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⑫여의도 나리들보다 구더기를 이해하다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2.13 16:07:26
  • 호수 14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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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서울 한복판에서도 신선한 공기를 쐴 수 있으니 즉 새벽 시간이다. 설령 고농도 매연과 미세먼지가 잠복해 있더라도 삶의 목적을 향해 나서는 사람들의 마음에 붙은 코엔 시골 산촌의 해맑은 공기보다 더 상쾌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하긴 그건 인간 속에 웅크려 또아리 튼 욕망이 빚어낸 착각에 불과하리라. 하지만 우리는 언뜻 알면서도 대도시 시민이란 몽상에 젖어 살아가는지 모른다.

잠시 후 여명이 비치고 햇빛이 실상을 드러내 놓는 순간 실망감에 빠져 허덕거릴 텐데도 말이다. 

밤과 새벽

하지만 아직은 그 누구도 오늘 하루의 성패를 알 수 없기에 구더기처럼 변소 위로 기어 오르려 애쓰는지 모른다. 그것 자체로 좋지 않겠는가!


아마 여의도 의사당 왕궁의 국회의원 나리들보다 구더기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우리 보통 국민의 삶을 훨씬 더 향상시킬 수 있으리라. 아니, 하숙생의 하루를…. 

새벽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은 식빵 두 쪽 사이에 금방 프라이해 놓은 달걀을 끼워 무료 자판기에서 뽑은 커피 또는 우유와 함께 급히 삼키곤 터벅터벅 뛰어나갔다. 좀 더 나은 삶을 향하여!

도시의 잿빛 거리 거리와 일터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을 걸어다니는 동안 아마 그의 의식 속에 하숙집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하숙을 무시하면서 언젠가 중류를 지나 상류의 고급 자택속에 깃들 날을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연 짙은 시멘트 빌딩 내부에도 삭막한 아스팔트 길은 존재한다. 사막과도 같고 정글과도 같은 도시의 길목을 헤매다 보면 얼핏 한 번쯤 하숙집이 떠오를지 누가 알겠냐만 애써 짐짓 고개를 흔들 터이다.

그러곤 급히 선술집으로 들어가 허겁지겁 목(숨줄)을 축이겠지.

마침내 곤드레만드레로 취해 길도 모른 채 겨우 하숙으로 기어들어 허무한 잠에 빠진다. 

자정이 넘도록 하숙집은 완전히 조용해지진 않는다. 어디선가 주정뱅이의 넋두리, 잠꼬대, 한숨 소리 따위가 들려오기도 한다.


쥐새끼들처럼 조심스레 찍찍거리며 계단을 밟는 소리와 쟁그랑거리는 소음이 불현듯 날 때도 있다. 

언젠가 궁금증을 못 이긴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본 적이 있다. 주방 쪽에서 수런수런 기척이 났다. 그건 쥐가 아니라 두 명의 재수생이었다. 한 놈은 키가 크고 다른 녀석은 보통보다 작은 편이었다.

평소에 둘은 꼭 붙어 다녔다. 마치 콤비 코미디언인 훌쭉이와 똥땡이 같기도 했다. 성격은 서로 달랐다. 아니, 정반대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가끔 티격태격할 뿐 사촌 간처럼 잘 어울려 돌았다. 공부는 꽤 열심히 했다. 

일찍 출근하는 사람들의 모습
콤비 코미디언 같은 재수생 둘

다만 키다리 녀석은 벌써부터 ‘인생이 무엇인지’ 하는 존재론적 문제에 관심이 깊었고 땅꼬마는 높은 경제와 연애의 본질에 더 관심을 보였다.

내가 짐짓 슬쩍 그런 건 대학에 가서 전공하고 지금은 학업에 전념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조언하면 그들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공부 로봇이 아니다!”라면서.

하나 더 특이한 점은, 키다리는 전라도 땅꼬마는 경상도 출신이란 사실이었다. 세파에 찌들어 고지식하게 지역 감정을 들먹이고 부추기는 철부지 싸가지 꼴통들을 그들은 비웃으며 경멸했다. 청년의 진취적 순수성으로…. 

