 실무 경력에 적었다. 하지만 서울대 국제학연구소가 발간한 2023년 연례보고서에는 심씨가 연구 보조원이 아닌 EU센터 ‘석사 연구생’으로 적혀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일 심씨의 외교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진상조사단을 출범했다. 조사단에는 한 의원을 포함해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홍기원·이재강 의원,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기표·박희승 의원,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홍배·이용우 의원,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이정문 의원,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의원, 교육위원회 소속 고민정·백승아 의원 등 총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이들은 심 총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외교부는 지난 1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면접까지 통과해 현재 신원 조사 절차만 남겨둔 심씨의 외교부 공무직 연구원 채용은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유보됐다. 공익감사는 감사 대상 기관이 자체 감사기구서 직접 처리하기 어려운 경우 등에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윤재관 대변인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은 검찰의 2중대 역할을 자처해 왔다.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감사원을 동원해 면죄부를 받으려는 시도는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사단은 심 총장 자녀 관련 ‘권력형 비리’ 의혹과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심 총장 딸의 외교부 특혜 채용 비리 의혹 및 서민금융 대출 논란, 심 총장 아들의 장학금 수령 특혜 의혹 등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립외교원 연구원 채용 공고상 자격 요건에 ‘해당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자 중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 경험자’라고 돼있지만 심 총장 딸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특혜 채용 의혹을 주장한 바 있다. 급 바뀐 채용공고 심 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검찰총장의 자녀는 대한민국의 다른 모든 청년들과 같이 본인의 노력으로 채용 절차에 임했다. 국회에 자료 제출을 위한 외교부의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도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한 의원은 최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심씨 특혜 채용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박장호 외교부 외교정보기획국장은)윤석열정권 출범 직후 2022년 7월 정도에 대통령실 외교비서관실로 들어갔다가 2024년 1월에 외교부로 복귀해 5월 말, 한반도 평화교섭본부를 없애고 새롭게 신설한 외교전략정보본부 외교정보기획국장으로 보직받아 오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외교부 연구직 채용 1차 공고 당시 직접 면접에 참여한 박 국장은 지원자 A씨를 “한국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하지만 A씨는 한국서 나고 자라 학위까지 받은 인물로 언어능력을 문제 삼을 만한 근거는 부족했다. A씨의 탈락 이후 외교부는 2차 공고를 내며 채용 자격을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에서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다. 이때 국제협력 분야를 전공한 심씨가 합격하게 된 것이다. 한 의원은 박 국장의 대통령실 근무 경험이 심씨의 채용 과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의심했다. 채용 실무가 인사기획관실이 아닌 외교정보기획국 산하 외교정보1과서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아무래도 용산에 파견 나가 있으면 조금 더 넓게 여러 부처와 관련된 사람들을 접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과정서 어떤 방식이든지 어떤 접점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라고 하는 것은 있는데 그 부분은 저희가 조금 더 깊이 파봐야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수처 먹잇감 심 총장과 갈등을 빚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심씨의 사건은 좋은 먹잇감이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심 총장과 조태열 장관을 직권남용,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수사3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해 고발당한 심 총장 사건도 수사 중이다. 사세행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검찰의 수장인 심우정 검찰총장의 딸을 뇌물성 채용한 행위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고 밝혔다.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감사원이 공익감사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공익감사 청구는 6개월 이내 결과를 내놔야 하되 기한은 자체 판단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전에 감사에 착수할지 여부부터 감사위원회의 판단을 거쳐야 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감사 청구를 각하하는 이유는 통상 이미 같은 사안에 대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가 많다. 