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고뭉치 이루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7 10:16:59
  • 호수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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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수 이루가 지난 19일, 음주 운전으로 방송 활동을 쉬고 자숙 기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황당한 점은 3개월 전에도 음주 운전을 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동승했던 프로 골퍼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가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검찰에 송치됐다. 이루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1983년생 가수 이루(본명 조성현)는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실력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한국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루’라는 이름도 어머니 성에서 따온 이와 새길 루 자를 조합해 ‘가요계에 이름을 새기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를
뛰어넘어?

이루가 가수로 정식 데뷔한 것은 2005년 9월이지만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진 못했다. 데뷔 후 곧 입대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1일 25세였던 이루는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면서 팬들에게 “갑작스럽게 입대하게 돼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아쉽지만 대한의 건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 열심히 받고 잘 다녀오겠다”고 입대 소감을 밝혔다.

제대한 후 이루는 세 번째 앨범을 내 ‘다시 태어나도’ ‘까만 안경’ ‘흰 눈’을 히트시켰다. 특히 ‘까만 안경’은 이루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는 “‘까만 안경’이 가수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감정이 잘 전달될까, 깊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욕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을 지닌 전형적인 AB형의 소유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격과 음악을 향한 열정은 태진아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내 성격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과 뭔가에 몰입하면 푹 빠지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이다. 평생 노력파로 살아온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다. 아버지는 정한 생활규칙을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통금시간이 밤 11시여도 친구들과 놀다보면 그 시간을 넘기는 게 쉽지 않냐.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매를 들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약속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야단을 치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루가 ‘실력파 발라드 가수’가 되기까지 그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이루에 따르면 친형이 사장인 기획사에 아버지와 함께 ‘동료 가수’로 소속돼있었으나 가수가 되기까지의 공식·비공식 절차를 모두 밟았다. 

그는 버클리 음악대학 피아노학과를 휴학하고 한국에서 정식 오디션을 보고 친형 소속사에 들어갔다. 2년 동안 녹음실 청소와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했고, 소속사 작곡가가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고 지시해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과정 때문일까? 이루는 데뷔 3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났다. 그는 ‘발라드계의 귀공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첫 단독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당시 이루는 콘서트 콘셉트를 스스로 결정할 정도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아빠는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
아들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 정지’

이런 그의 인기는 끝나지 않았다. 곧 인도네시아로 진출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상상도 못했던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시작은 ‘까만 안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영화사 측에서 영화 OST로 ‘까만 안경’을 써도 되겠냐는 제의를 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작됐다. 태진아는 아들을 위해 이루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음악 방송 객석마다 직접 나눠줬다. 사람들이 버린 전단지는 다시 주워서 화장실에서 씻었다. 이루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토크쇼 <Late Night Show>에서 ‘이루 특집 방송’으로 2시간가량 토크쇼를 진행했다.

오직 이루만을 위한 토크쇼였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태진아와 이루 부자의 사진이 걸렸다. 단독 콘서트는 2만여석이 매진됐고, 이루는 현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도 잠시였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이날 입건됐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5분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음주 운전 중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루가 탄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됐으며, 동승한 남성은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주 운전 사고를 낸 것을 인정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린다. 지난 20일 보도된 음주 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현재 준비 중인 드라마의 제작사 및 방송사 관계자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를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음주 운전

이루는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에 캐스팅됐던 상황이다. 이에 <비밀의 여자> 측은 이루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 비밀의 여자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비밀의 여자>에 출연 예정이었던 이루가 하차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 제작진은 시청자분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직접 음주 운전 사과문을 올리고 방송 활동을 접었지만, 여전히 여론은 냉랭하다.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UN Village Seoul CAM’은 지난 21일 ‘22.12.19 강변북로 사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서울 한남동 UN 빌리지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강변북로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당시의 아찔한 교통사고 장면이 나온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7분 찍힌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잃는다. 그 후 비틀거리던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져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도됐다.

직후 뒤따르는 차들이 멈춰 섰고 다행히 사고 발생 순간 다른 차량과의 추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에 담긴 사고 상황이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현장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날짜와 시간, 장소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시각과 일치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고로 추정된다. 또 사고 직후 차량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로 보이는 사람까지 2명이 내리는 모습도 영상에 찍혔다. 

황당한 점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루는 지난 9월에도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됐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루 대신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여성 프로골퍼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18일 범인 도피 혐의로 여성 프로골퍼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끝없는
구설수

A씨는 지난 9월5일 이루의 음주 운전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내가 직접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루는 음주 측정 결과 처벌할 정도의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이루는 “동승자 A씨가 운전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도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루가 용산구 한남동의 한 술집에서 나와 운전석에 타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위드마크’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고 범인 도피를 교사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반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A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태진아는 이루의 음주 운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에서 백은영은 “태진아가 이루의 음주 운전으로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도저히 면을 들고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태진아는 충북경찰청의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12년 전에는 이루가 전 여자친구였던 작사가 최모씨와의 이별 과정에서 구설에 휘말린 적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8월27일 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루와 결별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폭언을 듣고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최씨는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태진아는 법무법인 ‘원’을 통해 보도자료에서 “최씨를 모욕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1억원의 돈을 요구받았다”고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루의 1집 곡 ‘미안해’를 작사한 최씨는 ‘조씨 부자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라’는 제목의 미니홈피 글에서 “나이 차가 많지만 이루와 사귀게 됐다. 이루가 종로구청에서 대체 군복무할 당시에도 내 오피스텔을 자주 찾았다”고 주장했다.

3개월 전엔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드라마 <비밀의 여자> 캐스팅 취소

이어 “나와 이루가 헤어지는 과정을 리드한 태진아가 폭언을 일삼았다. 내 어머니를 만나 헤어지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해도 나를 매도하고 협박한다면 이루의 비인간적인 태도를 밝히겠다. 녹취 및 CCTV 자료, 증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이루와 최씨는 2년 전 잠시 남녀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날 당시 태진아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헤어지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며 “최씨는 올해 초 편지를 보내 태진아에게 돈 1억원을 요구했다. 태진아는 법무법인을 통해 그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으며 최씨와 가족이 용서를 구해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이달 태진아에게 ‘다음 달 초 제가 쓴 책이 나옵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 한마디 들으려 전화드렸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책 출간 과정에서 일종의 홍보를 위해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 이상의 행동이 계속된다면 명예훼손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럼에도 태진아 측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7일 태진아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모두 철회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용서를 구했다. 좋지 않은 일로 대중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최씨는 이루와 오래전 잠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루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거나 유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진아가 최씨를 모욕했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최씨는 각서를 통해 “태진아와 이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치부만
드러나

결국 최씨는 2010년 9월10일 ‘거짓말했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이루의 아이를 가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나팔관 유착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써놓았다. 

최씨는 “태진아 선생님이 내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협박은 없었다. 돈으로 이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달은 폭로전은 결국 최씨의 거짓말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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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