어떤 노털 왈 “아직은 모를 거야. 직접 겪어 봐야 알겠지”라고 충고하면 재수생 녀석들은 “우리가 지금 함께 겪고 있잖아요. 과거의 망령을 불러들여서 현재를 망치려고 하지 마세요”라고 대꾸했다.

그러면 노털은 우스운 녀석들이라고 비웃으며 지나가 버렸다. 우스운 녀석들은 남들이 목숨 걸고 들어가려 애쓰는 서울대를 무시했다.

자기들이 지망하는 연고대에 들어갈 실력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서울대 지망 재수 삼수생에게 결코 꿀리지 않았다. 오히려 성적 점수 벌레라며 은근히 비웃었다.

사실상 자기들도 생각만 좀 바꾸면 점수 낮은 과를 택해 서울대생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정말 그럴까?

무한경쟁 시대에 시세는 늘상 바뀌는데…. 그래도 삭막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꿈꾸는 녀석들이 기특해 보였다. 꼼수 허위보다는 정정당당하게, 허세보다는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 자리이타하고 싶다는 아이들….

문득 그들이 사막 속의 오아시스라기보다, 한국이라는 삭막한 오아시스 속의 맑은 사막처럼 느껴졌다. 

난 슬슬 다가갔다. 녀석들은 어슴푸레한 주방 한구석에서 한창 정중동 중이었다. 한 놈은 계란 프라이를 하고 한 놈은 전기 밥솥에서 푼 밥을 큰 양푼에 담고 있었다.

내가 목청을 살짝 울려 기척을 내자 녀석들은 화들짝 놀랐다. 곧 소리 죽여 키득키득 웃었다. 

“뭐 하는 거야?”


“배가 고파서 비빔밥이나 좀 만들어 먹으려구요.” 

냉장고에서 꺼낸 나물 두어 가지에 계란을 얹고 고추장을 넣어 비비자 먹음직스러워졌다. 그걸 들고 녀석들의 합숙방으로 들어갔다.

둘이 하도 맛있게 먹는 바람에 나도 그 양푼 속에 숟가락을 가져다 댔다. 어릴 때 고향에서 수박이나 참외 서리를 하듯 스릴 넘치고 맛있었다.

옥탑방에도 하숙인이 들어 있었다. 

꽤나 괴상스러워 보이는 노인네였다. 외양으로 내면까지 평가해서는 안 되겠으나, 너무 괴이하고 의뭉스러워서 속을 알 수 없기에 우선 보이는 외모부터 묘사해야겠다.

눈을 보면 사람이든 동물이든 웬만큼 파악할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눈만 보고서는 그가 인간인지 짐승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나도 꽤 많은 눈을 보아 왔지만 그런 눈은 처음이었다.

뱀, 너구리, 고양이, 나무늘보, 멧돼지, 여우, 늑대, 살쾡이, 들쥐 등이 보더라도 아마 조금쯤씩 놀랄 듯싶었다. 

그 눈에 정기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죽은 건 아니고 모종의 사기(邪氣)를 은근슬쩍 내뿜는 낌새였다. 노인네는 눈을 전혀 깜박이지 않았다.

마치 땅꾼이 구렁이의 심리를 살피듯 자기 속내는 좀체 내보이지 않으면서 상대의 내심을 꿰뚫어 보려 했다. 또 능청스럽기는 너구리 찜쪄 먹을 정도였다. 피에로씨도 한 능청 떠는 사람인데 그 영감 앞에선 생쥐 꼴이었다.

때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검붉은 입귀만 슬쩍 치올려 미소지었다. 그런 순간엔 과연 인간이란 존재의 표정, 즉 이를테면 얼굴 속 의식과 잠재의식이 얼마나 광대천변해질 수 있는지 마치 스마트폰 화면으로 은근슬쩍 보여 주는 성싶었다.

안경을 쓰지 않았건만 눈 둘레 피부에 거무스레한 달무리 같은 게 서려 있어 저승사자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입심은 강했다. 한번 지껄이기 시작하면 중언부언 끝이 없는데 그 요설이 잠시나마 중단되는 건 틀니가 튀어나올 때뿐이었다. 그럴 때조차 별로 당황스러워 하지 않았다.