공수처 수사가 각하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상 감사원이 거부할 수 없는 국회 요구 감사의 경우에도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사실상 각하’했던 최근 사례도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5일 국회가 요구한 방송통신위원회 2인 구조 등 감사를 두고, 같은 사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위법성 여부를 감사원이 결론 내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매듭지은 보고서를 내놨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심씨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입시 비리 논란을 일으켰던 조 전 장관 부부가 받았던 수사와 현재 상황을 비교하면 검찰의 이중적 잣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조 전 장관이 받았던 검찰 수사를 보면 입시 비리 혐의만으로도 압수수색 등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같은 혐의를 받는 심 총장 딸의 경우 멀쩡하게 살고 있다는 걸 국민 눈높이서 봤을 때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라며 “이건 상식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조민은 집유 “강도 높게 수사해야” 용산 파견 키맨 박장호 국장 뒷배? 여당인 국민의힘도 조용하다. 지난달 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간부 자녀 특혜 채용을 두고 “제2의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넘어 제2의 조국 사태”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공수처가 심 총장과 심씨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발 사건이 이어지면서 수사 지연은 불가피하다. 지난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인사추천위원회는 지난 1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3명 등 4명의 검사 임명을 대통령실에 제청했지만 두 달이 넘도록 임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인사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9월에도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 등 3명의 검사를 추천했지만 대통령실은 반 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답이 없는 상태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될 때까지 이들을 임명하지 않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창진 수사2부장의 면직을 재가하면서도 신규 검사 임명은 하지 않았다. 한 총리의 뒤를 이은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찰청 등 부처 인사는 진행하면서도 공수처 검사는 임명하지 않았다. 신규 검사 임명이 늦어지면서 고질적인 공수처 인력난도 지속되고 있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이지만 현재 검사 인원은 휴직자 1명을 포함해 14명에 불과하다. 정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규 검사 7명을 임명해도 정원보다 4명이 부족하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과부하 상태라는 우려가 나온다. 12·3 비상계엄 수사와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 비위 의혹 수사 등 기존 수사에 인력이 집중돼있어 타 수사를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는 토로도 상당하다. 수사? 미지수 공수처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 사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배당받은 사건을 전부 들여다보기 힘들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통령실이 하루빨리 검사 임명을 해줘야 타 사건도 들여다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반박에 반박 나선 외교부 외교부가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장을 재반박하는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외교부는 “관점에 따라 제도 운영 과정서 미흡했던 부분이 지적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특정 인물에 대한 특혜로 연결 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석사학위 소지자 또는 학사학위 소지 후 2년 이상 관련 분야 근무자’를 대상으로 채용 공고한 국립외교원 기간제 연구원에 석사 취득 예정 상태였던 심씨가 채용된 것에 대해 심씨만 특별히 배려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학위 취득 예정서를 공식 증명서로 증빙하면 자격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했던 사례가 2021~2025년까지 총 8건 더 있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올 초 외교부 정책조사 연구원 채용 과정서 이미 최종 면접까지 마친 응시자가 불합격 처리되고, 심씨를 위한 ‘맞춤형’으로 응시 자격을 바꿔 재공고했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제 관련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1차 공고를 냈을 때 응시 인원이 6명에 불과했고, 그 중 유일하게 경제 관련 석사학위를 소지한 응시자 1명에 대해 외부 인사 2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면접위원회가 최종 면접을 했으나 채용 부적격 판정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1차 채용 공고문에 ‘응시자 중 적격자가 없을 경우 선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사전에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2차 공고에선 응시 가능 대상을 넓히기 위해 자격 요건을 ‘국제정치 분야 석사학위 소지자’로 변경했고, 그 결과 19명의 지원자가 응시해 심씨를 포함한 5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처럼 1차 공고 후 적격자가 없어 전공·자격증 분야 등 응시 자격 요건을 변경해 재공고한 사례는 타 부처는 물론 외교부 내에서도 과거 전례가 있다면서 “(심씨가)유일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앞서 외교부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응모한 사람이 적더라도 (같은) 채용 공고 사이트를 보면 재공고를 해서라도 기한을 연장해 해당 분야 사람을 찾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심씨가 또 다른 응시 요건인 ‘실무 경력 2년 이상’을 충족했는지도 논란이 큰 쟁점이다. 외교부는 심씨의 실무 경력을 국립외교원 경력 8개월, 서울대 국제학연구소 연구보조원, 유엔 산하 기구 인턴 등을 포함해 총 35개월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인턴, 조교 등은 통상 실무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험과 경력은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