능청을 떨며, 내용보다는 말투에 더욱 자신의 개성을 집어넣으려 거드름을 피웠다. 

레드 몬스터

옥탑방 입구엔 철학관 표식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무허가라 그런지 판자대기에 붓펜으로 쪼그맣게 써붙여 놓아 잘 보이지도 않았다. 손님 자체가 없었다. 간혹 하숙생 중에 재미 삼아 인생 희롱 삼아 귤 봉지나 사이다 한 통 들고 슬쩍 들러 볼 뿐….

허연 머리를 길게 기르고 수염도 자라는 대로 놔뒀는데, 무슨 멋부리기보다 이발비가 좀 모자라거나 무관심 탓이 아닌가 싶은 기색이었다. 그래도 하숙비를 낼 만큼 복채는 들어오는지 피에로씨처럼 징징거리진 않았다.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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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설 특집 -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오년 국운 대예측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한 한 해가 지나고 2026년 새해가 밝았다. 병오년(丙午年), 불의 기운을 가진 말띠의 해다. 불처럼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에너지가 강한 해라는 의미다. 그러나 치솟는 불길이 되레 화가 될 모양이다. 올해를 둘러싼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는 중이다. 과연 국민들은 이 보릿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백운비 역리원장을 만나 병오년 대한민국 국운의 흐름을 들어봤다. 대한민국의 공기는 무겁다. 정치·경제·사회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동시에 눌린 듯한 느낌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고환율·고물가 상황은 국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이보다 더 나빠질 수 있느냐”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일터에서는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체념 섞인 반응이 늘어났다. 나빠지다… 치솟는 불길 백운비 원장은 최근 몇 년간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무게가 급격히 달라졌다고 봤다. 그는 불과 10년 전 국운이 비교적 안정돼 있을 때만 해도 대체로 먹고사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에는 동네 구멍가게조차 유지가 가능하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표현이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후 약 9년간 국운이 점진적으로 나빠지는 흐름이 이어졌다고 봤다. 역리학적으로 보면 2026년은 ‘양화(陽火)’의 기운이 강하게 작용하는 해다. 불의 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열려 있을 때는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막힌 상태에서 불기운만 강해질 경우 화(禍)로 작용하기 쉽다. 백 원장은 “양화가 득세하면 좋은 것도 함께 올라가야 길한데, 지금은 차단된 상태에서 불만 위로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는 분노와 충돌, 사회적 마찰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마(火魔)와 비슷한 형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곳곳에서 갈등과 충돌이 잦아지고, 사소한 문제도 쉽게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백 원장은 “열은 많은데 출구가 없을 때 가장 위험하다”며 “2026년은 바로 그런 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6년 국운을 ‘사통팔달(四通八達)’이 막힌 상태’에 비유했다. 사통팔달은 사방으로 통하고 여덟 갈래로 길이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예부터 역리에서는 운이 좋을 때를 사통팔달에 비유해 왔다. 길이 열려야 사람이 움직이고, 움직여야 살 길이 생긴다는 논리다. 반대로 사통팔달이 막혔다는 것은, 아무리 애를 써도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전쟁이 나면 피난을 가야 하는데, 산도 물가도 사람 속도 안전하지 않은 형국”이라며 “움직일수록 위험하고, 가만히 있어도 불안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운이라는 것은 원래 사통팔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사방이 열려야 길이 나고, 여러 가지가 순환하며 성취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방이 막혀 있다”고 봤다. 그래서 “갈 곳이 없다. 헤맨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감록에 등장하는 ‘인근불·산근불·수근불’이라는 구절을 언급했다. 사람 속으로 가도 안 되고, 산으로 가도 안 되며, 물가로 가도 안 된다는 뜻으로, 결국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백 원장은 이를 오늘의 국운에 빗대어 출구 자체가 막혀 있는 구조로 해석했다. 이 막힘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이 경기라고 했다. 백 원장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두고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돈이 돌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제의 본질은 순환인데, 지금은 그 순환 고리가 곳곳에서 끊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부동산·건설이 유일한 해법” “뛰어난 인재 등용으로 위기 관리해야” 불안이 커질수록 소비가 줄고, 소비가 줄면 기업은 투자를 멈춘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경제 전체가 점점 움츠러드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경제 지표만 놓고 보면 아직 버틸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보유액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수출 역시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현실은 다르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는 데 급급하고, 직장인들은 월급날이 와도 통장이 스쳐 지나갈 뿐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년층 역시 미래 계획보다 당장의 생존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이런 체감경기가 쫓기고 쫓는 구조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빚을 갚아야 하는 쪽은 쫓기고, 물건을 팔아야 하는 쪽도 쫓기며, 소비자는 사기 위해 애쓰고 사업자는 버티기 위해 애쓴다. 몸과 마음을 다 써도 역부족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2026년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고비가 있다는 말은 넘어설 구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넘는 방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백 원장이 올해를 ‘양화’로 설명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음화가 따뜻한 햇볕이나 곁불에 가까운 성격이라면, 양화는 활활 타오르는 불처럼 강도가 크다는 것이다. 불기운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질이 있어, 표면적으로는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올라가고 산업이 살아나고 활력이 돌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백 원장은 지금의 국운이 이미 ‘차단’돼있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즉, 불이 치솟는데 출구가 막혀 있으면 그 불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화마’처럼 작동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화기가 중천한다”는 표현을 쓰며, 이 기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사회 전반에 과열과 충돌, 갈등이 함께 치솟을 수 있다고 봤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걸까? 백 원장은 “답이 없는 해는 없다”며 화와 상생하는 것이 바로 토(土)와 목(木)이라고 설명했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방침은 곧 정책이다. 그는 답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에너지, 부동산, 건설이다. 백 원장은 “이 세 가지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강조한 해법 중 하나는 에너지 정책이다. 국내외 산업과 수출입 구조에서 에너지 비용과 수급이 흔들리면 경제 전체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는 “에너지 정책을 중심에 두고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국가 경제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통팔달 생존 급급 부동산에 대해서는 규제로 묶어두는 접근을 경계했다. 자금이 회전하지 않으면 내수가 얼어붙고 체감경기는 더 악화된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말한 부동산은 단순한 주택 거래에 국한되지 않았다. 농지, 임야, 전답 등 토지 전반과 농업 관련 규제, 지역 단위 개발과 거래 규제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규제가 완화돼야 농업과 지역 경제가 살아나고, 내수 회복의 여지가 생긴다는 논리다. 부작용이 따르더라도 순기능이 더 크다면 이를 관리하면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 분야 역시 중요한 고리로 제시됐다. 백 원장은 오행의 상생 논리를 들어 불기운이 강해지는 해에는 ‘목(木)’이 연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은 단순히 건물을 짓는 행위가 아니라 자재, 설비, 인력, 금융 등 연쇄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분야다. 부동산과 건설을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자산 형성의 사다리가 막히면 젊은 층의 기대가 꺾이고 사회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책의 방향만큼이나 이를 실행할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같은 정책도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개인 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개인의 운만으로 국운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그는 2026년을 두고 “성군(聖君)이 나오기 어려운 해”라고 단언했다. 국운이 나쁜 시기에는 누구든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군이 나오기 힘든 구조라고도 했다. 연산군과 광해군을 예로 들며, 국운이 기울어진 시기에 즉위한 지도자에게는 선택지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누가 자리에 앉아도 비판을 받기 쉬운 환경이 형성된다고 봤다. 정치권 전반에 대해서는 국운의 분산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힘이 한 곳에 모이지 못하면 작은 사안도 쉽게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여야를 넘어 같은 진영 내부에서도 분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상황을 두고 “양분과 분열의 해”라고 표현했다. 양분(兩分)은 둘로 나뉜다는 뜻이지만, 현실에서는 둘로 끝나지 않는다. 둘로 갈라진 뒤 다시 갈라지고, 결국 여러 갈래로 흩어진다. 백 원장은 “이럴 때 정치권은 합치자는 말은 많아도, 실제로는 더 쪼개지는 흐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2026년 정치 지형에 대해선 “높이 쌓아 올린 알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겉으로는 안정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충격에도 균열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권토중래 전복후괴 백 원장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꺼냈다. 무리 속에서 돋보이는 한 사람, 즉 뛰어난 인재를 등용해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해일수록 백 원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인사(人事)’다. 국운이 나쁠 때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판단이 흐려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사람의 선택이 결과를 좌우하게 된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올해가 불안정한 만큼 ‘아첨하는 사람’이 늘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운이 나쁜 시기에는 이상하게도 권력자나 부자에게 빌붙어 아첨하는 행동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배신과 척을 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전망도 같은 결로 이어졌다. 백 원장은 특징으로 ‘분산(分散)’을 들었다. 힘이 한 곳으로 모여야 외부 압력을 버틸 수 있는데, 올해는 국운이 흩어져 힘을 제대로 쓰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분산되면 허점이 드러나고, 허점이 드러나면 외부 공격이 들어온다는 논리다. 그는 이를 복싱에 비유했다. 복싱 선수가 가드를 올리면 상대가 쉽게 치지 못한다. 그런데 가드를 내리면 약점이 보이고 공격이 들어온다. 백 원장은 “우리가 튼튼하면 공격이 안 오는데 이번에는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공격은 군사적 충돌만을 뜻하지 않고,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공세, 국제 갈등의 심화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외교 혼동과 시행착오로 갈등이 심화되고 외부의 압력과 공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제 분야에서의 대응책은 무엇이냐고 묻자, 백 원장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왔다. ‘철저한 방어 준비’가 필요하며, 그 방어를 위해 ‘인적 자원 파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해외로 사람을 내보내고,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협상과 조율을 담당할 인재를 배치해 허점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이번 해는 어느 해보다 인재 발굴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운이 바닥난 것이 아니므로 “틈새가 있다”고 했고, 그 틈새를 메우고 넓히는 것이 인재라는 뜻이다. “6월 지선 대대적 물갈이” “아첨하는 사람 조심해야” 오는 6월에 시행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키워드는 권토중래(捲土重來)다. 권토중래는 “실패했던 사람, 포기했던 사람이 다시 분기해 세력을 찾는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다시 일어서고, 다시 판이 바뀌는 사례가 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번에 공천 못 받고 밀려났던 사람이 다시 부활하는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물갈이가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물갈이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전복후계(前覆後戒)”의 태도를 강조했다. 앞사람의 실패를 거울삼아 뒤의 사람이 경계한다는 뜻이다. 그는 이를 “전임 대통령의 실수를 경계 삼아야 한다”는 식으로 풀었다. 이는 이 대통령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관·부처·기관·기업 대표 등 ‘조직의 책임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라고 했다. 즉, 불리한 국운의 해에는 새 일을 무리하게 벌이기보다, 전임의 실수와 실패를 분석해 같은 구멍에 다시 빠지지 않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국민들의 삶도 우려했다. 백 원장은 지난 몇 년간 국민 갈등이 극심했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2026년에는 그 갈등이 더하다고 했다. 그는 “운이 나쁜 해에는 인심이 각박해지며 배려와 용서가 줄고, 민감하고 예민해진 사회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친했던 사람끼리도 견제 대상이 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적이 되는 일이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를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로 표현하며, 각자도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원장은 의지하는 대상이 있더라도, 무너질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결국 자기 책임 의식을 더 가져야 한다는 취지다.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조차도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혼과 결별, 인간관계 단절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경제적 불안과 심리적 피로가 겹치면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울감이나 분노 조절 문제 등 정신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2026년은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자는 더 못 살게 된다”고도 전했다. “마지막 고비다” 2027년에는 회복기로 들어선다. 백 원장은 “27년부터 회복기로 들어간다”는 취지로 말하면서도, 곧바로 후유증을 언급했다. 병이 나아도 후유증이 남듯이, 회복이 시작되더라도 이전의 고통이 흔적으로 남아 일정 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imsharp@ilyosisa.co.kr>